바뚜르 산에서 해를 보다.
대충의 여정은 이와 같다. 4시에 가이드가 우리 방문을 두들기면 나는 그때부터 숙소를 나서서 계속 걸어야 한다. 새벽 6시가 좀 안되어 산 정상에 도착해 일출을 볼 것이며, 운이 좋으면 롬복도 볼 수 있다. 산 정상에서 아침 식사를 한 후 칼데라 주변을 둘러 본 뒤 하산을 시작해 10시 반쯤 마을에 도착하면 모든 스케줄은 끝! 이것이 어제 숙소주인이 우리에게 설명해준 내용이다.
발리에는 많은 산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여행자들의 사랑을 차지하는 산은 아궁 산 과 바뚜르 산이다. 아궁 산의 독보적인 높이(무려 3,000미터가 넘는...)는 그를 발리 제 1의 산으로 칭하는데 주저함이 없게 한다. 석양이 질 무렵 구름을 허리에 한 자락 깔고 있는 그의 모습은 얼마나 위풍당당한지...
그런데... 발리의 조감도(입체적인 지도)를 보게 되면 이야기가 약간 달라진다. 바뚜르 산의 밑 둥 규모가 훨씬 더 넓은데다가, 바뚜르는 두 겹의 분화구(Double Caldera) 지형을 가지고 있는 특이한 구조였다. 바깥쪽 칼데라의 가장 자리에 얹혀진 도시가 바로 낀따마니, 뻬네로칸 같은 곳이고, 내가 지금 있는 토야붕카 마을과 바뚜르 호수의 낮은 지형 속에서 바뚜르 산 정상을 올라가면 거기 다시 하나의 작은 칼데라가 있는....(아...빈약한 글로 표현해 내기가 정말 힘겹다. 내가 제대로 이야기 하고 있긴 한 것인가...) 형상이었다. 뻬네로칸에는 정말 여러 개의 뷔페 레스토랑들이 즐비해 있는데, 그 이유가 많은 단체 관광객들이 이곳에 와서 멋진 전경(산과 호수)을 내려다보며 점심을 먹기 위해 몰려들기 때문이란다.
게다가 바뚜르 산의 화산은 2000년도에 큰 폭발을 일으켜 그때 분출한 새까만 용암을 볼 수 있다. 그 폭발로 인해 많은 생명과 집들이 사라져 버린 아픈 기억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 아직 생생하다.
똑똑... 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이날 아침, 우리는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대충 물티슈로 얼굴만 두들기다 말았다. 체크인을 한 후에나 알게 된 거지만, 이 숙소는 수도 조절도 방안에서 할 수 없다. 한참 걸어 나가 일단 마당 한 켠의 스위치를 작동해야 물이 들고 날수 있다. 이런 젠장...
오늘 우리와 함께 트레킹을 할, 호주 아저씨랑 사누르에 살고 있다는 현지인과 간단한 눈인사를 하고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깜깜한 시각에 산을 오르다니... 한 치 앞이 안 보인다. 발바닥에 닿는 돌들은 수분이 하나 없이 버석거린다. 아마도 화산섬이라 그런가보다고 생각하며 뒤처지지 않으려고 기를 썼다.. 게다가 나는 랜턴도 없다.
“혹시 남는 랜턴 있으면 하나 주세요.”
라는 내말에 가이드는
“화장실은 그냥 숲으로 가면 되요”
라는 봉창 두드리는 답을 해준다. 앞뒤 사람의 랜터 불빛에 의지해 keep going....
평상시에 우리 아파트 바로 앞의 칼산도 일 년에 한 번 올라갈까 말까하는데, 여행을 나온 이후로 우리는 놀랄만치 부지런해졌다. 양동이 하나 없는 변변치 못한 욕실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하고(평소 우리는 세탁기 돌리는 것 조차 귀찮아하지 않았었나...) 투어 시간에 맞춰 새벽같이 일어나고, 비록 풍성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어쨌든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먹어주는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있다.
‘집에선 폐인처럼 있다가 여행 나와서 사람 되는구먼...’
헉헉대며 산을 올라가는 일이 쉽다고도 또는 어렵다고도 말할 수가 없다. 왜냐면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인 호주 아저씨는 산 정상으로 올라가기까지 2번이나 크게 나동그라졌다. 나중에 해가 뜨고 나서야 알게 된 거지만, 그의 정강이는 피가 흐르고 종아리는 손바닥만한 멍이 들어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온 가족으로 이뤄진 다른 팀에는 불과 9살 밖에 안 된 아이도 별 뒤쳐짐 없이 어른들과 발맞추고 있다.
새벽 6시 즈음, 바뚜르 산 안쪽 칼데라의 북쪽 끝(정상에서는 100미터 쯤 떨어진 곳이다) 움막에 도착하자 콜라, 환타를 든 잡상인들이 우리를 반긴다.
“한 병에 20,000루피~”
비싸다(실제가격 2000루피)는 눈빛을 보내자,
“여기는 높잖아”
라고 대꾸하네..
여기에 올라오니 우리 이외의 다른 여행자와 가이드들로 제법 분주하다.
이곳에 오르는 동안 우리는 제법 쓸 만한 선글라스를 하나 주웠는데, 임자를 찾아주라고 가이드에게 맡겼었다. 이 움막 같은 곳에는 다른 가이드들도 많았는데, 우리 가이드가 선글라스를 꺼내자 다른 놈이 빼앗듯이 낚아채서 자기가 쓰고 만다. 불쌍한 우리 가이드 아저씨... 호주머니에 넣더라도 당신 호주머니 에 넣어야지 왜 다른 사람한테 뺏기나요..
<바뚜르의 일출>
남자들이 근처 동굴을 갔다 오는 동안 나와 프랑스인 아줌마 둘만 밖에 덩그러니 남았다. 다른 프랑스인들과는 달리(왠지 프랑스인들은 좀 거만하고 재수 없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이 아줌마는 상당히 싹싹한 성격의 소유자였는데, 자신의 프랑스인 친구가 스미냑에 살고 있어서 겸사겸사 이곳 발리로 왔단다.
“있지... 우린 여기 오기 전에 아멧이랑 우붓에 있었어... 우붓도 정말 환타스틱하지만, 아멧은 정말 파라다이스였어. 우린 차를 빌려서 여행하고 있는 중이야... 아멧엔 멋있고 크고 더블데크(방이 위 아래로 나뉜 구조)에 에어컨 달린 큰 방이 불과 140,000루피 밖에 안 해... 조용하고 평화롭지... 음, 그리고 스미냑은... 그런데로 괜찮은 편인데, 그에 비하면 꾸따는...”
푸우~~ 입으로 바람 빠지는 소리를 하며 아주 질렸다는 표정을 짓는다.
우붓 근처에서 잡아탄 베모에서 만난 호주 여성여행자도 ‘호러블 꾸따’ 라고 하더니...
꾸따 지역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이곳으로 왔다는 것 자체가 그 여행자의 취향이 어떠한지를 말해주고 있는 거겠지. 꾸따에서 만나는 여행자는 또 꾸따를 최고로 쳐 줄 테지...
각자 자기가 가장 편안할 수 있는 곳으로 방향을 돌리고, 그곳에 둥지를 틀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
동굴을 보고 나온 사람들의 표정이 심드렁~ 하다. 그럼 그렇지... 내 지금까지 ‘동굴’ 이라는데 갔다 와서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구...
“저 가이드 정말 놀랍지 않아? 맨발에 샌들을 신고 있어... 믿을 수가 없군...”
하긴 우리 가이드도 무슨 물질할 때 쓰는 고무장화 같은걸 신고 있다.
대부분 짧은 코스 트레킹을 한 사람들과 달리, 우리는 칼데라의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꼭대기로 꼭대기로 올라간다. 자잘한 자갈과 푸석한 돌이 쌓인 급경사 길에서, 나는 아무리 빨리 발을 움직여도 계속 제자리에서만 빙빙빙~ 도는 바보 같은 헛발질을 하곤 한다.
칼데라 주변을 둘러보는 것은 정말로 ‘멋있었다’.
여기에 오기까지의 힘든 여정과 새벽에 일어나는 고통 등등을 다 보상해 주는 모습이었다.
아마 구질구질한 표현력의 글보다 몇 장의 사진이 그 광경을 잘 묘사해 주리라...
<우리 팀>
<바뚜르 산 정상 부근 풍경>
<아직 용암이 분출한다>
<바뚜르 산과 바뚜르 호수 그리고 호수 앞의 아방 산, 그 뒤로 멀리 아궁 산이 보인다>
칼데라 주위를 다 둘러보니 아침 8시 반, 하산하는 길의 경치는 멋있고 아름다웠지만,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땅바닥만 보고 걷다보니, 그 주변의 경치가 어떠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만, 얼마 전에 흘러내린 것이 분명해 보이는 용암 자국과 검은 재로 온통 뒤덮힌 넓은 평야(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살던 예전의 마을) 풍경은 기억에 남아있다.
자갈길, 돌밭 길, 발목까지 푹푹 파묻히는 모래 길, 그냥 풀밭 길을 걷고 또 걷고....
다리에 부상이라면 부상을 입은 호주 아저씨가 걱정 되는지 가이드가 자꾸 뒤돌아보며 그를 챙긴다. 그는
“나는 바비 오스트레일리안(호주 돼지)이야! 헥헥헥헥”
하면서 웃기는 돼지 소리를 낸다.
마을로 돌아올 즈음, 내 다리는 이미 그 기능을 다한 것처럼 느껴졌다. 주위 아저씨들의 ‘스트롱 걸~’ 이라는 호칭에, 억지 웃음으로 화답하는 것조차 힘겹다.
숙소에서 짐을 싸서 나오니 주인 아줌마가 우릴 향해 손짓한다. 하긴 작별의 시간이지...
“헤이~ 유! 왜 마사지 안하고 가? 나 마사지 잘하는데...”
이 인정머리 없는 주인아줌마 같으니라구...우린 지금 당신 숙소를 떠나는 지치고 갈 길이 먼 사람들이란 말이야... 그런 사람들한테 잘 가란 인사 대신 할말이 ‘마사지’ 밖에 없단 말야...
우리는 이제 돌고래를 보기 위해 발리의 북쪽 해변마을 ‘로비나’ 로 항한다.
발리에는 많은 산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여행자들의 사랑을 차지하는 산은 아궁 산 과 바뚜르 산이다. 아궁 산의 독보적인 높이(무려 3,000미터가 넘는...)는 그를 발리 제 1의 산으로 칭하는데 주저함이 없게 한다. 석양이 질 무렵 구름을 허리에 한 자락 깔고 있는 그의 모습은 얼마나 위풍당당한지...
그런데... 발리의 조감도(입체적인 지도)를 보게 되면 이야기가 약간 달라진다. 바뚜르 산의 밑 둥 규모가 훨씬 더 넓은데다가, 바뚜르는 두 겹의 분화구(Double Caldera) 지형을 가지고 있는 특이한 구조였다. 바깥쪽 칼데라의 가장 자리에 얹혀진 도시가 바로 낀따마니, 뻬네로칸 같은 곳이고, 내가 지금 있는 토야붕카 마을과 바뚜르 호수의 낮은 지형 속에서 바뚜르 산 정상을 올라가면 거기 다시 하나의 작은 칼데라가 있는....(아...빈약한 글로 표현해 내기가 정말 힘겹다. 내가 제대로 이야기 하고 있긴 한 것인가...) 형상이었다. 뻬네로칸에는 정말 여러 개의 뷔페 레스토랑들이 즐비해 있는데, 그 이유가 많은 단체 관광객들이 이곳에 와서 멋진 전경(산과 호수)을 내려다보며 점심을 먹기 위해 몰려들기 때문이란다.
게다가 바뚜르 산의 화산은 2000년도에 큰 폭발을 일으켜 그때 분출한 새까만 용암을 볼 수 있다. 그 폭발로 인해 많은 생명과 집들이 사라져 버린 아픈 기억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 아직 생생하다.
똑똑... 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이날 아침, 우리는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대충 물티슈로 얼굴만 두들기다 말았다. 체크인을 한 후에나 알게 된 거지만, 이 숙소는 수도 조절도 방안에서 할 수 없다. 한참 걸어 나가 일단 마당 한 켠의 스위치를 작동해야 물이 들고 날수 있다. 이런 젠장...
오늘 우리와 함께 트레킹을 할, 호주 아저씨랑 사누르에 살고 있다는 현지인과 간단한 눈인사를 하고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깜깜한 시각에 산을 오르다니... 한 치 앞이 안 보인다. 발바닥에 닿는 돌들은 수분이 하나 없이 버석거린다. 아마도 화산섬이라 그런가보다고 생각하며 뒤처지지 않으려고 기를 썼다.. 게다가 나는 랜턴도 없다.
“혹시 남는 랜턴 있으면 하나 주세요.”
라는 내말에 가이드는
“화장실은 그냥 숲으로 가면 되요”
라는 봉창 두드리는 답을 해준다. 앞뒤 사람의 랜터 불빛에 의지해 keep going....
평상시에 우리 아파트 바로 앞의 칼산도 일 년에 한 번 올라갈까 말까하는데, 여행을 나온 이후로 우리는 놀랄만치 부지런해졌다. 양동이 하나 없는 변변치 못한 욕실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하고(평소 우리는 세탁기 돌리는 것 조차 귀찮아하지 않았었나...) 투어 시간에 맞춰 새벽같이 일어나고, 비록 풍성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어쨌든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먹어주는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있다.
‘집에선 폐인처럼 있다가 여행 나와서 사람 되는구먼...’
헉헉대며 산을 올라가는 일이 쉽다고도 또는 어렵다고도 말할 수가 없다. 왜냐면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인 호주 아저씨는 산 정상으로 올라가기까지 2번이나 크게 나동그라졌다. 나중에 해가 뜨고 나서야 알게 된 거지만, 그의 정강이는 피가 흐르고 종아리는 손바닥만한 멍이 들어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온 가족으로 이뤄진 다른 팀에는 불과 9살 밖에 안 된 아이도 별 뒤쳐짐 없이 어른들과 발맞추고 있다.
새벽 6시 즈음, 바뚜르 산 안쪽 칼데라의 북쪽 끝(정상에서는 100미터 쯤 떨어진 곳이다) 움막에 도착하자 콜라, 환타를 든 잡상인들이 우리를 반긴다.
“한 병에 20,000루피~”
비싸다(실제가격 2000루피)는 눈빛을 보내자,
“여기는 높잖아”
라고 대꾸하네..
여기에 올라오니 우리 이외의 다른 여행자와 가이드들로 제법 분주하다.
이곳에 오르는 동안 우리는 제법 쓸 만한 선글라스를 하나 주웠는데, 임자를 찾아주라고 가이드에게 맡겼었다. 이 움막 같은 곳에는 다른 가이드들도 많았는데, 우리 가이드가 선글라스를 꺼내자 다른 놈이 빼앗듯이 낚아채서 자기가 쓰고 만다. 불쌍한 우리 가이드 아저씨... 호주머니에 넣더라도 당신 호주머니 에 넣어야지 왜 다른 사람한테 뺏기나요..
<바뚜르의 일출>
남자들이 근처 동굴을 갔다 오는 동안 나와 프랑스인 아줌마 둘만 밖에 덩그러니 남았다. 다른 프랑스인들과는 달리(왠지 프랑스인들은 좀 거만하고 재수 없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이 아줌마는 상당히 싹싹한 성격의 소유자였는데, 자신의 프랑스인 친구가 스미냑에 살고 있어서 겸사겸사 이곳 발리로 왔단다.
“있지... 우린 여기 오기 전에 아멧이랑 우붓에 있었어... 우붓도 정말 환타스틱하지만, 아멧은 정말 파라다이스였어. 우린 차를 빌려서 여행하고 있는 중이야... 아멧엔 멋있고 크고 더블데크(방이 위 아래로 나뉜 구조)에 에어컨 달린 큰 방이 불과 140,000루피 밖에 안 해... 조용하고 평화롭지... 음, 그리고 스미냑은... 그런데로 괜찮은 편인데, 그에 비하면 꾸따는...”
푸우~~ 입으로 바람 빠지는 소리를 하며 아주 질렸다는 표정을 짓는다.
우붓 근처에서 잡아탄 베모에서 만난 호주 여성여행자도 ‘호러블 꾸따’ 라고 하더니...
꾸따 지역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이곳으로 왔다는 것 자체가 그 여행자의 취향이 어떠한지를 말해주고 있는 거겠지. 꾸따에서 만나는 여행자는 또 꾸따를 최고로 쳐 줄 테지...
각자 자기가 가장 편안할 수 있는 곳으로 방향을 돌리고, 그곳에 둥지를 틀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
동굴을 보고 나온 사람들의 표정이 심드렁~ 하다. 그럼 그렇지... 내 지금까지 ‘동굴’ 이라는데 갔다 와서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구...
“저 가이드 정말 놀랍지 않아? 맨발에 샌들을 신고 있어... 믿을 수가 없군...”
하긴 우리 가이드도 무슨 물질할 때 쓰는 고무장화 같은걸 신고 있다.
대부분 짧은 코스 트레킹을 한 사람들과 달리, 우리는 칼데라의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꼭대기로 꼭대기로 올라간다. 자잘한 자갈과 푸석한 돌이 쌓인 급경사 길에서, 나는 아무리 빨리 발을 움직여도 계속 제자리에서만 빙빙빙~ 도는 바보 같은 헛발질을 하곤 한다.
칼데라 주변을 둘러보는 것은 정말로 ‘멋있었다’.
여기에 오기까지의 힘든 여정과 새벽에 일어나는 고통 등등을 다 보상해 주는 모습이었다.
아마 구질구질한 표현력의 글보다 몇 장의 사진이 그 광경을 잘 묘사해 주리라...
<우리 팀>
<바뚜르 산 정상 부근 풍경>
<아직 용암이 분출한다>
<바뚜르 산과 바뚜르 호수 그리고 호수 앞의 아방 산, 그 뒤로 멀리 아궁 산이 보인다>
칼데라 주위를 다 둘러보니 아침 8시 반, 하산하는 길의 경치는 멋있고 아름다웠지만,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땅바닥만 보고 걷다보니, 그 주변의 경치가 어떠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만, 얼마 전에 흘러내린 것이 분명해 보이는 용암 자국과 검은 재로 온통 뒤덮힌 넓은 평야(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살던 예전의 마을) 풍경은 기억에 남아있다.
자갈길, 돌밭 길, 발목까지 푹푹 파묻히는 모래 길, 그냥 풀밭 길을 걷고 또 걷고....
다리에 부상이라면 부상을 입은 호주 아저씨가 걱정 되는지 가이드가 자꾸 뒤돌아보며 그를 챙긴다. 그는
“나는 바비 오스트레일리안(호주 돼지)이야! 헥헥헥헥”
하면서 웃기는 돼지 소리를 낸다.
마을로 돌아올 즈음, 내 다리는 이미 그 기능을 다한 것처럼 느껴졌다. 주위 아저씨들의 ‘스트롱 걸~’ 이라는 호칭에, 억지 웃음으로 화답하는 것조차 힘겹다.
숙소에서 짐을 싸서 나오니 주인 아줌마가 우릴 향해 손짓한다. 하긴 작별의 시간이지...
“헤이~ 유! 왜 마사지 안하고 가? 나 마사지 잘하는데...”
이 인정머리 없는 주인아줌마 같으니라구...우린 지금 당신 숙소를 떠나는 지치고 갈 길이 먼 사람들이란 말이야... 그런 사람들한테 잘 가란 인사 대신 할말이 ‘마사지’ 밖에 없단 말야...
우리는 이제 돌고래를 보기 위해 발리의 북쪽 해변마을 ‘로비나’ 로 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