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의 여행얘기 4 - 죽음의 트래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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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의 여행얘기 4 - 죽음의 트래킹

BINA 2 1076
아.....드 디 어...저두 글 한번 날렸습니다...아까 날렸는데 다시 쓰려니까 손이 떨려서 한참 티비 보구 노닥거리다가 이제야 컴퓨터 앞에 앉았네요...여행갔다와서 이제까지 집밖으로 한발자국도 안나갔습니다...너무 추워서...ㅋㅋㅋ 내일은 친구들이랑 맥주라두 한잔 하자구 해야겠어요. 썬탠한거 자랑해야죠~그건 그렇구 티비를 보니..한달새에 참 많은 일들이 있었군요~~~^^

12월 19일

추위에 덜덜 떨며 일어났다...일어나니 사람들의 아침인사는 다 한결같이 "추웠지???" 이거다. 이번 겨울이 유난히 춥다고 하던데 치앙마이는 정말 장난이 아니다. 바람 솔솔 통하는 대나무 집에서 모포 몇장으로 견디긴 힘 든거 같다. 밖으로 나와서 햇살이 빨리 나오길 바랬다. 가이드 록키가 아침을 벌써 만들어서 날라온다.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와 딸기쨈과 버터, 언제 먹어도 맛있는 파인애플과 밀크티...참...영화에서나 나올것 같은 아침이다. 12명분 식사를 매끼 혼자서 요리하고 설거지 하는것두 귀찮을텐데..록키는 그저 요리하는게 재미있단다.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떠날채비를 하는데 아이들이 나온다. 어제 준 실핀을 다 머리에 꼽고 있다. 얘네들을 또 언제 볼 수 있을까..하니 정말 죽도록 아쉽다. 여권사진 몇장을 가져갔었는데 애들에게 한장 씩 나눠주고 꼭 한번씩 안아주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마을 입구에서 계속 손을 흔드신다. 정말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을 만들어준 곳을 그렇게 떠나 우리는 또다시 죽도록 걸어야 하는 운명에 놓였다.

길은 어제보다 더 험한것 같다. 가파른 길도 많고 수풀도 많이 우거졌다. 로키가 오늘 폭포에서 수영할거라 해서 반바지를 입었는데 하도 풀에 스쳐서 따끔따끔하다. 폭포까지는 한시간 반 정도 걸어야 하는데 오르락 내리락 정말 지쳐버렸다 게다가 난 이틀이나 잠도 설친 상태여서 맨 꼴찌로 쳐져버렸다. 로키가 많이 힘드냐고 한다. 연속 이틀이나 잠을 못 잔 이유를 대며 찡찡댔더니 그냥 웃기만 하면서 천천히 가잔다. 무슨 산 열매를 따주는데 먹으면 안 될 것 같이 생겼다. 정말 먹어도 되냐며 의심스럽게 물어보자 자기가 먼저 조금 먹는다. 한 입 물었는데 떫은 레몬맛이다..아주아주 시큼~~한것이 비타민 씨가 아주 많이 함유되어 있을것 같다.

어떻게 어떻게 한시간 반이 지나 폭포에 도착했다. 무진장 장대하고 큰 폭포는 아니지만 정말 깨끗하고 물이 정말 정말 차가와서 발만 담궈두 더위가 싸악~가신다. 사람들은 물에 뛰어들고 난리가 났다. 나보고도 어서 들어오라는데 도저히 차가와서 물에 못들어 가겠다. 슬슬 허벅지께까지만 들어가서 머리만 담구고 있었는데두 추위가 느껴진다.

폭포에서 한바탕 놀고 난 후 작은 마을에서 조금 쉬었는데 독수리 날개 두짝이 걸려있다. 그곳에서 부채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영자댁이 만져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란다. "이거...날개를 그냥 똑 끊어놓은거야...." 가까이서 관찰해보니 정말 장난 아닌 크기였을것 같은 독수리를 날개만 똑 잘라놔서 피가 엉겨붙어있다. 갑자기 밥맛이 없어진다....사람들은 그거가지고 자기 어깨에 대고 천사라는둥...-_-;;;유치한 장난을 해 댄다. 아.. 거참 이사람들 나이보다 훠얼씬 귀엽게 논다..

길을 걷다 보니 길에 무수히 많은 코끼리 발자국과 똥들이...(-_-) 널려있다. 그걸 다 피해서 걸으려니 힘이 배로 든다. 맨날 풀만 먹고 사는 애들 그것이 뭐가 더러운게 있을래냐마는...그래두 아무렇지도 않게 턱턱 밟고 지나긴 쪼오끔 신경이 쓰인다.

코끼리 캠프에 드디어 도착을 했다. 거기서 야채를 넣어 끓인 라면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로키가 작은 접시에 방금 딴 야채(?)들을 담아온다. 뭔가 하고 보니까 한가지는 팍치고 다른한가지는 레몬향이나는 민트다. 라면과 팍치...정말 안어울리는데...사람들은 팍치를 듬뿍 넣어서 잘도 먹는다. 조금 쉬고 나서 드디어 코끼리를 타러 갔다. 아무리 우리가 건강해도 서양애들 사이에선 그래도 제일 작아 보이나 보다. 로키는 나와 영자댁을 제일 어린 코끼리에 태웠다.
우리 코끼리엔 가이드도 안탄다. "가이드 없어?" 했더니 걔 (코끼리)는 엄마만 따라다니기 때문에 걱정 말란다. 코끼리 털은...정말 가시 같다. 어쩌면 그렇게 보기와 다른지...왜 바늘 같다고 하는지 정말 알것 같다. 코끼리를 타고 한시간 반 정도 간거 같은데 딱 20분 만 재밌고 나머지는 어떻게 하면 엉덩이 아픈걸 좀 줄일수 있을까 생각하느라 다 썼다. 엉덩이 진짜 무지하게 아프다. 우리가 탄 어린 코끼리..아주 어린건 아니고 그냥 좀 작은 코끼리는 정말 엄마를 잘 따라간다. 앞에 가던 엄마가 갑자기 서더니 큰일을 보기 시작한다...정말 그 양은 거대하다...물에 풍덩풍덩 소리를 내며 빠지는데 입맛이 또 싸악 없어진다...-_-;;;; 이런걸 이렇게 자세히 볼 기회가 주어지다니...그거참 -_-;;;
코끼리에서 내리는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온 마틴 (우리가 푼남이라고 부르던...하두 푼수를떨어서...)이 그만 코끼리에서 떨어졌다. 조심해야 한다. 마틴은 다리가 왕창 까졌지만 마냥 좋댄다...정말 푼수떼기다...

조금 더 (죽 도 록 ) 걸으니 카렌족의 마을이 나온다. 로키의 고향마을이다, 잠자리는 어제보다 조금 더 편할 것 같았다. 카렌족은 고산족중에서 제일 낮은곳에 살아서 집도 대나무만이 아닌 여러가지 재료들로 지었고 모기장 까지 달아놨다. 로키는 저녁준비를 할 동안 강에 가서 수영을 해도 좋다고 한다. 이사람들은 수영 대따 좋아한다. 다들 지쳐있다가도 수영이란 말만 들으면 벌떡 일어난다. 다 같이 강가로 갔는데 카렌족 소년들이 놀고 있다. 아...그 곳에서 수영하다가 우리의 영자댁 그만 안경을 잃어버렸다. 렌즈가 불편할까 해서 안경만 달랑 들고온 영자댁은 그 이후로 장님 생활을 해야했다.

돌아오니 록키는 성대한 저녁을 차려놓고 있다. 호박을 넣어 끓인 카레와 야채, 고기 수프, 방금 따온 바나나...정말 훌륭한 식사였다. 무진장 맛있었다! 저녁을 먹고 몇몇은 모기장 치고 쉬고 있었는데 나와 영자댁도 쉬다가 깜박 잠이 들어버렸다....곤히 잠들은 우리를 호들갑 스럽게 깨우는 사람이 있었으니...바로 영국인 탄야 (푼남이 마틴에 버금가는 푼수떼기 성격좋은 여인네)였다. 우린 거의 끌려나가다 시피 가서 어리버리 게임에 동참했는데 이사람들 갑자기 술마시기 게임을 하잔다. 헉....외국사람들도 술마시기 게임을 한단 말이얏!! 타이산 위스키는 거의 알콜 수준이다...거기에 물을 타서 홀짝 홀짝 마셨는데 게임에 걸리면 그걸 반컵 원샷해야 한다. 게임은 무지 쉬운 숫자게임이었는데 참 잘도 걸린다....결국엔 모조리 돌아가면서 걸렸다. 벌칙을 하나 더 추가해서 주전자 검댕을 얼굴에 묻히기도 했는데 나중엔 한사람도 빠짐없이 얼굴에 검댕칠을 하게 되었다. 로키가 윗마을(?)에서 묶고있는 다른 트래킹팀을 놀래주러 가잔다. 다들 촛불에 의지해서 5분정도 걸어가니 기타반주에 맞추어 노래부르면서 정말 건전히 놀고 있는 다름 트레킹 팀의 숙소가 보인다...모두들 숨죽여 문 앞까지 간 후. " 스콜피온~~~!!!" 하고 소리지르면서 뛰어들어가니 그 트레킹 팀 눈이 휘둥그레 져서 쳐다본다. 우리의 푼수떼기 탄야는 완전 취해서 공연을 한다~스웨덴의 잘생긴 총각 투비도 이미지를 팍팍 망치고 있다.

피곤해진 몇몇이서 먼저 숙소로 돌아와 씻고 자려고 누워있는데 밖에서 로키가 잠깐만 얘기좀 하잔다. 모포를 가져와서 둘러주더니 기타를 치면서 타이의 노래를 불러준다. 그거 참....민망한 상황이다.피곤해서 자야겠다고 하니까 잠깐만 더 얘기하다 자라고 부탁하는데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어서 그럼 잠깐만 있다가 들어간다곤 하고 앉아있었다. 건너편에선 마틴과 투비가 술이 곤드레 만드레가 되어 있고 탄야도 완전 취해서 몸을 제대로 못가눈다. 로키와 그냥 일상적인 대화를 조금 주고 받다가 도저히 졸려서 안되겠다고 하곤 들어왔다. 스르륵 잠이 들무렵 누군가가 정말 산같은 소리로 코를 곤다. 뒤늦게 와서 모기장도 없이 쓰러져 자는 푼수떼기 마틴이다. 그거..참....난 오늘도 잠을 설치게 되는것인가!!!!! ㅠ.ㅠ

12월 20일

어떻게 눈을뜨니 또다시 평화로은 아침이다. 어젯밤엔 미리 대비를 하고 모포를 두장 깔고 세장 겹쳐서 덮고 잤더니 그다지 춥진 않았다. 대신 마틴의 코고는 소리가 있었지....마틴도 모두에게 한소리 들었는지 자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토스트와 밀크 티로 아침을 먹고 마지막 트래킹의 준비를 했다. 새로운 가이드가 한명 더 따라온다. 23살의 맥 이라고 하는 이 친구는 영어가 상당히 수준급이다. 우리의 대나무 래프팅을 도와줄 친구라고 했다.

얼마나 걸어야 되냐고 했더니 2시간 30분이란다....헉........2시간 30분....말만 들어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트레킹 이틀 째가 되니 다들 몰골이 말이 아니다. 나도 머리에 손수건을 질끈 동여매고 완전 시골 아낙의 모습으로 길을 나섰다. 터벅 터벅 걷고 있는데 이상한 가시풀이 손에 달라붙더니 떼어낼려고 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맥이 오더니 하나하나 떼어준다. 다 떼어냈는데도 상처가 남았다. 뭔지 모르겠는데 참 끈질긴 풀이다. 또 꼴찌로 뒤쳐진 나를 오늘은 록키대신 맥이 같이 가준다. 그러면서 "널 어젯밤에 봤는데 사랑에 빠졌다"고 봉창두들기는 소리를 또 한다...내가 가이드 필이었단 말인가....-_-;;;그래 이렇게 시골 아낙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좋다니 너 참 사람 볼줄 안다...한국말로 했더니 "What?" 그런다. 그냥 말없이 계속 걸었다.
처음에 멀리 보이던 버마가 눈앞에 있다. 내리막길이 가파라서 많이 위험했다. 그래도 내리막길이 오르막길 보단 훨씬 낫다. 거의 평지라고 생각이 드는 길까지 나오자 정말 예쁘게 꾸며놓은 집이 보인다. 카렌족의 또다른 집이라는데 수세식 화장실에 샤워실까지...그리고 그 무엇보다 수백가지 종류의 꽃이 피어있는 정원....정말 동화속의 나라에 온것 같다....거기서 우린 쉬고 점심을 먹었다. 처음으로 로키가 아닌 카렌족 아주머니가 해준 볶음밥이었는데 그릇모양으로 동그랗게 꼭꼭 눌러서 오이로 데코레이션도 해서 주신다.
한 접시 다 비우니 배가 부르다. 사람들은 어느새 그 앞 정원에서 축구를 하고 난 간만에 여유를 부리면서 사람들과 롤링페이퍼를 했다. 로키가 오더니 사진을 한장 달란다. 뒤에 이멜 주소와 한국말을 조금써서 주니 정말 좋아한다. 항상 가지고 다닐꺼란다..정말일까...-_-;;;

로키는 우리들의 가방을 따로 트럭에 싣고 마을에 남았고 우린 23살의 가이드 맥을따라 대나무 뗏목이 있는 곳으로 갔다. 대나무 뗏목 생각보다 많이 허술하다. 4명씩 한 배에 탔는데 기다란 대나무 노를 젓는게 아니라 강바닥을 꼭꼭 짚어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맥은 정말 운전을 잘했다. 어느정도 강이 잔잔해지자 여유로운 마음으로 노래도 부른다. 한국 노래를 부탁하길래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를 불렀더니 맥이 무지 좋아한다. 노를 젓다 말고 갑자기 "i love you" 라고 소리를 질러서 같이 탄 영국인 톰 이 "special girl" 이라고 놀린다. 민망한 마음도 잠시...갑자기 난 그 핑강의 물을 한바가지 먹어야했다. 소리없이 뒤로 다가온 맥이 나를 잡고 물로 점핑한것......우웩......그거참...사랑한다더니 다 거짓이었단 말이냐........난 조금있다가 또 한번의 물에 빠짐을 당했다. 우리 뒤로 몰래 다가온 옆 뗏목의 가이드에게 또 한번 당한것. -_-;;;;;;; 하여간에 물을 좀 먹고 나니 배가 부르다. 빠뜨려 놓고 미안한지 춥냐면서 챙겨주지만 쳇! 됐네 이사람아......

갑자기 폭포에 왔다고 난리다. 앞을보니 꽤 높은 댐이 있다. 아니 여길 이 허술한 똇목을 타고 내려간다고??? 내려가다가 똇목이 산산조각나는 인디아나존스 같은 영화의 한장면이 생각나면서 나의 두려움은 최고조에 달했다. 똇목이 댐의 끝부분에 왔을때 쯔음 난 똇목에서 뛰어내려 옆으로 피신했다. 난 걸어서 내려갈래~~~~!!! 하면서...그러나...맥이 가만 놔둘리가 없다. 나를 번쩍 안아서 이마에 멋지게 뽀뽀를 하더니 다시 똇목위에 데려다 놓는다. 난 완전 멍............해졌다...그래 너두 영화를 많이 봤구나...쩝....
뗏목이 댐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한다. 완전 이건 놀이기구 수준이다. 정말 재밌다~~~~~안탔으면 후회했을것 같다. 완전 자연산 후룸라이드!!!
잠시후 목적지에 도착함으로써 우리의 고생바가지 트레킹이 끝이 났다. 로키가 우리 짐을 실은 트럭과함께 기다리고 있다.
3시간동안 다시 썽태우를 타고 치앙마이로 돌아오는 내내 그 흔들리는 트럭 안에서 사람들은 꾸벅꾸벅 존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대서 푹 잤다. 햇살이 뉘엿 뉘엿 질때쯔음 치앙마이에 도착했다. 사람들과 작별의 인사를 하고 로키가 우리가 처음 왔던 파라다이스 게스트하우스 까지 데려다 주었다. 로키와도 인사를 하는데 작은쪽지를 건네주며 자기가 간다음에 읽으란다. 그리고 정말 빨리 사라져 버렸다...쪽지엔 전화번호와 "i love you , forget me not" 이라고 적혀있다...ㅎ ㅏㅎ ㅏ 이사람 끝까지 나에게 웃음을 준다...정말 간만에 느껴보는 소박한 기쁨이다.

가방을 찾아서 우린 뚝뚝을 타고 나이스 아파트 먼트로 왔다.3일 묵는다고 하니 착한 아주머니 600밧에 해주신다. 냉장고에 티비도 있다. 물도 한병 공짜다. 향긋한 냄새가 나는 수건두 있다~
따듯한 물로 샤워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니 정말 날아갈 것 같다. 세탁서비스를 맡기고 (키로에 35밧) 나와서 그 유명한 사쿠라에 갔다. 가격은 헬로태국에 나와있는것 보다 10밧정도씩 올랐다. 돈까스 세트를 110 밧에 먹었는데.....아 정말......정말....맛있다.......ㅠ.ㅠ 미소시루 (된장국)... 그 동안 약간 느끼했던 속이 싸악 풀린다.......정말 감동의 저녁식사를 하고 수박쉐이크(20밧) 까지 마시니 이젠 잠이 밀려온다. 들어가는 길에 제이제이 베이커리에 들려 파이 두개를 사가지고 와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편하게 눈을 감았다. 트래킹때의 고생들은 어느새 잊혀지고 즐거웠던 기억만 새록 새록...입가에 웃음을 달고 잠이 들었다. ^^
2 Comments
BINA 1970.01.01 09:00  
^-^ 감사해여~ 태사랑 덕분에 너무 재밌게 여행했구...빨리 또 가고 싶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요술왕자 1970.01.01 09:00  
캬캬.... 넘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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