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가게 된 홍콩 08 - 소호거리와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밥을 먹고나니 에너지가 좀 돌기 시작했다.
머리도 조금씩 생각이라는걸 하는것 같았다.
어쩌다가 여행의 본격적인 일정을 점심 이후부터 시작하게 되었는지 좀 아까웠지만
(물론 비행스케줄이라는 명백한 이유가 존재한다.)
그런 것 신경쓰지 않고 일정을 시작해본다.
홍콩섬으로 ㄱㄱㅆ~
경치를 구경하면서 홍콩섬으로 가기 위해 페리를 타러 간다.
근데 홍콩도 태국만큼이나 도로가 어렵다.
바로 눈 앞에 보이는데 건널목이 없어서 복잡한 지하도를 통과해야 되고 그렇더라고.
페리 타러 가면서 길을 조금 헤맸는데,
어떻게 건너가야 할 지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 지하도로 들어갔다.
처음엔 입구도 낯설고 지하 풍경도 낯설어서 길 잃어버릴까봐 또 조금 긴장을 했다.
지하도 들어가서 본 거리 연주자.
가늘가늘한 체구에 검고 긴 머리를 틀어올려서 남잔지 여잔지 헷갈리게 했던 연주자였는데,
사실 이 사람의 외모보다도 이 사람이 연주하는 악기가 신기하고 소리가 재미있어서 더 눈길이 갔었다.
몽고의 전통노래 같은 그런 느낌의 소리를 내는 악기였는데,
고전악기인 듯한 대나무통에 최신 태플릿PC를 함께 이용해 연주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가던 발길을 돌려 사진을 찍고 가다가
사진도 찍었는데 그건 아니지 싶어서 약간의 감상료를 내었다.
다시 가서 감상료를 내고 돌아서자 뒤에서 들리는 음악소리에 "Thank you"가 들어있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지하도를 헤매며 겨우 출구를 찾아 나와서는
이런 길을 지나고
1881 헤리티지 인가 어쩌고 하는 이런 건물도 지나서
(여기 있는 명품샵은 정말 ㅎㄷㄷ하게 비싼 것들만 있다더니 가격은 몰라도 내가 모르는 생소한 브랜드 뿐이긴 했었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이 안난다. 근데 그렇게까지 막막 비싸보이지 않았던건 함정 ㅋㅋ)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페리 선착장에 도착했다.
페리 선착장 앞에는 샤샤인가 하는 드럭스토어도 있고,
맥도날드도 있고,
허유산도 있고,
무엇보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했던 7/11이 있다.
편의점에서 교통카드를 두 장 사고 충전했다.
허유산은 맛보고 싶었지만 당장은 배가 부르니 패스.
교통카드를 이용해 페리 요금을 지불하고 들어와 배에 탔다.
운이 좋았는지 바로 탈 수 있었다.
저 쪽에 보이는 엄청 큰 배는 유람선인가? 이러면서..ㅋ
잘못해서 저 쪽으로 갈 뻔 해서 (나혼자만) 재밌어서 찍어봤다.
페리는 금방 도착하는데, 바닷가라 바람이 많이 불고,
배가 뿡뿡 껴대는 시꺼먼 방구 냄새도 쫌 거슬리긴 한다.
2월의 홍콩 날씨를 상당히 예측하기 어려워서 늦여름부터 초겨울 옷까지 챙겨갔었는데,
덥고 습하고 쌀쌀한 날씨라고 말하는게 정확할것 같다.
가만히 있거나 그냥 걸어다닐땐 습해서 좀 더운 편인데,
덥다고 반팔을 입으면 이미 흘린 땀 때문에 페리 타서 부는 바람 맞으며 감기걸리기 딱 좋을 그런 날씨였다.
(혹시 2월에 홍콩 가실 분들 참고하시길)
땀 흘리고 찬바람 맞아서 으슬으슬 감기몸살기운 올라오기 딱 좋을 그런 날씨.
페리 내려서 사람들 따라 쭉~ 가다보면 이런 다리길이 나온다.
쭉쭉 올라가주면 소호로 갈 수 있다.
소호 약간 위쪽으로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도 있다.
우리는 지금 거기로 가는 길이다.
다리 옆으로 보이는 공사중 현장
반대편엔 놀이공원이 운영 중
하지만 생겼다 없어지는 그런 종류의 놀이공원이라 기구는 안전상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선입견 같은 편견이 좀 있다.
부산에서 몇 년 전에 저런 대관람차 사고 났었던거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실것 같다.
IFC Mall에 위치한 애플 스토어
사람 버글버글한거 봐라. 으으.. 보기만 해도 피곤해지는거 같다.
나랑 여행하는 모 양이 홍콩 애플이 저렴하다며 여기서 노트북을 사려고 했었지.
덕분에 여행일정에서 저기는 꼭 가야 한다고 마구마구 우겨서 나를 힘들게 했는데,
다른 계획이 생기면서 자금에 여유가 없어진 모양이 애플 노트북을 포기하고나서야
우리 일정도 원활해지고 관계도 개선이 되었다는 그런 작은 이야기가 있다는건 비밀 ㅋ
일정에 넣었어도 노트북 못샀을 듯..ㅋ
그리고 여차저차 알아보니 우리나라랑 큰 차이는 없었던것 같다.
건물 규모가 어마무시하다.
대륙의 기상인가ㅋ
어마무시하게 큰 명품샵
여기도 지지 않는다.
영국느낌나는 2층버스
도로에 노란선은 왜 저렇게 많은지;;
한국인 운전자인 내 눈엔 다 중앙선같아 보이잖아-0-a
어느 나라가 먼저 만들었는지 몰라도
우리나라랑 비슷하게 버스타는 섬도 있고 그렇다.
찍으려고 찍은건 아닌거 같은데
명품샵 찍다가 찍힌 홍콩 아가씨들
사진 주인공이 바껴버렸네 ㅋㅋ
슬슬 소호 시작인가
여긴 어쩔 수 없었음 ㅋㅋ
뭐, 이런 사진도 있고 그런거지 ㅋㅋ
빌딩숲
그래도 생각보다 숨막힌다거나 공기가 탁해서 숨쉬기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이게 바닷가라서 바람이 씽씽 잘 불어서 그런건지
내가 놀러가서 과흥분상태라 기분이 너무 좋아서 못느꼈던건지는 알 수가 없다.
90년대_홍콩영화에_나왔을_것만_같은_골목길.jpg
그걸_찍으며_감독놀이_중인_모양.jpg
홍콩 풍습인지 중국 풍습인지 몰라도,
설이라 그런지 소원적힌 감귤나무 장식이 엄청 많이 보였다.
공항에서도 제법 크제 만들어놓은걸 봤었다.
홍콩가면 다들 산다는 기화병가
보이길래 들어가서 유명한 것 두어개를 샀다.
먹어보고 맛나면 셋트로 사려고 일단은 조금만 샀다.
그렇게 소호를 계획없이 돌아다니다가
어마어마한 줄을 발견했다.
잘 보니 타이청 베이커리 간판이다.
큰 기대는 안하지만 홍콩에 왔으니 먹어는 봐야 할 것 같아서 줄을 섰다.
아 근데 ㅍㅍ까진 아니라도 ㅅㅅ기운이 돌면서 배가 싸르르 아파온다-_-
동생에게 유명한 메뉴를 알려주고 뭐뭐를 사라고 한 뒤 난 화장실을 찾아 헤맸다.
커피숍도 들어가보고,
멀쩡하게 보이는 큰 건물도 기웃거려봤는데
도통 화장실은 없어보인다-_-
동생만 줄 세워두고 너무 멀리 갈 수도 없고 해서
근방을 찾아보다가 어쩔 수 없이 다시 타이청으로 되돌아왔다.
동생은 이미 주문 직전이다.
주문을 마치고 나와서 화장실을 못찾았다고 하소연을 했다.
동생은 타이청 옆에 있는 이 초콜렛 가게에 큰 관심을 보였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듯이 구경하겠다고 했다.
그럼 넌 여기서 구경을 해라. 난 다시 화장실을 찾아보마 하고 나왔는데
초콜렛 가게 옆의 식당인지 주점인지 모를 가게가 눈에 띄었다.
맥주 두 병을 저렴하게 판다는 간판을 보고
바에 서서 일을 하고 있는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화장실 있어요?"
"물론이지"
"좀 봐도 돼요?"
"응"
화장실이 깨끗한 것을 보고 나와서야 나는 아저씨에게 이야기 했다.
"나 화장실 갔다 와서 주문해도 되죠?"
"그래ㅋㅋ"
그렇게 말해놓고 초콜렛 가게로 가서 가방과 스카프를 동생에게 맞기고,
가게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사태를 수습하고-_-;
평화를 되찾고 나와서 다시 초콜렛 가게로 갔다.
가방과 스카프를 다시 받고, 난 저기 가게에 있을테니 넌 구경을 마치고 오라는 메세지를 전하고
다시 가게로 와서 해피아워 메뉴의 맥주를 주문했다.
한 병은 일행이 오면 조금 있다가 주문하겠다고 하고 내것을 먼저 주문ㅋ
레바논 사람인 사장아저씨가 운영하는
레바논 음식도 파는 술집같은 가게였다.
맥주도 굉장히 자랑스럽게 자기들이 만든 맥주라고 하면서 이것저것 설명을 해 주었다.
도수별로 나눠놓았는데, 대강 설명을 듣고 6도 맥주로 달라고 했더니
'여자애가 그렇게 센 술을?!'
이런 느낌으로 정말?? 하면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네, 저 맥주 좋아하거든요ㅋ"
그렇게 술을 받아들고 한 모금 마셨는데,
약간 스파이시한 맛도 나고 레몬 맛도 나고 신기하고 처음 느끼는 맛이었는데,
기분좋은 맛이었다.
덥고 습한 홍콩의 날씨 속에서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이라니!
게다가 레바논 아저씨는 알듯 모를듯한 웃음을 띄며 매우 친절하게 말도 걸어주고
대꾸를 하다보니 영업을 하시면서
레바논 음식도 맛나다고 먹어보라 하시는데
배가 불러서 먹을 수가 있어야지.
방금 밥먹어서 지금은 못먹을것 같다고 대답도 해주고~
그러는 사이 동생이 왔다.
동생은 4%인가.. 여튼 내꺼보다 조금 약한걸 마셨는데,
둘 다 내 것이 더 맛있다는데 동의했다.
마구 돈을 써버릴까봐 딱 한 개만 사기로 약속을 하고 들여보냈는데,
동생이 저 많은 초콜렛 중에 고른건 스타 더스트 였다.
나중에 먹어봤는데 슈퍼에서 파는 초콜렛보다 확실히 더 부드럽고 풍미가 있었다.
아저씨랑 수다 떨고 셀카 찍고 낮술 마시며 놀다가 나와서 탄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세계 최장 에스컬레이터로 기네스북에 올랐다던데
뭐 그런건 관심없고,
실외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는게 재밌어서
(용두산 공원 에스컬레이터 아직 못타봄. 타봤었다 해도 너무 오래돼서 기억에 없음)
그냥 신기했다.
에스컬레이터 밖으로 보이는 바
저런데 앉아서 낮술 마셔줘야 하는데
긴박한 상황 때문에 일찍 낮술을 마셔버렸다.
재미있는 벽그림
홍콩영화에_나왔을_법한_골목길2.jpg
점심먹고 맥주 마시고 배가 불렀지만
그래도 뜨실 때 먹어줘야 할 것 같아서
먹기 시작한 타이청의 고기파이
치킨이었던것 같다.
맛은.. 음..
고소하고 짭쪼름한 파이지 맛 더하기 양념 닭고기맛
각각은 맛있는데 같이 먹어서 더 맛있는지는 모르겠는 그런 맛.
사실 파이도 내 기준에 맛집으로 소문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유명하대서 남들 다 먹으니 한 번 맛 봤으면 됐다 싶은 그런 맛.
에그타르트도 먹었던것 같은데
사진이 없는건 정신이 없어서 그랬나 모르겠지만
맛이 기억나지도 않는걸 보면
딱히 훌륭하진 않았던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