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가게 된 홍콩 07 - 홍콩에서의 첫 식사
새벽녘에 잠자리에 든 탓에
점심무렵에서야 겨우 일어났다.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방에 계속 있어도 쉴 수 있을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처음 온 홍콩에서 방에만 있을 수는 없으니 또 꿈적거리고 나가본다.
동생이 눈이 아프단다.
다행히 숙소 건물 길 건너에 약국이 있어서 쉽게 샀다.
배가 고파서 일단 밥을 먹으려고 근처에 있다는 밀크티와 토스트로 유명한 맛집을 찾아보았으나,
입구를 찾을 수가 없다;
행인이나 다른 가게 상인에게 물어보았지만,
친절하게 설명해주었어도 찾을 수가 없다;
가라는대로 가봤는데.....
왜..?
나중에 알고 보니 설 연휴라 명절엔 장사를 안해서 문을 안열었단다 ㅠㅠ
그러니 당연히 입구를 찾을 수가 없지.
여튼 토스트가 아니라면 다른거라도 먹어야겠다 싶어서 무작정 걸었다.
복잡해보이고 사람 많은 곳으로..
사람 사는 곳인데 식당 있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배고파서 당장 뭐라도 먹고싶은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식당을 무작정 찾아 헤매는게
내 스타일과는 너무 달랐지만
낯선 도시에서 정신도 없고 피곤하고 배까지 고파 제대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이런 길도 지나고
이런 길도 지나고
여기도 지나고..
점점 복잡해진다.
명품가도 없어지고 사람도 많아진다.
이런 데도 지나고
여기서 좀 더 간 어디였던거 같다.
식당처럼 보이는 곳이 있어서
무조건 들어갔다.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좁은 입구에 들어서자 점원이 몇 명이냐고 물었다.
두 명이라고 했더니 테이블을 안내해준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안내해주는 그런게 아니라,
테이블의 빈자리와 이미 앉아서 식사를 하는 손님의 식사 속도 등을 고려해서
우리 자리를 지정해주었다.
우리는 중년 아저씨와 청년 일행이 식사를 하던 테이블로 안내를 받아
자연스럽게 현지인과 합석을 했다.
둘러보니 외국인은 없는것 같았다.
관광객으로 득시글거리는 침사추이 골목의 식당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관심을 받는다는게 재미있었다.
나보다 조금 어릴것 같은 청년은 우리가 신기했는지 흘끔흘끔 쳐다봤다.
좀 더 구경하고싶었는데 옆에 앉은 부장님(처럼 보였다)이 빨리 가자고 재촉해서 재빨리 먹고 일어나는 눈치였다.
알 수 없는 메뉴판@_@
그 중에 우리가 주문한 것은
국물이 있는 국수랑
(완탕면이라 추측하고 주문했는데, 완탕면이 맞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완탕면이 뭔지를 내가 모른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인것 같다.)
돼지고기 얹은 밥이랑
안어울리게도 밀크티다. -0-;
밥이랑 곁들이려고 시켰다기 보다는,
홍콩의 밀크티는 태국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 맛이 나는지 궁금해서
후식으로 먹으려고 한 잔 주문해 봤다.
언젠가부터 외국여행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는 이렇게 메뉴판을 찍어놓는 버릇이 생겼는데,
주문한 음식이 뭔지 이름을 기억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가 먹은것 정도는 이름을 알아두자는 차원에서 찍기 시작했다.
가격까지 같이 나오니까 나중에 계산하기에도 좋고,
여행기를 올릴 땐 다른 여행자들에게 도움도 될 것 같다.
조금 기다리니 음식이 나왔다.
면사랑 회원인 내가 매우 만족했던 국수+_+
쫄깃하고 바삭하다 해야 하나.. 여튼 식감이 좀 특이했다.
조미료 범벅이겠지만, 난 뭐 맛 구분을 잘 못하겠으니..
국물도 끝내주고~
뜨듯한 것이 피로도 조금 풀리는것 같고..
(저녁에 추울것 같아서 단디 입고 나오니라고 저 때 더웠는데;;)
밥은 살짝 안남미였고,
돼지고기는 "음층" 맛있었다!!
양념을 뭘로 한거지+_+?
밀크티는 확실히 태국이랑 맛이 달랐다.
우리가 주로 먹었던 7/11의 밀크티와 비교를 하자면
덜 달고 물이 더 많이 들어간거 같고, 그래서 홍차 맛이 더 많이 나고,
홍차는 홍찬데 영국식 홍차 아니고 녹차 반 들어있는 듯한 그런 홍차 맛이랄까?
맛은 있었는데 물에 우린 홍차에 우유 섞는 밀크티보단
우유에 우린 홍차에 설탕 타는 밀크티가 좀 더 내 취향이라
당시엔 엄청 감동적인 맛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그 맛이 땡기는건 뭔 이유인지 모르겠다;
다 먹고 나와서 카운터에서 계산을 했다.
주인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얼마라고 이야기해주신 돈을 지불하고
거스름돈을 받아 나오면서 인사를 했다.
"쿵 헤이팟 쵸이!"
그러자 순간 무뚝뚝하고 생기없어보이던 할아버지 얼굴에 웃음이 번지면서
'별 신기한 놈 다 보겠네ㅋㅋ 허 참 ㅋㅋㅋ'
이런 느낌으로 인사해주셨다.
"쿵 헤이팟 쵸이"
침사추이 시내 한복판에서 외국인 없는 현지인 식당에서 밥을 먹은건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맛있기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