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가게 된 홍콩 06 - i-Hotel, 넌 나에게 당혹감을 줬어
i-Square라는 쇼핑몰 건물을 찾긴 찾았는데,
거기 어딘가에 있는 i-Hotel 입구는 아무리 찾아도 모르겠다.
건물 주변을 돌다가 사람이 보이길래 바우처를 꺼내서 냉큼 물어보았다.
당시가 새벽 3시 반 정도였으니 담배를 피우고 있던 어두운 옷을 입은 무섭게 보이는 사람이라도
사람이 보이는게 고마울 정도였다.
"우리 이 호텔 찾고 있는데 어디가 입구인지 모르겠어요. 혹시 알아요?"
"핸드폰으로 주소 넣어서 찾아봐. 나도 잘 모르는데.."
"방금 홍콩에 와서 핸드폰을 쓸 수가 없어요. 와이파이도 안잡히고.. 힝.."
"그럼 내가 찾아볼게. 주소 좀 보여줘봐"
이런 식의 대화를 하고 있는데, 경비인지 경찰인지 제복을 입은 젊은 아저씨가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좀 무섭게..
난 쫄아서 '우리 잘못한거 아니고 싸운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호텔 못찾아서 물어보던 중이었어'라고 설명했더니
주소대로 찾아야 한다고 똑같은 대답을 해주었다.
또 다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여 같은 지점에 도달했고,
결국 자기 핸드폰을 꺼내서 주소를 검색해보더니 따라오라고 했다.
호리호리한 건장한 남자가 슉슉슉 가는걸
체력 바닥 상태에서 무거운 캐리어에 기타 등등 짐까지 바리바리 든 우리가 쫓아가기는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놓치면 호텔 못찾을까봐 열심히 뒤쫓아 갔다.
결국 건물 한 바퀴를 돌아서 반대편 쪽에서 입구를 찾았다.
여기로 들어가라고 알려주고 시크하게 가버린 그 사람은 경찰이었다.
힘들게 뒤쫓아 가면서 기억력을 되살려서 알아내었다.
홍콩엔 곳곳에 경찰이 서있어서 치안이 좋다는 사실을.
경찰에게 길을 물어도 친절하게 잘 가르쳐 준다고 블로그 여행기에 적혀있었다.
겨우 찾은 호텔 입구로 들어서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올라갔다.
역시나 블로그에서 이 호텔 들어가는 방법을 미리 보고 온지라 당황하지 않고
밖에 붙어있는 전화기를 이용해 전화를 걸었다. 뙇!
시간이 시간인지라 자다 깬 목소리로 어떤 아저씨가 전화를 받았고,
방 번호를 말해주니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서로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대화를 하는거라 그랬는지 비밀번호를 엄청 천천히 또박또박 이야기해주었다.
별 문제 없이 호텔 안으로 들어서서 방문을 열었는데,
당혹감은 이 때 부터 시작되었다.
트렁크를 끌고 들어갔는데, 트렁크가 방 안에 다 들어가지 않은 채로 문에 걸렸다.
안이 너무 좁아서 트렁크를 더 들여놓을 공간이 없어서 문이 닫히지 않았던 것이다.
억지로 트렁크를 끌어넣고 겨우 문을 닫았는데,
덕분에 그 튼튼한 철문에 내 새 트렁크는 그 예쁜 표면에 큰 흉터가 생겼다.
슬픔도 잠시,
발 디딜 틈 없는 좁은 공간 때문에
늦은 도착으로 인한 피로를 풀고 다음 날 여행을 준비하기는 커녕
둘이서 어떻게 정리하고 씻고 자야할지 각이 안나오는 상황이었다.
공항에서 마신 과일쥬스와
당시에 먹지 못한 샌드위치.
동생이 안먹는다고 해서 내가 다 먹었다.
맛은 그저 그랬다. 배고파서 먹은거..
먹은거 사진 찍을 당시의 상황
후기 쓰려고 사진 찍을 정신은 있었다.
다른건 몰라도 먹는 사진은 찍어야 한다며..
침대 머리쪽 옆 벽의 선반
침대와 창문
곰팡내가 물씬 났던
곰팡이 엄청 있는 에어콘
냄새가 나서 창문을 열고 틀었는데, 도통 나아질것 같지가 않아서 그냥 껐다.
겨울에 가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 손바닥 두 개 만했던 세면대는 사진에 나오지 않지만..
작아도 깨끗하긴 했던 욕실
천장
저기 걸레는 누가 뒀는지
계속 있었다.
저기 저게 있는줄 주인도 모르는게 아닐까..
방은 사각형의 귀퉁이가 잘린 모양이다.
씻으러 들어간 동생에게 수건을 건네주었는데,
두 세트 중 하나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꿉꿉한 이불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씻고 나와서 곰팡이 수건으로 닦기는 싫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화가 나서 다시 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수건에 곰팡이 피었어요. 이거 못쓰겠어요. 수건 다시 주세요.'
'아.. 수건.. 너 어딨는지 모르잖아..'
'근데 진짜 이건 도저히 못쓰겠어요'
'그럼 옆 방 비밀번호를 알려줄테니 거기서 꺼내서 써요. 비밀번호는 ㅇㅇㅇㅇ이에요.'
수건을 가지러 간 옆방은 잘리지 않은 직사각형이어서
싱글침대 두 개 사이에 공간도 있고,
지금 방보다 훨씬 넓었다.
저 방으로 바꿔달라고 해야겠다 싶어서 다시 전화를 했는데,
다음 날은 만실이었다.
그 다음 날은 바꿔야겠다 마음먹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며 본 것
여긴 호텔이 아니라 게스트 하우스였다.
왜 호텔이라고 이름 붙였어 ㅠㅠ
대강 정리한 모습.
첨밀밀에서 여명이 홍콩에 도착해 고모집 찾아오고,
고모가 준 방에 처음 들어갔을 때의 느낌과
내가 이 방에 들어갔을 때의 느낌이 정확히 일치한다.
그래서 그렇게 된거다.
이 날의 생존신고는..
왜 지옥인지 이제 다들 이해하시겠지.
날짜 | 사용내역 | 사용금액 (HKD) | 비고 |
2월 18일 | 샌드위치 | 18.6 | |
망고쥬스 | 13.9 | 품목 반대일지도.. | |
자몽쥬스 | 16.9 | ||
유심칩 | 80 | ||
N21 버스비 | 23*2 | 공항에서 침사추이까지 | |
합계 | 17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