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가게 된 홍콩 02 - 여행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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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가게 된 홍콩 02 - 여행준비

Robbine 12 1823

 

너무 혼자서 세상을 구할 듯이 바빴기 때문이었을까

비행기를 끊어두었는데도 설레임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여행일정을 짜지도 못했다.

설레일 틈이 없었기 때문에 시작되지 않은 감정은 여행 내내 이어졌다.

 

'신'이 알려준 사이트에서 무료 여행책자와 지도책을 받았다.

http://www.freepam.co.kr

택배비만 내면 홍콩 뿐 아니라 마카오, 대만 책자까지 모두 받을 수 있다.

나 이 분 아니었으면 여행 어떻게 다녀왔을까 싶을 정도로 이 책은 유용했다.

여행가서 보니까 전부다 이 책 들고다니던데 나만 모르고 갔다가 고생할 뻔 했어..ㅋ

 

'신'이 진작에 알려주었지만 11월 쯤에나 책자를 신청했고,

책을 들춰본건 해가 지나고 난 1월 말 쯤이었다.

 

본격적으로 책자를 읽고 지도와 대조하며 공부해서 여행계획을 짜기 전에 내가 했던 여행준비는

홍콩영화 감상이었다.

 

홍콩영화 황금시대보다 조금 늦은 세대라 당시의 문화를 향유하지 못했던 나는

뒤늦게 몇 편의 유명한 영화를 찾아보았다.

영웅본색, 첨밀밀, 중경삼림, 패왕별희.

더 보려고 찾아두었는데, 한 번에 대량의 홍콩영화는 조금 피로했다.

 

영웅본색은 철지난 영화같은 느낌이 물씬 풍겨서 굳이 안봐도 될 것 같은 작품이었고,

중경삼림은 재미있게 보았지만 금성무의 대사는 약간 오글거렸다.

패왕별희는 기대만큼 좋진 않았는데, 딱 한 장면 눈물이 터졌던 곳이 있다.

어린 장국영이 친구와 함께 고된 훈련소를 탈출해서 경극을 본 비교적 초반부다.

국가적 영웅으로 칭송받을 정도의 경극고수 공연을 본 이들은 공연의 수준에 눈물을 펑펑 흘리는데,

이 친구의 말이 나를 울렸다.

 

"저 정도로 잘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이 맞았을까"

 

ㅠㅠ

 

중국의 근현대사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의 (전통 고수와 신문화 받아들이자는 측의 상징과도 같은 두 주인공) 삶이 어떻게 소용돌이 치는지 잘 보여준 영화였지만

중국 근현대사에 아메바 만큼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내가 감동을 느끼기엔 조금 부족했던것 같다.

경극에 대한 이해도 높지 않았고.

 

첨밀밀.. 이거 참 기분 나빴다.

여명이 자전거타고 가는 영화 광고를 어릴때 본 기억이 있는데, 엄청 예쁜 사랑이야기인줄 알았더니

개자식과 나쁜년의 사랑을 이렇게나 아름답게 만들어놓은 감독이 미워질 정도였다.

결국 마지막에 만나서 더 싫은..

그래도 셔츠 휘날리며 생닭 배달하는 여명 비주얼은 마음이 녹아내릴만큼 멋있긴 하더라만..

에잇..

 

 

이렇게 생각보다 여행에 도움 안되는 영화 몇 편을 보고

2월 초에 동생과 커피숍에서 여행책 정독 2시간 후

간단히 관광지 찍어서 일정을 잡았다.

동생에게도 영화 감상을 추천했는데, 자긴 그런거 안보고도 여행 잘 할 수 있다며 거부했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동생이 옳았는지도 모르겠다.

 

태국 여행을 계획할 때의 설레임으로 분 단위까지 쪼개서 계획을 짰던 이전 여행과 달리

이번 홍콩 여행은 두 세 번 나가보고 초보 면하기라도 했다는 얄팍한 자신감이었는지 몰라도

아주 헐렁하게 계획을 세워두었다.

오전에 하나, 오후에 하나 혹은 두 개.

택시를 탈 것이냐 지상철이나 버스를 탈 것이냐를 고민해서 정해놓고 출발했던 태국 여행과는 달리

초보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어있는 시스템이라는 말만 믿고

'어떻게든 되겠지 뭐' 하는 생각으로 '안되면 지하철 타고'라는 마음을 먹고 대강 짰다.

 

식당은 어디가 유명하니 어디어디를 가보자.

일정에 따라서 근처 유명 식당이 뭐뭐가 있나 보자~ 이러면서 디테일하게 고민했던

지난 태국여행과는 달리

이거 저거 조거 유명한가보군. 먹어봐야겠네.

유심칩 살거니까 검색하면 되겠지 뭐. 여행책에도 나오고.

숙소가 침사추이니까 근처에도 많네.

이런 마음으로 헐렁하게 계획을 세우고는 준비를 끝냈다.

 

 

12 Comments
못생김 2015.04.10 01:23  
준비의 결과물이 어찌 펼쳐질지 궁금합니다~ ^^
Robbine 2015.04.10 11:00  
별건 없어요~ 그냥 먹고 구경하고 술마시고 ㅋ
본자언니 2015.04.10 01:31  
나는 스탑오버로 3일을...아무런 계획없이...숙소없이... ㅎㅎ그때는 어떻게 되겠지...그런 자신감...젊다는 것 하나... 지금 우리는...ㅠ.ㅠ
Robbine 2015.04.10 11:01  
그러게. 젊지 않아 ㅠㅠ
디아맨 2015.04.10 16:19  
그냥 여명이 싫어서 보고싶은 맘은 잇엇는대..결국 안본..첨밀밀이네요..전.영웅본색 보고..독한 말보루만 피우다가 포기 ^^
주성치 영화..재밋어요 ㅎㅎ
Robbine 2015.04.10 23:32  
본문엔 안적었지만 희극지왕도 봤는데, 주성치 영화는 저랑은 역시 좀 안맞더라구요.
bomnalcafe 2015.04.11 02:01  
주성치 나오는건 다 재밋던데....요.
서유기가 제일 재밌어요.
월광보합 얏!!!!!
Robbine 2015.04.11 11:05  
월광보합 보고싶던 영화였어요 ㅋ
디아맨 2015.04.11 09:32  
서유기 선리기연. 쿵푸허슬.소림축구....
희극지왕은 저도 안맞앗어요^^
Robbine 2015.04.11 11:04  
소림축구는 재밌었어요 ㅋ
필리핀 2015.04.13 16:47  
첨밀밀... 당시 여성들 꽤나 울렸던 영화죠...

근데 홍콩영화, 하면 이소룡인데!!! ^^*
Robbine 2015.04.14 05:49  
ㅎㅎ 그러게요. 왜 이소룡 영화는 안본건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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