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가게 된 홍콩 01 - 홍콩을 가게 된 이유
때는 2014년 여름의 어느 날이었다.
여름 휴가로 대만을 가려던 나의 야심찬 계획은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무참히 짖밟히게 되었고,
그 한을 풀기 위해 언니들의 태국행 비행기표 예매에 깊이 생각하지도 못한 채 동참하게 되었다.
2015년 설 연휴에 갈 수 있는 티켓을 확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
단톡방에서 '신'이라 불리는 어떤 분의 도움으로 표를 구하긴 하였으나,
역시 브레이크는 한 번 쯤 걸리게 마련인지라
그 표가 방콕행이 아닌 홍콩행이었다.
경쟁력있는 클릭질로 구정표를 예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처음과 다른 결과에 자신도 당황한 나머지 '신'은 이렇게 말했다.
"제가 헷갈려서 홍콩으로 예매가 되어 버렸어요. 원하지 않으시면 제가 수수료 낼게요. 취소 하세요."
사람이 양심이 있지, 그 앞에서 수수료 내달라 할 수도 없고해서
나는 "전 갈게요. 홍콩 어차피 안가본데라 상관없어요." 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홍콩행.
'신'은 홍콩사람들도 우리처럼 음력설을 지내기 때문에
그 때에 가면 엄청난 불꽃놀이 행사도 볼 수 있을거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꽤 괜찮은 불꽃놀이를 한국에서도 몇 번 봤던지라 중국인들의 불꽃놀이 사랑을 알면서도 그 부분에 크게 설레이진 않았지만
설을 외국에서 보내면서도 설 정취를 느낄 수 있을 부분에 대해선 좋았다.
비행기표가 생겼으니 당장 할 일은 호텔 고르기.
여행 계획 중에서 가장 신나는 일이자 가장 스트레스 받는 일이기도 하다.
게다가 홍콩은 숙박비가 어마어마해서-_- 방콕에서 머무는 수준으로 있으려면 한 재산을 탕진해야 하는데,
나는 매번 여행만으로도 한 재산 탕진에 가까운 재산less 인간이라 최대한 저렴한 곳으로 알아보았다.
근데, 또 너무 저렴한 곳은 이불까지 싸들고 가야 할 만큼 "쫌.. 그래"보여서 적당한 선에서 찾은 것이
i-Hotel이었다.
아고다를 뒤져서 찾아낸, 호텔 침구류를 갖춘 작지만 깨끗한 방이었다.
하룻밤 요금이 10만원 전후 였다.
처음 가는 홍콩에서 작은 호텔 머물면서 호텔에서 노닐것도 아니고 하니,
그 중에서도 두 명이서 머물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을 선택했다.
혹시나 아코르 계열 호텔의 프로모션이 있을 수도 있으니 보험의 일환으로 무료취소가 가능한 조건도 만족시키는 아주 훌륭한 호텔이었다.
이렇게 호텔도 간단히 예약.
그 뒤로 나는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시달리며 무슨 인류라도 구하는 사람처럼
열심히 일하면서 홍콩에 대한 일은 잊어버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