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일기 ::: 2012년 6월 4일, 늦은 오후의 미행.
[제목은 사진작가 구본창 선생님의 시리즈 "긴 오후의 미행"에서 차용]
여행에서의 호흡이 있다면 나는 굉장히 천천히 숨을 쉬는 편이다. 뼛속부터 우러나오는 태생적인 느긋함.
소울시티에서의 일상도 사실 그렇게 바쁘지 않고, 바쁜 친구가 시간을 쪼개서 날 만나주어도 나른한 눈빛으로,
"아- 저녁엔 뭐하지?" 하는 일정없음을 한탄하기만 하는 나다. 너는 그런 날 부러워 했지만, 나도 나름의 고충이 있는데.
어쨌든 나의 아침은 느즈막히 시작됐고 오늘은 처음으로 라운지의 컨티넨탈 브랙퍼스트가 아닌,
일반 뷔페조식을 경험해 보기로. 라운지가 소박하고 좋긴한데 뭔가 가짓수가 정말 풍성하지 못해서. 음.
평소엔 늘 아침을 건너뛰지만 여행 중에는 꼬박꼬박 챙겨먹게 되는데, 아무래도 혼자 돌아다니다 보면-
중간에 귀찮아서 점심을 안먹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저녁에 폭식하는 악순환, 다음날 몸이 땡땡 붓는 뭐 그런...
암튼 그래서 아침은 꼬박꼬박 챙겨먹게 된다. 점심을 간단하게 먹어도 왠지 저녁까지 든든하니까 말이야.
그리고 하루에 한코스이상 도는거 싫어라 하는 나지만서도, 은근히 많이 걷게되서 아침은 먹어주어야 해.
더 자고 싶었지만 조식을 먹기위해 일어난다 일어나. 씻지도 않고 내려가서 떡진머리에 잠옷바람으로 아침먹기.
그냥 룸서비스 받을걸 그랬나 (...)
라운지랑 다르게 뭔가 뻑쩍지근. 친구들이 이 사진을 보고 너 정말 "아침"먹은거 맞냐고 (...) 맞거든?
차분한 분위기.
컨티넨탈 조식도 그러하지만 이튼 스마트의 빵종류는 정말이지...
중화권 아니랄까봐 아침부터 딤섬.
그리고 너무 니네 나라 요리 아니라고 면 그렇게 삶으면 안돼...라는 말이 절로 나왔던 소바. ㅋㅋㅋ
기름진 한끼식사. 아침 댓바람부터...하지만 죽이 있다는 점이 참 좋았더랬다.
물론 아시아를 여행하면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죽메뉴지만서도, 입맛에 맞기 참 힘든데 요기 죽 맛나든뎅.
내 입맛은 옛날부터 싸구려! ... 니까 뭐든 맛있긴 하지만. 저 소바는 아니었거든?
그리고 내가 너무 늦게 내려간게 문제였던건지 원래 그런건지 샐러드바의 샐러드가 시들시들.
날 기다리다 시름시름 앓다 시들시들해진건지 원래 시들시들한지는 알수 없으나 시들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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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빈둥.
밥먹고 방에서 빈둥거리다가 호텔을 나선 시각 오후 1시. 화장하고 뭐하고 하다보니 두세시간은 금방가는 듯?
솔직히 쥬디스랑 저녁먹기로 약속 안했으면 난 아마 하루종일 호텔 안에서 뒹굴거리고 있었을걸. (...)
오늘은 스탠리 마켓에 가볼까나 하고 어제 쥬디스가 알려준 "스탠리까지 버스타는 법!"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페리를 타러 가서, 센트럴로 건너가 일단 IFC에서 사기로 마음먹은 딥티크 향수를 구매.
그리고 홍콩역 밑에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스탠리 마켓에 가는 6번 버스 (혹은 260 익스프레스 버스) 타기!
조단역에서 MTR타도 되지만 굳이!!!! 2층버스 타고 페리타고 싶어서 이렇게 갈아타고 갈아타고 가는거. :D
홍콩역에 있는 버스정류장.
6들어가는 버스는 왠만하면 다 스탠리까지 고고싱.
Colourful City :)
동남아 배낭여행을 하며 말도 안되는 교통상황에 적응해왔던 나다. 대도시의 이런 시스템쯤이야. 일도 아니지.
버스는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센트럴을 빠져나가 스탠리로 향했고, 스탠리까지 가는 길이 어떨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이 한 30~40분쯤 걸릴듯? 이 말만 믿고 2층 버스 맨 앞에 앉아서 신나게 사진 찍으면서 놀았는데,
와아- 굽이굽이 언덕 위를 달리는 버스의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그야말로 예술이다. 오와아아우아아아아.
[ 스탠리 가는 길- ]
앞서가는 버스가 뒤뚱뒤뚱.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리펄즈베이다.
[ 스탠리마켓 ]
대충 눈치껏 내리면 됨. 홍콩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은 "대충 눈치껏."
랄라랄라. 날씨가 좋구나-*
가이드북풍으로 사진찍어보기.
마켓의 이런 알록달록함이 좋아.
혼자 보는게 아까우리만치 멋진 풍경! 감동의 도가니탕! ... 을 홀로 끓이며 리펄즈베이를 지나 스탠리 도착.
월요일이라 고즈넉한 분위기의 스탠리는 한눈에 봐도 "나 외국" 느낌을 폴폴 풍겨주었다. 오길 잘했네?
이런 위화감이 느껴지는 풍경 무척 좋아하는데, 여기가 딱 내 스타일이로구나.
거리를 채운건 웨스턴 관광객들과 아시안 단체 관광객들. 호텔에서 대체 어디있는건지 궁금했던 우리나라의
단체관광객들이 다 여기에 와있었구나. 이것이 관광포인트의 위엄이렸다?
[ 스탠리마켓 걷기 ]
왠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과일상점. 쌓여있는게 좋아.
소박한 가게들.
자전거가 휙, 하고.
아이스크림카에 집착.
바다색과 어울리는 예쁜 간판.
아무래도 집착 맞음.
읽어보진 않았지만 스탠리의 역사에 대해 적혀있다.
하도 영어만 쓰고 칸토니즈만 봤더니 한글이 필요했어 ㅠ.ㅠ
고즈넉한 오후의 산책.
햇살이 어찌나 강렬한지 노출이 다 제멋대로.
정말 외국같았다.
맛있냐?
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여자는 양산을 듭니다. (둘다 비슷하게 귀찮음)
어르신들의 산책코스인듯.
맥주한잔 하고 싶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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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마켓을 구경하는 중-!
돌아나오면 또 이런 풍경이...뭔가 바닷가를 끼고 있는 조용한 동네라는 이미지가 박혀버렸다. 월요일이라 그렇겠지?
4일내내 한국말 한마디 못하고 나 이런 식으로 홍콩에 유학오면 영어천재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사람들을 만나도 뭐 가족단위 단체 관광객이니 안면을 튼다거나 이런 뭐 그런 액션은 있을리가 없고.
그냥 고즈넉하고 햇빛이 레이저 광선 같았던 스탠리 마켓 주변을 휘적휘적 돌아다니다가,
왠지 배는 안고프고 피곤한 것도 같은 기분이 들어 커피를 한잔 마시러 갔다.
쥬디스와 함께 발바닥에 불나게 돌아다니고 수다떠느라 고즈넉하게 앉아서 엽서 쓸 시간도 없었던지라,
오랜만에, 집에 가기 하루 전에 친구들에게 엽서를 썼다. 솔직히 쓸말은 없는데...엽서 자체가 그냥 기념인거지.
엽서를 두장 썼을 뿐인데 왠지 손이 너무 아파서 그냥 두장만 쓰고 말았다. -_- 사실 두장밖에 안사기도 했고.
나른한 오후의 기운.
엽서는 무사히 도착했을걸? :)
엽서를 쓰고 쥬디스랑 저녁을 먹기위해 다시 시티로 돌아가기.
아이폰 배터리가 오링나서 잠깐 애플스토어에 들러서 충전을 좀 하다가, 홍콩역에서 센트럴역을 찾는데
미쳐버릴 것 같은 구조 덕분에 멘붕이 오기 시작해서 약속 시간보다 15분 늦게 만나기로 한 프린스 에드워드역에 도착.
홍콩에 왔는데 얌차를 먹지 않으면 곤란해! 라고 내가 가기 전부터 얌차얌차 노래노래를 했었는데,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가게들은 쓸데없이 비싸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로컬피플에게 굉장히 인기있는,
그리고 미슐랭 스타에 빛나는! (몇스타인지는 모르겠음) 가게를 소개해 주겠다며,
프린스 에드워드역에서도 한참을 걸어야 하는- 약간은 후미진 (정말 외국인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는)
골목에 위치한 얌차레스토랑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내가 누구? 오샤레한 레스토랑도 좋아하지만 로컬식당 특유의
정리안된 번잡스러움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호호.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이 얌차집의 이름인거니.
홍콩 국내 매거진에 잔뜩 소개될만큼의 맛집. 체인도 가지고 있다지만 본점이 제일 맛나다고 한다. 당연하지?
딱 봐도 로컬맛집의 위엄을 폴폴 풍기는 이 얌차집의 이름은 읽을 수가 없다. (칸토니즈...)
홍콩내의 여러 매거진과 방송에 소개 될만큼 인기 있는 집이라고 하는 말이 맞는듯. 주로 점심에 얌차를 즐긴다는
홍콩사람들이 저녁에도 모여서 딤섬을 먹고 있는게 아닌가! 오우예이. 이런데 너무 좋아.
실내는 오샤레와는 거리가 먼 그냥 로컬밥집. 짱이지?
많이도 먹었다.
하지만 이 착한가격 어쩔건데.
쥬디스가 시켜준 딤섬들을 신나게 먹으면서, 이 집에만 있다는 안에 고기가 들어있는 특제 번을 맛보았는데,
때때로 다 팔려서 먹을 수 없다는 이 집의 주력메뉴의 위엄이란. 한국에서 팔면 난 아마 부자가 될거야! 라고 말할 정도였어.
쥬디스가 막 웃으면서 너 여기서 일해서 이 집의 시크릿을 가지고 한국에 가게 내는게 어때? 이랬는데 정말 그러고 싶었어.
먹은 양에 비해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에 쥬디스는 "싸니까!" 라며 나에게 마지막 만찬을 대접해 주었다. 흑.
이 은혜는 서울에서 갚겠어. 나야말로 로컬의 위엄을 보여주지. 쇼핑? 맛집? 서치할 필요없어. 내가 아는 곳들로도 충분해!
서울을 여행하는데 있어 뼛속까지 서울러인 나를 가진 나의 친구들은 그야말로 럭키! (...라고 자부심을 느껴본다.)
이 번은 특별하니까 한장 따로 올려봄. 먹고시프다 ;ㅅ; 화밸따위 아웃오브 안중.
얌얌- 맛난 얌차를 먹고 몽콕까지 걸어가는 길에 우표 자판기에서 우표도 뽑아보고, (신기해!)
랑햄 플레이스의 오샤레한 가게들을 구경하다가 친한동생에게 줄 완전 예쁜 우산을 득템하였다! 오우예이!
홍콩에서 미국에서 수입한 우산 사는거예요. 한국에 없으니 괜찮잖아?
랑햄 플레이스를 휘적휘적 돌다가 센트럴에서 발견한 신발을 여기서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안샀다 ㅠㅠ!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사왔어야 했나 싶지만서도 뭐 다음에 또 가면 되고 난 너무 신발만 다섯켤레 들고왔고...아...
밥먹고 수퍼마켓 들러서 로컬라면을 사는 즐거움 :D
친구가 추천해준 닭고기 육수, 전복맛 인스턴트 누들을 사왔는데- 으아, 엄청 맛났어! (집에와서 이미 먹어봤음)
왼쪽에 있는 버튼이 우표자판기이다. 홍콩의 우체국 심볼컬러는 Green. 상큼해!
프린스에드워드에서 몽콕까지 걷는 길에, 홍콩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낡은 거리의 상점을 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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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일을 그만두고 일본으로 건너가는 쥬디스는 격무에 치이면서도 날 위해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홍콩의 여러많은
블링블링한 곳들을 함께 해주었는데, 마지막까지 그녀의 섬세한 배려덕분에 나의 첫 홍콩여행은 그야말로,
그 어떤 곳을 여행한 것보다도 많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랑햄플레이스. 빙글빙글 돌다가 선물할거 이것저것 사고 잠깐 쉬어가는 타이밍.
끝내주는 초코렛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는 몹시도 초코렛인 awfully chocolate.
이런 고급스럽고 깊은 초코렛맛은 처음이야! 완전 반해버렸지뭐야 >.<
오로지 초코렛을 위한,초코렛에 의한 아이스크림과 생초코렛, 케익을 팔고 있는데- 그야말로 예술이다!
랑햄 플레이스에서 홍콩의 아가씨들이 너무나 좋아한다는 초코렛 아이스크림을 맛보고,
서울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바이바이.
가는 길에 홍콩에 왔는데 먹어보지 않을 수 없지, 하며 하나 사들고 들어온 에그타르트 :) 한개면 충분!
홍콩에서도 어김없이 생계형쇼핑 (...) 전세계 어딜가도 마트를 털어오는 여자.
몽콕에서 조단역까지 걷기.
나의 홍콩에서의 마지막 밤은...
팩킹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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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쇼핑에서 비싼건 하나도 없어. 다 짜잘한거야. :(
근데 이 난장판은 뭐냐고 ㅠ.ㅠ
짜증나니까 현실도피.
짐은 저대로 내버려두고 이거먹고 그냥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