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일기 ::: 2012년 6월 3일, 일요일의 애프터눈티.
홍콩에서 특별히 뭔가 하고 싶은게 있어? 라는 질문에 "노 아이디어." 라는 말로 의욕없음을 표방하던 나인데,
그런 내게도 이거라면 꼭 해봐야겠다! 싶은게 있었으니 바로바로 여자의 로망, 홍콩에서의 애프터눈티.
그 유명한 페닌슐라의 애프터눈티는 왠지 너무 유명하다보니 감흥이 없고, 내사랑 하얏트에서 해볼까나 했는데,
쥬디스가 전화를 걸어 예약확인을 하니 일요일인 오늘, 피로연으로 아예 풀부킹이 되어있어서 안된다고. 흑.
급실망 하고 있는 나에게 "맨더린 오리엔탈도 괜찮으니까 오늘은 거기 가자."며 달래주던 쥬디스. 완전 땡큐야.
Continental Breakfast at E-club.
쥬디스가 호텔로 온 시간은 한시 반 무렵.
느즈막히 일어나서 주말은 11시까지인 클럽라운지의 컨티넨탈 조식을 끝나갈 무렵에 내려가서 먹고,
밥먹고 나서 샤워하고 호텔 수영장을 어기적 거리면서 돌아다니다가 쥬디스 올 시간 맞춰서 방에서 놀았다.
그렇게 또 오후 늦게 일정을 시작하는 나란 여자. 쥬디스가 나한테 너 방을 너무 좋은데를 잡아서 밖에 나가기 싫은거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거 같아 -_-;;; 호텔이 너무 편해서 밖에 나가면 피곤이 밀려오는것만 같았어. 물론 그것도 그것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21층, 수영장에서.
작고 귀엽다. 수영복은 가지고 왔는데 이미 풀메이크업 상태라 수영은 하지 않아 (...)
이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밤 11시까지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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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나가볼까?
2층버스 맨 앞에 앉기 :)
영화 중경삼림의 "청킹맨션" ... 들어가볼래? 라는 말에 아니 내가 상상했던거랑 달라서 싫어. 라고 했다.
그토록 보고싶어 했던 청킹맨션이었는데, 아무런 감흥도 흥미도 일지 않았던 이유는 대체 뭘까.
이 건물의 사진조차도 제대로 남겨놓은 것이 없다.
도착한 첫날 봤던 빛바랜 크리스마스 트리같은 풍경이 너무 충격적이었던건지, 이게 다야.
센트럴까지는 페리를 이용하기로. 옥토퍼스 카드로 3달러면 이용가능.
흐릿한 날씨다.
흐린날도 흐린대로 운치있는 센트럴.
IFC까지 연결되어있는 통로. 여긴 뭔가 끝없이 공사중이었는데 매립해서 만들어낸 땅이라고 한다.
선착장 근처에 일요일에만 열리는 작은 마켓에서 발견한 핸드메이드 파우치와 캔버스백.
자투리천을 이용해서 만든 파우치가 너무 예뻐서 동전지갑으로 쓰려고 2개 샀다. 2개 사면 15달러 :)
IFC몰에서 한장. 쾌적하기 짝이없다.
+
페리를 타고 센트럴로 건너가서 홍콩에서 제일 높다는 IFC에서 쇼핑몰을 살짝 둘러보고 바로 맨더린 오리엔탈로 고-
세시 조금 안되서 도착했는데 그때 런치뷔페가 끝나고 세시반부터 애프터눈티 시작한다고 한다.
"근처 돌아다닐래, 아님 로비에 앉아있을까?"
"귀찮고 피곤하니까 앉아서 수다나 떨자." (...나란 여자)
-해서 삼십분 넘게 로비에서 비비적 거리면서 수다삼매경. 서울 놀러와서 뭐할지 가이드북을 가져 왔길래,
어디 나왔나~ 봤더니 이런데가 관광지라고 소개가 되는구나, 싶은 곳들이 잔뜩 나와있어서 신기한 기분이었다.
쥬디스도 우리나라에서 나온 홍콩 가이드북 보면 마찬가지겠지? ㅋㅋㅋ
맨더린 오리엔탈 홍콩.
오리엔탈은 이런 느낌.
로비에서 시간떼우기. 애프터눈티 기다리는 사람이 꽤 있었다.
오리엔탈에 와있어서 그런지 계속 츠지히토나리의 소설 "안녕,언젠가"의 한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는데.
그건 배경이 오리엔탈 방콕인데 왜 느닷없이 홍콩에서 그 소설이 떠오르는거지? 나 외롭구나? -_-;;;
+
애프터눈티는 영국문화권이었던 홍콩에서라면 당연스럽게 느껴지지만 다른데서는 뭔가 유니크한 느낌으로 다가와서,
우리나라에 애프터눈티가 있냐고 묻길래 디저트 카페는 많지만 이런 티문화는 느낌이 다르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으흠.
예전에 영국에서 온 청년에게 "어머 너희도 커피를 마시니? 티랑 스콘이 아니고?" 이런 바보같은 질문을 했었는데,
"티랑 스콘은 올드패션드하다고. 요즘은 우리도 커피 많이 마셔." 뭐 이런 대답이 돌아왔었더랬다. 올드패션드라니. -ㅅ-
애니웨이, 맨더린 오리엔탈호텔의 애프터눈티는 크게 두가지 였지만 우리가 선택한건 시즌한정인-
다이아몬드 쥬빌리 로얄 애프터눈 티? 이런 뻑적지근한 이름의, 가격이 보통의 1.5배 정도 비싼? 애프터눈티였다.
나는 여행왔고 이 자리가 무척 특별하다고 생각하니까 한정판으로 하겠어! 라며 ㅋㅋㅋ (그냥저냥 리미티드의 노예)
근데 한정판이라 그런지 스페셜메뉴여서 그런지 이게 주문한지 30분이 다 되어가는데 나오지가 않는거야.
조식을 완전 늦게 먹긴 했지만 쇼핑몰 조금 돌아다닌 정도로 미칠듯한 허기가 밀려와서 살짝 짜증이 돋고 있었는데,
뭐랄까 애프터눈티를 즐기는 주변의 그 느긋함에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긴 했었다. 이래서 분위기가 중요하다니까.
메뉴는 눈앞에 있는데 자꾸 한정메뉴에 눈이가는 이유는 무엇...
이름도 이뻐. 다이어몬드 쥬빌리 로얄(!!!) 애프터눈 티. 로얄!!!!
은식기와 함께 설레이는 셋팅.
오픈하자마자 사람이 꽉꽉차던 애프터눈티타임.
의미없음.
일단 다과(!)가 나오기 전에 차부터. 잎차를 우리는거라 따뜻한 물은 떨어지면 계속 채워준다. 상냥해.
천상여자입맛? 스트로베리 그린티. 상큼한 딸기향이 돋보이던 녹차였다. 홍차였음 좀 더 뻑뻑했을텐데, 딱 좋았던.
여유롭고 좋구나...근데 우리건 왜이렇게 안나오니...
드디어!
따땃한 스콘을 먼저 먹고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디저트로 마무리 짓는 애프터눈티.
이게 양이...여자 둘이 먹기에 너무 많은 양이라는게 믿기 어렵겠지만- 스콘이 장난 아니었어 ㅋㅋㅋ
따끈하게 서빙되는 두가지 종류의 스콘. 크림과 잼을 발라서 먹을 수 있는데, 둘다 무지 맛난거라...
잼은 로즈무슨베리잼인데 맨더린 호텔 베이커리에 가면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후후후...
왠지 양이 적어보였던 애프터눈티셋트는, 스콘 4개의 위엄에 빛나 우리의 배를 가득 채워주었고-
맨더린 오리엔탈의 특제 장미향 라즈베리잼은 한병에 150달러가 넘었지만 이걸 진심 사야하나 고민하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왠지 사오면 먹지 않을 것만 같아서 와서 먹는걸로 하자고. 다음에 또 오면 되지 뭐. 이랬다.)
결국 끝을 본 우리에게 썸즈업!
티타임을 마치고 근처 쇼핑몰을 돌아다니다가 IFC돌아와서 딥티크 향수를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또 고민에 빠졌다가,
쥬디스랑 TWG라는 티카페이자 티리프를 판매하는 매장에서 둘이 한시간 넘게 정신을 잃고야 말았다.
하아.. 잎차 오타쿠인 내게 여긴...그리고 나는 거기서 고작 센차티백과 틴케이스에 든 홍차를 샀을 뿐인데
7만원 돈이 술렁 빠져나갔다. (악마의 패키지들! 너무 예쁘잖아!)
TWG. 이 곳에서도 애프터눈티를 즐길 수 있다.
벽면을 채우고 있는 통들은 차를 덜어파는 용도로 각기 종류가 다르다.
이런 작은 케이스를 사서 원하는 잎차를 넣어서도 구매가 가능한데.
케이스 가격도 만만치 않다는. 특히 맨 윗줄은 프랑스 직수입이라 가격이 두배. 호호.
하지만 한없이 여심을 자극하는 이런 클래식한 패키지인거다.
특별패키지의 TEA LEAF들. 우와- 싶은 향도 있고 이거 뭥미 싶은 향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과일향이 나는 차들이 좋았어.
지나가다 고디바 매장 발견-
요 너무 예쁜 아이스크림 컨셉의 초코렛을 사들고 왔어 :)
그리고 알마니 꽃집. 하- Jane Packer같은 브랜드 꽃집의 노예인 나에게 이런건 정말 함정이야 ;ㅅ;
트램을 타고 란콰이퐁 일대를 돌아다니다 너무나 특별한 스타벅스에서 홍콩 시티 머그를 득템! (비싸 ㅠㅠ HK$103)
코즈웨이베이까지 트램라이딩! 벤더푸드를 맛보는 즐거움! 등등을 누리다가 집이 있는 조단 역으로 돌아오는 그런 일요일.
하루 왠종일 걷고 맛있는 것만 먹고 예쁜것만 보고, 좋은데만 가고- 이런 호사를 또 언제 누리려나 싶다가도,
좋은 친구를 둔 덕분에 참 행복한 시간 보내는 구나- 하며 내가 살고 있는 "지금"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게 되었다.
[ 센트럴 ]
일요일이었다.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그 풍경이다. 필리핀 노동자들의 휴일을 보내는 법.
쥬디스에게 "마치 피크닉 나온것 같은걸." 했지만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던 이유가 뭘까.
센트럴을 특별하게 해주는 "트램"
티파니역이다.. (응?)
[ 란콰이퐁 ]
웨딩촬영이 한창이었는데, 홍콩의 웨딩촬영은 우리나라보다 저렴한편이라고. 나중에 홍콩에서 찍어볼까? :)
쥬디스가 알려준, 아주 특별한 테마의 스타벅스.
올드홍콩느낌의 인테리어가 테마인 스페셜한 스타벅스. 안에서도 웨딩촬영이 한창이었다.
나두나두 여기서 웨딩사진 찍고 싶어. 큰오빠의 파리로케 웨딩촬영사진 보고 침을 줄줄 흘렸는데 홍콩도 좋은걸?
화장실 들어가는 입구의 발 조차도 이런 홍콩 특유의 반짝거림이다.
믿을 수 없지만 스타벅스 맞음. 근데 이런 테마를 가진 스타벅스는 고베에도 있다.
고베의 이진칸 거리에 가면 동네 분위기에 맞춰 인테리어를 해놓은 아주 고풍스러운 스타벅스가 있는데,
곧 오사카에 살게 될 쥬디스에게 그 이야기를 해줬더니 꼭 가보고 싶다고. 나랑 같이가. 나도 갈래.
헤헷. 여행지에서 유일무이하게 수집하는 스타벅스 시티머그.
짠. 조금 더 멀리서 잡아보면 여긴 스타벅스가 맞지요 :)
일요일이라 다른때보다 일찍 문닫는 스타벅스에선 머그만 사고 나왔다. 밖에 나오자마자 이 귀여운건 뭐지...
지나가다가 럭셔리의 끝을 보여주던 상해탄. (맞나?)
이거 쫌 무섭다...고 했던 디젤의 캠페인 (...)
마크&스펜서였나. 귀여운 쇼윈도. :)
걸어걸어 가다보면 이런 번화가가 나오는데,
반짝반짝하다.
클래식한 외관의 얌차집.
정신없어 보이지만 이런 느낌이 어울리는 이유는 여기가 홍콩이기 때문이겠지.
일요일이라 거리는 한산하지만 조명은 여전히 뽐내듯이 반짝거리는 밤거리.
별 의미도 없이 눈길 닿는대로 사진을 찍어대는 나였다.
그 유명한 란콰이퐁의 Pub 밀집지역.
다양한 테마의 Pub들을 만날 수 있다.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왔으면 좀 더 복작복작 했을텐데.
그냥 말그대로 "관광객" 처럼 관광만 하다가 왔는데, 다음엔 꼭 주말에 오겠어. 맥주라도 한잔 해야지. 아쉽잖아.
[ 코즈웨이베이 ]
코즈웨이베이까지는 트램을 타고 이동했다. 사람이 엄청 많았는데 내리기 직전에 기사아저씨 옆에서 사진찍기. ㅋㅋㅋ
타임스퀘어 쇼핑몰 앞에는 천안문사태를 기리는 작은 집회(?)가 있었다. 그러고보니 하루 전날이었구나...
도착한 날 하버 앞에서도 비슷한 풍경을 봤었는데 쥬디스랑 가가가 "천안문사태 알고 있니?" 하고 물어봤었다.
근데 난 무거운 얘긴 하기 싫으니까 여기까지.
타임스퀘어 쇼핑몰 앞에 있던 와플가게. 이게 엄청 맛있는 냄새가 나는거라 ㅠㅠ
하지만 오후에 애프터눈티로 이미 탄수화물은 치사량을 먹은 날이어서 그냥 냄새만 맡았는데, 다시보니 먹고싶네?
냠냠 맛난걸 시켜볼까?
밥되는거 먹어야 된다구. 육개장같은 색깔인데 샥스핀 수프 맛이야.
한끼 간단히 해결하려는 사람들로 북적대던 가게. 맛있었다. 슈마이...
타임스퀘어 앞에 줄지어 서있던 택시들.
슬슬 체력이 바닥인데 집에 갈까? 쥬디스도 내일은 출근해야하니.
MTR타고 조단역으로 슝슝-
흠 호텔로 돌아와 왠지 적적한 마음이 들어서 한잔 할까나 했는데, 뭔가 혼자 마시기엔 너무나 즐거운 분위기여서,
집 앞 레스토랑에서 밥 포장해서 사들고 들어와서 맥주랑 마시고 잤다.
호텔에 돌아오면 느끼게 되는 약간의 쓸쓸함. 낯선 천장을 바라보며. Good Night.
어제 쥬디스랑 점심을 먹었던 집앞 레스토랑. Take away도 해준다.
세븐에서 칼스버그 사와서 먹고 자기. 근데 밥이 되게 많은데 저거 다먹은거 있지 (...)
G'n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