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일기 ::: 2012년 6월 1일, Just Arrived.
아침 아홉시 비행기였다.
집에서 인천공항까지는 넉넉잡아 한시간 십분? 조금 더 걸릴때도 있고. 덜걸리기도 하고.
지난번에 태국갈때 열시 비행기여서 집에서 일곱시 십오분에 떠나는 리머를 타고 갔으니까...
이번엔 적어도 여섯시 십오분에는 타야 한다는 이야기네. 음.
그런데,
6월 1일 아침. 일어난 시각 6시 45분. 오우...
엄마가 "너 안가니?" 라고 방문을 열지 않았더라면 아홉시까지 자고 있었을거야.
짐은 다 싸놔서 들고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여자의 아침이란 할일이 왜 이렇게 많은거야.
어영부영 하고 있다보니 일곱시 십분. 리무진 정류장에 도착한 시간은 일곱시 십삼분.
7시 15분에 온다는 리무진 도착한 시간은 7시 25분. 예이.
내 캐리어는 26인치.
그렇게 8시 30분경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나 아침 아홉시 비행긴데 이 배짱은 단연 장군감인데?
수하물도 부쳐야하고 면세품도 찾아야하고...아...
아시아나 카운터로 발바닥에 불나게 뛰어갔는데 오늘따라 사람이 왜이렇게 많은거야!
줄을 섰다가는 체크인 할때 이미 비행기는 홍콩을 향해 날고 있겠지. 이럴수가.
단체관광객인지 현지로 돌아가는 로컬피플들인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안되겠다! 싶어서,
반대쪽에 있는 비지니스 첵인카운터로 가서 "나 9시 비행긴데 뒤에 사람이 너무 많아, 어떡해요?!" 하니까-
텅 비어있는 다른 카운터를 안내해주기에 그 곳에 달려가서 여권을 들이밀고 체크인 해주세요!
"손님. 근데 수하물은 이미 마감 되었는데요, 어떡하죠?"
"네 뭐라구요? 제꺼 기내사이즈도 아니고 안에 액체류 한가득 들어있어서 못들고 타는데요?"
"늦어도 출발 35분 전에는 도착하셔야 수하물 부칠수 있는데 20분 밖에 안남았어요."
"저 이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들고 가야되는데 다른 방법이 없나요?"
"사이즈가 안되면 저기 대한통운에 맡기시거나..."
"그럼 다음 비행기는요? 저 다음 비행기라도 타야겠어요!"
"좌석 풀이라 그것도 불가능 하신데요."
"다음 비행기로 짐이라도 보내주세요, 저 이거 없으면 홍콩에 가는 의미가 없어요."
"그럼 일단. 가시죠! 짐을 보내러 가봅시다. 한번 시도는 해볼 수 있어요."
두둥.
보안검색대 들어가기 전에 항공사 직원분이 내 짐을 들고, "저를 믿으시고, 비행기 타러 가세요!"
라는 말과 함께 내 캐리어를 어떻게든 비행기에 싣기 위해 들고 달려가고,
나는 비행기 타러 들어가는데 피가 바짝바짝 마르는 느낌. 그 와중에 친구에게서 메세지.
"잘가고 있어?"
"나 9시 뱅긴데 이제 도착해서 보안검색대야."
"헉."
"면세품도 찾아야 되는데."
"괜찮아. 늦으면 너 찾으러 와."
그래 Don't be hurry.
아 근데 왜!!!!!!! 인천공항 면세품 찾는 곳 위치가 바뀐거냐고 ㅠㅠ?! 딴데서 헤매다가 겨우 찾아서 번호표 뽑고,
10분 남았는데 면세품 찾는 줄도 왜이렇게 긴거야 ㅠㅠ?!
물건이 적은 롯데꺼 먼저 찾고 신라면세점 갔는데 사인해야하는 품목이 헐.
노련하게 사인회를 하다가 5분도 채 남지 않았길래 "어머 언니, 제가 9시 비행긴데." 했더니 (말투는 느긋)
갑자기 손이 두배로 빨라진 신라면세점 직원분. 완전 멋있었다. ㅋㅋㅋ
뛰는건 싫고 시간은 없고 빠른 걸음으로 게이트를 향해 가는데, 전화가 왔다. 내 첵인을 도와주던 그 아시아나 직원분.
"지금 어디세요?"
"게이트로 가고 있어요."
"짐 무사히 같은 비행기에 실렸으니 걱정 마세요! 운이 좋았어요!"
"완전 고맙습니다. 이렇게까지 신경써주시다니...정말 감사해요!"
"걱정 마시고 언능 비행기 타세요. 그리고 지정 해놓은 좌석 첵인 마감되서 풀렸던거,
가장 가까운 자리로 재배정 해뒀으니까 아까 티켓에 쓰여있는 자리 말고 새로 배정된 자리에 앉으세요."
스타얼라이언스 항공사 이용할때는 인맥을 적극 활용하여 일부러 최대한 "앞자리"를 미리 배정 받는데,
이게 체크인을 늦게 하니 좌석이 풀려버린거...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좌석을 다시 배정해주는 그런 센스까지 발휘해 주다니. 아침부터 늦어서 짐때문에 멘붕오고,
정신이 이미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가 이렇게까지 챙겨주고 있단 사실에 눈물이 날뻔했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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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폭풍같은 아침이 끝나고 무사히 비행기에 탑승완료.
좌석은 바꿔주셨지만 첵인할때 배정받은 곳도 나쁘지 않아서 그냥 안바꾸고 잘 앉아서 왔다.
맥주도 마시고 비빔밥도 먹고. 인천발 홍콩행 아시아나는 외국인 크루가 많아서 뭔가 외국항공사 이용하는 느낌?
시바스 18년을 살까 잭 싱글배럴을 살까. 난 왜 만날 이런것만 고민해? -_-
비빔밥 좋아좋아 :D
사막같은 기내에서 나의 피부를 보호하겠어. 이거 쫌 많이 좋은거 같아 :)
국적기 조쿠나. 우리 태현님 얼굴도 볼 수 있고. 잇힝.
이제 쫌만 더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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첵랍콕 공항 도착 :)
나랑 같이 비행기 못탈뻔 했던 내 캐리어 ㅠㅠ 새삼 반갑구나...
기내에서 1박 2일 보고 면세품도 사고 멍하니 있다보니 어느새 홍콩 도착. 확실히 태국갈때보다 가깝구나 싶었다.
어버버했던 정신상태를 가다듬고 홍콩공항 도착해서 "옥토퍼스카드" 구입하러 나갔는데,
왠지 아는 사람인 것 같은 사람이 내 앞에 서있는데...이 분은 친구네 형님 아니신가.
몇년전에 같이 밥먹은 적 있는데 친구랑 이미지가 닮았고 워낙 훈남(!)이셔서 잊기 어려운 포스가 있었는데.
내가 기억력 하나는 또 비상하게 좋기도 하고 해서 확신을 갖고 친구한테 카톡 날렸더니 맞다며 ㅋㅋㅋ 형님 홍콩이시라며 ㅋㅋㅋ
아 이럴수가 이런 왓어스몰월드라니 ㅋㅋㅋ 메세지 보내는 사이에 형님은 어디론가 가시고 나는 시내 들어가는 버스타러 슝.
이정표 잘 따라 나오면 만날 수 있는 버스 인포메이션. 어렵지 않아요.
흐릿한 날씨에 덥지않고 쾌적한 기온. 5월 초에 태국에 다녀왔던지라 이정도면 엄청 쾌적하지.
몽콕방면으로 향하는 A21버스. 타는 사람 많다고 걱정했는데 버스가 생각보다 많이 크다. 다 앉아서 감.
마치 홍콩에 와본 것 같은 노련함은 모두 나의 친구 덕분 :) 호호.
가이드북 따위 넣을 공간 가방에 없는 나란여자, 쥬디스[홍콩친구]가 날 위해 모든 디테일을 페이스북 메세지로 보내주었다.
덕분에 편리하게 호텔에 도착했는데...홍콩버스는 내릴때 방송 이런거 안하고 자기가 알아서 내려야 하는 시스템인듯?
어차피 방송을 해줘도 칸토니즈로만 해주면 난 못알아 들으니까 들으나 마나지만, 어디서 내려야 할지는 알지만,
그게 어느 타이밍인지 모르는게 함정이다. 근데 아주 다행스럽게도 내가 묵을 호텔은 하트오브시티, 도심 한복판에 뙇!
2층 버스의 위에서 창밖을 내다보는데 내 눈에 들어온 이튼 스마트 호텔. 아. 이제 내리면 되는구나아~ 노련하게 하차.
공항에서 시내 들어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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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튼 스마트 호텔 로비.
호텔 체크인도 노련노련, 2시에 도착해서 미리 첵인하는데 원랜 3시 체크인이라 아직 룸메이크업 중이니
클럽룸을 예약한 널 위해 준비했다며, 클럽룸 전용 라운지 가서 앉아있다가 룸메컵 끝나면 알려줄테니 짐맡기고 쉬고
있으라고 해서 라운지에서 홍콩도착 세레모니를 페이스북에 한바탕 하고 커피마시고 과자 먹으면서 놀고 있었다.
내가 누리게 될 서비스라는데 음 그러니? (...) 주말조식 11시까지 이거 맘에드네.
입이 심심한 여자의 간식.
꽤 많은 사람이 왔다갔다 하는 라운지에 내 뒤에 한참 이메일을 보내고 계시던 할머니 한분이 계셨는데,
호텔 스탭들이랑 이야기 하는데 영어가 너무 노련하신 거다. 그래서 아 홍콩은 나이 많으신 분들도 영어를 참 잘하는구나-
뭐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룸메이크업 끝났다고 카드키 받아들고 자리털고 일어서면서,
할머니랑 눈이 마주쳐서 눈인사를 살짝 드렸더니,
"너 어느나라 사람이니?"
"코리안이예요."
"그랬니? 너무 당연하게 홍콩사람인줄 알았는데. 나도 한국사람이야."
"아 진짜요? 한국사람이라고 전혀 생각 못했어요!"
"왜? 나 한국사람 안같아 보여?"
서로 한국사람일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
"영어를 너무 잘하셔서 여기 사시는 분인 줄 알았어요."
"아니야. 나 미국에서 40년 넘게 살았더니 한국말을 잘못해."
그래서 이 대화는 모두 영어로 하고 있었다 (...)
"그래서 한국에서는 얼마나 살았니?"
"저 서른인데, 한국에서 산 시간만 30년이죠."
"뭐? 서른이라고? 언제 그렇게 오래 살았어? 스무살밖에 안되 보이는데! 아시안걸이란 나이를 알수가 없다니까."
하하하 홍콩도착하자마자 동안소리 듣고 뭐랄까 느낌이 좋다.
암튼 할머니랑 잠깐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고 나는 객실로 휙~ 올라왔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룸 회전율이 좋지 않은지 금연룸이 만실이라기에 어쩔 수 없이 흡연으로 배정 받았는데-
넓은 방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게 생각보다 담배 쩐내가 너무 심각해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방 바꿔달라 얘기했더니 오늘은 힘들고 내일 첵아웃 상황봐서 옮기는 쪽으로 하자고 했는데,
나 외출해있는 동안 탈취제를 얼마나 뿌려주었는지 나갔다 들어오니까 이게 또 괜찮아서 짐 다시싸기도 귀찮고,
4일내내 같은 방에 묵었다. 내 방 1924호.
자, 시작해볼까.
집중집중.
그리고 그 후.
허물을 벗기고 나면 가짓수는 늘 몇개 안된단 말이지.
호텔에 짐풀고 면세품 해체세레모니 한바탕!
그리고 잠깐 주변을 돌아다녀볼까나 했는데 이게 왠지 귀찮은거라. 어차피 이따 쥬디스 만나면 발바닥에 불나게
돌아다닐텐데 잠도 많이 못자고 멘탈에도 문제가 있는 상태여서 만나기 전까지 방에서 릴랙스 하기로.
내가 호텔을 선택하는 기준은 언제나 "창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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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홍콩. 첫느낌이 굉장히 좋다.
뭐랄까 막연하게 여태까지 가봤던 동남아의 대도시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긴 차원이 다른 느낌?
그게 어떤 느낌인지는- 여행기 전반에 걸쳐 이야기 하게 되겠지. 벌써부터 그리운 홍콩. 내가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