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며 자꾸 뒤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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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클릭하시면 타임머신을 태워드립니다.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배낭여행자에게는 이런 곳이 정말 좋은데...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佳人... 한국에 돌아가면 롱리라는 고성이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고 말해 드리리다.

 

마을 사람 외에는 아무도 없는 고성을 둘러봅니다.

한적한 고성입니다.

세상과는 아직도 단절된 듯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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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교 다리 입구에 작은 비석이 모여 있습니다.

마치 비석 치기 하려고 꽂아둔 것처럼 보입니다.

죽은 사람의 시신은 이곳에 없겠지만, 후손이 조상을 기리는 마음이 다른 마을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에 사는 한족은 집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도 사진과 사당을 만들어 조상을 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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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돌아보고 있으려니까 지나가던 마을 어른 몇 사람이 다가옵니다.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고 바로 길옆에 있는 산으로 올라가 보라고 권합니다.

그러면 그곳에서 이 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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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돌로 정성들여 만든 오솔길이 무척 예쁩니다.

아무도 없는 길을 우리 부부는 걸어서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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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佳人의 전공인 다리만 둘러보고 돌아가려 했지만, 자꾸 여러 번 권유하기에 할 수 없이 산에 오릅니다.

산이라야 작은 언덕 수준이지만...

그러나 이 작은 언덕을 오르는 길에도 고성처럼 모두 자갈을 땅에 박아놓아 포장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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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에는 사당이 있고 중국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관우 상도 있습니다.

마치 우리의 성황당같은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곳은 진무사(眞武寺)라는 절이라고 합니다. 승려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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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은 수시로 이곳에 올라 마을의 안녕을 빌었을 법 한 곳이군요.

마을이 생긴 이유가 군사가 주둔하기 위한 둔보이기에 이곳에 모신 신도 모두 칼을 들고 있습니까?

이런 것을 왜 만들까요?

승리에 대한 마음가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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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불안하고 무서웠기에 만드는 것입니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인간이 만든 인형에게 칼을 쥐게 했습니까?

인형 중에 제일 무섭다는 처키정도는 되어야 공포심을 유발하지 않겠습니까?

처키도 아닌 것에 갑옷 입혀 손에 칼을 쥐여줘 봐야 용맹한 먀오족이 눈도 끔쩍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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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 들었지만, 사실은 나를 해치는 물건입니다.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으면 롱리고성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곳에다 사당을 만들고 인형에 칼을 들게 하고

무사하기를 빌었을까요?

높은 담장은 외부로부터 나를 보호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를 격리시는 것입니다.

 

인간이란 참 나약한 존재임이 틀림없나 봅니다.

황제라고 하는 자... 곤룡포만 벗기면 그냥 탐욕스러운 비곗덩어리입니다.

카다피... 권총 풀고 용병 돌려보내면 그냥 사막을 떠돌며 모래바람 날리는 천막에서 생활하는 베두인 족입니다.

이런 자들은 언제나 땀과 눈물과... 그리고 마지막에는 민초의 목숨마저 내놓으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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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리꾸청을 내려다봅니다.

두려움 과 무서움에 돌을 하나씩 쌓아가며 만든 성이 아니겠습니까?

먀오족을 진압하기 위해 주둔한 군인들의 둔보이지만, 오히려 진압당하지 않으려고 성벽을 쌓고 그안에서만 살았습니다. 

고성 옆으로 작은 강이 휘감아 흐릅니다.

 

이 강이름이 용계(龍溪)라고 하며 밤에 달이 떠 이 강을 비추면 그 경치가 죽여준다고 용계야월(龍溪夜月)이라 부른답니다.

지렁이 눈물만한 냇물을 거창하게 龍溪라고 이름짓고 살아왔습니다.

용이 아무리 타락해도 그렇지 이무기도 살기 어렵겠습니다.

이 모든 게 두렵고 무서워 주변을 용으로 도배하고 보호받고 살고 싶은 나약한 마음에서 출발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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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에 보이는 도로는 진핑에서 리핑으로 가는 지방도로입니다.

왼쪽이 동쪽이고 위가 남쪽방향입니다.

고성 앞으로 도로가 가로지르고 그 건너가 바로 병사들에게 나누어준 논과 밭입니다.

이렇게 둔전을 만들어 황실의 곳간을 채우고 남는 것은 주둔군 스스로 살아가게 하였습니다.

구이저우에서는 제법 너른 뜰입니다.

세 평 평평한 땅이 없다는데 이만한 넓이면 구이저우에서는 대단히 넓은 평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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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따라 서쪽으로 가보니 그곳에는 회백정(懷伯亭)이라는 정자가 있습니다.

이런 고성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우리 부부는 즐겁습니다.

600년 전의 사람을 만나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돌아다니며 보고 생각하고...

마치 타임캡슐을 혼자만 몰래 열어보는 느낌입니다.

덜수라도 불러 함께 거닐면, 많은 이야기도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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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자 아래로는 고성과 이웃마을을 잇는 서강(西江) 평수석교(平水石橋)라는 돌로 만든 돌다리가 있습니다.

성 밖과 고성을 연결했던 중요한 다리였나 봅니다.

돌로 튼튼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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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로는 보를 막아 동네 공동 빨래터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곳에서는 저녁노을이 아름답게 비친다고 롱리 팔경 중 하나인 금성석조(金星夕照)라는 명소라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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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돌아서 고성 안으로 다시 들어가렵니다.

멀리 장원교가 보이고 냇가에 돌로 쌓은 석축에는 가을 들꽃이 노랗게 피었습니다.

이런 길을 걷게 되면 어디선가 팬플루트로 연주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꽃이 막 피어나며 톡톡 터지는 소리도 들립니다.

시냇물 소리도 들립니다.

 

게다가 새가 지저귀고 풀잎마저도 바람결에 사그락거리는 소리도 들립니다.

세상은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데...

이런 소리가 들리십니까?

만약, 들리셨다면 이미 님은 여행을 무지 사랑하시고 여행을 꿈꾸고 계시는 아름다운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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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문을 통하여 성벽 안으로 들어옵니다.

성안에 사는 한족의 집에는 모든 집 출입문 상인방에 그 집이 추구하는 가훈 같은 글을 적어놓았습니다.

아마도 그들이 이곳에 주둔한 목적인 주변에 먀오족 오랑캐(苗蠻)와는 차별화 전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누가 오랑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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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예쁜 야만인 보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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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살랑거리며 재롱피우는 야만인도 보신 적 있수?

이 모습에 덜수가 뻑~ 소리나게 갔다는 말이 아니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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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야만인 처자는 어떻습니까?

중원에서 말하는 오랑캐의 모습이 이런 모습입니까?

나 원 참 !!!

 

땅 욕심에 남의 땅을 빼앗으려는 자가 오랑캐가 아닌가요?

설마 중국이라는 문명국이 남의 나라를 침범했겠습니까?

이번 유엔 안보리에서도 리비아 제재를 끝까지 반대하다가 오히려 리비아 유엔 대사가 많은 국민이 죽어가고 있다고 제발

세계인이 힘을 합쳐 카다피를 제재해달라고 애원하는 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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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난 나라입니다.

전투시 성벽으로 오르내릴 수 있게 계단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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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은 오르내릴 때 손잡이로 이용할 수 있게 돌을 밖으로 일정하게 나오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아마도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내릴 때 손으로 잡고 오르내리기 쉽게 하려고 만들어 놓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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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위에는 밖을 향해 총이나 활을 쏠 수 있게 홈을 파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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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마을 기념일에 잔치하는 모습인가 봅니다.

롱리꾸청이 아름다운 이유는 전혀 꾸밈이 없고 옛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고성은 유흥가보다 더 타락했고,

대도시보다 더 바가지를 씌우고,

고성을 모두 뜯어고쳐 술집으로 만들어,

가만히 바라보면, 마치 피부에 전혀 먹혀들지 않아 화장이 들떠버린 흉한 모습이지만,

롱리는 전혀 꾸미지도 않고 화장도 하지 않아 자연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부끄럼타는 촌색시처럼

담장 밑에 함초롭게 핀 봉숭아처럼 수줍은 모습이 더 마음이 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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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의 사계.

아까 우리가 올랐던 바로 그 언덕에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에 고성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인 듯합니다.

이곳도 겨울에는 눈이 내리는 곳인가 봅니다.

이제 조용하고 외로운 섬을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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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며 자꾸 뒤돌아보게 됩니다.

사람이 그리워 말도 잘 통하지 않은 우리 부부 붙잡고 이야기하시던  영감님도 그렇고...

그때도 버림받았고 지금도 아무도 찾지않는 고독한 옛성이 눈에 밟히는군요.

 

롱리는 우리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고성입니다.

그러다 보니 찾아가는 자료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구이저우의 숨은 보석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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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구경을 모두 마치고 나오니 12시 40분이 되었습니다.

고성을 둘러본 시간이 2시간 30분 걸렸네요.

그런데 성문에서 바라보니 버스 한 대가 막 지나가네요.

그 후로는 버스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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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있던 빠오처 운전자가 다가와 오후 5시가 넘어야 버스가 온다고 100원에 리핑까지 가자고 하네요.

우리 부부는 기다리는 일도 여행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고 그마저도 즐기며 다니는 사람입니다.

오늘 가는 차편이 없으면 또 이곳 롱리에서 하루를 묵고 가면 되니까요.

그 사람이 가고 난 후에 우리 옆에 있던 동네 젊은이가 다가와 리핑 가는 버스가 2시 30분에 오니까 그 버스를 타고 가라며

작은 차는 주의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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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하라는 의미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우리 부부에게 작은 소리로 알려줍니다.

중국에서는 믿어야 할 사람과 믿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있나 봅니다.

2시 반이 가까이 되자 정확히 버스가 옵니다.

리핑까지 12원/1인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어느 날 황제는 장군을 불러 군사 몇백 명을 끌고 롱리라는 곳으로 가 성을 쌓으라 합니다.

이곳으로 온 군사는 왜 왔는지 영문도 모르고 돌로 성을 쌓았습니다.

이제나저제나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렸지만, 소식은 끊어지고 마냥 기다렸습니다.

나중에 한 사람씩 가족을 불러 함께 살아왔지만, 아직 황제의 철군 명령이 없어 롱리에는 한족 군사의 후예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도성에서 철군 명령서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말입니다.

롱리고성은 먀오족이 사는 지방에 홀로 외롭게 성을 쌓고 살아가는 한족의 외로운 섬입니다.

두려움에 두리번 거리며 처음 이곳에 발을 디디던 날도 오늘처럼 무심한 흰구름만 바람결에 흘러갔을 겁니다.

오늘처럼 바람결에 흔들리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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