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리고성은 사람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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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리고성은 사람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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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은 먀오족을 중국의 집시라고 합니다.

5천 년간 중원의 힘에 의해 늘 쫓겨다니며 동으로, 북으로 그리고 마지막 남으로 이동하며 살아왔습니다.

이곳에서도 다시 산속으로 산속으로 꼭꼭 숨어들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갖은 고난을 당하며 오직 치우의, 치우에, 치우를 위한 치우만 믿고 살아온 민족인 먀오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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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리 고성에 외롭게 살아가는 한족...

그러나 그 집시를 방어하라는 명령을 받고 이곳으로 파견 내려온 한족이 진정 고향 떠나 여기까지 흘러온 집시입니다.

롱리는 먀오족이 살아가는 지역 한가운데 던져진 고독하고 외로운 한족의 섬입니다.

사방이 용맹한 먀오족이 사는 곳이니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겟습니까?

그런 무서움을 달래기 위해 마을 잔치라도 할 때면 용춤을 더 격렬하게 추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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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격렬하게 춤을 추다보니 용도 힘이 들어 지쳤나 봅니다.

박물관 입구에서 휴식중인 용이 입을 헤~ 벌리고 헥헥거리고 있습니다.

 

골목길을 걷습니다.

주위를 쳐다보며 눈이 마주치면 가벼운 눈인사도 나누며 걷습니다.

인사를 주고 받으면 경계심이 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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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책상에 돋보기를 쓰고 글을 쓰시던 노인 한 분이 계셔서 우리 부부는 가벼운 목례를 하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합니다.

그 노인은 우리 부부에게 손을 들어 올라오라고 부릅니다.

안에 있던 의자까지 들고 나와 앉으라고 권합니다.

어디서 왔느냐고 묻습니다.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깜짝 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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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시고 계신가 들여다봅니다.

깨알처럼 쓰인 글을 다른 노트에 옮겨적고 계시는군요.

나이도 적지 않은데 돋보기를 쓰고 글을 쓰고 계셨던 겁니다.

(79세라고 하신다.)

노인은 그야말로 교육을 제대로 받은 인텔리겐치아였습니다.

佳人은 노인이 이곳으로 이들을 보낸 주원장 타도를 외치는 격문이나 쓰는지 알았습니다.

아니면 재스민의 향기를 기다리시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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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눕니다.

부인은 오래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혼자 살고 계신답니다.

노인은 사람이 그립습니다.

사랑이 그립습니다.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한국 부부와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영감님~ 佳人이 영감님 사진 한 장 찍을께요. 그리고 제 블로그에 올려 놓으면, 혹시 이곳 롱리꾸청을 찾는 한국사람이

이 사진을 보고 영감님을 찾아와 잠시라도 말동무가 되어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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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에 영감님 집 위치까지 표기했습니다.

정문인 청양문을 들어와 중간쯤 골목에서 좌회전하면 남문이 보이고 우측에 박물관이 있습니다.

박물관을 보시고 남문으로 가시면 사진에 오른쪽으로 골목길이 있고 그 끝에 관가(官街)라는 골목길이 있어

그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오다가 오른쪽에 영감님 집이 있습니다.

 

몇 대 전 할아버지가 이곳에 들어와 자리 잡고 살아왔기 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이곳에 태어나 그나마 한족이라는 자부심으로

공부도 열심히 하며 버텨왔지만, 마누라도 저 세상으로 간 지금...

모든 게 외롭고 그리울 뿐입니다.

앉아 있는 자리 뒤로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 부인의 사진이 보입니다.

(혹시 그 할아버지가 덜수라는 할아버지는 아니겠죠?)

 

우리는 한참을 앉아 함께 이야기하며 쉬었다 갑니다.

일어나 가는 우리 부부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이루핑안(一路平安)을 기원합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생면부지의 사람을 듣지도 못한 곳에서 만나 서로를 격려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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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롱리고성의  위치를 구글지도에서 찾아봅니다.

롱리시앙(隆里鄕)은 리핑에 속한 마을이 아니라 진핑의 행정구역에 있어 진핑에서 더 자주 버스가 다닙니다.

40분 마다 한 대씩 진핑과 롱리고성 사이를 오고 갑니다.

리핑에서는 2시간 정도에 한 대씩 롱리를 거쳐 진핑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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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明이라고 중국 역사상 가장 번창했던 시기에 영토를 칼라로 표시한 지도입니다.

지금이라도 모두 이시대로 돌아간다면, 중국의 영토는 1/3로 줄어들지 않겠어요?

그러면 다람살라의 서글픔도 없겠지요.

세상에 대명천지에...

왜 손챈감포는 며느리로 공주를 달라고 했으며 공주표 문성공주를 며느리로 맞이했다가 나중에 왕비로 삼아 부마국이 되어

세월이 흘러 중국이 군대를 이끌고 들어오게 한 빌미를 제공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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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몇백 명의 군사만 이곳으로 이주시켜 주둔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족이 합류하여 성안에 살게 되었고

동문 앞으로는 넓은 뜰이 있어 군인에게 나누어 주어 농사지어 먹고 살라고 했답니다.

그냥 먹고 살라고 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둔전(屯田)은 관전(官田)이기에 나라에 올려 보내고 남는 것을 먹고 살라고 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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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잘먹고 살라고 했으니 오래 살아야겠다고 길 이름도 장수가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그 후로는 중원에서 너희는 계속 이곳에서 잘 먹고 잘 살라 했다고 그냥 주저 앉아버린 지 어언 600여 년...

젠장! 아직도 철군하라는 소식이 없어 오늘도 한족끼리만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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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북소리 꽹가리소리가 들립니다.

네... 갔습니다.

오늘도 또 한 사람의 한족이 이곳 롱리에서 먼나라로 갔습니다.

그때 이곳으로 영문도 모른 체 내려온 병사의 후손이 오늘도 저세상으로 갔습니다.

 

젠장! 망자의 마지막 가는 길에 북 치고 장구 쳐봐야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이제 이곳이 고향이 되어 육신을 이곳 먀오족이 사는 지방의 한가운데 묻습니다.

마지막 들이마신 숨조차 모두 뱉지 못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 세상을 하직하며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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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고 했나요?

부디 오늘 고향을 향해 머리를 반듯하게 눕이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북망산에서 주원장이라도 만나면 그동안 벼르고 별렀던 일을 묻고 따지세요.

그곳에는 계급장도 없고 곤룡포도 다 썩어 문드러졌을 테니까요.

사실 계급장이나 입은 옷 때문에 주눅이 들었지 벗겨 놓으면 모두 똑같잖아요.

허리춤에 권총 풀면 카다피도 그렇고 그런 평범한 한 명의 베드윈 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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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가 떠난 길에는 다시 고요함이 찾아옵니다.

바람이 불고 지나간 수면이 다시 고요해지듯이...

 

롱리 고성의 촌장이 제게 부탁합니다.

혹시 여행 다니다 주원장을 만나면 언제까지 이곳에 있어야 하느냐고 물어봐 달랍니다.

주원장이 바빠서 이곳 롱리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이나 하겠어요?

기억해도 아마 '못 먹어도 고!'라고 했을 겁니다.

그리고 佳人은 아직 베이징에는 가보지도 못한 사람인데요.

이제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우유바다 젓기라는 유해교반에서 생명수라는 암리타가 나올 시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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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주원장은 1392년 롱리로 군사를 보내라는 명령을 내리고 1398년 그만 저 세상으로 계획도 없이 가버렸습니다.

천 년 만 년 잘 먹고 잘살 줄 알았지만, 겨우 6년 만에 불귀의 객이 되었습니다.

그는 갔지만, 그때 가져온 무기는 그대로 보관되어 있습니다.

 

까마귀 고기를 먹었는지 롱리의 일은 그만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인계인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가버렸습니다.

그 후 1398년 2대 황제로 등극한 혜종 주윤문이는 자기는 서류에 사인한 적이 없다고 나몰라라 오리발만 내밀었습니다.

그 오리가 베이징 덕은 아니겠죠?

여기 분명히 증거가 될만한 무기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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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우물이라는 古井...

지금도 사용합니다.

예전에는 먹는 물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집집이 수도가 들어오기에 허드렛물로 사용합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대부분 젊은 분들은 생소한 모습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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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돌아다니며 신을 기우라고 외치고 다녔다고 이름 지어진 신기료 아저씨

중국은 아직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어린 시절 고무신도 기워 신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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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의 모습과 노인과 그리고 신기료의 모습이 어쩌면 이렇게 잘 어울리는 그림인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합니다.

지금 우리 부부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세상으로 백 투 더 퓨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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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 옛날 병사들이 살았고 비상이라도 걸리면 병사들이 창칼을 부여잡고 뛰어나올 것만 같습니다.

늘 불안한 마음에 마음 졸이며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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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도 행세께나 했던 집안은 이렇게 가문을 빛내는 사당도 있습니다.

아마도 이곳에 올 때 병사를 끌고 내려온 우두머리가 아니었을까요?

잘난 집안이라고 조상도 이곳 롱리까지 모셔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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陳氏네 귀신은 고향을 떠나 왜 이곳까지 온지도 모르고 후손이 차려주는 차례상과 제사밥을 매년 먹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젠장... 여기에 와보니 주원장이 귀신까지 외롭게 하였습니다.

귀신도 여럿이 어울려 놀아야지 이렇게 객지에 혼자 와 있으면 심심해서 또 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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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사연이 있고 집안마다 애환이 있습니다.

비록 서로 다른 고장에서 차출되어 이곳에 왔겠지만, 지금은 모두 한마을 사람이 되어 이웃사촌으로 오순도순 살아갑니다.

서로가 외로기에 더 끈끈한 정으로 친척보다 더 가까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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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성 밖을 돌아봅니다.

방금 버스타고  오며 보았던 다리로 먼저 나가봅니다.

혹시나 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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佳人은 다리만 보면 무조건 찾아갑니다.

아시죠?

왜 다리만 찾는지?

위의 돌다리가 아니고 아래 사진의 무지개 다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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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리의 용도를 모르겠습니다.

다리가 너무 크고 높게 만들어졌습니다.,

다리 이름은 장원교(壯元橋)라고 적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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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다리 건너 산 아래 장원사(壯元祠)라는 사당이 있다고 하던데,

그곳을 오가는 길목에 있는 다리라서 이름이 장원교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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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한족의 후손이 장원급제라도 하여 그 덕으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크게 만들었나요?

가방 크다고 공부잘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롱리꾸청의 사람은 몰랐나요?

마차도 다닐 수 없게 되어 있으며 고성과는 제법 거리도 있어 이해하기 어려운 다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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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리 건너에 작은 산이 있고 그 산 아래는 만인비(萬人碑)라는 비석이 있습니다.

전투 중에 죽은 사람을 기리는 비석인지 알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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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밑의 풍경을 용담홍영(龍潭虹影)이라고 부른답니다.

용계(龍溪)라고 부르는 강에 이곳 다리 아래에는 늘 연못처럼 물이 고여 있기에 용담이라 부르고 용담에 물이 고여있는 모습이

마치 무지개의 잔영처럼 아름답다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ㅋㅋㅋㅋ 용담이랍니다. 용이 어찌 이런 얕은 물에 산답니까?

土龍인가요?

 

건너편으로 건너와 다시 한 번 다리 사진을 찍어 남겨봅니다.

아~ 정말 이곳에도 나의 메릴 스트립은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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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나타났어요... 나의 메릴 스트립이 드디어 다리 위에 나타났습니다.

여러분도 보이시죠? 노란 옷을 입은 나의 연인~ 드디어 찾았습니다.

佳人을 기다리며 다리 위를 서성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롱리꾸청은 사람이 그리운 마을입니다.

사랑이 그립습니다.

사람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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