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발길 돌려 오늘 하루 더 마링허를 돌아봅니다.
좌우지간, 이 시기에는 싱이에서 가는 두 곳의 아침은 완전히 안갯속을 헤매다 오게 됩니다.
오후에 다니는 게 구경하기는 훨씬 좋아 보이나 오늘 오후에 황궈수(황과수:黃果樹)로 떠나야 하기에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습니다.
물론 큰 배낭 두 개는 숙소에 맡기고 다녀와 바로 옆에 있는 시짠에서 버스를 타고 떠납니다.
최근에는 수많은 사람이 구이저우로 몰려듭니다.
어디 중국인만 오겠습니까?
한국 관광객도 얼마 전에 TV에서 구이저우 몇 곳이 방영된 후 요즈음 대세는 이곳인 듯합니다.
교통이 불편해 많은 사람이 오지 않았기에 전통이 지켜지고 그게 문화유산으로 많은 사람이 몰려옵니다.
해사청(海獅廳)이라는 바다사자 모양의 바위가 있는 쉼터입니다.
이곳에 와 앉아서 쉬게 되면 누구나 바다사자처럼 멍하니 입만 벌리고 협곡 위만 올려다봅니다.
마눌님! 입 다물어~
입을 벌린 바다사자가 꼭 바보 같아요~
멋진 다리 모습입니다.
안개 때문에 오히려 더 신비스럽기까지 합니다.
남녀가 츄리닝바람에 건너갑니다.
관광객은 아니고 동네 사람이나 중간 매점에 근무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처음으로 사람 흔적을 보았습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직접 다리 입구에서 바라보니 별로입니다.
이 다리를 건너 반대편 협곡을 따라 가야 하나 건너지 않고 조금 더 진행하면 멋진 모습이 기다립니다.
이 다리는 나중에 건너가기로 하고 조금 더 진행합니다.
이 코스 전체를 이름 하여 천성화랑(天星畵廊)이라고 합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협곡이라 마치 처마처럼 흐르는 물에 쓸려 내려온 석회성분의
종유석을 만들 듯 나무 잎사귀 같기도 한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마링허 협곡은 어느 날 갑자기 "쩍~" 소리와 함께 갈라진 모습처럼 보이나 사실 무너져내린 모습이라 합니다.
양쪽을 밀어붙이면 짝이 맞을 듯하지만, 그 사이의 약한 부분이
오랜 세월 동안 침식작용에 의해 무너졌다고 보는 게 옳다는군요.
그 이유는 양쪽 절벽이 무척 물러 작은 힘만 가해도 지금도 무너진답니다.
절벽은 마치 처마의 추녀처럼 생겼습니다.
물이 계속 흐르며 이런 이상한 모양을 한 듯합니다.
부서져 버린 옛 다리입니다.
지금은 출렁다리로 통과하지만, 예전에는 아마도 이 다리를 통하여 건너다녔던 모양입니다.
사람이 없어 조용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이 되시고 싶으시면 저기 다리 중간에 서서 이쪽으로 바라보세요.
제가 한 장 찍어 드릴께요.
그러니 원래 평지였던 이곳이 땀 밑으로 흐르던 지하수가 계속 무른 지하부분을 씻겨 내고
그 무른 부분이 서서히 쓸려 내려가며 계속 계곡을 깊이 파 내려가게 되었다고 하네요.
무른 곳은 씻겨가고 단단한 곳만 남아 지금의 협곡으로 남았겠지요.
그러니 어느 날 푹 꺼지며 단단한 곳만 남아 생긴 차별침식의 예라고 하는군요.
그래서 푹 꺼지며 떨어진 약한 바위가 협곡 바닥에 쌓이고 물의 흐름에 따라 곰보가 되었답니다.
총 길이 75km 중 실제로 걸어 다니며 볼 수 있는 길이는 15km라네요.
그러나 개방된 길이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아래 사진의 모습에서 무엇이 느껴지시나요?
수목이 우거진 모습이나 흘러내린 물에 함께 녹아내린 석회암 성분이 세월이 지나며 침착되어 살아있는
나뭇잎 모양으로 보입니다.
점점 빠져 들어갑니다. 원시의 세계로...
이곳 저곳에서 떨어지는 폭포
지금은 비록 건기이지만, 여름 우기에는 장관이었을 것 같습니다.
협곡 곳곳에 있는 폭포에서 물이 떨어지며 물안개를 만들고 그 물안개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깊은 협곡은 우리를 점점 더 깊은 곳을 빨아들입니다.
맑은 날에 보는 모습도 좋겠지만, 이런 안개 자욱한 모습도 때로는 좋을 수 있습니다.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떨어지는 물은 안개비가 되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일 것 같습니다.
오늘은 바람도 필요 없습니다. 안개가 잔뜩 끼었으니까요.
날이 맑아 좋은 풍경을 보면 좋겠지만, 뭐... 이런 모습도 때로는 새로운 맛이 있잖아요?
과라니 족을 만나 공포에 떨며 오보에를 연주하던 가브리엘 신부 생각은 왜 또 나는 겁니까?
왜 있잖아요. 영화 '미션'에서 나왔던 그 장면 말입니다.
떨어지는 물줄기는 하얀 소매를 길게 늘어뜨린 여인의 춤사위를 보는 듯,
한 마리 나비가 춤을 추는 듯. 바람 따라 이리저리 하늘거리며 날립니다.
원래 자연이란 꾸밈이 없고 있는 모습 그대로가 좋은 것 아니겠어요?
정말 자연이 만든 모습은 경이롭습니다.
이런 곳에 오면 옷깃이라도 여미며 그냥 숨소리도 죽여가며 조용히 바라보는 일뿐입니다.
그리고 가만히 귀 기울여 자연의 소리를 듣고 영혼과 대화해 보세요.
"지구의 가장 아름다운 상처"라는 마링허 협곡....
누가 상처를 주었을까요? 저 佳人은 아닙니다.
그럼 누가 상처를 주었을까요?
그래요 맞아요.
가장 아름다운 상처라는 마링허 협곡에 흐르는 물의 일부는 인간이 사용하고 버린 오,폐수가 흐릅니다.
아픈 상처를 더 아프게 합니다.
그 이유는 이곳의 위치가 높은 산 위에 계곡이 만들어져 높은 산에서 계곡으로 물이 흐르는 게 아니라
인간의 생활 터전인 평지에서 아래로 꺼져버린 계곡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이 바로 1000m 이상인 윈구이(운귀:雲貴)고원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꺼졌다고 하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아래에 내려가 보면 옆이 솟아있지요.
그리고 협곡 위로 인간의 길인 다리가 놓여져 있습니다.
그 길은 바로 평지 위에 놓여진 평범한 길입니다.
이제 다시 다리를 건너옵니다.
이 다리를 건너면 그곳이 처음 침식작용이 시작된 지점이며 아울러 우리가 처음 내려온 곳입니다.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이곳이 시작지점이라네요.
통링협곡은 편안하고 아기자기하고 숲이 많이 우거져 여성적인 분위기라면
이곳은 남성적인 곳입니다.
마치 근육질의 남자처럼 바라보면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락부락한 짐승남이 우격다짐을 하는 듯합니다.
그동안 오랜 세월 만들어 온 몸을 자랑하는 듯 말입니다.
심장의 고동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폭포 옆으로 흉물스런 탐욕의 엘리베이터가 오히려 처량해 보입니다.
그 옆을 흐르는 폭포의 반 밖에 되지도 않은 주제에...
때로는 숨이 막힐 정도의 위압감도 받습니다.
웅장한 모습에 숨이 막힐 것 같았습니다.
이곳도 우리 기억에 아주 오래도록 남을 곳입니다.
비록 안개가 심했지만, 협곡의 웅장한 모습을 느끼기에는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우리 부부 둘이는 아무 말도 없이 서로 얼굴만 바라봅니다.
마치 해사청의 바다사자처럼 입만 헤~ 벌리고 말입니다.
우리 부부가 마링허 협곡 대문으로 나온 시각이 11시 40분으로 이 협곡 안에 머문 시간이 2시간 35분입니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 배낭을 찾아 다시 황궈수를 향하여 길을 나서야 합니다.
우리 함께 황궈수로 가실까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마치 2시간 35분짜리 한 편의 숨 막히는 3D 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
얼굴마저 상기된 느낌입니다.
좀 더 머무르며 느껴보고 싶었지만, 여행자는 스쳐 지나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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