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는 길도 별로 낯설지 않은 길이 있습니다.
마치 예전에 다녀온 듯한 그런 익숙한 길이 있습니다.
아마도 평생을 함께 살아온 사람과 같이 떠나는 여행길이라 그리 생각되는 가 봅니다.
그리고 그 길이 우리가 살아왔던 모습과 비슷한 길이라서 그런 모양입니다.
사람 사는 모습은 비록 나라가 다를지라도 근본은 같아서일 겁니다.
처음 만난 사람도 별로 낯설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마치 예전에 여러 번 만난 사이처럼 말입니다.
매일 아침 친근한 인사를 주고받던 바로 이웃 같은 사람 말입니다.
아마도 그런 사람은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의 많은 부분을 서로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처음 발길 닿는 곳일지라도 佳人에는 그냥 삶의 길이고 평소와 같은 또 다른 인생의 길일 뿐입니다.
내 삶 속에 징그러울 정도로 깊숙이 녹아든 또 다른 날의 생활일 뿐입니다.
인간의 삶이란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가 미친 듯 후딱 지나가는 것을
살짝 열린 문틈으로 잠시 내다보는 것과 같은 짧은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이 짧은 시간을 살며 한 주먹 크기의 작은 손으로 우리는 움켜쥐고 싶은 게 무에도 그리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한 자 크기의 좁은 가슴으로는 품고 싶은 게 무에도 그리 많은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여행이란 우리에게 과욕은 허망하다는 사실을 가르쳐 줍니다.
우리의 삶이란 아무리 아름답고 멋진 곳이라도 마음에만 담아두고 그냥 스치고 지나가는 이방인에 불과합니다.
그래요! 맞아요~
인간이란 세상에 태어나 잠시 들렀다가 떠나는 방랑자일 뿐입니다.
세월이 흐르는 게 아니고 우리가 세상에 태어났다가 잠시 들렀다 간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세상이 변하는 게 아니고 내가 다만 변해 가는 거라고요.
線이라는 세월 속에 우리는 하나의 작은 점일 뿐입니다.
그러나 살아가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시작했느냐가 아니고 어떻게 끝내느냐에 달렸습니다.
백 년도 살지 못하는 인생길에서 천 년을 살 것처럼 삶의 무게를 느끼며 살아갈 이유도 없습니다.
인생이란 주위의 사람들과 경쟁하는 게 아니고 함께 손잡고 가는 거잖아요.
힘들게 100점짜리 인생을 살려고 고생하느니 70점짜리 인생은 또 어떻습니까?
평생 살아가며 채워가는 모자라는 인생도 또한 즐겁습니다.
여행은 우리에게 나머지 부족한 점수를 채워주기도 합니다.
보통사람보다 10점이나 모자라는 60점짜리 우리 부부가 이번에도 함께 인생의 여행길을 떠나기에 그리 생각되는 모양입니다.
이번에는 10점을 더 채워 보통사람과 같은 점수를 만들어 보렵니다.
비록 만들지 못하더라도 슬프거나 화나지 않습니다.
능력도 없는 佳人이 100점짜리 인생을 살려고 한다면, 여러 사람에게 민폐만 끼치는 일이잖아요.
나는 당신으로 채워져 가고 당신은 나로 말미암아 행복해하는 사이라면
우리 비록 지금 사진과 여행 이야기로써 여기서 처음 만나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듯합니다.
당신께서는
어쩌면
佳人과 함께
오래도록 함께 호흡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실 수 있으세요?
그리고 제가 님의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조금만 열어주시겠어요?
오늘부터 우리 부부와 함께 길을 나서보시겠습니까?
비를 맞고 털털거리는 시골 비포장길과 힘들고 고생스럽게 걷는 여정은 우리 부부가 걸어가겠습니다.
님께서는 부드러운 미소와 따스한 눈길만 우리 부부에게 보내주시면 됩니다.
이런저런 세상 사는 이야기도 함께 주고받으며 말입니다.
혹시 힘들어 지친 우리 부부를 길에서 만나신다면 손이라도 내밀고 등이라도 토닥거려 주세요.
여행하는 곳이 우리의 혼을 쏙 빼는 곳이 아니면 어떻습니까?
그런 날은 살아가는 이야기나 주고받으면 어떻겠습니까?
정이 듬뿍 담긴 당신의 이야기가 그리울 겁니다.
또 미치도록 좋은 곳에서는 그냥 털썩 주저앉아 며칠 간이라도 그림이라도 그리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말입니다.
시시콜콜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라도 주고받으시면 어떻겠습니까?
이런 게 여행을 좋아하며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아닐까요?
더군다나 일방적인 책을 통한 것도 아니고 접근조차 어려운 방송을 통한 이야기도 아닌데 말입니다.
인터넷이란 이렇게 새로운 형태의 여행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당신께서 제가 쓴 글과 사진으로 즐거워하시고 佳人이 당신으로부터 격려와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여행이란 우리 부부처럼 중국어를 모르고 중국으로 떠날 수도 있습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습니까?
말을 몰라도 통합디다.
그 이유는 살아가는 방법이 그들이나 우리나 조금씩은 다르지만, 근본은 같기 때문일 겁니다.
이제 34일간의 여행에서 막 돌아와 오늘부터 사진 정리도 하며 여행 이야기 속의 길을 나서렵니다.
만약 우리 부부와 함께 이야기 속으로 여행을 떠나시겠다고 하시면,
어느 정도 정리되는 대로 며칠 후부터 이야기 속의 여행지로 떠나겠습니다.
님께서도 배낭에 세상 사는 이야기를 가득 담아 우리 부부와 함께 떠나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싫으시다면, 울 마눌님과 둘이서만 다녀오렵니다.
여행 내내 늘 맑은 물이 흐르는 길과 길섶에 핀 들꽃을 바라보고 다니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물과 꽃으로 도배했습니다.
그리하면 관수세심(觀水洗心)과 관화미심(觀花美心)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다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길이 어디 壯子만을 위한 전용도로인가요?
우리 같은 배낭여행자도 마음만 먹으면 걸어갈 수 있는 걸요.
기간 : 2010년 10월 21일 - 11월 23일 (34일간)
동행 : 울 마눌님.
준비물 : 빈 수첩, 카메라, 구글지도 복사본, 빈 마음.
돌아 다닌 곳 :
광저우-난닝-양메이꾸전-통링협곡-더티엔폭포-밍스전원-징시舊州-어취엔(鵝泉)-광난-빠메이-푸저헤이
싱이-완펑린-미링허협곡-황궈수폭포-자딩洞葬-칭옌꾸전-리보 샤오치콩-산도(三都)-시지앙 천호묘채-쩐위엔
펑황꾸청-진핑-롱리꾸청-리핑-자오싱-청양마안짜이-롱지 따자이-핑안-즈위엔-양수오-꾸이린-광저우 진가서원
좋다고 하면 들렸다가고 시간이 없으면 건너뛰고 그러다 보니 처음 계획과는 실제 여행지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계획에 없던 곳도 많이 갔지만, 원래 계획에 있던 곳은 시간이 없거나 일기가 좋지 않아 포기한 곳도 있었습니다.
여행도 우리 인생처럼 계획대로 진행되기가 어려운가 봅니다.
삶이란 녀석이 늘 제게 그랬습니다.
언제나 길을 보여주는 듯 하다가 다가가면 돌아가게 했고 시치미 뚝 떼고는 길을 막아버렸습니다.
퍼즐 맞추기를 거의 끝낼 때면 흐뜨려뜨리고 다시 맞추어 보라고 했습니다.
가까운 지름길도 가르쳐 주지 않았고 불도 밝혀주지 않았습니다.
저요?
그래도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런 삶을 사랑하며 부지런히 살아가렵니다.
아름다운 님들이 계시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니까요.
제가 없는 사이...
가을이 성큼 저만치 가버렸습니다.
아... 제가 떠날 때 그게 가을이었나 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여행기를 쓰는 첫날이라 오늘은 아무 생각 없습니다.
다만, 일단 어디부터 시작하며 앞으로 어떻게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끝내느냐가 걱정입니다.
혹시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이나 정보가 있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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