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가는 길 10
승지당을 지나 골목길들을 여기 저기 헤매며 돌아다녀도 종착역은 마을 중앙에 있는 월소이다.
마을을 돌고 돌아 월소로 도착하게 되는 물길은 이 곳에 머물다가 다시 마을을 돌아 빠져 나가게 된다.
관광객들은 마을을 구경하고..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담담히 일상을 계속해 간다.
마을 중앙에 위치한 왕씨종사.
홍춘이라는 마을 자체가 배산임수의 인공촌인데 이 마을을 만든 사람들이 왕씨들이다.
본래 중원의 귀족이었던 왕씨 가문은 한나라가 몰락하자 남방의 여기 저기에 흩어져 살다가 이 곳, 홍춘에
정착해 왕씨 집성촌을 이루게 된다. 본디 문관귀족이었던 탓에 학문에 정진함을 최대의 덕목으로 삼았지만..
나라를 잃은 후 그들을 지켜준건 재물이었기에 상업도숭상했다.
그 결과.. 아버지가 상업으로 재물을 쌓으면 후대인 자식은 관직에 진출했고.. 아비가 관직이 높으면 그 관직을
이용해 자식은 거상이 되었다.. 관상 결합은 휘주상인의 번성의 원인이자 몰락의 계기가 된다.
봉건 사대부에서 상업자본으로 이동했으나 그 자체로 더이상의 발전은 꾀하지 않았고 관과 상의 결합으로
거대한 부를 이루었으나 그 결과 산업화에 가장 중요한 재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어 도태되었다.
결국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게 되어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으나 후세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휘주 문화는 남방 전체에 큰 영향을 끼쳐 오늘날 휘주문화를 연구하는 학문이 발달했다
일단 들어온 재물이 소가 되새김질 하듯 오래동안 고여있으라는 의미로 만든 소 위장 모양의 인공호수인 월소.
월소의 물은 아직도 맑고 깨끗하다.
휘주 지방에선 흔하게 볼 수 있는 고기 말림.
정말 신기한 것이.. 어떻게 저렇게 땡볕 아래 고기를 널어두는데 썩지않고 말림고기가 되는건지.. 참 신기했다.
내 맘대로 여기 저기 골목을 돌아다니다.. 혼자도 걸어가기 힘든 아주 작은 골목길을 발견해서 들어갔다.
하하.. 기념품 냄새나는 큰 길쪽의 집과는 전혀다른.. 완전 100% .. 사람들이 살고있는 주택이었다.
강한 햇살 아래 침구류를 말리려는지.. 온갖 의자며 탁자마다 빨래들이 죄다 나와 널어져 있었다.
너무 사적인 공간을 침해하는 것 같아 서둘러 돌아나왔다.
마을 바깥쪽의 호수를 따라 걷다보면.. 많은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미술을 전공하는 많은 학생들이 홍춘을 방문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비전문가인 내 눈에도 나름의 힘이 담긴 멋진 그림들이 참 많았다.
일찍 도착한 탓에.. 그나마 패키지 팀들과 부딪히지 않고 홍춘을 구경할 수 있었다..
12시 쯤 마을을 다 보고 돌아나오는데.. 어찌나 많은 관광객 팀들이 마을로 쏟아져 들어오던지.. ^.^
참.. 홍춘은 지금 온통 전쟁터이다..
왠만한 가정집들이 방을 수리해서 민박집으로 고치고 있는 중이었다. 조만간 홍춘 전체가 거대한 민박촌으로
변할 듯..
누가 말했던 것처럼.. 중국에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순간 세계문화 유산의 파괴가 공공연하게 시작된다고...
과거의 전통과 현재가 뒤섞여 조화롭던 홍춘이.. 점점 관광지로만 변해가는 것 같아 일면 아쉬움이 들었다.
개발과 보존이라.. 해묵은 주제이지만 해답이 없는 주제이기도 해서..
잠시 생각해 보다 발길을 돌렷다.. 홍춘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하기엔...
내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던 곳인 '목갱죽해'가 날 기다리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