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가는 길 5
졸정원은 명대 관리였던 왕헌신이 정계 계파싸움에서 패해 낙향한 후 고향으로 돌아와 머물며 원래 절이었던 이 곳을
개인저택으로 바꾸며 거액을 들여 정원을 꾸민것이 시초가 되었다.
' 정치란 어리석은 자 (졸)들이 하는 것이다' 라며 현판을 달았다고 했다지만..
내가 볼때.. 그 어리석음에 대한 왕헌신의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이름같이 느껴져서... ㅋㅋㅋ
중국의 4대 정원 중에 하나로 손꼽히는 졸정원은 중국 남부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칭해진다.
북방쪽의 정원은 걸어다지다 보면 그 방대한 규모로 인해 아름답다는 느낌보다는 '질린다'라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만났었는데.. 남방 쪽 정원은 북방에 비해 작고 아기자기한 것 같다.
하지만.. 그것 또한 중국의 개념인것이라.. 개인정원치고 졸정원은 상당히 큰 규모여서 짤게 둘러보아도 1시간은
족히 걸린다.
졸정원은 서원, 동원, 중원으로 나뉘어져 있고 어느 쪽에서 시작하던지 한 방향으로만 돌면 한 바퀴를다 돌 수 있다.
정원 곳곳에 수많은 정자들이 세워져 있어 더위를 피하기 제격이다.
왕헌신은 매일 정원을 한 바퀴씩 돌며 산책을 했던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졸정원을 구경했다.
중국 정원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 바로 지붕과 포석이다.
왕헌신이 졸정원을 완성하는데 13년이 걸렸다.
그 기간동안 수많은 화가와 건축장이들이 동원되어 이 정원을 꾸몄을텐데..이 넓은 정원의 포석 중 같은 무늬는
거의 첮아볼 수 없다.
그래서 길 바닥을 샅샅히 훑고 지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중국식 정원의 특징 중 하나가 창살의 모양도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창을 통해 보여지는 모습이 제각기 달라 마치 벽에 걸린 산수화 같은 느낌이 든다.
연꽃이 가득한 정원이 바로 앞에 보이는 정자의 현판.
원향정.. 향기가 널리 퍼지는 장소라.. 역시 중국어는 풀어서 음미하는 맛이 최고.
하지만 아쉽게도 연꽃은 하나도 피어 있질 않아서.. 그저 머릿속에서 상상만 할 수 밖에..
원향당 안으로 들어갔다.
원향당은 손님을 맞이하는 곳인데 그 안에 들어있는 가구가 모두 홍목으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의자의 등받이 부분도 모두 천연 대리석이라 하니... 도대체 졸자의 정치 운운하던 그 서생은 어디로 간걸까.. ㅎㅎ
졸정원은 60%가 물로 이루어진 정원으로 곳곳이 모두 수로로 연결되어 있다.
정원의 곳곳에 배치된 정원들은 다리들로 연결이 되어 있는데 다리 중 직선으로 된 것은 하나도 없다.
중국에서 내려오는 설 중 하나가 '귀신은 꺽인 길은 다니지 못한다'여서 모든 다리들이 저렇듯 삐뚤 빼뚤 꺽여져 있다.
왕헌신이 매일 아침마다 백번씩 돌았다는 고목.
매일 아침마다 라고 하지만.. 13년에 걸쳐 완성한 이 저택에서 ...왕헌신은3년밖에 살지 못했다.
아들이 노름판에서 저택을 날리는 바람에 결국 하룻밤 사이에 13년의 공든 탑이 날아가버린 것...
부자는 망해도 3년을 간다지만..어리석은 부자는 하룻밤에 사라지기도 하나보다.
졸정원 내에는 수많은 인공 가산이 있어 그 위에 오르면 또다른 경치를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옛저택의 지붕을 좋아하는데.. 중국 지붕들도 매우 독특하다.
졸정원 내에 있는 원앙관은 파란색 유리로 유명하다.
원앙관은 왕헌신 부부가 원앙새를 수십마리 기르며 부부간의 정을 쌓았다는데..
북경과 달리 겨울에도 눈을 볼 수 없는 소주의 겨울..
설경을 그리워하던 부인을 위해 파란색 유리를 끼워 한 겨울에 눈내리는 느낌을 주었다고 한다.
'과연..진짜.... 부인을 위해 그렇게 만들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건..
아마도 당시 열혈 시청중이었던 'good wife' 탓이 아니었을까.. ㅋㅋㅋ
제목과 달리 결혼 생활에 대해 불신과 회의감만 심어주는 못된 19금 미드 ' good wife' ㅋㅋ
졸정원 관람을 위한 tip
1. 반드시 개장시간과 동시에 입장할 것. 넓은 정원이지만 관람객은 훨씬 더 많다.
가끔 입장객 수가 너무 많아 입장을 위해 20여분간 기다리기도 함.
2. 더운 여름이라면 양산과 음료수는 필수. 부채와 읽을 거리를 가지고 가서 천천히 돌며 쉬어가며 정원을 즐겨볼 것
정원 곳곳에 태호석이 흔하기도 하다.. 태호석들로 가산을 만들 정도이니...
소주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 들중 하나가.. 돌그림이다.
이런 종류를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나 혼자 돌그림이라고 부른다.
돌 자체가 한 폭의 산수화같아서.. 벽에 걸려있으면 이게 진짜 돌인가 싶어 만져보고 싶어진다.
보자마자 불뿜는 용같이 보였던 돌도 있고..
앗~! 코끼리다.. 하고 외치게 만들었던 수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