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팅의 대드 따라잡기] 2-1. 영화보다 아름다운 바이샤완
여행만 가면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는 무적꼼팅!!
조식당으로 내려가 쉐프가 방금 만든 오믈렛..............을 먹을 수 없는 유스호스텔인지라
주린 배를 움켜잡고 밖으로 나가 아침 먹을 곳을 찾아 헤매야했다.
근처 요시노야에서 쇠고기덮밥 세트(105元)로 배를 채운 후
에어컨 빵빵한 MRT를 타고 딴쉐이로 향했다.
오늘이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촬영지 답사하는 날!
종점인 딴쉐이역에 도착, 역사를 빠져나오자마자 막 떠나려는 바이샤완행 버스(50元)를 잡아탔다.
기사아저씨께 샤방샤방 꽃미소를 날리며
“바이샤완 도착하면 꼭꼭 알려주셔야해요‘ 라는 말을 남긴 채
앞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꾸벅꾸벅 졸기를 40여분~
아까 너무 큰 소리로 외쳤나....?
바이샤완에 도착하자 기사아저씨 뿐 아니라 여기저기서 나를 쿡쿡 찌르며 내리란다.
버스에서 내린 뒤 횡단보도를 건너 (사진) 좌측으로 조금만 걷다보면
린샨비 유원구 입구가 보이고
그 길로 들어서면 좌측에 이런 큰 표지판이 나온다.
그리고 그 앞으로 정말 hot한 아스팔트 도로가 끝없이 펼쳐진다.
도로를 따라 계속 직진하면 '말수비'에서 나온 나뭇길(=린샨비무짠따오)이 보이는데
4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더위에 몸서리 쳐짐;;;
살기 위해선 아스팔트 도로 옆에 보이는, 그늘 진 가로수길로 걷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여긴 마치 비밀의 화원으로 통하는 길 같았다.
풀벌레 소리에도 소스라칠 만큼 정적이 흐르는 이 길을 혼자 걷고 있자니 기분이 정말 묘하다.
과연 나무길이란 게 나오긴 나올까....하는 의심이 들 때쯤 요런 표지판이 보인다.
(결국 계속 직진하란 말씀~ㅋ)
가로수길이 끝나면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사진의 빨간지붕 왼쪽의 내리막길로 내려가면 린샨비무짠따오 입구가 나타난다.
여기서 하이킹 오신 한국분들과 우연히 마주쳤다.
중년의 나이에 자전거 하나 짊어메고 떠난 여행.
나도 그분들 나이에 그런 열정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까?
'여행을 하기 좋은 나이'는 없는 것 같다.
삶의 무게를 덜고 짐을 꾸려 떠날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린샨비무짠따오에 들어섰을 때....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더위를 잊을 만큼 마음 속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사람이 한명도 없는 바다를 본 건, 처음이었다.
요렇게 동행할 멋진 남친이 있었다면 훨씬 더 낭만적이겠지만....
발가락 사이사이를 간질이는 모래알의 감촉을 느끼며,
비릿한 바닷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혼자 걷는 기분도 나름 괜찮았다.
바닷길이 끝나자 걸륜과 샤오위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던 길이 보인다. Olleh!!!
자전거 타고 슝슝 달려가면 신날 것 같은 나무길~
아이팟을 통해 흘러나오는 말수비ost를 들으며 걸으니 영화 속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 길을 따라 계속 걷다보니 마을 입구가 보이고,
나무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가다보면
배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그리고 보트 앞 쪽 갈림길에서 왼쪽 길로 쭉 가면 가정집들이 있다.
해수욕장 쪽도 아니고, 이름 모를 어촌 골목골목을 누비다보니 관광객이 없을 뿐이고~
가끔 보이는 동네 주민들이 날 이상하게 쳐다볼 뿐이고^^;
너무 평화롭고 조용해서
개 짖는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며 걸었다.
이런 담벼락을 지나쳐 계속 걷다보면
왼쪽에 사진과 같은 좁은 골목길이 보인다.
그 길로 들어서면 나즈막한 흰색 담벼락이 나오고
그 벽 끝에 샤오위의 집이 있다.
그녀를 만나기 100m 전.
수풀이 더 무성해지긴 했지만, 영화 속 모습 그대로였다.
담 넘어 들어가보고픈 욕망이 마구마구 샘솟았지만
남은 생을 철장신세 지기 싫어 얌전히 돌아섰다.
올 때까진 좋았는데....
그늘 하나 없는 땡볕에 되돌아가려니 숨이 턱턱 막힌다.
(샤오위 집에서 린샨비 유원구 입구까지 약 30분 소요)
어제 사온 체리를 입에 넣고 오물오물거리며 기운을 쮜어짜내 걸어가는데, 오토바이 한대가 지나간다.
'어이~ 총각! 나 좀 태워줘~ 그럼 분명 복 받을게야~'
이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오토바이가 다시 되돌아왔다.
“어디로 가세요?”
“단쉐이행 버스 타러요.”
“그럼 근처까지 태워드릴께요”
“아녜요. 괜찮아요” (괜히 한번 튕겨봄. 진짜 그냥 가버릴까봐 무지 떨었다.)
“걸어가려면 멀텐데... 그러지말고 타세요”
“옙~ 감사합니다ㅎㅎㅎ”
혹시나 나에게 흑심을 품고 딴 데로 샐까봐 (걱정도 팔자~)
옆으로 비스듬히 앉아 언제든 뛰어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무사히 버스 정류장에 도착^^;;;
그는 오토바이를 잠시 세워두고, 같이 버스를 기다려줬다.
고마운 마음에 물러터진 체리와 자일리톨 껌을 권했으나, 안 먹겠댄다.ㅋㅋㅋ
그의 이름은 아펑, 나이는 서른살이다.
백화점에서 일하는데, 지금 휴가 중이라 틈틈이 여행을 하고 있었다.
기념으로 사진도 찍고 수다삼매경에 빠졌는데, 단쉐이행 버스가 들어선다.
인사하고 가려는데 아펑이 갑자기 뭐라고 말을 건다.
한쪽에선 버스가 멈춰서서 기다리고, 한쪽에선 은인(?)이 말은 거는 진퇴양난의 상황~
우물쭈물하다보니 버스는 이미 떠나버렸다. 헐...
힝~ 어떻해~ 또 한 시간 기다려야 되잖아 >>_<<
순간 멍~ 해짐.
내 표정을 살피던 그는, 버스도 떠났고 어차피 자기도 타이베이로 돌아가니 거기까지 태워주겠다고 했다.
버스비 굳어서 좋긴 하지만...
이 더위에 오토바이 탔다간 바베큐가 될 게 뻔한데...
하지만 여기서 한 시간을 기다리는 건 더 끔찍했다.
아평은 시내로 들어가려면 헬멧 꼭 써야한다면서, 가게로 가더니 내 헬멧을 새로 사왔다.
(이럼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ㅠㅠ)
중간중간 편의점 들러서 쉬었는데,
그 때마다 서로 먹을 거 산다고 하는 바람에 계산대 앞에서 실갱이하길 수차례.
내가 돈을 내려고 하면, 아펑은 직원한테 선수를 친다.
“얘 한국인이야~ 그래서 얼만지 말해봤자 못 알아들어. 그니까 내 돈으로 계산해줘”
그러면 난,
“나 다 알아들었거든요! OO元 맞죠? 내가 살거야”
두 세개의 편의점을 들르며 한 시간 정도를 달린 후 딴쉐이 역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