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천근이다.
감기 몸살이 최고조에 달하고 3.200m의 고도에다 막힌 코 때문에 숨조차 쉴 수 없다.
그래도 이곳까지 왔는데 방에서만 쉴 수 없는 노릇이다.
작은 배낭만 메고 꾸청을 돌아본다.
여행을 하는 사람의 덕목 중 하나는 움직이는 것이고 그래서 돌아다녀야 한다.
샹그릴라 꾸청은 썰렁할 뿐 아니라 규모나 시설 면에서 리지앙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꾸청만 본다면 굳이 이곳에 올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아마도 몸이 아파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곳을 기점으로 주위에 많은 트레킹 코스도 있고 우리와는 다른 그들의 생활을 볼 수도 있는 지역이다.
사람마다 보고 싶은 게 다르니까.
우선 꾸청의 심장인 쓰팡지에부터 들려본다.
아까 터미널에서 숙소를 소개하겠다고 한 삐끼를 이곳에서 만났다.
그러니 정말 좁은 곳이라는 말이다.
이곳의 쓰팡지에는 크기도 작고 꼬치를 구워 팔거나 악세서리를 파는 노점 몇 개만 덜렁하니 놓여 있다.
이제부터 꾸청 골목을 살펴보고 다닌다.
또 佳人의 카메라가 움직인 곳. 어련하겠어? 또 꾸냥이다.
몸이 아파도 눈길은.... 정말 난치의 병인가? 다정도 병인가 하여...
비록 몸은 아파 정신이 몽롱한 상태이지만...
워낙 야크나 양은 이 지역에서는 인간과 함께 가장 존경(?)받는 동물이라....
이곳에 비단이 생산 되기 전에는 주로 야크나 양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티베탄은 살았다.
추운 겨울에는 좋지만 찌는 무더위가 있는 여름에는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러다가 문성공주가 이곳에 시집을 와서 "옷을 만들라." 함에 옷이 만들어 진다.
함께 중원에서 넘어 온 잠업 기술자가 뽕나무를 심고, 모든 부녀자에게 누에고치 기르는 법과 비단 짜는 방법을
가르치니 이곳도 가죽에서 벗어나 비단 옷을 입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휴대용 마니차....
라마교를 믿는 티베탄에게는 필수품인 마니차는 휴대하며 돌리는 원통형 경전이다.
그러니 수시로 돌리고 있으면 경전을 읽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여 누구나 가지고 다니며 돌린다.
어찌 보면 게으른 사람의 행동처럼 보이기도 하고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생각해낸 현명한 방법처럼
보이기도 하고...
차라리 많이 돌려서 더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고속 전기모터를 장착한 마니차를 만들어 팔면 어떨까?
모든 사람이 금방 득도를 하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고속으로 돌아가는 모터를 장착한 마니차를 든 손은 마이더스의 손이 되리라.
엉뚱한 생각의 달인인 佳人이 생각하는 머리의 한계다.
칼이다...
샹그릴라는 유난히 칼을 파는 가게가 많다.
장족(藏族)과 일부 나시족은 중국 내에서 유일하게 칼을 휴대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민족이란다.
그 이유는 세상에서 가장 험준하고 척박한 곳에 살아오며 짐승과의 사투를 벌리며 살아왔기에 칼이란
이들에게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필수품이며 영혼이다.
그러기에 이들은 늘 허리춤에 패도(佩刀)를 차고 사는 게 일상생활이었고 전통이다.
요즈음에는 멋을 내기 위해 여러 개의 칼을 차고 다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니 칼을 차고 다닌다는 의미는 용감하고 사나이답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진에서 보듯 칼의 형태나 세공, 크기등 다양한 모습이고 멋을 낸 장식품과도 같다.
이제 꾸청 골목을 살펴본다.
佳人의 마음이 썰렁하니 눈에 보이는 모습 또한 썰렁하다.
이곳 꾸청도 다른 지역처럼 바닥이 돌로 포장이 되어있다.
그러나 리지앙의 오화석판처럼 예쁘지도 않고 바닥은 매끄럽지도 않다.
길을 따라 가운데에는 돌의 색깔도 틀리고 일정한 모양으로 깔아 놓았다.
이 길은 차마고도를 따라 마방들이 들고 나는 주요 도로를 의미한다.
리지앙의 평지와는 달리 샹그릴라 꾸청은 약간 오름내리막이 있다.
그러나 예쁘지 않다는 것...
그것은 佳人의 편견에 불과하다.
리지앙의 상업화된 모습에 이미 길들여져 나도 모르게 색안경을 쓰고 바라본다.
오히려 이런 모습이 더 옛스러움이 묻어나고 꾸미지 않은 모습이 원래의 모습이 아니겠나?
언제나 佳人은 혜안의 눈을 떠 정말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단 말인가?
가장 아름다운 것은 마음으로 느낀다는데.....
아직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아야 알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
이제 저녁해가 구산 공원이라는 대불사 너머로 넘어간다.
이처럼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샹그릴라....
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돌아갈까?
꾸청 가운데는 이런 모습의 탑인 수투파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와는 다른 모습의 탑 형식이다.
중국은 대체로 벽돌을 쌓은 전탑(塼塔)형식이고 우리는 돌로 만든 석탑 그리고 일본은 나무로 만든 목탑의
형식이나 이곳은 우리와는 다른 모습이다.
전혀 중국같지 않은 억지 중국이 아닌가?
그러나 그 의미는 같을 것이다.
이건 또 뭔가?
지붕 위에 웬 모자를 씌워 놓았나?
마치 소수민족이 쓰는 모자처럼 무척 크게 생겼다.
아하~~ 이게 바로 마니차다.
세상에서 제일 크다는 샹그릴라의 명물 대형 마니차....
예전 차마고도를 다니던 마방들의 모습을 벽화로 장식하여 놓았다.
그러니 이 벽화 뒤로는 공중화장실이다.
화장실 입구의 가리막이라는 말(?)이다.
라마불교의 승려 셋이 골목길을 걸어간다.
뚱뚱 승려, 날씬 승려, 꼬마 승려....
어린 승려의 어깨를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무척 정겹게 보인다.
오늘은 어떤 가르침을 주실려나.....
깨달음이란 멀리있고 높고 대단한 경지에 오르는 게 아니고
내 안에 잠자고 있는 내 자신을 깨우는 아주 단순한 일이라는데....
그러하기에 누구나 득도할 수 있고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있이 아닐까?
이곳도 야간 영업을 위하여 청소도 하고.....
문 앞에는 손님을 맞기 위해 미리 나와 목청을 가다듬으며 연습한다.
어찌 佳人의 카메라가 그냥 지나가겠는가? 자동으로 찍힌다.
그런데 이미 이곳에도 대부분 한족이 들어와 자리잡고 있다.
이미 인구 수에서 반을 넘어섰다고도 한다.
중국 어디서나 번식력이 강한 한족들이 소수민족의 자리를 모두 대신한다.
지역 경제권의 장악으로 소수민족과 한족간의 대립은 점점 날카로워지고 황무지와 같은 고원의 지하에 묻힌
무궁무진한 지하자원은 오히려 독립의 길을 더 멀게만 만들어 버린다.
샹그릴라는 날씨마저 춥고 음산하여 꾸청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아까 버스에서 내릴 때 보아둔 정류장 앞에
있는 한국 음식을 하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이곳은 중국인이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의 주방에서 일하며 한국 음식을 배워 이곳에다 개업하였다고 하는
곳으로 간판마저 한글로 크게 붙여놓은 곳이다.
집 떠난 지 11일째 만에 처음 한국 음식을 맛본다.
사람이 아프면 고향 생각이 나고 집 생각이 나듯이 입맛이 없으니 한국 음식이 먹고 싶다.
우리 부부는 음식에 대한 욕심이나 욕구가 별로 없으며 식사량도 많지 않다.
그래서 여행을 하며 한국음식점을 찾아다니며 먹은 적이 거의 없지만 아프니 역시....
김치찌개.... 25위안... 지금까지 먹은 음식 중 가장 비싼 음식이었고 맛도 수준급이다.
중국은 음식 양이 많아 한 그릇을 둘이 먹어도 남을 정도로 많이 준다.
주문받는 아가씨가 아예 공깃밥을 하나 더 추가하라고 하여 공깃밥 3위안 추가하여 둘이 먹는다.
오늘은 샹그릴라에서 한국 김치찌개로 몸과 마음을 추스른다.
이제 해가 지면 달이 뜨겠지요.
그들이 그리워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 잘 알거예요.
세월이 그들을 아픔을 치유해 줄까요?
울적하면 참밖을 바라 보세요.
그곳에는 희망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이제 심호흡을 크게 해보아요.
힘들고 먼 길이지만 오늘도 달빛을 벗 삼아 길을 나섭니다.
그곳은 그들에게는 희망의 길, 생명의 길입니다.
국경 수비대의 눈을 피하여 희망의 길, 생명의 길을 떠납니다.
미래를 위하여 목숨을 건 탈주를 합니다.
아~~ 다람살라 가는 길.
그 길은 꿈과 미래를 위한 용자(勇者)의 길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 황량하고 거친 들판을 달리며 살았습니다.
어렵고 힘든 삶이지만 조국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서서히 사라지고 잊혀져 갑니다.
롱다와 타르초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 한 희망은 살아있습니다.
불어라 바람아~~ 이 세상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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