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타오샤의 하늘 냄새를 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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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오샤의 하늘 냄새를 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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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힘들지?"

"아니! 전혀 숨도 차지 않고 다리도 아프지 않아... 당신과 함께 걸어 오히려 행복해..."

"그래? 나는 숨이 많이 차. 헉헉~"

 

"뒤에서 따라오며 당신 숨소리를 들으며 겁도 나긴 했어.

여보! 여기서는 야호~ 라고 한 번 소리쳐도 돼?"

"아니야! 우리도 엣지있게 이곳에서는 이렇게 소리쳐보자~~"

"어떻게?"

 

"올레~~"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함인가?

아니면 佳人보다 더 체력이 좋아서일까?   

불가사의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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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갑자기 가팔라지며 급경사를 이룬다면 정상이 가깝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오며 佳人은 대부분 정상 바로 아래인 이곳에서 힘이 든다고 포기했습니다.

이게 보통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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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길에서도 마지막 정상을 눈앞에 두었을 때 가장 힘든 코스라고 생각합시다.

그 고통을 이겨 낸 자만이 정상의 단맛을 볼 수 있습니다.

인생을 살며 인생의 쓴맛을 본 자만이 단맛을 느낄 수 있기에....

강물의 세기를 알려면 거슬러 헤엄을 쳐봐야 알 수 있고, 산은 올라가 봐야 높이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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佳人은 좋은 등산 장비만 챙기면 쉽게 산에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이게 佳人이 생각하며 살아온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산을 가장 쉽게 오르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체력이고 의지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길에도 요행이나 주위의 도움이 아니고 자신의 능력과 노력입니다.

 

우리 앞에 올라가던 말레이시아에서 온 젊은이...

그는 계획도 없이 왔다가 졸지에 체육복에 샌들을 신고 왔지만 산보하듯 산을 오릅니다.

그렇다고 중국정부에서 등산화 착용 여부를 조사하는게 아니고 50위안의 입장료만 확인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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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산 정상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내리막이 있습니다.

이런 길을 만나면 佳人은 편하다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정상이 아닌 곳에 내리막이 있으면 그것은 佳人에 더 높이 올라가라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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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금만 더...

영차영차~~

 

이것은 앞으로 걸어가는게 아니야...

그냥 하늘로 기어올라가는 일이지.

저곳만 돌아가면 정상이겠지? 저 언덕만 넘으면 정상이겠지?

이렇게 순진한 생각을 하며 올라가지만 28 굽이는 혹시나 하는 내 기대를 역시나로 저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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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양장...

꺄악~~ 이곳은 28절 양장인가?

잠시 자리를 잡고 귤도 하나 먹고가자...

정상에서 누가 선착순이나 스톱워치를 들고 조사하는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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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상이 보인다.

해발 2.670m라고 하는 28 굽이의 끝... 참고로 백두산 높이가 2.750m 정도....

바로 저 위의 오두막이 보이는 곳이 낮에만 주민이 와서 장사하는 곳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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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곳이 마의 코스니, 후타오샤는 다시 가도 이곳은 오르고 싶지 않다는 말을 들었고, 말을 타라는 말도

들어 무척 걱정을 하고 올랐으나 오히려 너무 긴장을 했나?

어느새 훌쩍 정상에 올라와 버렸다.

 

아! 이런~ 또 佳人의 건방진 생각입니다.

조금 전까지 헐떡이며 도루 내려가고 싶었는데 佳人은 이렇게 간사한 속물입니다.

막노동을 하며 어느 학생이 서울대에 합격하고 변호사가 되어 한마디 했다죠?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고요.

 

오늘 佳人도 한 마디 하렵니다.

"정상 도전이 가장 쉬웠어요!"

  

지금 시각 10시 20분으로 나시를 출발한 지 2시간 30분 정도 밖에는 걸리지 않았다.

체력이 보통이거나 산을 잘 타시는 분은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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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부근에 세워놓은 표지판이 호도협(虎跳峽)이라는 글인데 세월이 흘러 의미만 전한다.

그 뒤로는 가파른 절벽인데 오후에 동네 사람이 나와 막대기를 들고 입장료를 받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주는 곳이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간이 일러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만, 간이 콩알만 해 가보지는 못하고 쳐다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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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요?

가슴 벅차오르게 하는 대자연의 모습.... 

인간이 빚어낸 유산인 고대유적....

 

그러나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람입니다.

이런 길을 걸어가며 다시 함께 걸을 수 있는 그런 사람입니다.

우리 부부가 내 딛은 보폭은 30cm도 되지 않았지만 계속 걸으면 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몇십 km의 먼 길도 완주할 수 있습니다. 

 

사선을 넘나드는 수술을 받고 다시 살아난 옆지기와 함께 할 수 있어 자연이 아름답고 역사적 유물이 감동을

주기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로 여보 당신입니다.

우리가 보통사람보다 비록 천천히 올라왔지만. 우리 힘으로 올라보고 싶어 이번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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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정상에 올라서자 막힌 숨이 일시에 터져버린다.

바로 눈앞에 펼쳐진 장관이다.

협곡... 그냥 상상만 했지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니 입을 다물 수 없다.

사실 숨이 차서 입을 열고 있다.

 

등산은 나이를 먹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오르면 오를수록 숨이 차지만 시야는 넓어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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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쳐진 풍광에 숨이 막히고 높은 고도에 숨이 막히고 그리고 힘이 들어 숨이 막힌다.

비록 보통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결려 올라왔지만, 우리는 결코 부끄럽거나 창피하지 않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수없이 쉬며 올라왔지만, 말도 타지 않았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고, 

평생 살아오며 산이라고는 올라보지 못한 사람이니까....

그래서 우리 부부는 우리에게 주어진 능력에 따라 목적을 이루었기에 자랑스럽다.

우리 부부의 목표는 정상에 두 발로 서는 것이지 몇 시간 만에 올라가야 하느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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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도전을 해보기 전에는 나의 능력을 알 수 없습니다.

올라오는 내내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미친 짓이라고 수없이 되내며 올라왔지만, 올라와 보니 역시 미친

짓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미친 짓이 개인의 기억에 또 하나의 멋진 추억을 만드는 일입니다.

아침 해내림 조차 우리 부부의 등정을 축복하듯 눈이 부시게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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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왼편 모퉁이를 돌아서자 갑자기 물소리가 강하게 들린다.

게다가 골짜기에서 모퉁이를 돌아 부는 바람이 우리를 섬뜩하게 만든다.

 

저 아래 협곡을 따라 흐르는 진샤지앙의 강물이 중호도협의 좁은 협곡을 지나며 내는 소리다.

이제부터는 완만한 내리막과 평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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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이번 윈난성 배낭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서 보고 싶었던

일이었습니다.

생명을 건 수술을 마치고 3년간의 투병생활, 그리고 다시 3년간의 회복기간....

이제 다시 걸을 수 있어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배낭여행을 통하여 이곳에 꼭 올라와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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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佳人 또한 산을 다녀 본 경험도 없었기에 집 부근에 있는 300m의 낮은 산을 출발하기 전에 두 달 동안

1주일에 두 번 오르내리며 호흡을 가다듬었고 다리 힘을 길렀습니다.

비록 佳人은 산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마눌님이 후타오샤를 원했기에.... 흑흑흑~~

저 멀리 아래에 진샤지앙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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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병마와 싸운 마눌님보다는 佳人이 더 강하다고 생각하고 이곳에 왔는데...

고산은 생각이나 의지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고소공포증도.....

 

옴마나~~ 내려다보면 또 환장하겠다.

진샤지앙을 한 번 가까이 불러 볼까요?

얍~~ 바로 발아래가 협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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佳人은 헉헉거리며 올라왔지만 울 마눌님은 전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습니다.

쉬어가자는 말은 나 혼자만 했고, 거친 숨소리도 혼자만 내고 올라왔습니다.

이제 우리만의 추억에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울 마눌님의 수술받은 머리 부위를 佳人이 "호~"해주었는데....

이제부터는 울 마눌님이 佳人을 "호~"해주고 살아야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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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곳의 트레킹을 준비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우리 부부처럼 허약한 사람도 올랐음을 기억하시고 아무

걱정 없이 도전하여도 무방한 트레킹입니다.

이곳은 초등학생도 오를 수 있는 무난한 코스입니다.

지금까지는 사진이 주로 지나온 길이었지만 이제부터 치아오터우의 반대편인 중호도협과 따쥐방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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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서로 마주 보며 그냥 빙그레 웃음만 짓습니다.

이곳에 서서는 우리 사이에는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었으니까요.

세상을 살다 보니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이렇게 수 백 마디의 말을 한 것보다 더 의미가 잘 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이란 대화의 한 가지 수단에 불과하니까요.

 

우리 부부는 정상에 서서 심호흡을 합니다.

싱그러운 하늘 냄새를 맡습니다.

여러분도 맡아 보세요.

하늘 냄새....

정말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정말이라니까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 정상은 도전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만이 오를 수 있습니다.

                         비록 작은 보폭이지만 앞으로 내 디디면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체력이 약하고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아도 천천히 오르면 누구나 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늘 냄새와 두개의 설산이 빚어낸 협곡의 장관을 보실 수 있습니다.    

 

 

12 Comments
곰돌이 2010.02.02 13:23  
가인님의 글, 사진을 보니....

제가 댓글을 단다는 것이 민망하고... 부끄럽습니다...


태사랑에 글 올리시는 분들중에,  제가 댓글을 달기 부끄러운 분들이 많은데...

그중에 한분이 佳人님이십니다...

그저, 고맙습니다 ^^*
佳人1 2010.02.04 00:14  
곰돌이님 같은 분이 계시기에 여행기를 올리는데 신이 납니다.
귀중한 글을 남겨주셔서 오히려 제가 감사를 드려야죠.
대부분의 사람이 읽고는 그냥 지나치는데....
용감한아줌마 2010.02.02 13:45  
협곡으로 흐르는 누런 황토물~~ 그래도 멋있죠???
반려자와 함께한 멋진 풍경이라 더욱더 가슴으로 와닿는건 아닐까요?
佳人1 2010.02.04 00:16  
제가 그곳에 갔을 때는 건기였습니다.
그래서 물 색깔이 황토물이라기 보다 약간은 맑은 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상류의 물은 역시 황토물....
뢰글란 2010.02.02 23:34  
사람들은 저마다 느끼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다르겠지요?
동행... 그것도 반려자와의 동행
요즘은 정보는 물론 이동수단도 좋고해서 최소한의 경제적인 여건으로도
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구요.
힘겨운 고통의 시간뒤에 기다리는 즐거움을 우리가 알고 산다면 힘겨움은 덜하겠죠?
한치 앞을 대충 생각은 할 수 있어도 정확히 알 수 없구요
동행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보는 계기가 된 357편이었습니다.
가인님은 최고의 행복감을 누리신다고 하셔도 과장은 아닐듯 싶습니다(지극히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다...ㅎㅎ)
佳人1 2010.02.04 00:18  
동행...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 부부는 서로 말합니다.
지금이 살아오며 가장 행복한 시기가 아닌가 하고요.
관운장 2010.03.13 17:56  
그 연세에 대단하시다 생각했는데 간이 콩알만 해졌다니 가인님도 보통사람 이시군요
콩알만 해졌다는 말씀은 그냥 하신말씀이라 생각합니다
그 높은곳에도 전기줄이 보이네요
佳人1 2010.03.14 11:51  
제가 고소공포증이 조금 있습니다.
사실 겁이 났습니다.
그러나 행복해 하는 동행이 있어 무사히 완주했습니다.

그 길에는 산 정상에서 물을 끌어 내리는 수도 파이프도 있고 전기와 인터넷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만 예전의 차마고도를 걸어서 경험할 수 있는 길입니다.
素月 2010.03.17 20:47  
오랜 만에 태사랑을 방문하니 운남성 여행기가 있어 감사한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행기라는 것은 가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안내기가 되고 갔다 온 사람에게는 회상기가 되는 법인데 저는 가인님의 글을 보며 회상하고 있답니다.

 가인님의 사진 하나하나마다 새록새록 당시가 떠오르네요.

 우리도 부부 동반을 하였는데, 숙박은 하프게스트하우스에서 했었지요.

 잘 보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佳人1 2010.03.18 10:30  
素月님~
이미 다녀오셨군요?
저는 하프만 빼고 나시, 차마, 티나 모두 다 잠을 잤습니다.
감사합니다.
素月님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素月 2010.03.18 14:50  
그러시군요. 정말로 음미하시면서 트래킹하셨네요.

 우리 부부는 당시 호도협 트래킹하는 사람 중에 가장 안(no)젊은이였지만 무언가에 홀린 듯이 점심 쯤 출발하여, 하프까지 가서 잠을 잤지요. 그 다음날은 신새벽에 일어나 달음질치듯 길을 재촉하여 티나에 도착하니 해도 뜨지 않았었지요.

 8월 첫 주라서 해가 없을 때 움직이자고 한 게 그랬었지요. 그리고 호도협 일정을 1박 2일로 하였기에 마음에 여유도 조금은 부족했었지요.

 다시금 생각하니 당시가 매우 그립군요.
佳人1 2010.03.19 08:37  
체력이 대단하시네요.
저는 숨을 쉴 수가 없어 자주 쉬며 올라갔습니다.
11월에는 날씨가 좋아 덥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풍광을 감상하며 그렇게 걸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한 번 가고 싶릉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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