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친구란 서로 말을 하지 않고 산길을 걸었어도 마치 인생 최고의 이야기를 나눈 듯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많은 말을 하고 걸어왔지만, 아직도 할 말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듣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佳人은 위롱쉐산(玉龍雪山)을 바라보며 나시객잔에서 셀프로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이 세상 어느 커피보다 몇 배나 더 향기로운 커피를....
중국은 어디를 가나 뜨거운 물이 무료로 제공된다.
이런 산속에서 조차도...
별 다방 커피가 이리 맛이 좋을까?
콩 다방 커피가 이리 향이 좋을까....
커피란 어느 곳에서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다.
그런데 느긋하게 오후에 커피를 마시고 있는 데, 눈앞에 있는 꽃나무에 나비가 팔랑거리며 날아다닌다.
이게 꿈일까?
이 높은 산 중에 나비라니?
지금 나비가 여러분의 눈에도 보이십니까?
그러면 다시 더 가까이 나비를 불러보죠....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라 오너라~~
호랑나비 흰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
佳人이 헛것을 보지는 않았군요?
어느 날 장자(莊子)가 꿈을 꾸었답니다.
아마도 오늘 佳人처럼 헉헉거리며 후타오샤를 걸어서 올라와 피곤하여 비몽사몽 간 잠시 꿈을 꾸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장자는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답니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순간 자신이 원래 나비였는데 지금 장자로 사는 것인지....
원래 장자였는데 방금 나비의 꿈을 꾸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답니다.
장자께서도 아마도 너무 힘이 들고 고산증에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스탄트 커피마저 높은 고도로 터질 듯이 빵빵해지면 원래 정신이 없기는 없죠?
지금 佳人이 사는 세상...
산다는 게 한바탕 일장춘몽인데, 지금 사는 세상은 佳人이 잠시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자인 장자님도 모르신다고 시치미를 뚝~ 때시며 오리발을 내미시는 데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어쩜 장자님도 이럴 수가 있습니까? 정말 장자님은 왜 그러셔요~~
장자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나비만 보면 저 녀석이 佳人의 분신이 아닌가 헷갈려요~~
혹시 여러분은 아세요?
아마도 어찌 생각하면 우리가 사는 한평생이 조금 긴 꿈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같이 순식간에 생겼다가 사라지는 꿈....
나비가 인간으로 살아가는 그런 꿈 말입니다.
나 자신과 사물의 경계가 무너지고 서로 교통을 하며 하나가 되는 세상......
현실과 이상의 경계선인 담장 위를 거닐고 있는 게 바로 우리의 삶이 아닐까요?
시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면 마방이 보고 다녔던 들꽃과 나비마저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명예, 권력, 재물...
이런 것들이 아마도 모두 허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허상이라면 우리 인간은 정말 바보같은 상상의 세상에 빠져 사는 일이 되지요.
나비가 권력을 잡고 재물을 많이 움켜쥐었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나시객잔에 사는 이 강아지 녀석이 권력이 있고 재물이 많다고 나시객잔이 나시호텔로 바뀌고
어느 날 치아오터우에서 나시객잔까지 에스컬레이터가 생기겠습니까?
욕심을 낸다고 연아처럼 트리플 러츠에 이은 트리플 토룹을 할 수 있겠습니까?
개야... 개야... 정말 미안하다. 너를 비하하고자 하는 말은 아니란다.
그러나 사람들은 네가 꿈만 꾸면 그건 모두 개꿈이라고 한단다.
설령 사람들이 네가 보이는 꿈을 자기들이 꾸고도 그것마저도 개꿈이란다.
이 동네에 사는 개 100마리가 함께 모여 단체로 용꿈을 꾸었더라도 모두 개꿈이 되고 만단다.
너는 이곳에 살며 맨날 옥룡설산을 보니 용꿈을 자주 꿀 수 있겠지만 그것마저도 개꿈이란다.
佳人의 발도 고생하며 산길을 걸어 올라왔는데 설산의 멋진 모습을 보고 싶답니다.
장자님이 꾸신 나비의 꿈처럼 말을 할 줄 안다면...
죄송합니다. 제 못난 발을 보여 드려서....
그러나 많이 걸었을 때는 발을 높이 올려주어야 피로가 빨리 풀어진답니다.
佳人의 가슴이 발에게 이야기합니다.
발아 발아~ 너는 바닥만 걸었지, 난 눈을 통하여 본 절벽길에서 식겁을 했단다.
결국, 우리는 빈손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돌아가고, 알몸으로 태어나 빈 주머니로 돌아가는데
무얼 그리 힘들여 손에 쥐고 싶은 게 많고 주머니에 주워담고 싶은 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빈손으로 왔지만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에는 수의 한 벌은 걸치고 가기는 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수의가 제아무리 비싸도 주머니도 없다는군요....
수의도 주머니 만들어 붙이고 팔면 대박이 날까요?
장자님이 들으셨다면 佳人에게 또 경을 치시겠죠?
나비같은 인생이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비우며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야 하겠습니다.
특히 산에 올라올 때는 배낭마저 비워야 가볍게 올라올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꾸고 살아갑니다.
여러분은 무슨 꿈을 꾸며 살아가십니까?
나시객잔에서 창문을 통하여 내다본 꿈 같은 풍경....
액자속에 넣어도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으로 보여주어 부족함이 없는 시리도록 아름다운 모습...
佳人은 지금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누워서 유리창 문을 통하여 자연을 보고 있습니다.
나시 게스트 하우스 13호실 2인 1실 40위안(7.200원) 짜리 띠엔 러 딴(전기장판)이 깔린 곳에서....
그러나 경치는 天下第一景으로 곤경에 빠진 두바이의 7성 급 호텔의 스위트룸보다도 더 멋진 곳입니다.
가만히 佳人은 쥐었던 주먹을 펴 손바닥을 바라봅니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바로 내 손바닥 안에 있고, 모든 근심마저도 내 작은 손안에 있습니다.
아~~ 佳人은 한 줌밖에 되지 않은 이 작은 손으로 지금까지 무엇을 움켜쥐려고 했을까요?
佳人은 한 뼘밖에 되지 않은 작은 가슴으로 또 무엇을 품으려고 했을까요...
이 모든 게 일장춘몽과도 같은 나비의 꿈인걸...
모두가 부질없는 일이고 설산 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구름이며, 아침 이슬과도 같은 삶인걸...
편 손으로 마눌님의 손을 가만히 잡아봅니다.
따뜻한 손의 온도를 느끼고 심장 두드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내 인생에 아직 이런 동반자 하나 있음에 사바세계의 번뇌를 모두 안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마눌님~
커피는 반만 따르시고 나머지 반은 우리의 꿈과 당신의 정을 듬뿍 따르시게....
아직 우리에게는 함께 살아갈 날이 조금은 더 남았으니까.....
꿈...
꿈이란 우리에게 도전할 계기를 마련해 줍니다.
평소에 산이라고는 동네에 있는 언덕만 몇 번 오르내리며 이곳이 오고 싶어 다리 힘을 기르기 위해 올랐던
佳人이 오늘 소박한 꿈 하나를 이루었습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빈 도화지에 나만의 그림을 그립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 여보! 마눌님...
아마도 우리가 너무 높이 올라왔는가 보우...
자꾸 장자님처럼 헛것이 보이고 쓸데없는 생각만 하는 것을 보니...
집에 돌아가면 아마도 제정신이 돌아오겠지?
그러나 옛 마방이 사랑했던 나비마저도 이곳에 오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