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가는 것이랍니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가는 것이라는데....
오늘은 무엇으로 채워갈까요?
그러나 우매한 우리 부부는 늦은 점심으로 배만 가득 채웠습니다.
손에 잡힐 듯이 건너편에 아련히 보이는 차마고도 마방의 길...
그곳을 오가던 마방을 무엇으로 채웠을까요?
바로 눈앞에 옛 마방들이 만들고 걸어 다녔던 위롱쉐산의 차마고도가 손에 잡힐 듯 눈에 보인다.
얼마나 긴 시간에 만들어진 길인가?
어떻게 저런 곳에다가 길을 만들었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마방들이 다녔던 길인가.....
여기서 앞산의 차마고도를 바라보며 가만히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마방의 노랫소리가 말방울소리와 어울려
들려오는 듯하다.
지난번 장삿길에서 만난 리지앙의 삼월이를 다시 만날 기쁜 마음에, 덜수는 발걸음도 가벼워 콧노래가 절로
나올 것만 같다.
싼얜징에서 처음 만나 버들잎 띄워 물을 건네며 파르르 떨리던 삼월이의 섬섬옥수와도 같은 손...
덜수와 삼월이는 그곳에서 사랑을 싹 틔웠으며 장래를 약속했다.
그래서 이번에 허칭(鶴慶)의 신화마을이라는 곳에서 삼월이에게 줄 은팔찌를 세트로 샀고 삼월이 아버지에게
드리려고 진품 푸얼차를 샀고 삼월이 어머니에게는 저우청 마을에서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진 옷감도 샀다.
이번 장삿길에서 번 돈으로 엄니 빨간 내복이라도 마련해 돌아가는 일용이도 기쁘다.
그러나 술을 좋아하는 虛堂은 외상값을 갚고 나면, 젠장~ 이번에도 또 빈털터리 헛탕이 된다.
이 힘든 길을 걸어갔던 모든 마방들은 누구나 그들만의 사랑과 애환을 가득 채워 걸어갔을 것이다.
虛堂은 뱃속에 술로 가득 채웠겠지만....
그러나 이곳의 말은 등어리에 지프라기만 가득 채우고 있군요...
이곳을 찾는 트레커들은 우리처럼 이곳에서 숙박을 거의 하지 않는다.
늦게 도착한 사람을 빼고는....
어떤 이는 하루 만에 주파를 하는 사람도 있다.
보통 90% 이상의 사람은 1박 2일에 걸쳐 후타오샤의 트레킹 길을 걷는단다.
1박 2일 팀을 불러볼까? 호동이는 어디로 간 게야?
천하의 玉龍雪山이라는 곳...
그러나 그 산에 눈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옥룡은 무슨 옥룡.... 그냥 용이 껍데기 벗은 돌산이다.
마치 털 벗긴 통닭처럼.....
그러나 우리 부부는 천천히 즐기며 그렇게 걸어갈 예정이다.
이런 곳에서 쉬며 즐기고 그리고 멋진 풍광에 취해 잠시 일상생활에서의 일탈....
누구나 꿈꾸는 일이 아닐까?
그런데 왜 그리 빨리 가는 걸까?
빨리 간다고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 기록이 남는 일도 아닌데 무에 그리 빨리 갈 것인가?
사실 이곳까지 올라오며 우리같은 사람도 조금 지치기는 했어도 바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쉼표... 살아가는 과정에 정말 필요한 일이다.
조금 전에 객잔을 들어오기 전에 길에서 만난 마부가 다가와 80위안에 정상까지 가자고 이야기했지만 우리
부부는 그냥 이곳에서 쉬며 즐기고 내일 또 천천히 내 힘으로 걸어가고 싶었기 때문에 그냥 머물기로 했다.
이제 이곳도 서서히 저녁을 준비한다.
산봉우리에 흰 구름도 쉬었다가 가는데....
이제 하루의 해도 높은 산을 헐떡이며 올라왔기에....
마지막 아름다운 색깔만 남기고 밤을 준비한다.
만년설이 있다고 위롱쉐산(玉龍雪山)이라는 곳....
칫~ 눈이 없으면 그냥 石龍돌산이 된다.
가만히 산봉우리를 바라본다.
그곳에는 시시각각 바람이 불고 그 바람은 산 위에 있는 만년설을 휘감아 날린다.
지금은 눈이 많지 않아 그렇지만, 눈이 많이 쌓인 계절에 오면 무척 멋진 모습이리라.
서산을 넘어가는 해마저도 오늘이 아쉬운지 하늘의 흰 구름을 비추어 주며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바쁜 도회지 생활에 우리는 언제 저런 구름을 바라보며 아름답다고 생각을 했을까?
자주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가끔은 바라보았겠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알지 못했다.
본다는 것은 안다는 것과 정말 많이 다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오후 내내 할 일이 바로 산만 바라보는 일이고 구름만 째려보는 일이다.
늦게 떠오르고 일찍 퇴근하는 게으른 태양....
13개의 봉우리가 마치 하얀 눈 때문에 옥으로 만든 용이 누워있는 모습이라고 해 붙여진 이름....
그것도 계절에 따라 옥이 돌로 변해있다.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나른 한 오후를 즐기고 있는 데, 말레이시아에서 온 10명의 사람이 들이닥친다.
오늘 이곳에서 하루를 묵고 내일 아침에 28 굽잇길을 올라간단다.
심심하던 차에 잘 걸렸다.
우리 함께 놀아요~~
마지막 햇빛을 산꼭대기에 남기고....
오늘의 작별을 고한다.
객잔의 저녁이 찾아옵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밤을 준비하기 위해 불을 피워 가족의 저녁을 준비합니다.
아마도 옛날에는 마방이 이 길을 지나다가 지금 우리가 머무는 객잔에 짐을 풀고 하루를 머물다 갔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해가 지면 달이 뜨겠지요...
어두운 밤은 우리를 내려다 볼 겁니다.
우리는 하늘에 무수히 반짝이는 별을 쳐다볼 것입니다.
깊은 심호흡을 하며 창 밖의 하늘을 바라봅니다.
평생에 이렇게 많은 별을 본 적이 없습니다.
오늘 밤에는 옥룡(玉龍)을 가슴에 품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며 잠을 잘 것 같습니다.
이곳에 오면 하늘에 별마저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산길을 걸어오며 지천으로 핀 이름 모를 들꽃마저 사랑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사랑할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 이런 곳에서의 하룻밤...
도시에 사는 우리에게는 항상 꿈으로만 생각되는 일입니다.
복잡한 생활에서의 일탈....
누구나 꿈을 꾸고 있지만.....
저지르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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