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3일 / 여행 7일 째.
오늘이란 날은 너무 평범한 날인 동시에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고 합니다.
하루하루가 쌓이면 개인에게는 개인사가 되고 세상에는 역사가 만들어집니다.
우리가 그냥 흘려보내는 오늘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리지앙의 대수차를 돌리는 물은 골목으로 흘러간 물도 아니고 아직 오지도 않은 흑룡담의 물도 아닙니다.
오늘이란 미래를 시작하는 첫 번째 날이며, 동시에 지나간 과거의 마지막 날이기에 중요한 날이지요.
그래서 여행자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온종일 리지앙 시내를 돌아봅니다.
사실 리지앙은 꾸청만 생각하면 무척 작은 마을입니다.
일 년의 시작은 1월이고 하루의 시작은 아침입니다.
아침에 우리를 벌떡 일어나게 하는 꿈을 가져야 합니다.
여행지에서 우리를 벌떡 일어나게 하는 꿈은 새로운 모습을 보는 일입니다.
오늘은 외곽 쪽으로 다녀볼 생각과 리지앙의 새벽 모습이 보고 싶어 6시에 일어나 준비해간 플레쉬를 들고
모두 잠든 캄캄한 숙소를 살그머니 빠져나가려고 마치 도둑고양이처럼 문을 열었다.
대문을 하나는 안으로 잠겨 있어 열었으나 밖에 있는 2중 대문은 그만 자물쇠로 굳게 잠겼다.
이른 새벽의 리지앙 구경은 미수에 그치고 컴퓨터가 있는 식당으로 들어왔더니만 이 고양이가 추운지 컴퓨터
모니터 위에 떡 허니 올라가 앉아서 쳐다보며 "아무나 도둑고양이가 된다면 난 고양이보다 쥐가 되련다!"
라고 한다.
결국, 7시가 되어서야 숙소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7시 20분에 숙소를 나오니 아직도 인적마저 뜸하여 어제의 복잡한 리지앙이 아니라 호젓하게 길을 걷는다.
모든 상가는 문을 닫았고 거의 철시를 한 듯 썰렁하기까지 한 꾸청의 아침....
어젯밤에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 방문 바로 앞에 있는 세면장에서 칫솔질하는데 웬 서양인 젊은이가
다가와 뭐라고 묻는다. 분명히 영어는 아니다.
그래서 칫솔을 문 체 나도 모르게 우리말로 "뭐라고?" 하고 되물으니 "시 셔우 지엔?"이라고 한다.
아마도 나를 중국인으로 착각하고 묻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중국어를 모른다.
그때 방 안에 누워 있던 울 마눌님.... "그 사람 화장실을 찾는 모양이에요~"
나는 대면하고도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어를 울 마눌님은 방에 누워서도 알아듣는다. 나 원 참 !!!
"이 녀석아! 이곳 마마는 나를 보자마자 잘 생긴 것을 감지하고 한국인임을 알아채고 우리말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는데 자네는 왜그래~ 아마추어처럼.... 토일렛? 저리 가봐라~"
그제야 佳人이 중국인임이 아님을 알고 겸연쩍은 미소를 띠고 "땡큐~"란다.
"밤에 피곤한 사람 신경만 돋구고 있어~ 따식이..."
우선 오늘 아침에는 꾸청의 다른 길로 북쪽으로 올라가 위허쩌우랑(玉河走廊)이라는 길로 올라가 헤이롱탄
(黑龍潭)공원까지 걸어 올라가 본다.
정말 멋진 산책길이다.
위롱쉐산의 만년설이 녹아 헤이롱탄이라는 호수공원을 거쳐 내려온 물이 위허를 흘러 위허광장에 있는
대수차에 이르면 꾸청으로 東河, 中河 西河 세 갈래로 나뉘며 다시 골목마다 흘러간다.
대수차 앞에는 중국의 장쩌민이 리지앙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됨을 기념한 글이 흰 벽에 쓰여 있다.
사람 인적마저 뜸해 마치 佳人의 전용정원을 걷는 느낌이다.
세상은 이렇게 마음먹기에 달렸다.
이 숲길이 누구의 것이냐?
그냥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내 것이다.
다른 사람이 다니면 佳人이 넓은 아량으로 다른 사람에게 산책을 허락하여 그들이 기쁜 마음으로 다닌다고
생각하자.
물길을 따라 숲도 우거지고 물소리에 산새마저 지저귄다.
그냥 사진을 따라 함께 산책을 하자.
드디어 헤이롱탄 공원 후문 입구에 도착했다.
이곳을 들어가려면 고성 입장료 80위안을 낸 사람만 무료고 아니면 돈을 내야 한단다.
그래서 우리는 당당하게 뒤로 돌아 나와 옆길로 간다.
그 이유는 고성보호비를 내지 않고 리지앙에 왔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오른 쪽으로 쳐다보면 이런 멋진 폭포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가까이 한 장 더....
그런데 손으로 들고 찍으려니까 술도 먹지 않는 사람인 데 벌써 수전증이 왔나? 그만 흔들려 버렸다.
다시 왼쪽의 주택가로 들어가 골목을 지나 걸어본다.
아~~ 이곳도 가을인가?
나뭇잎이 떨어져 물 위에 떠있고....
맑은 물은 담쟁이넝쿨을 비춰준다.
그곳에는 공원 정문이 있고 넓은 광장이 나오며 버스를 타고 헤이롱탄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꾸청에서 그리 먼 길도 아니고 오히려 걸어오면 멋진 길을 기분 좋게 산책하며 올 수 있다.
이곳에도 삐끼가 있다.
공원 안에 들여보내 준다고 한다.
그러니 고성 보호비 80위안인데 이곳에 들어가는 비용을 20위안만 내라고 부추긴다.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니 50% 즉석 할인이 된 한 사람에 10위안....
우리는 위허주랑을 산책하기 위해 이곳에 왔기에 공원은 끝내 들어가지 않았다.
만약 이곳에 들어가기를 원하시는 분 중 고성보호비를 내지 않았다면 이곳에 와 적당한 협상을 하면 저렴한
금액에 들어갈 수 있겠다.
조금 더 걸어 헤이롱탄 공원을 끼고 더 위로 올라가 본다.
공원 끄트머리에 호텔이 하나 있고 그 호텔 들어가는 다리에서 공원을 반대로 바라본다.
이곳에서 사진 몇 장 찍고 다시 민주로를 걸어 꾸청방향으로 내려오며 꾸청과는 다른 시내의 길을 걸어본다.
그런데 어제부터 근질거리던 입술 언저리가 오늘은 심해진다.
구순 포진이 심해졌다.
이런 일이 가끔 있기에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는지 알고 있다.
이때 약을 빨리 바르면 3-4일이면 가라앉지만 그냥 두면 한 달 이상도 고생할 수 있기에 중국에서 약을
사는 것에 도전하기로 했다.
우선 약국이 보이길기에 들어가 Anti Virus Cream이라고 쓰고 약을 달라고 하니 항생제 연고를 준다.
오잉? 그건 아닌데....
佳人의 매력적인(?) 입술을 보여주며 포진을 보라고 하니 이번에는 안 연고를 꺼내준다.
"정말 왜 그러셔~~ 佳人의 눈이 입에 달렸수? 중국에서는 입을 눈이라고 하우? 아주머니! 야오 셔(약사)
아니지? 그렇지?"
젠장~ 차라리 우리가 찾아보는 게 낮겠다 싶어 함께 약을 찾았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연고는 안 연고, 항생제 연고..... 이런 것들만 있다.
두 번 째 다른 큰 슈퍼를 겸한 약국에 들어갔으나 그곳도 약사는 없고 슈퍼에 약을 함께 파는 곳이다.
그러니 당연히 못 샀다.
그리고 마지막.....
그곳도 약을 취급하는 대형 슈퍼다. 혹시나 하고 들어가 우리가 찾는 약을 영어로 써 보여주니 그곳에
근무하는 꾸냥이 금방 알아보고 점원 남자에게 약의 진열된 위치를 알려 주어 드디어 원하는 항 바이러스
약을 사는 것에 드디어 성공했다.
궁하면 통한다. 이곳의 위치는 바로 수차 앞에서 민주로 북쪽에 보이는 一心堂이라는 대형 슈퍼다.
헉! 그런데 약값이 무려 1.5위안... 우리 돈으로 300원도 되지 않는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우리나라 가격에 5%도 되지 않는다.
그것도 10g으로 용량이 두 배나 되는 아시클로버 크림....
민주로를 걸어 내려오면 다시 위허광장에 이른다.
이제 다시 관광객이 모이기 시작하고 이곳은 또 엄청난 중국 관광객들로 혼잡해진다.
이제 꾸청으로 돌아와 어제 다녀보지 못했던 길을 걷는다.
이번 여행은 감기몸살에 구순포진까지....
여러가지 하고 다닌다.
佳人아~ 진짜 아마추어는 바로 너야~~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 푸로는 얼굴만 봐도 저 사람이 어느나라 사람인지 알아냅니다.
푸로는 자동차 엔진 소리만 들어도 어디가 고장인지 알아냅니다.
그러나 아마추어는 엔진을 뜯어봐도 모릅니다.
그리고 초보는 뚜껑만 열고 다시 닫아도 꼭 나사가 남습니다. 佳人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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