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리로 가는 기차는 밤 9시에 개찰을 시작해 정시인 9시 43분 쿤밍역을 출발한다.
4인실 소프트 베드인 2층으로 된 기차로 가난한 배낭여행자에게는 아주 럭셔리한 침대차다.
중국은 워낙 땅 덩어리가 넓어 이동할 때 야간에 다니면 숙박비를 아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우리와 함께 탄 중국인 젊은 부부는 난창 의과대학 부속병원 의사로 이제부터 우리 부부의 찐드기작전에
걸려 함께 우리와 놀아 주어야 하는 불쌍한 운명에 처했다.
아~~ 불쌍한 중국인 젊은 부부여~ 드디어 佳人의 마수에 걸려들었다.
연차휴가를 내어 관광에 나선 중국인 부부와 함께 이야기를 하다보니 오히려 그들이 더 즐기는 모습이다.
우리는 중국어를 모르고 그들은 우리 말을 모르니 자연히 되지도 않는 영어가 나온다
오늘 영어가 객지에 나와 흔들리는 기차속에서 엄청 고생하게 생겼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영어를 흔들리는 기차 속에서 배웠어야 하는 데 교실에서만 배워서 기차속에서는 영~~
그런데 대학 교수라면 영어를 어느정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그들 부부나 우리나.....
그래서 동원되는 것이 바로 필담이다.
한자로 써가며 영어도 동원되고 서로 알아 들으니 오히려 그들 부부가 더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한다.
뭬야! 그럼 우리가 저들의 마수에 걸려든거야!
여행을 온 이들 부부는 밤에 기차 침대에서도 언제 순식간에 잠옷으로 갈아입고 누워있다.
우리는 그냥 입던 바지를 입고 잠을 자는데.... 정말로 잠옷을 사랑하는 민족인가 보다.
11월 1일 / 여행 5일 째
아직도 캄캄한 새벽 6시 30분경에 샤관(下關)에 있는 따리역에 도착한다.
이곳도 해발 2.000m정도로 고도가 높은 지역이다. 한라산 정도의 높이....
따리....
푸르고 무식하게 높은 창산, 바다구경 한 번 못해 본 내륙에 살던 사람들이 겁나게 큰 호수를 보고 바다라는
이름을 붙인 얼하이(洱海)호, 지형이 모태처럼 생긴 천혜의 요새, 샤관의 바람이 샹관으로 불어 꽃을 피우고,
얼하이에 비친 달이 창산 위에 만년설인 눈을 비춘다는 風花雪月로 설명되는 아름다운 도시....
지금 우리 부부는 이곳에 도착했다.
따리의 지형을 보면 서쪽으로 창산이라는 4천 미터가 넘는 산이 있고 동쪽으로도 높은 산이 있고 그 아래는
얼하이 라고 부르는 귀때기처럼 생긴 커다란 호수가 있어 따리로 들고 나는 방법은 오직 우리가 방금 도착한
이곳 샤관(下關)이라고 부르는 남쪽과 북쪽의 상관(上關)이라는 곳 뿐이다.
그러니 완벽한 임산배수의 명당에 바이족은 살고 있었다.
그러니 아래 빗장과 위의 빗장만 잠그면 이곳은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그런 곳이다.
지도를 가만히 살펴보면 정말 천혜의 요새다.
캄캄한 따리역 광장으로 나와 보니 출구에 이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삐끼들이 나와 우리같은
어리삐리한 초보 여행자를 두 손 들어 열렬히 반긴다.
아무리 친한 친구가 온 들 이렇게 꼭두새벽에 찬이슬 맞으며 함박 웃음을 머금고 환영할 수 있을까?
숙소는 물론 차량 삐끼들도 있어 이동과 숙소를 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따리역에 도착하는 여행자는 이곳 샤관에 머무는 사람이 거의 없고 모두 따리 꾸청(古城)으로 이동하여 가는
사람들이다.
광장 앞 큰 길에 시내버스가 지나가는 게 보인다.
그러면 이곳 어디엔가 버스 정류장이 있고 그곳에 가면 꾸청으로 가는 버스가 틀림없이 있으리라.
우선 삐끼들을 물리고 주위를 살펴보니 역 건물 1층 오른 쪽에 유일하게 불이 켜졌다.
그래서 그곳으로 들어가 보니 작은 가게로 그 옆으로는 많은 의자가 놓여져 있어 사람들이 안에서 쉬며
웅성거린다.
아마도 우리같은 여행자를 위하여 쉬었다 갈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나보다고 생각하고 우리도 들어가 자리에 앉는다.
우선 알루미늄 병에 담아 온 뜨거운 물로 셀프커피 한 잔 마시고 이동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는 데 물건을
사지 않으면 모두 나가라고 하는 듯 대부분의 중국인이 투덜거리며 밖으로 나간다.
헐~~ 그러니 쫒겨난다는 말이다. 참 야박하다는 생각이나 그곳도 영업장소이니....
일단 쫓겨나 아직 캄캄한 역 광장으로 나오니 그곳에는 아까 우리에게 접근한 삐끼 아줌마가 우리를 반긴다.
새벽에 도착한 여행자에게는 연꽃을 들지 않아도 배낭만 맨 사람은 누구나 부처님이 된다.
그 의미를 아는 삐끼는 연꽃이 아니더라도 배낭만 보고도 미소를 짓는 가섭이고....
그러니 캄캄한 새벽에 역 광장에 내리는 여행자와 삐끼는 부처님과 가섭의 만남이다.
우리가 들어갈 때 이미 쫓겨날 것을 그 여인네는 알고 있었더란 말인가?
이렇게 여행지에서 아무리 잔머리를 굴려도 이방인은 결국 그들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다는 말이다.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 이라는 듯 미소를 함빡 머금고 다시 다가와
"좋은 방 있수! 함 보실려우?"라고 하는 듯....
그 옆에는 우리와 같이 배낭을 짊어진 중국인 젊은 커플이 함께 있다.
그러니 그들도 삐끼의 마수에 걸려 들었다는 말?
"얼마유?"
"50위안이우."
"그럼 함 가 봅시다. 그런데 꾸청가는 버스는 어디서 타우?"
캄캄한 역 광장에 서서 우리는 아주 심오한 대화를 나눈다.
"저기가 버스 종점이우."
그녀가 가르키는 곳은 바로 역 광장에서 오른쪽 끝에 있는 곳으로 많은 버스가 서 있다.
역 광장에서 역사를 등지고 오른 쪽을 바라보면 8번 버스종점이 바로 그곳에 있어 시내버스를 타고 따리
꾸청으로 삐끼와 함께 이동한다.
중국인 젊은 커플과 함께 방을 구하기로 하고....
6시 47분에 3위안의 버스를 타고 꾸청을 향해 가는 데 서서히 여명이 밝아온다.
우리는 이렇게 삐끼를 따라가며 따리에서 아침을 맞이한다.
7시 10분 버스는 꾸청 동문을 지나 꾸청 안으로 들어와 정류장에 내리니 작은 봉고차 한 대가 대기하고
있고 우리를 태우고 남문부근에 있는 객잔으로 안내한다.
그러니 이미 우리의 출현을 적에게 누설했단 말인가?
방을 둘러보니 깨끗하다.
중국인 커플을 불러 "너희들은 얼마에 묵기로 했니?"하고 물어보니 40위안이란다.
외국인이라고 우리에게 10위안을 더 불러? 택도 없는 소리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면 그냥 묵을뻔 했다. 그래서 우리도 40위안... OK?
중국에서 우리 관습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
숙박비를 받고 보증금식으로 야진이라는 것은 더 받는다는 점이다.
바쁘다보면 떠날 때 잊어버리기 쉬운 일이다.
베트남에서는 여권을 받아두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곳에 오면 이곳 법칙을 따라야지....
그런데 지금 새벽에 도착하면 혹시 2일치를 내야 하는게 아닌가?
또 묻고 확인하고 따지자...
그래서 당연히 1일치만 지불하기로 하고 짐을 풀었다.
젊은 중국인 커플을 며칠 후 리지앙의 골목길에서 우연히 또 만나게 된다.
밤새 야간열차를 타고 와 피곤하다고요?
우리에게는 어림없는 소리다.
배낭만 던져놓고 뛰쳐나온다.
우선 아침부터 먹자... 입안이 깔깔하여 주변을 탐색하다 죽을 파는 곳이 보인다.
죽 2위안, 만두 8개에 4위안... 그런데 완두콩 죽이 죽여주게 맛있다. 위에는 고소한 땅콩 가루도 뿌려준다.
이곳 창산을 바라보자... 아니 올려다 봐야한다.
따리의 고도가 2.000m이고 바로 창산의 높이가 4.000m라고 하니 따리 꾸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산도
아니고 바로 꾸청이 창산 옆구리에 떡허니 붙어있으니 바라보는 게 아니고 올려다 봐야 한다. 고개가 아프다.
옆에 2.000m의 높이의 장막을 친 것과 같으니 하늘의 반이 가려져 없다는 느낌이 든다.
저녁에는 해가 다른 곳보다 훨씬 일찍 지겠지?
이곳에 할 수 있는 일...
우선 창산 투어다.
말 트레킹을 하여 올라가고 케이블카로도 가고 걸어서도 간다.
그러나 창산 투어는 모두 중간도 올라가지 않고 내려온다. 너무 높아서...
우리는 며칠 후 후타오샤 트레킹을 하기에 창산 트레킹은 눈으로 올려다 보기만 하고 일단 제외....
두번 째가 얼하이 호수를 둘러보고 배를 타고 남조풍정도나 그외에 섬들을 둘러보는 투어가 있다.
이것은 비용이 만만치 않아 배낭여행자에게는 부담이 가는 금액이다.
그래서 자전거를 빌려 호수 주변을 어슬렁거려 볼 예정이나 감기로 포기를 하고 시내버스를 타고
다녀오기로 했다.
세번 째가 꾸청 돌아보기.... 요것이 바로 배낭여행자가 가장 선호하는 무료 투어다.
네번째가 주위의 옛 마을 둘러보기... 쿤밍 민족촌도 문앞에서 꾸냥만 보고 왔는데.... 뭘~~
말도 무서워 못타고 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도 무서워 못타고....
그런데 높은 곳에 올라가면 아찔한 장면을 은근히 즐기는 울 마눌님....
살다보니 새롭게 알아가는 것들이다.
아침을 먹었으니 따리 꾸청을 칸칸(看看)해야지....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 염화시중의 미소는 부처님만의 특허가 아니다.
이미 특허가 만료되어 중생은 누구나 미소를 보낼 수 있다.
세상 어디를 가나 삐끼는 배낭여행자를 알아보고 먼저 가섭이 되기를 자청하고
염화시중의 미소를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