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행 24/41일 쿤밍(昆明)-->구이린(桂林)
오늘은 저녁에 기차를 타고 구이린으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기차 출발시간인 오후 6시33분까지는 어디가 되었든 관광을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입니다만, 아내는 24일째로 접어든
여행에 벌써 힘이 부치는 모양인지 웬만해서는 마음이 내켜하지를 않습니다. 하긴 환갑이 지난 여자의 몸으로는 하기
힘든 여행을 하는 것이기는 한데 '나이는 먹어도, 늙지는 말자'는 나의 성화에 마지못해(?) 쿤밍시내 구경을 나섭니다.
시내버스를 타고 돌아다니기와 공원구경, 그리고 시장구경은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입니다.
돈을 들이지 않고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이 걷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지요.^^
종점까지 갔다오는 버스투어를 두어 차례 하고나서 취호공원(翠湖公園)과 시내중심가의 백화점 등을 둘러봅니다.
중국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쿤밍도 재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도처에서 진행중인 철거와 신축공사가
중국의 발전을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부동산 거품의 결과인지는 더 지켜봐야 알겠더군요. 그동안 우리가 지나온
길에는 상당히 많은 건축현장들이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도시의 변두리에는 미분양 아
파트들이 각종 혜택을 내세운 분양안내문을 내걸어 놓고 입주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도 눈에 뜨이더라구요. 북경이나
상해 같은 대도시 뿐만이 아니라, 지방에도 거세게 불었던 부동산 열풍이 식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공원과 백화점에는 주말을 맞아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공원은 잘 정비되어 있었고, 인상적인 것은 노인들이 마작이나 카드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었
습니다. 따로 만든 것은 아니고, 아마 공원관리사무소 같은 용도로 쓰이던 건물을 노인들이 점령(?)한 것같기는 한데
그래도 비바람 피할 수 있는 공간에서 많은 노인들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니, 종묘 앞이 노인들이 떠오르더군요.
어디서나 품위있게 늙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쿤밍에서 구이린까지는 1,259 키로미터 떨어져 있는데, 쾌속열차로 18시간13분이나 걸리는 거리입니다.
원래의 계획은 싱이, 안순,구이양을 거쳐서 시장, 자오싱, 싼장, 룽성으로 해서 구이린으로 가는 것이었는데 아내가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급하게 변경을 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혼자서라도 꼭 한번 찾을 작정입니다.
우리와 함께 기차를 타고 구이린으로 가게 된 사람들은 69살 먹은 교사출신 노부부와 그들의 딸과 사위였습니다.
아주 조용하고 품위있게 늙어가는 부부가 딸네와 함께 구이린으로 관광을 가는 중이었는데, 다른 중국인들과는 다르
게 남을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애석하게도 그들이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고 우리는 중국어를 못해서 필
담으로 간신히 의사를 주고 받을 수 밖에 없었지만, 준비한 간식거리를 나누어 먹는 등,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
니다. 구이린에 도착하자 중국어를 모르는 우리를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애쓰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네요.
무려 18시간이나 걸리는 기차여행이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지루한 줄 모르고 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식사 17, 시내버스 8, 점심 중국빵 외 10, 물 1, 저녁식사 12, 먹을거리 준비 24, 인터넷 2원 *환전 $500x67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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