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기록하다...중국]04, 12 -난징(南京)으로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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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기록하다...중국]04, 12 -난징(南京)으로 들다.

수양버드냇가 0 1944

04, 12 -난징(南京)으로 들다.

14시간 30분을 달려, 기차는 칭다오에서 난징으로 내려왔고, 나를 놔두 다시 상하이(상해)로 달려간다. 난 난징에 내리면 많은 이들이 나와 '우리집으로 와요' 할 줄 알았는데 너무 썰렁하고 혹시 역이 너무 한적한 곳에 들어서서 그런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두 어 군데 문을 두드려 보지만 방이 없다 하고 -론리 플래닛은 덮어두었다. 그곳에느 방값이 150위안부터 시작하는데 저렴하다고 알려주기 때문이다. 난 길을 걷다 어떤 아저씨가 방이 있다 하길래 따라 가는데, 처음 길이여서일까, 낯선 남자 두 명 때문에서일까 은근슬쩍 걱정이 되어 다시 발길을 돌리니, 아저씨도 그냥 나 따라온다. 낯선 곳에 발을 딛고, 낯선 사람을 만나니 내 두눈은 다시 깊은 경계가 서 있다. 만약에 이곳이 커다란 도시가 아니었다 하여도 내 눈은 경계가 서 있었을까?

되돌아 오다, 나를 따라오게 한 아저씨가 어느집을 가르키고 배낭을 메고 들어간다. 주인 아저씨는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혼자방을 주신다. 난 조금이라도 돈을 깍을려고 다인방(多人房)을 부르지만, 끝내 아저씨의 말에 따른다.

방은 3층에 위치하고 잇으며, 아주 작다. 그리고 t.v가 있으면 옆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주 자세한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화장실과 세면대는 공용인데, 방안에 있는 것을 원할 경우 30위안의 차이가 난다. 난 하루에 50위안을 내고 처음으로, 다시 중국 땅에 배낭을 푼다. 그리고 5분도 지나지 않아, 내 눈높이에 바라본 창문 너머에 기차가 달리는 것도 바라본다. 기차가 달린다. 하지만 난 기차 소리마저 자장가를 삼고서는 잠이 든다.

'기차길 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칙칙폭폭'
그 옛날 과자 뒷봉지에 적힌 노래가 떠오른다.

밤기차를 타고 와서, 몸이 피곤한지, 난 오전을 침대에 누워 보낸다. 잉쭤의 밤기차를 타보면 중국의 한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 아직 총각이여서인지 젊은 연인에게 눈이 더 머무른다. 그들의 낯뜨거운 자연스런 행위에.

점심 때 쯤에 일어나 '1위안 짜리 여행' -시내버스를 타고 이리저리 둘러볼까 하다 그냥 걷는다. 우선은 이 거리를 내 몸에 익히는게 좋을 듯 하여, 사람이 많이 걷는 그들 무리 속에 나를 밀어 넣는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 흐름에 나를 맡긴다.

배낭 여행을 하기 전에 난 '현실회의주'나 '아웃사이더'로 보이는게 싫었다. 조금 일한다 싶으면 놀러가고, 조금 일한다 싶으면 놀러가고, 어쩜 난 '아웃사이더'이거나 '아직 덜자란 청년'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난 말하고 싶다. 12시간 일하고, 일주일에 한 번 쉬는 날 속에 나는 없다고. 물론 얼마간 돈을 모아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좋겠고, 일하는 사람들 속에 내일을 이야기하고, 꿈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난 그 속에 섬(島)이였다. 12시간 일하는 시간 속에, 나는 하나의 일꾼에 지나지 않으며 부속품에 불과하다. 일정한 돈을 받고 생활상에는 큰 불편함이 없을지라도, 난 내가 화석화 되어 가는 걸 하루 하루 숨박히며 지켜 보았다. 내일에 대해, 내가 그릴 꿈에 대해 술 한잔 먹으며 밤새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난 그 속에서 갇혀져 지내고 굳어져 가는, 내가 싫어 다시 세상으로 뛰어 들었는데, 그게 남들 눈에는 하나의 '놀이'나 '여행'에 불과하게 보인다. 난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내기 위해 고분분투하고, 앞길을 나아가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의 지도를 보면 길을 찾고 있는데... 그네들과 내가 바라보고 걷는 세상은 다르며, 난 내게 주문을 건다. 난 먼, 먼 세상속으로 걸으가며, 내 걸음에 부끄러움과 후회는 남기지 않을 꺼라고.

난징에 들때, 이 도시에 대해 어떻게 그릴지 몰라 그냥 주저 앉았고, 오늘은 첫날이라 느리게 걷는다. 사람이 많은 도시를 걷다보면, 크게 다르지 않는 도시의 모습( -이는 중국과 우리나라가 가까이 있고, 비슷한 문화권 때문?)에 별 흥미를 느낄 수가 없다. 내가 사진기를 들고 나가지 않은 이유도, 하늘이 흐려서 만은 아니다. 난 익숙한 그리고 조금은 늦은 도시 속으로 걷고 있다. 참, 이 도시를 걷다보면... 중국 사람들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거리에는 자전거, 오토바이, 택시에서 이층버스까지 같이 움직이고, 신호등은 움직이는 그림에 불과하다. 사람이 모이면 길을 건너다니는데, 이내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지만 나는 당혹스럽다. 아무리 좋은 기계라도 사람의 의식이 따라주어야하지 그렇지 않으면 쓸모가 없게 된다. 중국의 신호체계는 정말 말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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