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청사의 고향, 항저우...18
악비묘를 나와 다음으로 찾아 간 곳은 '용정원차'
용정원차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데 버스를 기다리다 시간이 없어 ( 항주에서의 마지막 날이었음 )
택시를 탔다. 택시아저씨가 용정원차로 가자고 하니까 왜 가냐고 묻길래 그냥 차도 사고 차밭도 구경하
려고 한다고 했더니 이 아저씨 용정촌에 내려준다.
아니.. 용정촌이면 Y2버스 타면 내려주는 곳인데 내가 왜 여길 택시타고 오나 싶어 아저씨에게
용정원차로 데려다 달라고 했더니 그곳은 굉장히 멀고 또 어쩌구 저쩌구 (여기부터 못알아 들음)
아저씨한테 천천히 말해달라고 했지만 여전히 못알아 들었다.
일단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무조건 용정원차를 부르짖으니 아저씨가 더이상 말하지 않으시고
데려다 주는데.. 으으으으.... 무진장 멀리.. 그것도 숲속으로 들어 들어 또 들어간다.
한참을 가서 도착한 용정원차. 버스도 딱 2대만 왔다 갔다하는 외진 곳..
택시 아저씨가 왜 안데려다주려고 하셨는지..
도착하고나서 알았다.
대대적인 수리중으로 볼것이 하나도 없다. 정말 하나도.. ㅜ.ㅜ
택시비라도 건져야지... 용정차 마을이 유명해진 용정우물을 보러 갔다.
많은 관광객들이 ( 다 자가용타고 왔음.. ㅠ.ㅠ) 우물에 와서 물을 길어 발에 붓고 물장난 조금하다
다시 차를 타고 떠난다.
나 혼자 우물물 길어서 발 한번 씻고 터덜 터덜 다시 용정원차로 돌아왔다.
공사중인 용정원차라도 구경할 요량으로.. ㅜ.ㅜ
항주 차문화촌 이라는 현판을 지나가면 매표소 까지 있다. ( 당연히 매표소는 텅 비어있음)
매표소를 지나 계속되는 계단의 끝에는 거대한 차 주전자가 있는데 중국에서 가장 큰 차 주전자라고
팻말이 있길래 증명사진 하나 찍어 주고.. ㅜ.ㅜ
계속 올라가면 야외무대가 한창 공사중이다.
그 야외무대 앞에는 돌로 된 의자들로 가득찬 객석도 마련되어 있다.
더이상은 볼것도 없는 공사중인 용정원차..
어흑... 어쩐지.. 술술 잘 풀리는 중국어가 용타 했더니.. 역시 바닥이 들어나는 얕은 중국어 실력..
버스를 타고 다시 용정촌에 있는 차박물관으로 향했다.
( 어흑.. 택시 아저씨가 종일 떠들던게 이거였음. )
차박물관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아주 예쁘게 꾸며진 차방이 하나 있고 그 옆길로 걸어 들어가야
차박물관이 나온다.
차 박물관은 항주 통틀어 가장 사람이 드문 곳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없었다.
박물관 자체는 국립인데도 사람이 이렇게 없는건.. ??
음.. 하긴.. 박물관이 매력적인 관광지라고 하긴 어려우니..
정말로 정말로 태어나서 그렇게나 넓은 차밭은 처음이었다.
넓디 넓은 차밭은.. 영화속에서나 보던 프랑스 포도밭이 연상되었다.
어린 차잎들을 햇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인지 검은 차양이 서있었다.
차박물관의 내부..
입장료는 없는 무료이나 안내 데스트는 있다.
항주에서 조금 무리하게 돌아다녔더니 역시나... 크록스 신발임에도 물집이 잡혔다.
직원에게 반창고가 있냐고 물어보니 2개나 붙여주며 충분하냐고.. 친절해 대해준다.
아아아아...
항주에서 살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서호의 아름다움이지만..
그 두번째 이유는 상해와는 너무나 틀린 친절한 항주 사람들 때문이다.
지난번 상해 여행에서 눈물이 날만큼 친절한 - 반어법임- 상해사람들 덕분에 중국사람들은
모두 다 그런줄 알았는데..
항주와서 가장 놀랐던 것이.. 친절한 사람들..
조금 더듬거려도 중국말을 어떻게 할 줄 아냐고 반가와 해주는 사람들.
홍콩에서 왔냐며 - 생긴건 영락없는 중국인인데 발음이 좀 이상하다 싶으면 다 외지인으로 생각함
천천히 말을 고쳐주는 많은 항주 사람들...
( 제일 많이 받은 질문 1. 홍콩서 왔어요? 2. 광동성 출신이예요? 이거였다.
혹시 얼굴 넙데데하고 촌스러우면 광동성 출신이냐고 묻는건가.. 살짝 민망해짐.. ㅠ.ㅠ)
외국인이니 조금 천천히 말해 달라고 해도 들은척도 안하고 속사포로 퍼부어대는 상해사람들에게
이미 익숙해진 탓일까..
항주 사람들의 친절한 대응이 더욱 더 고맙게 느껴진건...
차박물관 안에서는 용정차를 구입할 수도 있다.
원래 박물관안의 매장은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최소한 품질은 믿을만 하기 때문에 친한 사람들의 선물은
박물관에서 구입하는걸 좋아한다.
그래서 용정차는 박물관에서 구입하리라 맘 먹고 찾아갔었음.
텅빈 박물관이었던 만큼.. 차 매장도 대여섯명의 여직원 속에 손님이라고는 달랑 나 한 명.
역시 중국인으로 취급당해 각종 진열된 차 - 장미차, 과일차, 보이차, 수 많은 용정차 종류...-에 대한
설명이 쏟아진다.. 재빨리 한국인이라고 천천히 말해달라고 부탁하자..
세상에나.. 전혀 기대하지 않은 반응..
갑자기 대여섯명의 직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한국에서 왔냐구..
자기들은 한국 너무 좋아한다며 난리가 났다.
직원들이 달려들어 모두 다 한마디씩 해대는 통에.. 래 천천히 차를 고르려 했었는데..
정신이 쏙. 빠져서.. 용정차 작은것 2개와 장미꽃잎 차, 자스민 차를 샀다.
직원들이 차를 마시고 가지 않겠냐고 하길래..당연히 O.K
인상서호 보러 7시까지 가는 것 말고는 더이상의 스케쥴이 없었고..
무엇보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해서 점심 먹은 1시간 가량을 제외하고는 계속 걸어 다녔기 때문에
너무나 피곤했다.
거기다 공짜면 양잿물도 더블샷으로 마시는 entendu 가 아니던가.
잠깐 차만 마시고 가려 했던 것이..
한명으로 시작한 차모임이 2명, 3명.. 결국 매장안의 6명이 모두 모여 수다를 떨었다.
이들이 그렇게나 한국에 열광했던 것은 모두 한국 드라마의 힘이었다.
모두들 '풀하우스' ' 미안하다, 사랑한다' ' 궁 ' ' 내이름은 김삼순' ' 파리의 연인'....
왼갖 한국 드라마들을 섭렵한 후였으며 모두들 ' 현빈' ' 소지섭' ' 이동건' ' 박신양'에 열광 중이었다.
모두 '신화' '수퍼 주니어' '동방신기'의 팬이었고 특히 한경 때문에 '수퍼 주니어'의 광팬인듯
싶었다..
신화 나 동방신기는 나도 좋아해서 어느정도 구색을 맞춰 줄수 있는데..
수퍼 주니어는 솔직히.. 몇명인지도 모른다..단지 한경이라는 애가 중국애라는것 밖에는...
한경이 한국에서도 인기 있냐고 질문하는 그들의 눈에는 이미 ' YES~!' 라는 강력한 희망사항이
번쩍거리고 있어서 조금 과장되게 인기를 up해서 대답할 수 밖에 없었던 나..
한국에서도 굉장한 수퍼 스타라고... 뿌듯해 하는 그들...
특히 사진에서 V질을 열심히 하고 있는 아가씨는 LI YING인데 한국어를 배우고 있따고 했다.
한국어 교재를 가지고 왔는데.. 음...제법 어렵다.
꽃봉우리.. 이런 단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음.. 꽃봉우리를 뭐라고 중국어로 설명해야 하나.. PASS
ㅋㅋㅋ.... 이런 식..
그녀의 한국어 보다 조금 좋은 중국어 실력으로 이 6명의 한국 드라마 광팬을 상대해야 했다.
이들이 한국 드라마를 사랑하는 만큼 아니 그 절반이라도 나도 중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하고 싶었지만..
내가 좋아하는건 대만 드라마 인걸.. 중국 드라마는 유일하게 본 것이 천외비선..
누구를 좋아하냐고 묻길래 당연히 오존과 비륜해 얘기를 하고 임준걸과 주걸륜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중국에서도 주걸륜의 인기가 최고라며 자랑을 늘어 놓는다.
무슨 노래를 좋아하냐고 해서 임준걸 노래는 다 좋아한다고 했떠니.. 一千年以后를 아냐고 묻는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노래라고 했더니..... 갑자기 모두들 열렬히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르라는 거다..
ㅜ.ㅜ.. 아니 노래방도 아니고..
조용한 차 박물관에서 외국인들에 둘러쌓여 노래를 부르라니.. ㅜ.ㅜ
가사를 못외운다고 하니 한명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덕분에 우리 모두 다 합창.. ㅋㅋㅋ
한국이나 중국이나.. 만나면 노래하고 노는것은 비슷한 듯..
단.. 한국은 노래 시키고 다 딴짓 하는데.. 이 애들은 집중력 최고.. ㅡ.ㅡ
나보고 한국에서도 노래부르러 자주 가냐고 하길래.. 무진장 많이 간다고 했더니
춤추러도 가냐고 묻는다..
솔직히.. 대학 다닐때.. 무지 좋아했다.. 엄청 춤추는거 좋아한다고 했떠니.. 자기들끼리 수줍게 웃으며
중국에서는 노래 부르며 놀기는 해도 춤추러는 안간단다.
왜 안가냐고 했더니 자기들은 춤을 너무 못추기 때문이라는데.. 음. 중국과 한국이 틀린게 이거 같다.
참.. 대화를 하며 새롭게 발견한 사실..
중국은 역시 공산국가였다. 적어도 아직은..
모두 항주 출신인줄 알았는데.. 6명 중에 항주 사람은 한명도 없고 다들 하얼빈, 상해, 북경..
중국 각 지에서 모여든 아가씨들이었다. 상해 아가씨에게선 상해 사투리도 배웠다.
한국에선 말은 안통해도 한자를 쓰면 왠만한 것들은 다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했더니 너무나 기뻐하
는 그들에게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국에 꼭 놀러오라고 했더니 대답이..
중국 사람들은 해외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고 했다.
대만이나 홍콩 사람들은 중국 왕래가 쉽지만 대륙 사람이 대만이나 다른 나라로 나가려면 무지하게
복잡하다고.. 여행하기 힘들다고 하는 그들을 보며.. 막연히.. 아.. 내가 공산국가에 와 있는거구나..
( 물론 이건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다. 그냥.. 단지 그 아가씨들의 대답으로 혼자 추측해 본 것임 )
한시간 정도 앉아 있었는 줄 알았는데... 박물관이 문닫는 시간이 될때까지 수다를 떨고 놀았다.
끊임없이 차를 따르고 한명이 어디선가 과자를 가져오고..
처음 사귄 중국 친구들...
한국에 가면 사진을 인화해서 보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사진만 보내기 뭐해서 과자와 이것 저것을 넣어 보냈더니.. 소포값만 2만원이 넘었지만.. ㅜ.ㅜ
그래도 처음 사귄 중국 친구들.. 너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