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청사의 고향, 항저우...1
반년만에 다시 만난 상해의 하늘...
지난 겨울..
그 공포스러운 추위를 피해 한국으로 도망치듯 귀국하면서 꼴도보기 싫다했던 중국이었다.
불가능했던 여행이 갑작스레 가능모드로 바뀌면서 마일리지 구간을 최대한 사용해 선택할 수 있는
구간이 태국,중국,한국이었던 것.
원래는 몇년전 부터 계속 꿈꿔왔던 구채구로 가려 했지만 난데없는 쓰촨의 지진때문에 포기
베이징은 올림픽때문에 포기
그렇게 되니 남는건 여전한 상해와... 폭설로 단념했던 소주와 항주..
원래 여기 저기 쏘다니는 여행보다 한 곳에 죽치고 완전 뿌리를 뽑는 스타일의 여행을 좋아하는지라
이번 중국 여행의 모든 시간은 항주로 잡았다. 그 이유는...
중국어 프리토킹 시간에 선생님께서 제시하셨던 중국의 4대 미녀 중 한명인 서시때문이었는데..
서시의 별명을 예기하며 호수의 물고기가 가라앉는다는 '침어'라는 표현을 배우면서 소동파가 서시를
빗대어 서호에 관해 시를 지었다는 글을 배우게 되면서 갑자기 항주가 솔깃해 졌기 때문이었는데..
항주에 대해 이것 저것 자료들을 모으면서 이 여행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시내로 들어가는 가장 빠른 방법.. 자기 부상열차를 타는것..
입국 수속을 끝내고 나오면 자기부상열차로 가는 화살표가 쭉 이어져 있어 그냥 줄줄 따라가면 된다.
100원에 표를 사면 15분 내에 롱양루역에 도착한다.
시내로 가는 자기부상 열차에서 할 일이 없어 여권에다 스티커질을...
서시에 대해 배우며 서호에 가볼까 생각하게 되면서
항저우 관련 책자를 읽다가 발견하게 된 놀라운 사실...
전설 백사전의 배경이 바로 이 서호와 항주였다는것..
백사전이란.. 십여년도 전에 내게 ' 청사 '라는 영화로 다가온 슬픈 전설이다.
서극감독이 만든 인간과 요괴의 사랑이 줄거리 이지만 그 짧은 줄거리 안에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운명, 선과 악, 인간다움.... 그야말로 다룰 수 있는 존재에 대한 의문을 내게 던져줬던 영화였다.
어쩌면 가장 서극다운 영화랄까..
그가 헐리웃으로 가서 찍은 영화들은 테크놀러지나 미장센은 업그레이드 되었을지라도
그의 영화다움은 홍콩영화 전성기때의 '천녀유혼' '청사'에 있는 것 같다.
항저우로 여행을 갈 생각이라면 반드시 이 영화' 청사'를 봐야 한다.
난 소장용으로 이 dvd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다.
그랬던 내게 백사전의 고향이 항저우였다는 사실의 발견은..
항조우가 내게 운명으로 다가오게 된 계기였다.
거기다가 내가 좋아하는 장이모가 기획한 빛과 소리의 향연이라는 쇼가 '인상서호'라는 이름으로
아직도 항저우에서 밤마다 공연되고 있다는 사실... 이 또한 내게 남다른 인연으로 느껴졌다.
TV를 통해 장이모와 세계의 유명 인사들이 배를 타고 인상서호를 관람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투란도트'만큼이나 보고 싶어했던 그 공연이 아니었던가...
백사전과 인상서호.. 이 두가지의 커다란 이끌림으로 난 항저우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그 어느 때보다 떨리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