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 헤매고 헤매다 - 3
6월4일
소고 내지는 아시아태평양 센터라는 이름의
엇비슷한 상호의 건물들을 몇차례 삽들고 탐방한 끝에
정말 내가 가고자 했던 소고백화점을 찾았지만
지하1, 2층을 돌고돌아 건물내부 상점 지도를 봐도
이 백화점을 찾은 이유인 딘다이펑은 없다.
대신 푸드코트는 있군.
딘다이펑 비싸고 맛도 없을거야.
돈 굳었어.
저렴하고 맛있어 보이는 푸드코트는 영원한 나의 안드로메다...
혈당이 내려가니 띠리리져서는
푸드코트를 이리저리 배회하다 마파두부밥을 주문한다.
아주머니가 마파두부밥에 완탕국이 셋트로 된 메뉴를 권하신다.
그냥 마파두부밥만 시키는 것과 가격차가 별로 없고
원화로 1000원 정도 차이...
주위를 보니 모두들 셋트를 시켜먹고 있다.
나도 셋트로...
정말 너무 맛있게 싹싹 긁어먹었다.
완탕국이 시원해서 기내식부터 느끼했던 속이 풀리는 것 같다.
그때 저쪽에서 양복을 차려입고 식사중이던 남성 두분이
한궈런 어쩌구 한다.
앞은 잘 안보고 다녀도 귀는 소머즈를 능가한다.
게다가 한궈런, 강꼬꾸, 까올리 이런 단어는 잘도 들리고,
밥알 한톨 없는 접시가 설겆이 수준이긴 하다만
걸신들린 한국인 어쩌구 저쩌구 내 뒷담화 하는 거냐 지금ㅡ.ㅡ;
왠지 별로 좋은 뉘앙스의 한궈런 얘기가 아닌 것 같아
혼자 각본 쓰고 머릿 속으로는 저런 생각하면서도
확실한 것도 아니니 무서운 표정을 지을 수도 없고
온화한 표정 연기한다ㅡ.ㅡ;
지금 생각하니 너무 예민했던 듯하다.
저 때 혼자 심심하고 외롭다보니
상상의 나래가 제 멋대로 춤을 췄다.
정말 기분 않좋게 얘기했던 것도 아닌 것 같고,
나도 명동 나갔다 동양 관광객보면 중국인 같은데 일본인 같은데
얘기하는데 잘못 들으면 그 분들도 나처럼 오해했을라나...
대만 아저씨들도 그런 거 아니었을까 싶다.
당시에는 심사가 꼬여 일기에는 저런 식으로 써놨다.
사람이 모든 일을 딱 자기 수준대로 본다고ㅡ.ㅡ;;
여기서 한 가지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식문화가 있다.
내가 본 중국사람들은 대부분 음식을 많이 시켜서 남겼다.
대륙이나 홍콩에서 본 사람들 대부분 끝까지 음식을
다 먹는 걸 보지 못했다.
내가 유독 그런 모습을 많이 본 건지도 모르겠지만
중국인들은 음식을 조금이라도 남기는 게 미덕이라는 얘기를
어디선가(다른 누군가의 여행기나 여행중 만난 사람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참인지 아닌지는 중국인에게 물어 본 적이
없어 모르겠다...
좌측 왓슨과 소고백화점 사이에 좁은 골목이 나있고
왓슨쪽 건물에 '아종미엔씨(시?)엔'이라는
유명한 우육면 가게가 있다.
시먼에 있다고 알고 갔는데 이 우육면 가게가
체인처럼 여기저기 많이 생긴 것 같다.
여기 말고도 버스 타고 가다 본 것만 두 군데 더 있다.
맛집이라더니 사람들이 줄 서 사먹는 모습이었다.
나는 먹어보진 못했다.
태평양소고백화점이 구관이고 이 곳은 신관인 것 같았다.
흰건물의 태평양소고백화점과는 고가철로를 사이에 두고
대각선으로 마주보고 위치해 있다.
소고백화점에 대해 잠시 정리를 하자면
충효복흥역(중샤오푸싱)과 연결된 소고백화점은 두 군데다.
Sogo department store와 Sogo Fuxing department store,
태평양소고백화점(타이핑양충광) 중샤오점과 태평양소고백화점 푸싱점
이라 한다.
소고백화점 중샤오점(구관)은 흰색건물에
푸싱점보다 소박하고 낡은 모습이다.
백화점 지하가 충효복흥역 4번출구와 연결되어 있고,
지하1층에 푸드코트가 있다. 여기 한식코너도 있다.
스타벅스, 콜드스톤, 하겐다즈,생과일쥬스 갈아서 파는 곳이 있다.
소고백화점 푸싱점(신관)은 외관은 밝은 녹색 건물이고
충효복흥역 2번 출구와 연결되어 있다.
이 곳 지하 1층에 딘다이펑이 있다.
같은 지하1층에 푸드코트도 있고 스타벅스도 있고,
지하2층에는 홍콩에서 봤던 시티수퍼가 있고
음식을 사서 먹을 수 있는 코너라고 해야하나,,,
그런 곳도 있는데 고기와 야채 반찬을 밥에 얹어 주는 곳,
우육면 비슷한 면 파는 곳, 인도커리 파는 곳 등
지하2층에도 작게 코너코너 앉아서 먹을 곳이 있다.
그리고 지하2층에 모스버거도 팔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확실치 않다. 기억이 태국과 짬뽕되어서...
여기서 밥과 반찬 몇 개를 사서 중정 기념관 옆에
식물 공원 가서 혼자 까먹기도 했다.
첫 날 딘다이펑을 못찾은 이유는 소고백화점 중샤오점을
뒤졌기 때문이다.ㅡ.ㅡ
배가 불러오자 갑자기 집 생각이 나기 시작한다.
서울은 한시간 늦으니 지금쯤 벌어질 일들이
머릿 속에 그려진다.
여기보다는 덜덥겠지. 엄마는 뭐뭐 할거다. ***는 퇴근하겠다.
쓸데없는 걱정하면 배부른소리한다더니 옛말 틀린 말 하나 없다.
진짜 쓸데없는 상념에 빠져든다.
그리고 곧 우울모드로....
집에 있으면 편할 걸 낯선 이 대로 한복판에서
뭐하고 있는 것인가....
24시간도 안되 회의를 느끼는 거다. ㅡ.ㅡ;
난 혼자여행을 즐기는 적성이 아니다.
좋은 것을 보고 함께 이야기 할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그래도 굳이 혼자 여행을 택한 건
혼자만의 시간이 어떤 변화를 자연스럽게
가져오지 않을까 해서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나약한 사람이라고 하더라...
내 얘기다. ㅡ.ㅡ;
로밍해 간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 입을 쭉 내밀었다 들였다
얼굴 근육을 힘껏 조였다 놓았다 발광을 하다
괜히 쓸데없는 전화번호를 눌러보다, 본 문자 또 보고 그러다
이 모든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혹사시키는 길을 택한다.
몸이 힘들면 또 잡생각할 틈이 없다.
이후의 나의 동선은 용산사, 그 옆에 야시장, 시먼도 가깝고
숙소인 타이페이역도 시먼 옆동네고 해서 한 궤에.
첫 날 많이도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