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게 없는 상해 10
음.. 이건 상해 여행 일기이다.
그러나 제목에서 부터 알 수 있듯이... 말할 게 없다.
왜냐면.. 중국여행으로 짜간 일정이 몽땅 한마디로 날아가 버렸다.
날씨 떄문에...
그래도 일단 처음 3일은 건졌으니.. 시작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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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본토 중국)...
첨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던건 중국 여행을 위함이 아니었다.
워낙 중국에 관해 무서운 괴소문과 더 무서운 화장실의 압박으로 인해..
중국 여행은 한 5년 뒤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일리지로 공짜로 갈 기회가 생기니... 한번하고 은근히 욕심이 났고.
북경은 올림픽 특수로 여행물가가 장난이 아닐게 분명하니 제끼고..
서울보다 더 화려하다는 상해의 야경과..
그나마 중국에서 가장 여행하기 편리하다는- 화장실의 공포로부터 해방- 이유로
상해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상해관련 책자들을 사모았고 - 한국어판으로 무지 많음.-
상해와 항주, 시탕, 이렇게 3곳으로 일주일 계획을 짜갔다.
상해 (3박), 항주(2박), 시탕(1박)
그러나.. 상해의 여행은.. 시작부터 삐걱 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런 이유없이- 항공기 정비라고만 밝히더군요- 3시간이 딜레이 된 비행기
뭐.. 어짜피 출국전에 라운지에서 먹고 놀 요량이었으니 상관은 없었다.
9시 정도에 도착했던 상해...
아.. 대만에서 워낙 편하게 여행했던 터라.. - 중국어 조금만 되면 대만은 정말 너무나 여행하기 편한 곳이다.
상해에서도 전혀 걱정 안하고 있었는데.. 입국 하자 마자 진실을 꺠닫게 되었다.
상해 대극원에서 공연을 보고 싶었기 떄문에 - 뮤지컬을 싸게 볼 생각으로 계획해 갔었음.. - 공항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혹시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일부러 찾아 갔었음.
아.. 정말 살벌한 표정의 여직원..
내가 웃으며 물었건만.. 얼굴 근육 하나 변하지 않고 다부지게 딱 잘라 없어요~! 하고 내던지듯 말하곤 그걸로 끝이다.
난... 정말 내가 뭘 잘못한 줄 알았다. 도저히 더 물을 용기도 안나고 - 어찌나 매몰차던지.. -
다른 인포메이션 센터로 짐을 질질질 - 기가 살짝 꺽임.. - 끌고 이동했다.
이번에도 대극원에서 무슨 공연을 하는지 알 수 있냐고 했더니 - 역시 웃으며
이 직원 역시 매몰차긴 마찬가지.
도대체.. 미소를 지으면 벌금이라도 내게 되어 있는건가..
완전 기가 꺽여 더이상의 질문은 몽땅 맘속에 묻고 자기부상열차를 타러 갔다.
자기 부상열차를 내려 전철로 갈아 타러 갔다.
이 과정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너무나 안내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어를 못하는 사람도 다 찾아갈 수 있다.
전철을 타기 전 우리나라처럼 일정액을 먼저 내고 쓸 수 있는 교통카드 같은 것을 만들 생각이었기 때문에 역시 창구로 갔더니..
여기 역시 정말 왕친절- 반어법임..
내가 중국어에 서툴다는건 누가 봐도 알 수 있는데 - 9개월쨰임-
이 직원 완전 본토인에게 말하는거랑 똑같은 속도로 쏼라 쏼라..
당연히 못알아 들었다. - 거기다 상해는 사투리도 심함..
다시 한 번 천천히 말해 달라고 했더니.. 한번 더 말은 하지만 속도는 똑같다.
감으로 대충 떄려 잡고 돈 100원을 내니까 100원이 입금된 카드를 준다.
이때 이미 모든 여행욕구는 완전히 상실..
기가 팍 죽은 채로 인민광장을 지나 푸주로를 따라 가면 선장유스호스텔이 나온다.
와이탄과 가깝고 무엇보다 이 유스호스텔 꼭대기에서 바라다 보이는 야경은 정말 1류 호텔의 전망대 보다 훨씬 낫다는 얘기를 듣고 서울서 예약했음.
www.captainhostel.com.cn - 영어판,중국어판 홈피 2개. 수수료 없음.
직원들 영어 잘함. 외국인 많음. 친구 사귀기 좋음.
무엇보다 밤에 꼭 꼭대기층 바에 가볼것. 굳이 술 안마셔도 됨.
야경 정말 끝내줌..
호스텔에 짐만 던져놓고 상해 박물관으로 향했다.
이게 돈이란다.. 정말 몰랐었음..
다른 소수민족 의상들과 함께 티벳의 의상도 전시되어 맘 한편을 짠하게 만들었고..
이러다 몇년 뒤 고구려의 의상도 걸려 있는거 아닌가 싶어.. 무지 걱정하게 만들었던 코너..
한족(중국)의 전형적인 응접실..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바로 옆에 있는 나라이고.. 누구나 알 다 시피 한국은 한자 문화권에 유교 문화권에..
그렇게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정말 틀린 나라이다.
좌식문화, 온돌 문화인 우리와 달리 중국은 입식문화이다.
침실에서도 신발을 신고 (서양과 같다) 침대를 사용하고 의자에 앉는다.
젓가락을 사용하지만 밥그릇과 국그릇은 들고 먹는다.
중국 여행을 하고 나서.. 우리 나라의 온돌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내 생각에 전 세계를 감동시킬 수 있는 우리 나라 문화는 김치 보다는 온돌일것 같다.
중국.. 그렇게 추운데도 불구하고 난방이 잘 안되는 관계로..
중국에서는 잠잘때 양말 신는건 필수고 두꺼운 옷을 입고 잔다.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에 와서 겨울이면 더워서 잠을 못잔다고 한다.
그러다 한국 온돌에 적응하면 중국가서 제일 그리워 한다고 하고..
꼬일대로 꼬인 중국여행.. 역시 상해 박물관에서도 진가를 발휘
가장 기대하고 갔단 중국 회화관과 옥전시관이 모두 수리중이란다.
그러나 여기서 기대치 않았던 행운..
램브란트 전시회...우와.. 서울서도 보지 못했던 램브란트의 자화상을 볼 수 있었따.
작은 그림(생각보다는) 한장이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실제로 본 이 자화상은 어찌나 생생하게 표현이 되었는지..
사진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동이 있다.
참고로 저건 몰래 찍은 사진이 아니라 램브란트 회화전을 광고하는 광고물을 찍어온것임..
회화실과 옥 전시실을 못 본 아쉬움을 램브란트로 달래고 밖으로 나왔다.
우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바람이 썡썡 불기 시작..
서울서도 물론 추위에 약하다.
솔직히 많이 약하다.
보통 사람들이 좀 선선해 진다 싶을때.. 그 때부터 내복을 입기 시작하고..
입에 달고 사는 말이 ' 어이구. 추워라' 인건 사실이지만..
상해는 정말 추웠다.
이 추위가 서울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틀리다는게 더 추웠다.
우리나라는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으로 건조한 추위라면..
상해는 바닷바람을 안고오는 습한 추위..
내복에 오리털 파카에 털모자를 뒤집어 쓰고 순모100%의 목도리로 칭칭 동여맸건만..
오리털 사이로 스며드는 축축한 추위는.. 어이구.. 오금을 저리게 한다.
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 일까..
서울의 비둘기들이 닭둘기라면 - 난 그렇게 부른다. 날지 못하니까.
상해의 비둘기 들은 돼지둘기이다..
날기는 커녕.. 뒤뚱거리기도 버거워 보였다.
삼계탕으로 쓰면 아마 냄비에 안들어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