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간의 동남아시아 여행> (3) 첫 도시, 구이양(貴陽)
광저우에서 구이양까지는 한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저는 구이저우성(貴州)이 윈난성 옆에 있으니까 꽤 따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추워서 지도를 보니, 윈난성과 붙어있긴 한데 윈난 북쪽과 살짝 맞대고 있을 뿐 광시성 위쪽에 있었습니다. 광저우보다 오히려 북쪽이었던 셈입니다.
구이양은 단지 씽이(興義)에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였을 뿐이라서 오래 머물지는 않았습니다. 중국에서 못살기로 손꼽히는 구이저우 성의 성도답게, 정리되지 못하고 별로 화려하지도 못한 도시였습니다. 볓이 귀해서 귀양이라는 해석답게, 날씨도 흐릿했습니다.
시내로 들어와 바로 버스를 타러 갔습니다. 씽이로 가는 버스는 성 장거리 버스터미널이 아닌 기차역 앞 길 옆에서 손님을 맞이했고, 소리를 지르며 목적지 이름을 외치는 호객꾼들 사이에 표 파는 아줌마가 서 있었습니다. 그 아줌마는 내가 표를 끊으러 갔을 때도 금방 출발한다고 하더니, 왠지 미덥지 않다고 생각했던 내가 일단 밥을 먹고 보자고 생각해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돌아왔을 때에도 차가 출발하니 얼른 타라고 합니다. 버스는 빈 자리가 하나도 남지 않을 때까지 사람을 태우느라, 제가 타고도 두 시간도 더 지나서야 출발했습니다.
구이양은 그렇게 왠지 미덥지 않은 이미지로 남았습니다. 사실 구이양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이미 직감했습니다. 공항에 쓰여진 한글 표지판들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아마 조선족 통역을 구하기도 어려워서 (혹은 귀찮아서/돈이 아까워서) 사전을 그냥 써서 번역했나 봅니다. 아무튼 알아볼 수는 있으니 실패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귀엽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