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대만)여행기[2]-타이뻬이에서 첫날, 첫 숙소, 첫 도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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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대만)여행기[2]-타이뻬이에서 첫날, 첫 숙소, 첫 도보여행

고구마 5 6981

타이완 행 에바항공에는 우리나라를 여행하고 돌아가는 대만인 패키지 관광객들로 빼곡합니다. 두 시간 반 정도 되는 비행시간이라 기내식 먹고 앞좌석에 붙은 모니터 이리저리 돌리다보니 벌써 쳉카이섹 공항 도착~ 안 그래도 늦은 도착시간이어서 재빨리 짐 찾는 곳으로 달려갔건만, 우리 짐이 컨베어벨트에서 나오기를 기다리길 무려 40분!!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총총 사라지고 맨 마지막에 뚱실거리면서 나오는 우리 짐들이라니... 아유... 혹시나 방콕으로 가버린 건 아닐까 걱정 했는데, 맨 마지막이라도 일단 나와주니 안도의 한숨~
여하튼 대만 관광객들은 손에는 전부 하얀 스티로폼으로 싼 김치 한 박스랑, 이름도 생소한 한국산 과자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모두 사라져 버렸어요. 보통 과자들이라면, 롯데나 크라운, 농심 뭐 이런데서 나오는 게 대부분인데 완전 처음 듣는 과자 상자여서 ‘도대체 저걸 어디서 산걸까?’ 싶더라구요. 여하튼 맛있는 김치랑 과자 먹으면서 부디 한국에서의 재미나고 좋은 여행경험을 되새기기를...

숙소에 도착하니 벌써 밤 11시... 두 평 남짓한 공간에 더블 침대 하나만 덜렁 놓여 있는 이 작은 더블룸을 보니, 한동안 잊고 있었던 가난한 백패커로서의 의지가 불끈~~하면서 정신이 번쩍 드네요. 건물 분위기가 침침하고 음울한 이곳은, 그래도 어떻게 알려졌는지, 서양애들로 로비가 들썩들썩 합니다. 그 늦은 밤에 요리 해먹는 사람도 있고 CSI 보는 애들도 있고, 웹서핑 삼매경에 빠진 애도 보이고... 아아... 아마 이 숙소 여행자의 평균 연령을 화악~ 높이는데 우리가 큰 일조를 한 듯해요. 밖에서 영어로 낮게 대화하는 소리와 붕붕 시끄럽게 돌아가는 낡은 선풍기 소리를 들으면서 잠이 든 타이뻬이의 첫날이었습니다.

 

 

 

타이뻬이 호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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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낮선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 다소 찌뿌둥하긴 하지만, 그래도 여행지에선 늘 눈이 일찍 떠지는 탓에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와 전철을 타고 타이뻬이 중앙 기차역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의 전철 시스템은 서울과 비슷한 면이 있어서 사람들 흐름에 살짝 실리면, 목적지까지 어렵지 않게 찾아 갈 수 있다는 게 정말 편했구요, 도시 인프라가 잘 되어 있다 보니, 처음 발을 딛는 우리 같은 사람도 금방금방 익숙해지더군요. 특히 정말 편한 이지카드. 우리나라 교통카드와 같은 건데, 보증금 100위엔(1위엔=30원)에 사용 금액 400위엔, 총 500위엔을 지불하면 살 수 있는 이 선불제 카드는 요금이 20%씩 할인될 뿐만 아니라, 나중에 보증금은 물론 잔액까지 다 환불 받을 수 있으니 너무 좋고 편합니다. 우리나라 교통카드 마냥 그냥 갖다 대기만 하면 처리 됩니다. 게다가 이곳 타이뻬이의 명소들은 거의 다 MRT역이랑 연계되어 있어서 쓸모가 꽤 많아요. 물론 시내버스에서도 쓸 수 있구요. 타이완의 돈 명칭은 달러, 위엔, 심지어 중국 본토처럼 ‘콰이’까지 광범위하게 쓰이는데 공식적으론 뉴 타이완 달라(NTD;New Taiwan Dollar)라고 한다는 군요. 현지인들은 보통 위엔이나 콰이를 많이 씁니다.
타이페이 역에서 별 어려움 없이, 타이루꺼 협곡으로 유명한 화리엔 행 기차표를 두 장 예약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지하철 출구를 잘못 찾아나가는 바람에 엉뚱한 곳을 거의 삼사십 분 빙빙 둘러가며 걸어 다닌 게 오늘의 에러~ 이것 때문에 아침에 진이 다 빠져버렸어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처음 가는 도시는 - 특히 타이뻬이 같은 대도시는 - 하루 이틀 정도는 걷는 양이 무척 많지요. 방향을 잡지 못하기도 하거니와, 도대체 지도상으로는 가까워 보여도 막상 걸어가면 안 나오는... 암튼 저희도 타이완을 떠나는 날에야 타이페이가 대충 감이 오더라구요.

 


이지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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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T 역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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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뻬이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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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뻬이 중앙 기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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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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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본토인들이 대만 원주민을 학살한 사건) 평화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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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의 국부 장개석 총통을 기리는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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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별 볼일 없는 타이완 박물관(고궁 박물관 말고 228공원에 딸린 박물관)과 웅장한 크기의 중정 기념당 보고 나니, 다리에 힘이 풀려 후들후들... 결국 숙소로 돌아가 좀만 쉬었다 일어난다는 게, 늘어지게 낮잠에 빠져 일어나 보니 벌써 저녁 먹을 시간...
엉뚱한 디카 충전기를 가져온 탓에, 충전기 사러 종샤오신셍 역 근처의 전자상가 밀집 지역으로 갔는데, 정말 우리나라 용산 마냥 많은 젊은이들과 호객꾼들로 좁은 거리가 복작복작합니다.
여행 오기 전에 타이완 사람들 친절하고 좋다는 이야기를 여행기에서 접해본 우리로서는, 작년의 파란만장했던 중국 여행과 비추어 봤을 때, ‘어차피 같은 민족이니 크게 다르진 않을 거야....’라고 지레짐작 해버리고 그다지 큰 기대를 안했거든요. 근데 상점의 점원이나 길을 물어보기 위해 다가 간 일반 시민이나 다 친절하고, 충전기 사러간 곳에서도 예의 바르고 친절하게 응대해줘서 기분이 좋아지는 거 있죠. 아무래도 동남아의 느슨하고 약간 얼이 나간 듯 한 점원들 보다가 여기 사람들 보니 완전히 확 틀려지는 게 빠릿빠릿하고 눈빛이 또렷한 게 딱 우리나라 같습니다.  

 

 

타이뻬이의 전자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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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상가 뒷길의 먹자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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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가지 아쉽고도 약간 이상한 점이 있다면... 중국이나 태국에선 아무리 작은 길거리 노점 식당이라도 온갖 요리가 다 나오거든요. 사실 그걸 기대했었는데 이곳의 식당들은 요리 위주가 아니라 단품 식사 위주, 그러니까 우리나라 분식집 같은 스타일들이 대부분이었어요. 물론 제대로 된 식당가면 요리가 나오겠지만, 프라이팬 하나만 걸어놓고도 화염을 일으키면서 마파두부, 회과육, 징지앙러우쓰, 위시앙러우쓰 등등등을 쏟아내던 중국에서의 경험과는 사뭇 다른 듯...
앗... 그래도 만두는 정말정말 맛있습니다. 속 재료도 훌륭하고 반죽도 쫄깃하구요. 그래도 일단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저렴해 보이는 식당 들어가 봤더니, 오오... 메뉴가 참 많기는 많습니다. 다 단품식사인게 약간 흠이지만... 암튼, 타이완에서 제대로된 첫 식사를 만두국이랑 고기 덮밥 그리고 짜장면~ 이렇게 시켜서 먹었습니다.
짜장면은 사실 맛이 좀 없었어요. 음... 뭐랄까.... 어릴때 캠핑이나 수학여행 가면 대충 식판에 담겨져 나오던 맛 없는 짜장면 맛? 뭐 그 정도랄까... 하지만 이 맛이 진짜 짜장면의 맛이겠지요. 그래도 중국 여행할 때 베이징 이화원에서 먹었던 짜장면 보다는 맛있었습니다. 중국에서는 그 짜장면 먹고 그 다음엔 한번도 안시켜 먹었더랬지요.
여하튼 값싸고 푸짐한 식사를 하고 다시 MRT를 잡아타고는 용산사와 화시지에 야시장으로 향합니다. 군데 군데 보이는 샤오츠(간식거리들) 가게들은 정말 군침 당기게 했는데, 나이가 나이인지라 저녁 먹고 나니 간식 생각이 별로 안 나고 위가 부대껴서리... 팥이 잔뜩 들어간 10위엔짜리 풀빵도, 버블티로 알려진 쩐주나이차도 각종 고기 꼬치들도 다 통과!!! 아쉬워요.

저녁에 보는 용산사는 번쩍번쩍 알록달록한 전구에서 나오는 광채가 정말 화려한 곳이었어요. 모시고 있는 신들로 봐서 도교 사원쯤 되는거 같은데, 늦은 시간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향을 피우고 있더군요. 사실 사원의 분위기가 너무 휘황찬란해서 금방이라도 지루박 한번 땡겨도 좋을 만큼 번쩍이는 게 좀 웃겨보이긴 했지만, 경건한 표정으로 향을 바치는 사람들의 표정만큼은 정말 숙연 합니다.

바로 그 옆에 위치한 화시지에 야시장... 음... 이곳은 오히려 ‘화시지에 야시장’ 이라고 크게 간판을 걸어놓은 곳은 더 활기가 없어 보이고, 그냥 일반 시민들로 북적거리는 섹션이 훨씬 더 볼게 많더라구요. 볼게 많다고 해서 뭐 특별난 게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우리네 시장이랑 엇비슷해요. 전기 없이 정전기로 쓰레기 빨아들이는 청소기 선전하는 아저씨, 벌레 잡는 약 파는 아저씨... 그리고 그 외 잡다구리 한 작은 상점들의 연속연속...
첫날은 그냥 이렇게 지나갑니다. 내일은 대만에서도 이름 높다는 타이루꺼 협곡 보러 화리엔이라는 타이완 동부의 도시로 떠나는 날...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말이죠...
 

 

 

용산사 옆의 화시지에 야시장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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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시지에 관광 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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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해물 요리 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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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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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나니 2006.10.02 09:53  
  지루박~~ ^^  방이 심하게 작네요...
gromit 2006.10.06 15:10  
  저도 작년에 저 작은 침대에서 이틀을 잤지요. 타이페이 호스텔, 터줏대감 고양이도 한 놈 있고 나름대로 잼있던 곳이었어요
산청인 2006.10.07 17:29  
  저도 작년에 3일을 묵었던 곳입니다.  필리핀여자가 카운터를 보고있었는데 아직도 있겠죠. 서양애들이 영어강사랍시고 죽치고 있는 호스텔이죠. 선도사역 바로앞이라 교통은 편리했던 기억이... 맥도널드도 앞에 있고...
이리듐 2006.10.22 17:42  
  중국의 전통 음식 냄새.. 참.. 견디기 어렵던데.. 그렇지 않던가요?
고구마 2006.10.30 17:34  
  오옷~ 저의 허접한 여행기에도 드디어 리플이 달렸네요.
나니님 그래도 저방은 두번째 방에 비하면 양반이었답니다. -_-;;
gromit 님이랑 산청인 님도 저곳에 머무르셨군요.
이리듀님. 저희는 음식냄새가 좋았었어요. 뭐든지 안가리는 식욕때문인지도....
근데 대만에서 는 맑은국 마다 생강을 너무 넣어서 생강맛 밖에 안나는게 좀 싫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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