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정원이 되어준 미얀마 8(최종)
인레 두번째 날은 보트 투어를 하기로 했습니다.
보트 투어를 하기 위해서는 미리 게스트하우스에 예약을 해야합니다.
저도 전날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예약을 신청하여 하루 15,000짯으로
투어 비용을 정하였습니다.
출발 시간은 아침 7시 반.
아침에 좀 늦잠을 자 7시에 깨어났더니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이미 보트 기사가
와서 대기하고 있다고 하여 후다닥 준비를 하였습니다.
씻고, 짐 챙기고, 간단히 토스트에 커피 한잔 마시고 7시 40분에 출발하였습니다.
보트는 낭쉐 마을 북쪽, 시장을 지나 수로까지 걸어간 곳에서 탑승을 하였습니다.
수로엔 굉장히 많은 보트가 대기하고 있어서 그곳을 헤치고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마을을 거치고 습지를 지나면서 여러 가지 풍경이 흥미를 자아냈습니다.
기분 좋게 구름이 조금낀 맑은 날이라 그 풍경이 더 따듯하게 보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인레 호수의 규모가 상당합니다.
남북으로 20킬로, 동서로 10킬로 정도여서 보트 투어의 모든 일정을 빠짐없이
보려면 아침 7시 반에 출발해서 저녁 4시~5시 까지 투어가 이어집니다.
여름 우기엔 날씨 변화가 심해서 꼭 우산이나 우의를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햇볕이 비추면 호수 수면에 반사되어 더욱 더 자외선 노출이 많아지니
그것도 대비하시면 좋습니다.
첫번째 코스는 카웅 다잉 5일장.
5일장이라는 말처럼 5일마다 시장의 위치가 바뀌기 때문에 당일 장이 서는 마을로
방문하게 되는데, 저는 카웅 다잉 마을로 가게 되었습니다.
낭쉐 마을을 출발해서 40~50분 정도 갈 정도로 거리가 꽤 되었습니다.
조용한 선착장에 도착하여 조그만 시골길로 들어가니, 장터 입구에 이미 여러가지
수공예품을 난전에서 파는 시골사람들이 보이더라구요.
시골길을 따라 더 들어가니 콘크리트 기반에 슬레이트 지붕을 이어 5일장을 펼치는
장터가 나왔습니다. 여행객이 많은지라 여러 가지 기념품을 파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현지 사람들의 일용품을 사고파는 모습들이 주였습니다.
각종 야채, 과일, 생선 등의 음식부터 옷가지, 작은 가전제품, 학용품까지...
어디나 그렇듯이 장터에서 볼 수 있는 삶의 활기와 분주함이 느껴졌습니다.
미얀마 사람들의 소박한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장터는 아주 규모가 크지는 않아 전체 다 둘러보는데 많은 시간은 걸리지 않았습니다.
천천히 둘러보고 군것질도 하고 기념품 흥정도 해서 1시간 반 정도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침을 더무 단촐하게 먹어서 그런지 배가 쉬 꺼져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보트 기사에게 우선 점심을 먹자고 했더니 외국인들이 많이 가는 수상 식당으로
안내를 했습니다. 그런 모양새의 식당은 호수 곳곳에 있으니 그냥 보트 기사가 추천하는
식당을 믿고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깔끔하고 전망도 좋은 식당의 테라스쪽 자리에 앉아 시원한 과일 음료와
국수를 시켰습니다.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답더군요.
간간히 오고가는 보트의 물보라와 그 사이 유유히 물장난 치는 오리 가족들,
멀리 보이는 수상 가옥에선 아낙네들이 호숫물에 빨래와 설겆이를 하는 모습이
정말 평화로웠습니다.
식당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맛깔스런 국수를 먹고 커피 한잔을 하고 있자니
서양 관광객들을 실은 배들이 속속 들어와 자리를 채우더라구요.
다음 코스는 은제품 공방
입구에 올라서니 15살 즘 되어 보이는 이쁜 소녀가 저를 안내했습니다.
들어오는 손님 그룹에 전담으로 붙어 여러가지 설명을 해주는 소녀들이 여러 명 있었습니다.
만달레이의 광산에서 생산되는 금, 은 원석을 가져와 인레에서 세공을 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공방 내부에 들어가니 우선 세공장인들이 제품을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더군요.
그 방을 둘러보고 다시 안쪽으로 들어가니 꽤 넓직한 전시장이 나왔습니다.
각종 반지, 목걸이, 팔찌 등의 금, 은, 보석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생각보다 예쁜 디자인의 제품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뭐 이쪽 방면엔 문외한인지라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는 모르지만
일반인 입장에서 크게 비싸지 않고 예쁜 상품이 많아
어머니 선물로 은목걸이 하나를 60,000짯 주고 샀습니다.
아무래도 귀금속을 파는데다 보니 짯, 달러 그리고 신용카드로도 구매를 할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공방은 연실 공방.
처음 은공방과 거의 비슷한 공방 구조였습니다.
들어가니 직접 연 줄기에서 실을 뽑아내는 장면을 시연해주더군요.
연 줄기를 부러뜨리면 가느다란 점액질 액체가 나오는데 이것을 길게 뽑아 실을 만드는
공정이었습니다. 연실을 뽑는 건 기계가 할 수 없어 꼭 사람이 해야한다는 설명에
그래서 가격이 비싸다는 말을 덧붙이더군요.
안에 들어가니 전시장이 나왔는데, 자연소재의 직물이라 제품들의 느낌이 새로웠습니다.
역시 설명대로 연으로 만든 제품들은 가격이 상당한 반면 면제품들은 비교적 싼 것들이
많았습니다.
스카프, 셔츠, 가방, 바지 등등 직물로 만든 여러 제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여기도 역시 짯, 달러, 신용카드로 계산을 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 공방은 시가 공방.
안으로 들어가니 역시 시가를 만드는 공정이 그대로 공개되어 있었습니다.
담배 가루를 잎 사이에 넣고 압력을 주고 말아 시가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까지 들으며
관람하였습니다. 몇몇 제품은 천연허브 가루를 넣어하여 독특한 맛을 낼 수 있었습니다.
시연용으로 하나씩 주는 허브 시가를 피워보니 아주 강한 허브향을 맛 볼 수 있었습니다.
나무 상자에 들어있는 약 20개비 한 갑을 재미난 흥정과정을 거쳐 6,000짯에 샀습니다.
참고로 허브가 아닌 일반 시가는 카웅 다잉 시장에서 20개비 500짯에 샀으니,
간단한 선물 사실 분들은 카웅 다잉 시장에서 사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간 곳은 응아 페차웅, 일명 점핑캣 사원.
보통 미얀마의 사원은 석조로 지어지고 그 구조나 분위기도 독특하여 한국 사찰과 같은
고즈녁하고 차분한 느낌은 없습니다. 약간 요란한 분위기 이죠.
하지만 이곳은 제가 가본 중 유일하게 목조로 된 사원이었습니다.
큰 구조의 목조 사원이라 내부가 다소 어두우면서 적막한 느낌이 들어
익숙한 불교 사원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점핑캣이란 별명 답게 굉장히 많은 고양이들이 유유자적 낮잠을 자거나 산책을 하는
모습이었지요.
자주 다니던 절의 느낌이 나 사원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참배와 참선을 잠시 했습니다.
그늘 지고 바람이 불어 조용하게 호흡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고양이들은 사람에 익숙해서인지 등을 쓸어줘도 경계없이 기분 좋아하더군요.
9일간의 미얀마 여행을 이런 고요한 자리에서 마무리 할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저는 관광지 욕심이 크게 없는지라 오후 3시 반 정도 보트 투어 일정을 마치고
낭쉐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찻물로 씻고 침대에 기대어 차분히 미얀마 여행의 잔영을
돌아보았습니다.
일상의 누추하고 남루한 내 모습을 만나면 이렇게 여행만 다니는 삶을 꿈꾸기도 합니다.
저 역시 워낙 어릴 때부터 터프한 여행을 해본지라 이런 떠남이 항상 일종의 해방구라는
생각이 들구요.
하지만 한편 여행이란 허울로 내 일상의 세상에서 탈출한다면 삶의 가치와 여행의 가치 모두를
상실할 거란 생각도 듭니다.
하루 하루 살아가며 상처받고 마모되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내가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보람도 있고, 나를 성장시키고 나만의 왕국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편 가치있고 한편 고통스러운 그 일상의 한 모퉁이에 이런 여행이 자리잡는다면
아마도 이 시간이 훨씬 값지고 큰 무게를 가진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미얀마를 떠나는 밤비행기에 올라 '그래, 여기서 받은 에너지로 또 열심히 일년을 살아내고
내년엔 더 멋지고 새로운 세상의 구석을 돌아보자'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