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에 쓰는 여행기 - 쇼너와 레커의 태국 배낭여행(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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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후에 쓰는 여행기 - 쇼너와 레커의 태국 배낭여행(15)

쇼너 4 911
정확하게 한달만에 올리네요... 흑흑...
반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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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3월 5일(목) 피피에 도착하다

하루밤을 편하게 보낸 VIP버스를 내렸다. 시간을 보니 새벽 5시가 조금 넘었다. 터미널의 느낌은 정말 ‘이런 것이 시골터미널의 느낌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기에 충분히 정겨웠고 새벽안개가 걷히기 전의 풍경은 아스라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야간버스로 인한 피로를 걱정했으나 몸이 피곤한 것은 별로 느끼지 못했다. 떠나기전에 끄라비에 대한 정보를 거의 얻지 못해서 걱정이었으나 곧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터미널 옆의 여행사의 아저씨가 내리는 사람들을 잡고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기 시작한 것이다.
가끔은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을 이용하는 것도 별로 나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한 번 따라가봤다. 피피섬으로 간다고 하니 피피로 가는 배표를 사라고 한다. 배표를 사는 것은 좋은데 선착장까지 어떻게 가는지 몰라서 물어봤더니 곧 차가 온단다. 그거 타고가서 배타고 가면 된단다.

뭐 별로 특별하거나 대단한 건 아니었지만 갑자기 레커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니 여행사 화장실을 쓰게 해주고 뭐든지 자세하고 천천히 설명해주는 것이 사람 느긋하고 사근사근한 친절한 사람이었다.. 전체적으로 사람이 맘에 들어서 뭔가 하나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뭘 해줄까 하다가 한국에서 준비해간 그림엽서에다 이 여행사 믿을만한 곳이니까 마음놓고 이용해도 된다는 글을 써서 주면서 한국인을 만나게되면 이걸 보여주라고 했더니 무척이나 기뻐한다.

레커와 내 몫의 배표를 사고 여행사 의자에 앉아서 이것저것 체크하고 가이드북을 읽다보니 여행사 아저씨가 차가왔다고 타라고 한다. 말로만 듣던 썽테우였다. 근데 크기가 좀 작다. 아무튼 의자가 마주보도록 2줄로 달려있으니까 썽테우(태국말로 2줄이라는 뜻) 맞는 것 같다.

썽테우에는 우리 외에도 부부처럼 보이는 외국인 커플이 하나 탔고, 다른 외국인 남자가 하나 탔던 걸로 기억된다.
시원한 바람을 받으며 새벽길을 달려가는 기분… 그것도 기대하던 남국의 섬으로 가기 위해 달려가는 기분은 정말 뭐라고 할까? 짱이다!
한 20분쯤 갔을까… 썽테우는 우리를 왠지 중국계 호텔같아 보이는 호텔앞에 내려준다. 우리나 외국인이나 선착장에 내려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게 왠 뜽금없는 일인가 해서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표정은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혹시 당신 왜 여기서 내려주는지 이유를 알아?”

그 찰나의 어색함을 견디지 못한 내가 썽테우 기사에게 물어보았다

쇼너 : 여기는 선착장이 아닌 것 같은데 왜 여기서 내려주냐?
기사 :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면 너희들 태워갈 차가 또 온다…
쇼너 : 얼마나 기다려야하는데?
기사 : 쫌만 기다리면 된다.
쇼너 : 쫌이 얼만데?
기사 : 금방 온다.
쇼너 : …(더 이상 물어볼 수 없음)

외국인 커플이 뭐라고 했는지 나에게 물어본다.

외국인 남 : 뭐래냐?
쇼너 :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랜다.
외국인 여 : 왜 선착장으로 직접 가지 않는거냐?
쇼너 : 나도 모른다. 아무튼 걔가 그렇게 말했다. 기다려보자.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커플이랑 말문을 텃다.
그 커플은 뉴질랜드에서 왔으며 결혼했고 여행중이라고 그랬다.
아무튼 여행얘기를 했는데 방콕에서 어디가 제일 인상적이었냐고 그랬더니 팟퐁이라고 여자가 막 웃으면서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사용한 표현을 보자면 Amazing, Funny, Interesting… 등등이었다.
그러면서 자기는 무지 재미있었다면서 안가봤냐? 물어봐서 그렇다고 대답하니까 다음에 꼭 가보라고 한다. 재미있다면서…
어디 가는거냐고 그러니 란타섬에 간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피피섬으로 간다니 거기도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그랬다.

얘기 몇마디 하다보니 정말 ‘금방’ 다른 썽태우가 오더니 타란다.
탓더니 순식간에 선착장에 데려다 준다… 이렇게 짧은 거리를 왜 ‘Transfer’를 시키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선착장 중위에는 끄라비를 중심으로 한 섬들에 가기 위한 한 무리의 서양여행자들이 그들 특유의 활발하면서도 건방진듯하고 자신만만하게 보이기도 하면서도 안하무인인 태도같은 그런 복잡한 (우리가 보기에) 태도로 선착장 주위를 활보하고 있었다.
우리는 미리 표도 끊어놓았고 시간도 남고 그래서 아침이나 먹을까 하는 생각으로 돌아보았으나 마땅히 먹을 만한 곳도 없고(물론 서양여행자들이 빵과 커피, 혹은 샌드위치를 먹는 곳은 많았으나 우리가 원하는 태국현지인 식당)이 없어서 그냥 아침은 과일과 VIP에서 준 먹을 것중 안먹고 가방에 넣었던 것으로 때우기로 하고 끄라비 구경삼아 어슬렁거리다가 인터넷 까페에서 E-mail 확인 한번 하고 배를 탔다.

배타기 전에 선착장에서 ‘바나나~파파야~망고~파인애플~ 10밧~10밧’을 외치는 할머니(1년후 가봤을 때도 그 할머니는 여전히 그대로였다)에게서 파인애플을 사서 약간의 허기를 달래고 배를 탔다.

정말 신기하게도(이것은 여행내내 나에게 궁금한 점이었고 아직도 답을 모른다) 서양 여행자들은 주로 갑판에 웃통벗고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뜨거운데도 말이다.
서양 여행자가 아니라 연약한 피부를 가진 우리는 선실로 들어갔다. 선실도 덥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뜨겁지는 않다.

선실에 있다가 지루해서 갑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중국인인 듯한 남자와 커플을 이루고 있는 펑퍼짐한 서양인 아줌마가 말을 붙여왔다.

대충요약하면…

아줌마 : 바다가 정말 멋지지 않아요?
쇼너 : 네
아줌마 : 근데 신혼여행이우?
쇼너 : 그냥 휴간데요.
아줌마 : 그렇구나… 어쩌구저쩌구…

어찌나 아줌마가 호들갑에 수다인지 응대하기가 참 힘들었다.(사실 말을 잘 못알아 듣는 면도 있었다). 대충파악한 바로는 둘은 부부이고 뉴욕에서 무슨 비즈니스를 하는데 휴가차 온거란다. 남자가 좀 어렸다. 예상대로 중국계 미국인었고 한국에 대해서 여러가지를 물어보길래 얘기를 하다가 삼국지연의, 수호지, 금병매…등등의 중국소설에 대해서 얘기를 했는데 어쩌다가 필담이 필요해서 글씨를 쓰는데 정말 한문을 잘 썼다. 중국에는 가본적도 없다는데 말이다.
영어에 미친 우리나라 학부모들이여 각성하라!

너무 뜨거워서 아줌마랑 안녕하고 다시 선실로 들어온지 얼마 안되어서 피피섬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후 우리는 피피섬 선착장에 도착하고 있었다.

다음에 계속.
4 Comments
greenery 1970.01.01 09:00  
그리스에서나 태국에서나 휴양지에서 전 <백인>을 본적이 없습니다..어찌나 그렇게 구워대던지..흑인인지 히스패닉인지 알수 없는그것이 부티나 보이는거래여..<br>덕분에 저두 태웠다가 촌女ㄴ됐어여..ㅜ.ㅜ
greenery 1970.01.01 09:00  
헤헷~저두 코카 키우는뎁..방가와여..^^<br>근데 두분이 결혼은 언제쯤..에구..실례인가여?^^a;;<br>서양애덜이 그렇게 뜨거운 갑판에 있는건 살을 태우기 위해서 일거예요..
어여쁜 레 1970.01.01 09:00  
참고로 찰스는 이제 몸무게 13kg에 육박하는 말썽장이 우리집 강아지다 종류는 코카스파니엘 버프~
귀염둥이 1970.01.01 09:00  
쇼너의 피부는 정말 연약하다. 가끔 찰스의 발톱에 허벅지라도 긁힐라치면 긁힌자리 빨갛게 부어오르고 장난이 아니다 햇볕에 피부가 탔을때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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