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이야기 #002 - 양곤에서 보내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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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이야기 #002 - 양곤에서 보내는 하루.

케이토 14 3717




왠지 피곤한데 그냥 굶을까?



에이 그래도 도착한 첫날인데 밤마실은 해야되지 않을까?
길지 않은 일정동안 이동이 잦은 여행이 될텐데 역시 체력은 비축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밥을 먹기로 하고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1층으로 내려갔다.



“지금 환전하고 싶은데 여기서는 안되니?”



안된단다. 이씽.

대신 오키나와에서 큰 길을 세블럭 지나면 왼쪽에 “센트럴 호텔” 이라고 있으니 거기에서 바꿔줄테니 함 가보란다.
얌마 내가 아무리 건강하게 생겼기로 이런 시간에 너무 밖으로 내몬다?
라고 생각했지만 목마른자가 우물을 파는거랬어. 어차피 나가려던 밤마실에 목적도 생겼으니, 걷기로 하자.

낯선 밤길을 나서며 희안하게 위험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제대로 된 신호체계가 없어 길을 건널 때 한없이
망설이게 될 뿐. 적당한 어둠이 깔린 골목골목을 지나며 마주치는 그들과 내가 조금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 센트럴 호텔의 낮은 환율덕분에 나는 저녁을 먹을 10달러만 바꿔서 내가 걸어 온 길을
되돌아 약간은 어수선한, 아니, 무질서 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법한 양곤의 첫날 밤을 만끽해본다.

깨진 보도블럭 위에 마련된 간이 찻집에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아저씨들, 혹은 홀로 무언가 상념에 잠긴 듯한
아저씨들. 이름 모를 음식으로 늦은 저녁을 먹는 사람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버스들, 여행자, 현지인, 어른,
아이, 여자, 노인 할거 없이 수 많은 사람들과 스쳐지나간다.

같은 자리를 몇번이나 맴돌다가 결정 끝에 겨우 들어간 인도요리집은, 마치 우리나라에서 밥을 먹듯 반찬과 국을
준비해 주었고, 배불러서 더이상 먹을 수 없을 지경인데도 계속해서 반찬을 퍼담아 주는 통에 돌아가며 반찬통을
들고 오는 직원들에게 손사래를 몇번이나 치고 나서야 식사를 끝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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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밥 다 준거 아니지 -ㅅ-?;;; 말그대로 밥을 그냥 "퍼" 준다.



아, 결국 맥주는 못마셨네?
에이 몰라 피곤해. 그냥 잘래…



.
.
.



2011년 6월 28일.



오키나와 게스트하우스 특유의 스폰지 같은 매트리스 위에서 허우적대며 겨우 일어났다.
1층으로 내려가 차려주는 아침을 먹고 멍하니 오늘의 일정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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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안에 빵들었다. 소박하지만 든든한 아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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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고민 중이다. 자꾸 안기지 말아줄래.




뭐해야 되드라…체크아웃하고 짐맡기고…
일단 환전.
그리고 만달레이 가는 야간버스 티켓구입하기.
남는 시간동안 쉐다곤 파야 구경하기! 밥먹기!



좋아!



아침을 먹고 폭풍같이 짐을 꾸린 뒤 노련하게 짐을 맡겨놓고 양곤의 아침을 만끽하러? 아니아니, 환전을 위해
보족시장으로 향한다. 가면 타이거마트라고 환율은 잘쳐주는지 모르겠으나 믿을만 하다는 사설(!)환전소가
있다던데, 보족시장에 있는 타이거마트라는 정보 말고는 위치조차도 찾아보지 않고 그냥 왔다는게 생각났다.
이런 젠장, 나 어제부터 대체 왜이러니. 가면 있겠지, 없으면 물어보지 뭐, 사람사는데 다 똑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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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한게 아까울 정도로 바로 보이는 타이거 마트 -_- 너무 쉽게 찾아서 아닌 줄 알고 시장 한바퀴 돌고 왔다.



몇개의 골목을 지나고 지나 도착한 보족시장. 육교를 건너 내려오니 저 끝에 TIGER라는…간판이 하나 보인다. 설마.
타이거가 맥주 타이거를 말하는거 였나. 이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거였어? 반신반의 하며 들어가니 친절하게도 한글로
환전한다고 써있다. 내가 환전한 금액은 달러당 800짯. 그나마 오기 전 보다 조금 올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준비해 온 200달러를 바꾸고 혹시 몰라 가지고 있던바트도 조금 바꿨다. 아직 미얀마의 물가에 대한 개념이
전혀 서있지 않아서 태국에서 생활하던 생활비에 이동비를 조금 보태서 넉넉하게 가지고 있자는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썼다는 사실.

헤매지 않고 환전을 했으니 다음은 만달레이 가는 버스 티켓 구하기.
튼튼한 두 다리가 장점이니 버스티켓을 살 수 있다는 기차역까지 걷기로 했다.



근데…쫌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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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스타디움(버스 티켓팅을 그 근처에서 할 수 있음)으로 걸어가다 만난 캐논카메라 광고...나영이 언니와의 갭이 ㅠㅠ...



역시나 신호체계따위 일단 무시하고 보는 양곤님의 위엄 덕분에 길 한번 건너는데 천년만년 걸리는 나란 여자.
마지막으로 엄청 큰길이 나왔는데 차들은 멈출 생각도 없고 나는 못건너는데 현지인들은 어찌나 노련하게 건너는지
한 5분을 그렇게 서있자니 오늘중에 길 못건널 것 같다. 하지만, 친절한 미얀마 사람은 “짠”하고 등장한다고 했던가.



“밍글라바(안녕)~ 코리안?”

“응응. 코리안이야.”

“어디가니?”

“만달레이 가는 버스티켓 사러.”

“오 나도 마침 버스티켓 사러 가는데~”



…라고 말을 트자마자 시작되는 아저씨의 한국예찬! 오오 이것이 바로 한류인가!!!
미얀마에서는 한국드라마 주몽과 우리의 박지성님 덕분에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무척 좋다고 해야하나,
뭐라고 해야하나. 한국사람이라는 이유로 폭풍관심과 친절을 한몸에 받을 수 있다. 정말 피곤할 정도로…
드라마를 안보는 나로서는 뭐라고 리액션을 해줘야 할지 난감해서 그냥 웃음으로 화답해주었다.



“이하나! 이하나가 어찌나 예쁜지 미얀마 사람들이 모두 좋아해!”

“하하하..그렇군요…예쁘군요…(근데 이하나가 누구지…)”



아무튼 짠하고 등장한 미얀마 아저씨 덕분에 길도 건너고 만달레이 가는 버스티켓도 무사히 구할 수 있었다.
버스는 저녁 8시에 떠난다고 하니 2시간 전에 다시 티켓을 산 여기로 오면 픽업해서 버스터미널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버스터미널이 공항보다도 멀리 있던데. -_-… 어차피 픽업 안해주면 혼자 가지도 못할 거리.
나야 데려다 주면 땡큐 쏘 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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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건너기 전에 저 멀리서 보고 저건 뭐지...했던 풍경. 버스회사나 목적지 등등이 적혀 있는 것... (으로 추정 된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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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뭔가는 글자고 뭔가는 숫자인데...



설마 메탈리카가 남대문에서 이런 기분이었나!!!!
...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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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는 구글) 나도 기념촬영 할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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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버스 티켓. 내 이름 정도를 알아 볼 수 있겠다. (내가 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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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역시 난해한 비지니스 카드를 한장 쥐어주며 "혹시 다음에 이용할 일 있으면 이걸 봐." ... 보면...?;;;




“그나저나 나 쉐다곤 파야에 가고 싶은데, 걸어갈 수 있는 거리야?”

“응- 이쪽으로 쭉- 걸어가면 금방 갈 수 있을거야.”

“진짜? 어찌 갈지 고민했는데 걸을 수 있다니 다행이네.”




버스티켓을 받아들고 금방 갈 수 있다는 말에 쉐다곤 파야까지 걷기로 했는데…
론리플래닛을 몇번이나 들여다봐도 도저히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건 기분 탓인가…


…기분 탓일리가 없잖아?!



.
.
.



진.짜.멀.다.
이건 좀 아닌것 같다고 생각하기엔 너무 많이 걸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라오스에서의 경험상 외국인 여자가 눈에 띄지 않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긴바지를 입는 것이었다. 미얀마? 덥다.
나 별로 눈에 띄고 싶지 않아 긴바지 입고 있다. 덕분에 진짜 덥다. 근데 걸어도 걸어도 뭔가 내가 제대로 된 방향을
향해 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에 랜드마크 발견! 살짝 안심을 했지만 뭔가 딱 반 왔다.
한 20분은 걸어온 것 같은데 이게 정말 금방 갈 거리라고 설명할 거리냐고!!!!
…라고 혼자 성질 부려봐야 이게 다 무슨 소용이지. 그냥 걷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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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 WALKING. 내가 바로 조니워커.



열심히 걸어 온 끝에 –걷다가 하교하는 미얀마 학생들과 그들을 마중나온 부모님들 인파에 섞여있느라 시간이
더 지체된 것 같다- 저 멀리 쉐다곤 파야가 보인다. 장하다, 나. 튼튼한 두다리. 강인한 체력.
남은 열흘도 이정도 체력이면 걱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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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 오타쿠인 나, 그렇게 힘겹게 걸어온 끝에 쉐다곤 파야를 만났다. : ) 다음에 갈때는 택시 타야지.





14 Comments
땡깡 2011.10.13 08:23  
왜 그동안 여행기 안올라 오나 내심 기달렸는데 ㅎㅎ
여행기 잘 보겠읍니다 ~~~~~~~

먄마 는 저한테는 마음에 고향 같은곳 이에요 ~~~~
올해 까지 8번 방문 ........
내년3월 에 또갈 계획 ......

주위 에서 그러더군요 .....그만가라고 ......
하지만 니들이 먄마 그보석같은 매력을 알아 ?(마음속으로)

보석 같은 여행 을 하셨을껍니다 ....

더불어 보석 같은 여행기 기대 합니다 ~~~~~^^*
케이토 2011.10.16 17:29  
라오스처럼 써놓고 올리는 여행기가 아니라 속도가 많이 느리네요 ^^;
저도 열흘동안 미얀마를 여행하며 어느새 그 곳이 제 마음에 들어왔는지,
긴 여행에서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여행할 생각이 들지 않는데도,
미얀마는 유독 그리운 느낌이 듭니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짧은 여행이어서 그랬나봐요-
말그대로 보석같은 미얀마.. 몇번을 가도 그대로 였음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변하겠지만요 ^^
동쪽마녀 2011.10.13 15:30  
저는 직접 데려다주지 않는 이상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못 찾는 길치라서,
타이거마트 위치 찾기도 아주 꼼꼼히 메모해놨는데,
과연 케이토님처럼 쉽게 찾을 수 있을런지 심히 걱정이 됩니다.
저도 튼튼한 두 다리 믿고 열심히 걷고 걷는 편인데,
덕분에 저희 도로시만 괴로워지는 것이지요.
(중년 아줌마처럼 푸념을 합니다, 불쌍한 도로시가.ㅋㅋ)

근데,
저 남대문 시장 앞에서 굉장한 포스를 내뿜으며 서 있는 오빠들이 메탈리카인가요?
메탈리카 음악은 거의 듣지를 않기 때문에
저렇게 포스감 있는 오빠들인 줄 오늘 알았습니다.
오! 그 뒤에 보이는 우리나라 상호들이 뭘 말하는지 알면서도 저런 포스를 뿜어낼지
괜히 궁금해지기도 하네요.ㅋㅋ
싸랑해요, 케이토님!!^^
케이토 2011.10.16 17:32  
저는 전반적으로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 헤매면 짠 하고 나타나는 미얀마 사람들 하며,
발걸음 옮기는 곳마다 필요한 가게들이 딱딱 나타나주고 뭔가 굉장히 신기했어요 ^^
중년아줌마처럼 푸념하는 도로시! 너무 귀여운데요 :) 제 예상인데- 바간에 가면 무척 좋아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동쪽마녀님도 마찬가지구요 ^^ 제가 넘 좋아하는 곳이라 그러는건 아니구요.
히히히.

그리고 저분들 메탈리카 맞답니다 ㅋㅋㅋㅋㅋ 저도 음악은 최근에 와서는 못듣지만서도,
주위에 그들을 신봉하는 친구들이 많다보니 (...) 저 사진 보여줬을때 앞구르기 백번 했어요 ㅋㅋㅋ
웃겨서 ㅋㅋㅋㅋㅋ 저 뒤에 저 글자들 도나스가 도너츠인거 알면 그들도 앞구르기 할듯 ㅋㅋㅋㅋ
바람여행2 2011.10.13 17:05  
저도 여행기  잘 읽고 있습니다...1월에 3번째 배낭 가는데    저도 땡깡님 처럼  주위에서  머 보러 또 가냐는 말을 듣습니다...멀 보러 가는게 아니죠...땡깡님 말 그대로 마음속의 고향 처럼  느껴지는곳... 미얀마를 가기위해  둘러메는  배낭  .... 저는  언제쯤이나  그  배낭을 내려 놓을 수 있을까요?...
게이토님 계속  수고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케이토 2011.10.16 17:33  
정말 뭘 보러가는건 아니죠 ㅋㅋㅋ 보고싶었던건 한두번 가면 다 보는데,
미얀마만의 그...가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그....그거! 그거 땜에 가는거죠 :)
저도 첫인상이 너무 좋아서 여기까지 할까, 하다가도 또 언제 가려나 하고 있네요 ^^
바람여행2 2011.10.16 02:57  
게이토님....저는 게이토님과 루트가 반대입니다..1월에 미얀마 갔다가 1월말에 프놈펜으로 해서 씨판돈 들어갑니다..그래서 지금 게이토님 라오스여행기  열씨미 읽고 있는데요...한가지 질문요...저도 씨판돈에서  나와 탐롯콩로 갈건데요....그 길을  하루에 다가진 못한다고 알고 있어요.그럼 중간에 어디까지 가서숙박해야 콩로마을에 쉽게 갈수있을까요?비엔티엔에서  오는 버스를 탈수있으면 좋을텐데요...
케이토 2011.10.16 17:36  
네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하루만에 가지는 못할거예요.
저는 씨판돈에서 팍세, 팍세에서 타켁에 들렀다가 타켁에서 아침버스로 출발해서
저녁에 탐콩로의 베이스캠프격인 반쿰칸(반나힌)에 도착했거든요.
아무래도 그 루트가 가장 일반적이라고 할수 있지 않나...싶습니다.
여러모로 루트를 연구한 끝에 어차피 들를 곳이니 거쳐가자 싶어서 팍세, 타켁을 들렀거든요.
타켁은 특별한 느낌을 받지 못해 그냥 경유지처럼 들렀을 뿐인지라...
아니면 정말 방비엥에서 한번에 가는 버스로 가는 방법도 추천이예요.
그 쪽이 도로사정이나 이동방법면에서 더 수월하다고 하시더군요. (현지 여행사 운영하시는 분 말씀!)
홍하영 2011.10.22 16:27  
다음 글이 기다려 지네요..
케이토 2011.10.26 02:00  
기다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ㅡ^
열혈쵸코 2011.11.29 22:52  
메탈리카 사진에서 빵 터졌어요. 으하하하~ ^^
미얀마글씨는.. 왠지 더 생소한 느낌이로군요.
난봉 2011.12.02 16:46  
베이징에서 잘못된 정보로 인해 더운날씨에 30분이상을 걷다...이왕 걸은거 오기로 계속
걸으면서 죽을뻔한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여행중 만나는 우연같은 천사분들은 케이토 님이 따뜻하고 열린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나타나는 현상들이 아닐까요...ㅎㅎ
조그마한것에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
shtersia 2014.08.06 16:03  
다른여행기에서 뵈었는데 여기서 보니 반갑습니다.
잘읽고 갈께요.
jess07 2015.12.05 10:59  
글을 참 재미있게 쓰시네요...
나중에도 여행기 많이 올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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