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 뉴욕 전망대 도장깨기–엠파이어스테이트, 록펠러, 원월드
여행계획을 세우면서 마지막까지 꽤나 고민을 했었다.
뉴욕의 3대(?) 전망대라는 이 3개 중에서 뭘로 골라봐야 제일 효율적이고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까하고 말이다.
고심고심하다가 결국 내린 결정은... 내가 뉴욕에 언제 또 올수 있겠나? 이왕 온김에 도장깨기하듯이 다 봐야지 여한이 없겠도다!! 싶어서 3군데를 다 가기로 한거다. 사실 3군데 전망대를 다 본건 좀 과하긴 하다. 어찌보면, 뭘 그렇게까지나... 싶은거지.
그래도 다 각각의 의미를 부여해보자면...
일단 ‘엠파이어 스테이트’는 그 이름만으로도 그냥 가봐야되는 곳인거다.
그 수많은 영화와 이야기들에서 배경이 된 곳이기도 했고, 제이지와 알리샤키스의 노래 ‘엠파이어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를 들으면 정말 여긴 꼭 가봐야되겠다는 마음속의 뽐뿌가 뿜뿜. 인 뉴욕~ 콘크리트 정글~~ 으로 시작되는 알리샤 키스의 매력 만발한 음색을 들으며 엠파이어 스테이트에서 뉴욕을 내려다보는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멋있을까? 하고 상상해보니 여긴 뺄 수가 없다(실제론 거기서 그 음악을 틀지도 못했고 우리도 멋있진 않았다. -_-).
록펠러 센터는... 아이러니하게도 기념비적인 엠파이어스테이를 제일 잘 조망 할 수 있는 전망대였고, 가이드북에서 – 굳이 한곳만 가야한다면 이곳을 추천... - 이라는 태그가 붙어 있다. 그러니 여기도 포함.
그리고 원 월드는 사실 넣을까말까 막판까지 좀 들었다 놨다한 곳이였는데...
비록 참극이기는 하지만 세계사적인 히스토리가 배여 있었던 이곳을 뉴욕까지 와서 패스하는 것도 좀 아쉽기도 하고... 하여튼 도장깨기 해보자!! 라는 마음과 뉴욕의 쨍한 낮풍경도 한번 보고 싶은 맘. 이런 것들이 마구와구 섞여서 다 가기로 결정~
바위의 꼭대기, 록펠러 센터 전망대
우리가 산 패스는 록펠러의 경우 시간을 미리 예약해야 해서 금요일 7시로 걸어놓고 시간에 맞춰 방문했다.
어두운 밤길에 초행인데다가 록펠러 센터 자체가 단일 건물이 아닌 빌딩 단지라서 찾아 들어가는 것도 좀 헤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전망대는 록펠러 빌딩 군 중 ‘GE 빌딩’에 있고 이름도 ‘탑 오브 더 록Top of the Rock’이다.
뉴욕에선 줄서고 헤메고 체크하고 또 줄서고 헤메고 하는게 그냥 일상이다. 7시보다 불과 5분정도 일찍 갔더니만 레게머리의 스타일리시 한 보안직원이 5분 후에 시간 맞춰 오라고 돌려 보내길래, 주변을 서성대다 정해진 시간에 딱 맞게 들어갔다. 직원들의 인도에 따라 말 잘 듣는 순한 양떼들 마냥 이리 저리 인도되다보니 전망대에 안착했다.
이 전망대는 3개의 섹션으로 구분되어져 있었는데...
일단 건물 안에서 외부를 유리벽 너머로 조망할 수 있는 유리벽 층,
유리벽이 있긴한데 천장 없이 외부로 뚫린 층,
그리고 유리벽도 없이 완전히 다 트여 있는 층 이렇게 있었다.
뉴욕 3개 전망대 중에 제일 먼저 가 본 곳이라 그런지 높은 곳에서 처음 마주한 전경과 감흥도 찐하게 느껴지고 멋있었다. 그리고 입장시간을 제한해서 그런지 관람객들도 엠파이어 보다는 좀 더 정돈 된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냥 그날의 기운이었는지도...
록펠러 센터
전망대 풍경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엠파이어 스테이트 전망대
이곳은 예약이 없이 그냥 가서 줄서서 기다렸다가 입장을 하면 되는 곳이어서, 시간에 매이지 않는 장점은 있었는데... 그런 때문인지 정말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우리가 간 9월은 그래도 본격적인 여행시즌에 비하면 불평불만을 늘어 놓는 게 좀 미안할 정도로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들 하는데... 아~ 그럼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여름철에 가면 입장줄에서만 기다리는데 2시간 걸린다는 후기도... 후미 -_-;; 진짜인가...
역시나 이곳도 예외없이 보안체크도 하고 덩치가 후덜덜한 직원들이 이리저리 안내하는대로 앞사람 뒤에 붙어 종종걸음으로 이동하다보면 86층까지 도착한다.
이곳의 장점은 외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크라이슬러 빌딩을 비교적 온전하게 볼 수 있다는거였는데... 아... 여긴 정말 록펠러의 톱 오브 더 록 보다 더 붐비고 정신없고 그런다.
건물 둘레 가장자리 자리에 서야만 그래도 뭔가가 보이는데, 이 자리를 선점한 사람들이 대충 볼만큼 보고 좀 시간이 되면 비켜주고 이런 식으로 교체되면 좋으련만...
물론 그런 사람들도 많았지만 우리가 줄을 선 곳은 완전히 폭망자리였다.
아마도 동유럽에서 온 일가족들로 보였는데 중년의 덩치가 큰 부모과 키가 큰 두 딸들 그리고 그 외 친척 이렇게 대군단이 철옹성을 유지하고 절대 비켜주질 않는거다. 어깨가 넓고 덩치가 커서 그 틈 사이로 뭔가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이미 우리보다 먼저 와서 그들 뒤에 자리 잡았던 다른 유럽 여행자들도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지금까지 기다린게 있는데 다시 다른 자리 찾기도 그렇고 계속 그들 뒤에 있으려니 부아가 치밀고 뭐 그런거랄까...
그러다가 결국 사단이 났다.
딸들 뒤에 서있는 남자가 살짝 격앙된 목소리로
“익스큐즈미!! 저기 좀 비켜줘. 사진 좀 찍을께. 잠깐 사진 만 쫌 찍자!!”
말 자체는 익스큐즈미로 시작했지만 남자는 얼굴에 화가 가득했고 그 딸들은 어리둥절하게 비켜주고는 다시 그 자리로 들어가길 기다리고 있다.
남자는 사진을 찍고 나서는 전혀 고맙지 않은 어투로 “땡큐!!”를 마치 나무라듯이 그녀들에게 뱉어내고는 고개를 흔들면서 사라졌다.
우리 옆에 있던 프랑스 모녀는 그 큰 덩치의 가족들 뒤에서 암것도 안보여서 바로 옆에 설치된 망원경 단상으로 올라갔는데, 의도적으로 몸을 망원경에 한껏 기대서는 망원경 끝이 그 집 아버지를 뒤통수와 옆통수에 닿도록 압박했다. 망원경의 압박을 느낀 그 남자가 굳은 얼굴로 돌아보며 말했다.
“헤이~ 너 지금 뭐하냐?”
“뭐? 우리가 아까부터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너네 뭐야!! 너네 어디서 왔어? 여기 사람들 안보여? (프랑스말과 영어과 마구 섞인말이었지만 완전 동시번역 되는 느낌)”
프랑스인 딸은 과장된 손짓으로 팔을 흔들면서 불만을 쏟아내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얼굴로 다시 망원경으로 그 집 남자머리를 더 누르려고했다.
그 남자... 온 얼굴에 털이 숭숭 난데다가, 허리둘레보다 훨씬 작은 바지를 입은탓에 엉덩이 골이 다 보일려고 하는 그 덩치는 프랑스 모녀에게
“나 너한테 경고한다. 해봐. 해봐. 경고했다. 진짜~”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가리킨다. 일명 손가락질 시전...
그러자 분을 못참은 프랑스 엄마가 프랑스 말로 뭐라고 일갈 하면서, 그 부부 사이로 굉음을 지르며 돌진을 했는데, 이 아주머니 각도 조절을 잘못해서 괜시리 옆에서 안절부절하고 있는 나한테 정면 충돌을 한거다.
옆에서 어버버 하고 있다가 괜히 그녀의 육탄공격 받은 나는 ‘이게 다 뭐꼬~ㅠㅠ’ 싶은 채 비틀거렸고, 요왕은 재빨리 기우뚱거리는 나를 잡아줬다.
그 두 팀은 서로 욕하는 배틀타임을 짧게 가지고 프랑스 모녀가 자리를 뜨는 걸로 마무리되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그 프랑스 아줌마 나한테 쏘리 도 안하고 그냥 갔다. 생각해보니 슬프네... 무시를 하는건가. 헐... 무례한 유럽인들.
아... 어쨌든 야경을 보긴봤다.
나는 그 자리가 가망 없음을 깨닫고 다른 자리로 옮겨서 가장자리에 안착 할 수 있었고
요왕은 요왕대로 어쩌다 다른 곳에 자리가 나서 보게되었는데...
문제는 그렇게나 사람이 많고 어두운 곳에서 서로 헤어지게 되니 나중에 찾을 도리가 없는거였다. 뉴욕에서는 이 망할놈의 미국 모바일 데이터는 지하철에서도 안 터지고 이 전망대에서도 잘 안 터진다. 카톡 보내봐도 요왕한테 가질않고 요왕이 보낸 메시지도 나한테 오질 않고... 심지어 전화도 연결이 안 된다. 우리가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그런걸까...
야경은 눈에 안 들어오고 일단 사람부터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긴장하면서 하염없이 뺑뺑 돌다가 결국 만나긴 만났는데 에너지 소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네...
도대체 이 전망대 사람이 없는 시즌은 언제인가요.
이곳에서 나와 바로 근처에 있는 한인타운 32번가로 가서 H마트에 들렀더니 우리나라 식재료와 그 외 아시아 식재료들이 한가득이었다. 그리고 손님들도 엄청 많아서 계산하는 줄이 슈퍼 안쪽으로 줄줄이 늘어 서 있다.
멸치조림, 무말랭이 등이 들어있는 모듬 밑반찬도 여러종류로 냉장매대에 전시되어있었는데, 여기서 한국식 밑반찬 사서 숙소로 돌아와 햇반이랑 같이 먹으니 이날의 피로가 샤르르 진정되면서 뭔가 위안을 받는 느낌마저 든다.
태국에선 우리나라 음식을 안 먹어도 별로 어려움이 없었는데 미국은 또 다르네...
맨하탄 남쪽 강변의 원월드 트레이드 센터
마지막으로 원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위치한 전망대는 낮에 가게 되었다.
이곳은 가장 최근에 지어진 곳이라 그런지 뭔가 첨단의 기운이 느껴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중에도 엘리베이터 벽과 천정의 스크린에 뭔가가 짜잔~ 하고 비춰지고
본격적인 전망층에 가기 전에 이곳의 역사를 간략하게 설명해주는 층이 있었는데 그 설명이 다 끝나고 난 후, 스크린이 마치 무대의 은막처럼 샤라락 올라가면서 나오는 창으로 뉴욕 남부의 전경이 눈앞에 짠~ 하고 드러나는데, 마치 무대예술 같은 느낌이다.
원월드 센터가 강에 가깝게 있기 때문에 전망은 가장 다양했다. 허드슨강 너머의 뉴저지도 보고 이스트 강 너머의 부르클린도 보고...
이곳 역시 입장하기까지 지루한 줄서기와 엄격한 보안체크가 동반되기는 했지만, 낮에 가서 그런지 훨씬 사람답게 전경을 즐길 수 있었다.
전망대를 보고 나서는 지상으로 내려가 옛 무역센터 건물이 있던 곳에 세워진 기념물과 특이한 내외관의 오큘러스도 보았다.
바로 옆 센츄리 21 아울렛에서 잠깐 쇼핑도 했는데, 엄청 할인해서 파는 지갑이랑 향수에 원월드 안에서 나눠주는 할인쿠폰까지 적용하니 둘 다 해서 30달러 남짓.
오큘러스 빌딩과 원월드 센터
전형적인 답사형 관광객의 여정이긴 했지만 세 군데의 전망대를 다 가본 것에 후회는 없었다. 물론 모든 곳이 다 좋았던건 아니지만... 의문과 기대를 충족하는 것 만 해도 큰 의미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 멋진 뉴욕에 우리가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생각하니 모든게 하나도 아깝지가 않을뿐...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