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 초짜 관광객의 정신없는 뉴욕 유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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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 초짜 관광객의 정신없는 뉴욕 유람

고구마 8 379

 

입국심사대를 향하는데 뭔가 긴장이 자연스레 되고 긴장감이 올라간다.

공항은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인산인해였고 우리는 그냥 표지판 따라서 대충 맞겠거니 하는 줄에 섰다.

입국전에 무슨 키오스크를 통과해야한다는 글도 읽었는데 그런건 우리에겐 해당사항이 아니였는지... 하여튼 어리버리한 맘을 안고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 손에는 프린트물이 들려있네. 

뭔가하고 봤더니 사전에 미리 신청한 esta 전자비자를 프린트 한 거 였다. 저건 따로 안 가져 와도 되는 줄로 알고 있는데... 국적, 인종 불문하고 손마다 들려 있다.

실제로 미국입국은 그건 필요하지 않았다. 입국신고서도 없고 무슨 세관신고서도 없고 정말 여권 말고는 그 어떤 종이 한 장도 필요가 없었다. 전산으로 이미 입력이 다 되어있어 예약 완료 화면 프린트 한 종이 같은 것은 심사관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다들 손에 들고 있었을까. 그렇다. 모든 나라 사람들이 미국 입국을 까다롭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막연한 불안감에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갖고 왔을게지...

까다롭다고 알려진 악평과는 달리 입국심사관이 우리에게 물은 질문은 “왜 왔어?”, “기간은?” 단 두 개 뿐 이다. 그리고 지문인식...

몇 년 전 샌프란시스코로 입국 했을 때보다 훨씬 간단하고 빨랐다.

 

 

덜컹덜컹 지하철을 갈아타고 도착한 맨하탄은 잔뜩 찌뿌린 날씨였고 곧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트렁크를 끌고 낯선 도시의 골목 몇 개를 지나쳐 마치 접선하듯 길거리에서 민박집 주인과 만났다. 방을 안내 받고 창밖을 보니 정말 뉴욕에 온 것 같은 실감이 찐하게 난다.

 

공항에서는 정오쯤 나왔지만 이동하고 예약해둔 투어와 공연표를 받고 하니 이미 해는 졌다. 오늘의 일정은 오픈된 2층 버스를 타고 나이트 시티투어를 하는 건데... 비는 점점 거세진다. 아오~ 

이날 융통성 있게 버스투어 일정을 뒷날로 돌리면 되는 거 였는데 그러면 뭔가 우리가 짜놓은 전체일정에 차질이라도 생길까봐서 그냥 일정대로 타버렸다.

그렇다 우리는 초짜 관광객~

 

저녁 7시에 2층 데크에 앉아 얇은 비닐 우비를 뒤집어쓰고 비바람을 맞으며 버스는 출발했다. 이날의 루트는 차이나타운을 지나 브루클린을 잠깐 들렀다 다시 맨하탄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는데 코스 자체만으로 보자면 크게 흠잡을게 없었지만... 얼굴엔 빗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눈도 잘 못뜨겠고 우비는 광년이처럼 펄렁거리고 좌석으로도 빗물이 새어서 옷은 점점 젖고... 게다가 너무 춥다.

 

14시간 비행과 긴장감 타는 입국수속, 그리고 복잡한 지하철로 혼잡한 도시로 들어오자마자 이런 스케쥴이라니... 만만치 않은 도시에서 기어이 강행한 무리한 일정이었다.

날이 좋았으면 야경 보느라 멋졌을텐데... 이날 감기 걸리지 않을게 천만다행일뿐.

불과 몇 시간 전에 온갖 호사를 누리면 비행기 안에서 모니터로 게임을 하며 해맑게 웃던 요왕이 얼굴이 마치 뉴욕의 날씨 마냥 점점 어두워진다. -_-;;

 

 

 

 

다음날,

서울과 뉴욕의 시차는 무려 13시간... 시차적응도 제대로 안된 상태인데다가 어제 저녁 비바람 맞으면서 눈도 제대로 못 뜨고 2층 버스 타고 돌아다녔더니 아침에 일어나기가 좀 힘겨웠지만, 하루 숙박비가 이렇게 높은 곳에서 이런 골방에 누워 시간을 허비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작태이므로 얼른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하루 숙박비 145달러 = 약 16만원 = 약 5,000밧

 

태국에서 5천 밧으로 묵을 수 있는 리조트들의 멋진 전경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데, 현실은 시도 때도 없이 싸이렌 소리 왱왱 들리는 빌딩 숲 사이의 콩깍지만한 아파트...

그래 뉴욕이니까 다 감수해야지. 숙소에서 나와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데 정말 영화에서 보는 것 처럼 경찰서 앞에 건장한 체구의 경찰이 검은색 NYPD 제복을 입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뉴욕 맨하탄은 어딜 가나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건물이 노후해서 그런가 늘 어느 건물에서는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서 공사판을 지나다니는거 같은 느낌도 들고, 이런 대도시는 늘 그러하듯 노숙자나 걸인들도 많다. 지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하얀 수증기는 왜 자꾸 땅바닥에서 올라오나 모르겠다.

그리고 상점에서 점원들 말도 빠르고 걸음도 빠르고 뭐든지 마구 빨리 돌아간다.

뉴욕이 로맨틱하다기보다는 냉정하게 느껴지고 있다.

 

하여튼 여기까지 와서 취향이나 선호도 이런걸 따질게 아니라 무조건 뭐든 많이 봐둬야 남는거란 생각에, 다시 한 번 투어버스를 타고 뉴욕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렇다 우리는 초짜 관광객이다.

 

어제와는 다른 루트로 센트럴파크와 할렘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안 그래도 할렘은 호기심이 무척 돋기는 하는데 왠지 그냥 둘이서 타박타박 걸어서 돌아다니기에는 마음이 좀 편치 못해서 아주 안전한 방편인 투어버스를 타고 다니기로 결정.

싱크가 조금 안 맞기는 하지만 자리마다 이어폰 꽂는 곳이 있어 한국어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약 2시간 동안 돌아본 전경은 후회는 없었다. 이렇게 투어버스로 다니지 않으면 이걸 어떻게 다 봤겠어. 물론 교통체증 때문에 좀 답답하기도 하고 2층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본거라 수박 겉핧기 처럼 본거긴 하지만 말이야.

 

아침 일찍 나와서 하루 종일 밖에서 있으려고 했는데... 우리는 젊지 않았다. 성철스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 것처럼, 나이들면 늙고 늙으면 힘빠지는거고, 지는건 분해 죽겠지만 지는 거고(지는 게 이기는 게 아니고...) 그런거지...

 

오전 일정에 벌써 방전 되어 버린 우리는 결국 숙소로 다시 돌아와 포근한 침대에서 좀 쉬다가 다시 영차~ 힘내서 나가본 곳이 ‘하이라인 파크’와 ‘첼시마켓’ 그리고 영화 비긴어게인의 배경이 되었던 ‘워싱턴 스퀘어 파크’, 그리고 우리 취향과는 그다지 맞지 않았던 트렌디 한 상점가 ‘소호’다.

그리고 소호 근처의 리틀이태리에서 마침 열렸던 생 제나로 축제까지 오로지 도보로 하나하나 보고 다녔다.

하이라인 파크는 사람이 없었다면 그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며 아주 괜찮은 산책코스가 되었을거 같긴하다. 오른편에 허드슨강, 왼편에 뉴욕시내를 두고 걷는 다는 건 정말 멋있으니까..근데 우리가 걸었을 때는 관광객들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인산인해여서... 음... 그냥 맨하탄 서쪽 가장자리의 철길공원이로구만... 하는 느낌이 강했다. 공원의 서정감을 느낀다기보다는 그냥 단체구보같은....-_-;; 하긴 평범한 거라도 일단 뉴욕에 있으면 다 명소가 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블리커 스트릿에 있는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브래드쇼의 자택이였던 집도 찾아가보고...

최신 유행으로 유명한 소호 거리도 걸어보고... 근데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소호는 그렇게 큰 감흥은 없었다.

 

이 전체구역에서 요왕이 꽤나 맘에 들어 했던 곳은 워싱턴 스퀘어파크 남쪽에 있는 맥두걸 스트리트(뭔가 사연 있어 보이는 멋진 술집들이 많이 있었다)였는데 여기 있는 멋있는 술집에서 한잔 못해 본 게 좀 아쉬웠을 뿐이다. 진짜 뉴욕분위기 뿜뿜 풍기는 뭔가가 있었는데 그냥 불쑥 들어가기에는 좀 어색한... 뭐랄까 이 분위기에 익숙한 사람들만이 제대로 즐길 것만 같은... 애써 용기를 가지고 들어 가봤자 이곳의 분위기 속에서 소외감을 느낄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가 있어서 실제로 들어 가보진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쉽네. 그냥 들어가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걸....

 

사람들과 스트릿 푸드로 북적거리는 생 제나로 축제속의 인파에 섞여서 페스티벌 분위기도 느끼며 걷다보니... 시간은 거의 오후 6시가 다 되어간다.

 

오늘 저녁엔 중요한 일정이 있지. 내가 무척이나 기대했던 뮤지컬 관람일이였는데 수많은 뮤지컬중에 우리가 고른건 ‘시카고’였다.

이건 영화로도 나온터라서 영화를 미리 보고 뮤지컬을 보면 이해도도 높고... 또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시작된 공연이라서 뭔가 더 ‘뉴욕적’일 것 같기도 하고...

우리는 9월에 하는 브로드웨이위크 세일 기간에 산거라서 2층 맨 앞쪽줄 2명에 약 160달러 정도를 지불했다. 좌석마다 가격대가 다 다른데 이 자리를 1인 80달러정도에 산거는 꽤 선방한거라는 풍문이 있었고 실제로 그 좌석에서 본 공연은 정말 좋았다.

하여튼 처음 접해보는 뮤지컬 예약 시스템인데도 요왕은 어찌어찌해서 그걸 해내는데, 내 눈에는 다 신통방통해보일뿐.

 

 

치폴레로 저녁을 먹고 앰버서더극장에 왔더니 여기도 와글와글... 하여튼 뉴욕은 다 와글와글이야. 어디서든 줄을 서고 보안 검사하고 또 기다려야하고...

하지만 이런 불평을 싹 날려버릴정도로 공연은 정말정말 멋있었다.

우리가 앉은 2층 맨 앞자리는 정말이지 배우들의 얼굴표정과 등근육의 잔잔한 결까지 다 보일정도로 무대와 가까웠고, 연주자들이 무대 중앙에 위치한 구도여서 그런지 뭔가 째즈 클럽 공연에 온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미리 영화를 보고 가서 그런지 스토리라인도 전부 다 이해할 수 있는 것도 나 같은 공연 문맹자에게는 장점이었다.

 

예전에 라스베가스에서 본 카쑈는 무대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좌석에 앉은터라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렇게 가깝게 보니 정말 배우들의 발성과 몸짓 기교가 아름답고 강렬했다.

여성배우들도 등 근육결이 장난이 아니게 섬세하게 골이 져있는데, 강인한 사람의 몸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하는 것도 느껴지고 힐을 신고도 안무를 척척 해내는데 같은 여성이지만 그 아름다움에 홀딱 반했다.^^

 

 

저녁 10시반에 공연이 끝나고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와야 하는데, 이놈의 뉴욕 지하철은 진행방향에 따라 출입구가 다 달라놔서 또 반대방향 출입구로 들어가서 헤메다가 시간을 많이 잡아먹고 겨우 숙소로 돌아오니 시간은 11시가 훨씬 넘어 있었다.

보람찬 하루였다.

 

 

 

(계속)

 

 

 

 

2층 관광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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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버스로 둘러 본 뉴욕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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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탄 차에는 중국어와 일본어는 없는데 한국어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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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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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버스는 신호등이나 가로수 나뭇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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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곳곳에서 볼수 있는 공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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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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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차량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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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찻길을 공원으로 만든 하이라인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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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커 스트릿의 캐리 브래드쇼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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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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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스퀘어 주변 카페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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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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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리틀이탤리에서는 축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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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멕시코 음식 체인인 치폴레의 부리또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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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를 공연하는 앰배서더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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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필리핀 2018.11.06 15:22  
커헉~!
하룻밤 숙박비가 5,000밧!!
저같은 평민은 평생 뉴욕 몬 가겄네요ㅠㅠ
고구마 2018.11.07 08:33  
ㅋㅋㅋ. 혹시 또 모르죠. 저희도 뉴욕갈지는 몰랐어요.
캠프리 2018.11.06 17:15  
우왕 뉴욕이라 멋있습니다. ㅋ
그리고 요글 아래 네번째쯤에 있는 불법 광고성 글도 좀 지워주세용
고구마 2018.11.07 08:33  
감사합니다.
알뜰공주 2018.11.08 16:48  
오리지널 '시카고'를 뉴욕에서 봤다니 정말 부럽네요.
긴시간 비행기타고 비맞으며 강행군을 했네요. 대단합니다.
 감기 걸리지 않아 다행이었구요~^^
냥냥 2018.11.10 12:03  
뉴욕여행갈때는  정말  효율적인 계획을  잡고 가야  가성비여행을 추구하는 제가  만족을 할듯해요.
2018.11.26 23:13  
그래요. 바에서 한잔하면서 뉴욕을 즐겼어야 했는데 제가 다 아쉽네요.
여사모 2018.11.30 22:12  
145달라=16만원=5000밧
빵 터졌습니다
모든 기준은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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