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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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 샌프란시스코

하로동선 4 949

- 소살리토 가는 길 -

 

2013년 12월 22일(일). 오늘은 샌프란시스코의 상징, 금문교에 가는 날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그깟 다리 하나를 보러 달려간다는 것은 좀 실없기도 하다. 해서 행선지는 금문교 너머의 “소살리토”로 잡았다.

 

호텔 앞의 반 네스 애비뉴에서 47번 버스를 타고 케이블카 캘리포니아 라인의 종점으로 향했다. 어제부터 아이들이 케이블카 또 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그런 면에서 이 라인은 사람이 적고 종점에서 탈 수 있어서 좋다. 그저께처럼 Old Saint Maty’s Cathedral에서 케이블카를 갈아타고 곧장 피셔맨스 워프로 갔다.

 

4-1) 케이블카-수정.jpg

 

이제부터가 관건이다. 원래 금문교를 건너서 소살리토로 가려면 페리빌딩 부근의 트랜스베이 트랜짓 센터로 가야 했다. 그런데 나는 그저께 잃어버린 카메라 삼각대도 찾고, 미쳐 다 보지 못한 부분들을 둘러보기 위해 이쪽으로 온 것이다.

 

기라델리 광장이다. Ghirardelli는 초콜렛으로 유명한 회사라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초콜렛 만드는 과정도 볼 수 있고, 무료로 샘플도 나눠준다고 한다.


4-2) 기라델리광장-수정.jpg

 

마음이 급해진 나는 소살리토로 가는 길을 알아보려고 케이블카 운전수에게 물었다. 이어지는 그의 자세한 설명...

“ 이 길을 따라 올라가서 왼쪽으로 돌면 버스정류장이 있으니 거기서 30번 시내버스를 타고 Chestnut St와 Filmore St의 교차로까지 간 다음 내려서 Lombard St까지 한 블록을 걸어 내려와서 금문교 가는 버스를 타라.”

토플 듣기 시험에 나올법한 문제다. 그냥 소리만 듣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마주보고 지도를 봐가며 들으니까 그런대로 이해할만 했다. 드디어 골든게이트 트랜짓의 정류장을 찾았다.


4-3) 정류장표시-수정.jpg

 

골든게이트 트랜짓 버스는 시티패스로 탑승이 안되기 때문에 따로 돈을 내야 했다. 요금은 어른이 4불, 아이가 2불 정도였다. 원래 소살리토에 가는 좋은 방법은 페리를 타는 것인데, 우리는 어제 유람선을 탔기 때문에 버스로 가는 것이다. 요금은 당연히 버스가 절반 이하이다.

 

금문교를 건너는 방법에는 세가지가 있는데, 이를 추천할만한 순으로 나열하면 도보, 자전거, 버스이다. 즉, 나처럼 버스타고 건너는 것이 가장 감동이 없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다리 앞까지만 버스를 타고 온 다음 걸어서 건너거나, 아예 처음부터 자전거를 타고 와서 다리 위를 달렸다. 그렇게 하면 다리를 건너기 전에 전망이 좋은 포인트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금문교의 실체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나처럼 쫓기듯이 다리를 건너면 그 흔한 사진조차 남지 않는다.

 

- 소살리토 -

 

버스는 소살리토 타운 스퀘어에서 정차했다. 이곳은 소살리토의 중심으로 페리 선착장, 여행자센터 등이 모여 있고, 길가로는 많은 음식점과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광장 중앙에는 스페인 풍의 분수와 석재 조각상이 세워져 있었는데, 아쉽게도 내부는 공사중이어서 들어갈 수 없다.


4-4) 소살리토-수정.jpg

 

제일 먼저 여행자센터로 가서 지도를 구했다. 지도를 보면서 이 동네에 대해 감을 잡아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4-5) 소살리토-수정.jpg

 

여기까지 오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했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해결해야 했다. 장소는 어디로 할까? 여행책자에 나와 있는 내용은 그냥 무시하고 직접 찾기로 했다. 어차피 거리에는 많은 음식점들이 있으니 그 중 가장 사람이 바글바글한 곳으로 가면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해서 고른 음식점은 <나파밸리 버거 컴퍼니>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기는 햄버거집이다. 여기보다 좋은 다른 고급 식당들도 많이 있지만, 나의 얇은 주머니 사정도 고려해야 했다.

 

빈티지 햄버거다. 늘 롯데리아나 맥도널드에 익숙한 나로서는 햄버거가 이렇게 빵따로 야채따로 고기따로 나오는 상황부터가 낯설다. 내가 하는 말을 들은 집사람은 우리나라에서도 수제 햄버거는 이렇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일단 양이 푸짐해서 좋고, 맛도 상당히 좋다. 가격은 12.5불... 샌프란시스코에서만 나온다는 맥주 Anchor steam까지 한 병 시켜서 반주로 곁들이니 기분은 날아갈 듯 하다. 그러나... 애들은 하나 시켜서 둘이 나눠먹게 했는데도 팁까지 포함하면 총액은 60불 정도 나왔다. 하여간 미국은 먹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4-6) 치킨버거-수정.jpg

 

배를 채우고 나서 여유있게 돌아본 소살리토는 깨끗하고 부유하며 잘 정돈된 마을이다. 일단 이렇게 멀리 금문교를 배경으로 보트가 떠 다닌다.


4-7) 소살리토-수정.jpg

 

여기는 요트 선착장이다. 저것은 부자들이나 즐긴다는 스포츠가 아니냐? 실제로 여기는 양지바른 곳에 집을 예쁘게 짓고 사는 평화로운 마을이다. 그렇다고 여기가 좋으냐? 하면 그건 아니구. 나나 집사람이나 이런 모습을 좋아하진 않는다. 너무나 인공적인 아름다움이고, 사람냄새가 나질 않으니 그림 속의 예쁜 꽃같다.


4-8) 소살리토-수정.jpg

 

크게 흥미가 나지 않아서 길따라 조금 걷다가 상점에 들러 기념품을 샀다. 이번 미국생활의 목표는 어디든 여행을 하면, 그 도시를 나타낼만한 기념품을 하나만 구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하나만을 고를 수가 없어서 금문교랑 케이블카를 샀다.

 

- 케이블카 박물관 -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넘어와서 아이들 소원대로 또 케이블카를 탔다. 그리고 향한 곳은 <케이블카 박물관>이다. 솔직히 사람들이 이런 곳에는 잘 오지 않는다.


4-9) 전차박물관-수정.jpg

 

일단 이것을 봐라. 전기모터가 돌면서 케이블을 당기고 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케이블카를 보면 케이블이 차량의 위에 있는데, 여기 케이블카는 땅을 파고 케이블을 묻은 것이다. 그래서 전차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전기가 직접 차량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므로 전차와는 약간 다르다.

 

레일 위를 달리는 바퀴는 그저 구를 뿐, 이곳으로 동력이 전달되지는 않는다. 하여간 여기에는 케이블카에 관한 과거의 모든 사실들이 기록 및 전시되고 있고, 일반 상점보다 훨씬 품위있는 기념품도 판매한다. (우리 가족은 아까 소살리토에서 산 것을 몹시 후회했다)


4-10) 전차박물관-수정.jpg

 

- 산왕반점 -

 

케이블카 박물관에서 나오니 아내는 더 이상 구경하는 것도 귀찮으니 그냥 유니언 스퀘어에 가서 사람구경이나 하자고 했다.

내가 그저께 여기에 왔을 때는 오전이라 이곳의 진면목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저녁 무렵의 유니언 스퀘어는 화려하고, 사람들로 넘쳐난다. 저렇게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이 밝혀졌고, 주변의 건물들도 네온사인을 화려하게 수놓기 시작했다. 사진 왼쪽의 건물은 범상치가 않은 곳이다. 이름은 웨스턴 호텔(정식명칭은 Western St. Francis San Francisco on Union Square)인데, 1904년에 오픈했고, 2009년에 46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했으며, 엘리자베스 영국여왕도 머물다 간 특급 호텔이다.


4-11) 유니언광장-수정.jpg

 

미국에 온지 오늘로 4일째. 하지만 모두들 음식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사실 나도 김치찌개에 밥을 먹고 싶었다. 하지만 한국식당은 너무 비싸고, 또 여태까지 먹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미도 없는 것 같아서 중국식당으로 정했다. 가이드북을 보니 <산왕반점>에 가면 중국요리를 우리 입맛에 맞게 만들어주며, 특히 김대중대통령께서도 방문하셨다고 한다. 그럼 거기가서 짬뽕 국물로 속이나 달래보자...

 

위치도 우리 호텔에서 불과 3정거장이다. 이보다 좋을 수가 없지... 기대감으로 가득 찬 가운데 물어물어 마침내 식당에 도착했다.

엥?

식당은 빈자리 없이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가만 보니 이들은 모두 패키지 손님들이었다. 그것도 한국에서 몰려 온 사람들이다.

‘여기를 들어가야 하나?’

솔직히 순간적으로 망설였다. 사실 패키지가 오는 곳이라고 하면 게임은 끝난 거나 다름이 없다. 내가 그렇게 여행을 좋아해도 패키지가 가는 곳이 맛있다는 소리는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다. 더구나 한국인 패키지라고 하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그렇지만 대통령이 왔었다잖냐? ... 대통령이 아무 식당에나 다니냐? (나중에 알았는데 대통령은 온 적이 없다. 잘못된 정보였다) 하여간 그래서 들어갔다. 나는 간단하게 짜장, 짬뽕이나 먹고 싶었는데, 또 여행책장에는 던지네스 크랩이 유명하다고 나오고, 때 마침 아이들까지 게요리가 먹고 싶다는 통에 먹고 싶은 것은 다 주문했다.

 

내가 말하는 뉘앙스를 보면 알겠지만, 최악의 선택이었다. 적어도 음식점은 가이드북을 믿지 말아야 한다. 돈만 날렸다. 너무 화가 나서 팁을 안주고 일어섰다. 팁 안준다고 뭐라 했으면 싸움을 하려고 했다. (한국말 하는 계집애 1명 있음) 그러나 상대방도 우리를 건드리진 않더군... (니네 운 좋았다) 내가 본 가이드북이 <프렌즈>인데, 작가가 업소에서 뭘 얻어먹었거나 아니면 입맛이 희한한 사람인 모양이다.

 

이 식당이 있는 위치가 재팬타운이다. 그래서인지 버스타러 나오니까 이런 상징물이 있었다. 1968년 3월28일에 일본인들이 미국 사람들에게 바치는 우정의 탑이란다. 탑 이름은 The Peace Pagoda. 역시 일본놈들은 강자에게는 약해.

 

4-12) the peace pagoda-수정.jpg

 

사족:

1) 소살리토는 오늘날 미국 사회가 직면한 양극화된 모습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다운타운에만 나가면 거리에 널린 것이 거지들이다. 상위 20%의 사람들이 전체 소득의 80%를 차지한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다.

 

2) 미국은 과연 신분제가 폐지된 나라인가? 이번에 샌프란시스코를 둘러보면 갖게 된 의문이다. 케이블카 운전수, 버스기사...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흑인이다. 법적으로 노예제가 폐지된 것은 150년에 이른다. 심지어 미국대통령도 흑인이다. 그러나 실제는 어떠한가? (사실 오바마는 흑인이라고 볼 수도 없다. 우선 조상부터가 노예출신이 아니지 않는가? 피부색을 제외한 그의 생활환경은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오레오일지 모른다)

4 Comments
필리핀 2016.01.10 20:03  
1. 미국... 외식은 비싸지만, 재료 사서 요리해 먹으면 그리 비싸지 않아요...

한국... 외식도 비싸고, 집에 해먹는 것도 비싸고... ㅠㅠ

2. 어느 나라든, 패키지가 가는 식당은 식당이 아니라 급식소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로동선 2016.01.10 23:12  
1. 네 그나마 미국은 먹는 것이 싸고, 양도 많고, 관대하다고 해야 할까요? 술이나 담배에 비해 말이죠.
2. 기대가 컸었는데... ㅠㅠ...
orbitz 2016.04.13 02:14  
샌프란과 시카고는 좌파가 장악하고 슬럼화시킨 도시입니다. 텍사스로 가시면 건강한 면을 보시게 되요.
져라델리 광장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내년엔 꼭 가볼께요.
하로동선 2016.04.18 19:52  
댓글다느라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봅니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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