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이 가족의 세부 여행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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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이 가족의 세부 여행기(3)

하로동선 0 2709
- 아침 -
 

1월 7일 월요일. 놀러 왔으면 푹 자야 하는데 아침 6시면 눈이 떠진다. 커튼 때문인지 아직도 방안은 어둡다. 한 30분 정도 그냥 누워 있다가 답답해서 혼자 조용히 방을 나섰다. 로비에 내려와 보니 아침식당에도 아직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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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오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가드 포스트(Guard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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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안의 경비원은 24시간 근무를 하는데, 중요한 것은 허리에 권총을 차고 있다는 점이다. 저런 경비원들은 호텔은 물론 마트, 공공기관 등등 사람이 있는 거의 모든 곳에 있다. 게다가 더러는 소총으로 무장을 하고 있어서 처음 볼 때는 상당히 신기했다. 이들은 내가 어디를 가려고 해도 늘 제지하고 나선다. 예를 들어 사진의 정면으로 가는 것은 수영장과 해변이 나오기 때문에 괜찮지만, 왼쪽과 오른쪽으로 가는 것은 경비원에 의해 모두 제지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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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좀 더 걸어가 보면 이런 표지판이 나온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니까 그곳에 “위험한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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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방에 올라가서 아내와 아이들을 깨워서 내려왔다. 오늘 아침식사는 어제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여행기간 전체에서도 이 식사가 제일 좋았다)
 

아침을 먹고는 아내와 처제를 데리고 다시 산책을 했다. 가이드랑은 10시에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었다. 호텔에서 오른쪽으로 나와서 라마라다 리조트 앞을 지나는 길은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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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걸으니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끔한 주택들이다. 우리 셋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현지인들 둘이 있었는데, 자신들은 필리핀 가이드라고 한다. 서툴지만 우리말도 할 줄 아는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주택들은 서양인 남자가 필리핀 여자를 데리고 사는 별장이란다.
 

얘네들은 또 뭐지? 하고 생각하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우리를 위해 10불만 내면 막탄 관광을 시켜준단다. 귀가 솔깃해진다. 어린이는 얼마냐고 하니까 5불이란다. 아까부터 주위를 배회하는 개들 때문에 신경이 쓰였는데, 이들의 존재는 큰 위로(?)가 되었다. 길을 따라 이렇게 10여 분을 걸으니 정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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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에는 역시 경비원이 지키고 있고, 그 밖으로는 현지인 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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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밖 풍경은 이렇다. 길을 따라 아담한 가게들 몇이 보이고, 아이들도 몇 명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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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저들이 위험한 사람들인가? 껄껄.. 마음속으로는 헛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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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에 붙은 경고문은 사뭇 위압적이다. “출입증 없는 불법 침입자는 엄격하게 고발됩니다” 어제 우리가 탔던 트라이씨클 기사도 여기를 들어가면서 경비원에게 무언가를 줬다. 이 안쪽으로 우리가 머무르는 호텔과 여러 별장들이 있는 것이다.
 

다시 돌아서서 들어가는데, 아까의 그 자칭 필리핀 가이드들은 또 따라 온다. 자신들을 제임스와 에드윈이라 소개한 그들은 자신들은 안전한 사람들임을 강조하며 2시간 걸린다는 막탄섬 관광을 하라고 자꾸 유혹한다. 아닌게 아니라 4인 가족에 30불이면 착한 가격이다. 우리 가이드한테 전화해서 오전에 예정된 스쿠버 다이빙을 포기할테니 오지 말라고 하고, 저들을 따라 나설까? 옷차림은 남루해서 도저히 가이드로는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나쁜 사람들 같지도 않다. 내가 오후에 시간이 있다고 하면서 명함을 달라고 했는데, 그들은 그것마저도 없다. 껄껄.. 그러면서 자기들은 항상 여기 있으니 언제든지 오면 만날 수 있다고 한다. 허허.. 여기 어디? On the street?
 

- 스쿠버 다이빙 -
 

어제처럼 지프니를 타고 스쿠버 다이빙을 하러 갔다. 강습장은 한식당 <고구려>의 바로 뒤에 있었는데, 이런 곳을 강습장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참 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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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더러운 물에서도 아이들은 좋다고 수영을 하고, 어른들만 따로 교육을 받았다. 우리가 어른만 10명인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다 빠지고 수트를 입고 교육을 받은 사람은 달랑 4명. 일단 교육은 무료라고 했으니 마다할 까닭은 없다. 아주 간단하게 필요한 교육을 시키더니 이내 자연스럽게 바다로 인도한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옵션이다. 가격은 110불.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교육까지 받았는데 수트를 벗고 나오기는 어렵다. 결국은 따라 나서게 된다. 110불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 신경이 쓰였지만, “내가 여기를 또 언제 오겠나”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장도에 오르기 전에 아내와 기념사진까지 찍고 배에 탑승. 바로 코앞에 보이는 바지선이 다이빙 포인트이다. 바지선에 올라 다시 장비를 착용하고, 드디어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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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는 조교가 시키는 대로 취한 것이라 많이 유치하다. 그러나 난생 처음 들어와 본 바닷 속의 풍경은 정말 황홀했다. 아.. 모두 이 맛에 다이빙을 하는구나.. 단지 열대어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봐서 좋은 것이 아니라, 바닷속이란 눈앞에 펼쳐지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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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된 이런 사진보다 중요한 것은 바다 밑에도 지형이란 것이 있다는 것이다. 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설명으로는 느낄 수 없는 부분이다. 바닷 속에도 지상과 똑같은 형태의 지형이 존재했다. 특히 내가 들어간 곳이 낭떠러지기라서 더 그랬는지 모른다. 해저가 절벽을 이루면서 시커멓게 보이는데, 산호초 열대어 다 필요없으니 그 곳으로 들어가고 싶다. 다이빙 프로그램 중에 <난파선 탐험>이란 것이 있다고 한다. 옛날에 침몰한 배에 다이빙을 해서 들어가 살펴보는 것이라는데, 그런 것을 하면 얼마나 흥미롭고 신나겠는가!!
 

- 오후 수영 -
 

점심은 바로 옆의 <고구려>에서 했다. 패키지 식당답게 메뉴판도 보여주지 않고, 식당 안 어디에도 음식가격을 알 수 있는 단서가 없으며, 종업원들은 대체로 한국말에 능통하다. 결정적인 것은 음식을 다 먹고 나면 리필이 된다. 껄껄... 보통의 식당이라면 밥은 물론이고, 물조차도 주문해야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이것은 좋다고 해야 할 부분이다. 껄껄..
 

뭐라 설명하기 힘든 국적 불명의 음식을 먹고 나왔다. 밤에 먹어야 할 맥주와 과자가 필요했는데, 우리 모두는 어제 왔었던 세이브 모어로 갔다. 가이드한테 마트 좀 가자고 했더니 처음에는 “여기 마트가 있어요?”하면서 발뺌을 한다. 껄껄.. “바로 옆에 있잖아요?” 했더니 마지 못해서 “아.. 세이브 모어요?”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시간이 5분밖에 없다고 한다. 껄껄... 우리말고 다른 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오후에 해야 할 옵션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시간이 5분밖에 없다니..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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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데서도 기념사진을 찍는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좀 우습지만, 하여간 아이들에게 여기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보여주고 싶었다. 세부에 대해 편견을 갖게 할 이유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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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제와 달리 라미라다 리조트의 수영장이다. 어제처럼 사람이라고는 우리 밖에 없는데, 애들은 물놀이하고 어른은 그늘에 앉아 맥주만 홀짝거리면 된다. 그러다가 더우면 물에 들어가서 놀고... 이러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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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는 배탈이 나서 오전에 다이빙에 나가지 않고 호텔에 머물렀던 처제가 호텔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다. 왼쪽은 커피고, 오른쪽은 돼지고기 스테이크. 그런데 냄새 때문에 음식을 못 먹겠다고 한다. 그러면 내가 먹어야지 뭐. 점심 먹은지 불과 1시간 만에 또 점심을 먹는 나. 그래도 이것은 필리핀 음식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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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동서가 시킨 생선요리. 왼쪽은 조카를 위해 주문한 스프다. 스테이크나 생선이나 가격은 모두 각각 300페소. 그래봐야 우리 돈으로 9천원도 안되지만, 이 호텔에서 제일 비싼 음식으로 시킨 것이다. 여기를 또 언제 와 보겠나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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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는 할로할로(halo halo)란 이름의 빙수. 원래는 내가 심심풀이로 먹으려고 주문한 것인데, 뜻하지 않은 식사를 하게 되어 남았다. 이거는 종업원한테 얘기해서 숟가락 몇 개랑 같이 아이들이 있는 풀장으로 옮겼다.
 

- 카라바오 -
 

하는 일 없이 수영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니 어느덧 저녁시간이다. 아까 점심을 두 번이나 먹은데다 여기 패키지 식당에 대해서는 어떤 기대도 없어진 나는 마지못해 따라 나섰다. 식당의 이름은 카라바오. 원래 카라바오는 필리핀어로 <물소>를 의미한다. 여기도 정상적인 로컬식당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아마 여행사에서 만든 데가 아닐까 싶다.
 

이제 음식에는 젓가락도 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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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거기서 먹으라고 준 것이다. 대체 어느 나라 음식인가? 껄껄... 대신 주변에 산재해 있는 다양한 볼거리들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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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보여주는 불쇼이다. 입안에 휘발유라도 넣고 뿜는지 저렇게 입으로 불을 뿜는다. 보고 있으면 대단하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고, 조마조마하고 그렇다. 저 불을 몸에 대고, 흔들고, 뭐 이러다가 마지막에는 입안에 넣어서 끈다. 언젠가 TV에서 본 모습이다.
 

주변에는 카라바오(물소)를 비롯하여 닭, 원숭이 등의 동물이 있고, 필리핀의 전통 가옥들이 모형 또는 실제로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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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여기는 감옥이다. 안에도 들어가 볼 수 있어서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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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으로 길 따라 들어가면 귀신집인데, 아이들이 모두 무섭다고 해서 패스. 솔직히 나도 무서운 것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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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이렇게 가면을 쓰고 사진을 찍는 곳도 있다. 물론 어른들도 가능하고, 어른들을 위한 가면은 더 크고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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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전통 복장을 한 청년이 우리를 안내하며 설명도 해 주는데, 사진 속의 모습은 필리핀식 스카이 콩콩이다. 지금 저 청년은 나무 막대위에 올라가서 저렇게 서서 걸어다닌다. 내가 하도 신기해서 “Is it difficult?"라고 물으니 ”Maybe yes"란다. Maybe라는 말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고 도전해 봤더니, 나같은 몸치는 저 사람이 잡아줘도 서 있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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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또 다른 즐거움은 저렇게 트라이씨클을 타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저걸 타고 간단하게 음식점을 한 바퀴 도는 것인데, 아이들한테는 색다른 경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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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는 과일 가게에 들러 안주꺼리들을 샀다. 아이들을 위해 코코넛도 샀는데, 맛이 있으나 없으나 열대지방에 왔다면 한번쯤 경험하고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사족
 

1) 필리핀이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나라이기 때문에 범죄가 많다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위험한지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저렇게 경비원이 많은 이유가 이 나라의 치안 상태를 말해주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이 나라는 특히 남자들이 할 일이 없거든요. 그래서 치안도 치안이겠지만 남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종업원이 10인 이상의 사업체에서는 반드시 경비원을 두도록 하고 있다고 합니다.
 

2) 자칭 필리핀 가이드라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 동서한테 얘기를 했더니, 그는 “그 사람들을 어떻게 믿고 따라가요?”했습니다. 맞는 말이라 더 이상 말을 못했지만 미련이 남았습니다. 방콕에 가면 뚝뚝 기사들이 “20밧만 주면 방콕시내관광을 시켜주겠다”며 접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말이 안되지요. 20밧으로는 카우팟 한 그릇도 못 사먹습니다. 그렇지만 어른 10불, 아이 5불은 말도 안되는 가격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제가 흔들렸습니다.
 

3) 작년에 배낭여행으로 앙코르와트에 갔을 때입니다. 제 뚝뚝 기사의 말이 한국인 가이드들은 뚝뚝 한 대를 대절하면서 손님들한테 60불씩 받아간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 때 저는 15불에 대절했거든요. 그것도 네 명에 15불. 저 사람들을 따라 갔다면 제가 강도를 당했을까요? 아니면 두 시간동안 우리 가이드가 해 주지 않는 막탄섬 관광을 잘 했을까요? 물론 패키지 관광을 가서 이런 개별 행동을 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그래도 미련이 남네요.
 

4) 제가 몰랐는데요, 스쿠버 다이빙은 원래 비싼 스포츠였습니다. 다녀와서 알아보니 태국 푸켓에 있는 정상적인 다이빙 숍에서도 가장 저렴한 체험 다이빙이 3,500밧 정도 하더라구요. 그러면 14만원입니다. 다만 패키지하고 차이가 나는 것은 호텔 픽업 서비스 되고, 점심이 제공되며, 다이빙을 오전과 오후에 각각 1시간 동안 1번씩 합니다. <질>이 다른거죠.
 

5) 우리나라 패키지 여행사들이 머리가 참 좋은 것이 이제 웬만한 시설들은 현지인의 샵을 이용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만들어서 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갔던 다이빙 샵도 <모드투어>에서 만든 곳 같았습니다. 다이빙 강습도 모두 한국 사람이 해 줍니다. 남의 나라에 와서도 우리나라 사람들하고 이야기하며 노니까 말이 잘 통해서 좋기는 한데, 그러려면 여기를 왜 왔는지 모르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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