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이 가족의 세부 여행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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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이 가족의 세부 여행기(2)

하로동선 2 2843
- 아침 -
 

1월 6일 일요일 아침. 창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오니 이런 풍경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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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진 가운데, 눈앞에 보이는 것은 고급 주택과 별장이다. 길거리에는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정말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쉬기에는 제격인 곳이다.
 

아직도 자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깨워서 식당으로 내려왔다. 여행의 재미 가운데 하나가 먹는 즐거움이고, 그 중심에 있는 것이 호텔 조식인데... 유감스럽게도 이곳의 조식은 우리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일단 음식의 가짓수가 너무 적었고, 맛 또한 너무 짰다. 태국이라면 길거리의 어느 식당엘 가도 이것보다는 낫겠단 생각마저 든다.
 

아침을 먹고 산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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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의 별 모양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나무를 꾸민 것인데, 여기서는 트리를 별 모양으로 장식한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저 나무 말고도 주변의 나무들에 모두 별 장식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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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호텔 <소토그란데 리조트>의 외관이다. 사진의 왼쪽에도 비슷한 모양의 호텔 <라미라다 리조트>가 있고, 오른쪽에는 <비스타마 리조트>가 있는데, 이 세 호텔의 주인이 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좋은 점은 다른 호텔의 수영장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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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 비스타마 리조트의 수영장과 바다, 그리고 하늘이 서로 다른 푸른 빛깔로 어우러졌다. 세부에 오면 꼭 보아야 할 세 가지가 하늘, 바다, 바닷속이라고 한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곳에 머무르면서 이 말을 여러 번 실감했다. 특히 구름이 낮게 뜬 하늘은 참으로 아름답다.
 

- 지프니 -
 

아침 산책을 마치고 오전에는 <아일랜드 호핑 투어>에 나섰다. 이동수단은 <지프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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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우리 호텔 앞에 주차되어 있던 지프니를 카메라에 담았다. 이곳의 명물인 지프니(Jeepney)는 Jeep와 pony의 합성어로 2차대전 이후에 미군이 버리고 간 지프를 개조해서 만든 노선버스이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옆면에 노선이 표기되어 있어서 그것을 보고 타면 된다. 기본요금은 세부의 경우 8페소. 우리 돈으로 240원이다. 사진 속의 지프니는 많이 낡았는데, 다른 것들은 대부분 주인 마음대로 치장을 하고 다녀서 화려하고, 똑같은 지프니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또한 노선버스 뿐만 아니라 승합차로도 대절할 수 있어서 좋다. 바로 지금 우리가 그런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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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를 끝낸 가족들이 지프니에 오르고 있다. 드디어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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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으로 8명씩 모두 16명이 원래 정원이라는데, 실제 현지인은 통로에 앉는 것은 물론이고, 뒤에도 매달리고 심지어 지붕에까지 올라가서 한 대에 30-40명씩도 탄다고 한다.
 

지프니는 리조트와 별장이 있는 지역을 지나 정문을 통과하면서 현지인 지역으로 들어선다. 양옆으로 보이는 현지인의 주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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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탄섬이 기본적으로 휴양지이기는 하나 아직도 개발이 덜 되어 있고, 기본적으로 필리핀에서는 시골이기 때문에 사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70년대와 비슷하다. 도로가 넓지 않으니까 차량도 빨리 달리지 않는데, 그렇다 보니 모자나 목걸이를 파는 잡상인들이 차량 주위로 몰려든다. 아직은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가족들이 모두 서먹서먹해 하고 있는데, 모자를 파는 여인 하나가 아예 지프니 뒤에 매달린다. 다른 상인들은 단지 물건을 내밀며 호객하는 반면 이 여인은 훨씬 더 적극적인 것이다. ‘대체 어디까지 따라오려고 이러지?’장모님이 마지못해 그래봐야 1불인 모자 하나를 사셨는데, 무엇보다 난 그녀의 적극성에 감탄했다. 장사던 무엇이던 저렇게 죽기살기로 해야 살아남는구나...
 

- 방카 탑승 -
 

지프니는 선착장에 도착했다. 푼타 엥가노 항구(Port of Punta Eng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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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보이는 사무실을 지나면 배에 오를 수 있다. 주변의 풍광은 에메랄드 빛 물결 위에 여러 대의 배들이 떠 있는 한가로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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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쪽의 폭이 좁은 만큼 평형 유지를 위해 양쪽에 날개 모양의 보조물을 장착한 이 배의 이름은 방카. 저렇게 폭이 좁은 통로를 따라 승선을 하는데, 현지인 스탭들이 어린 아이들을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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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출항이다. 목적지는 우리가 머무르는 막탄섬의 옆에 붙은 개인 소유의 작은 섬 올랑고(Olango islan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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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바라보니 우리가 떠나온 자리가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에 보이는 높은 건물은 세부 힐튼 리조트.
 

- 스노클링 -
 

어느덧 방카는 올랑고 섬 부근에 도착. 여기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스노클링이다. 저마다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드디어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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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깊이는 약 4m라고 하는데, 바닥이 훤히 보인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은 바닷 속을 떠다니는 열대어들의 모습. 나는 스노클링을 처음 해 보는데, 이것처럼 재미있는 것도 없을 것 같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런 풍광을 사진으로 담을 수 없다는 점. 그러려면 카메라 방수팩이 있어야 한다는데, 그런 준비까지는 하지 못했다. 또 하나, 아이들은 물론이고 몇몇 어른들도 이런 상황을 무서워했다. 그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바다에서 하는 수영에 익숙하지 않았다. 수영을 하면, 늘 수영장에서 바닥을 밟아가며 해 왔기 때문이다.
 

- 낚시 -
 

스노클링을 대충 마치고 한 것은 낚시이다. 도구라고 해 봐야 낚시줄이 감긴 실패같은 것을 주고, 미끼로는 지렁이를 스탭들이 달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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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래 가지고 무슨 물고기가 잡힐까 싶지만, 그래도 잡는 가족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꽝이다. 나도 전에 화천에서 산천어잡듯이 해 보았는데, 별무소용이다. 여기는 물고기를 넣어주는 차가 안 와서 그런 모양이다.
 

- 점심식사 -
 

점심은 근처에 떠 있는 수상가옥에 마련되었다. 이름은 거창하게 씨푸드B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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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상은 이렇다. 사진에 보이는 음식이 네 명의 몫인데, 혹시 보기에는 그럴듯할지 모르겠으나 내용은 없다. 너무나 부실해서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 그런데도 홈쇼핑에서 지지배는 “너무너무 맛있어서 또 먹고 싶은 정도”라고 했었다. 그 X을 잡아와서 저 음식들을 모두 아가리에 처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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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가옥 아래에는 저렇게 목걸이를 파는 현지 아이들이 와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학교도 가지 않고 이렇게 여기에 나와서 생활비를 번다고 한다. 사진 속의 오른쪽 아이는 코피노이다. 어쩐지 생긴 모습이 우리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나이는 13살. 또 어떤 사람이 씨만 뿌려놓고 한국으로 도망간 모양이다. 한국인과 필리피노 사이의 혼혈인 문제는 TV에서도 여러 번 방영되었고, 특히 이곳에서 한국인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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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하고 있으면 셋으로 구성된 악단이 와서 흥을 돋운다. 대니얼 분의 Beautiful Sunday나 폴 앵카의 Diana 같은 흘러간 팝송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은 <강남 스타일>로 장식하는데, 오랜만에 듣는 기타소리도 좋고, 흥도 나고 한다.
 

- 오후 수영 -
 

점심식사를 끝으로 아일랜드 호핑 투어는 끝났다. 원래 오후에는 다른 옵션을 해 줘야 가이드도 흥이 날텐데, 우리는 모두 그럴 마음이 없었다. 그저 빨리 호텔로 돌아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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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방카에서 본 비스타마 리조트의 모습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처음처럼 선착장으로 가지 않고 곧바로 우리 호텔 옆의 리조트에 내려 주었다. 가이드로서는 지프니 값을 아껴서 좋고, 우리는 빨리 돌아와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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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타마 리조트의 수영장이다. 우리 호텔에는 수영장이 없기 때문에 같은 주인의 다른 호텔 수영장을 이용하는 것이다. 다들 투어를 나가고 없는지 수영장은 우리 아이들의 독무대였다. 줄이 쳐진 어린이 구역에서만 놀기 때문에 안전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하는 물놀이를 제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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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방향에서 보면 이런 모습인데, 수영장이 넓지는 않지만 초등학교 아이들이 놀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나는 뭐 그냥 애들 노는 수영장 주변이나 어슬렁거리면 되고...
 

- 트라이 씨클 -
 

저녁은 특별히 손님들이 피곤해하기 때문에 어디 나갈 것도 없이 호텔식이라고 했다. 대신 우리 호텔이 아니라 수영장이 있는 비스타마 리조트 식당이란다. 저녁이 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는데, 한 가지 걱정은 밤에 먹을 맥주와 과자가 없다는 것. 가이드한테 말을 해도 되겠지만, 왠지 그러기는 싫어서 호텔 프론트에 가서 이야기를 했다. 직원은 친절하게도 필요한 모든 정보를 내게 주고, 손수 택시를 불러 주었다.
 

아내와 내가 달려 나간 곳은 세이브 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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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요금은 미터요금 90페소에 콜비 50페소를 더하여 140페소를 줬다. 비록 마트이지만 이렇게라도 가이드 없이 나오니까 마음은 날아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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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로 치면 대형 슈퍼마켓에 해당하는 곳인데, 지은 지 얼마 안 된 모양이다. 주변에 다른 민가들하고는 차원이 달라서 이곳에 올 손님이 과연 얼마나 될는지 모르겠다. 인건비 부담이 없어서 그런지 내부에는 푸른색 제복을 입은 직원들이 너무 많은데, 상대적으로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다들 놀고 있다. 한국이라면 인원을 5분의 1로 줄여도 충분할 듯...
 

산 미구엘 맥주를 색깔별로 종류별로 양 손에 두 봉지씩 가득 가득 채워서 들고 마트를 나섰다. 이제는 돌아가는 것이 문제. 마트를 나서자마자 반갑게 우리를 맞이하는 트라이씨클기사. <소토그란데 리조트>라고 했더니 150페소를 달란다. 에라이... 도둑놈아.. 넌 택시보다도 비싸냐? 생각 같아서는 왕창 깎고 싶은데, 그렇게 모질게 굴 필요가 뭐 있겠나 싶다. 그래봐야 우리 돈으로는 몇 천원인데... 그래서 내가 그냥 “100”이라고 했다. 당연히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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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로 오니까 이런 것도 타보기가 힘들다. 에효... 그래서 기념사진부터 남겼다. 어른 두 명이 겨우 끼어 앉을 구루마를 오토바이 또는 자전거에 연결한 트라이씨클은 이곳 필리핀의 명물이다. 오토바이가 부르릉~ 소리를 내며 출발하니 기분은 더욱 상쾌하다.
 

근데... 숙소로 가던 트라이씨클이 우리가 우회전해서 들어가야 할 길을 그냥 지나쳐 직진을 한다. 길눈이 밝은 아내가 먼저 눈치를 채고 내게 말을 해 주는데, 대략난감... 이런 가운데 우리는 가난의 때가 절절 흐르는 판자집 동네로 들어가고, 현지의 아이들이 우리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며 우르르 다가온다.
 

처음에는 기사가 강도로 돌변하는 상황을 생각했는데 강도질을 하려면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갔어야 했을 테니 일단 그건 아닌 모양이다. 난 그런 상황이 오면 내가 가진 돈을 고스란히 드리려고 이미 마음먹고 있었다(?). 그럴 줄 알고 여권이랑 고액권은 모두 호텔에 두고 왔다. 하하!! 근데.. 운전수가 유턴을 하네. 나랑 아내가 뭐라고 했더니 기사는 자기가 길을 잘못 들었다며 웃는다. 다행이다... 내가 택시가 있는데도 이것을 탈 수 있었던 이유는 아직은 해가 있는 <낮>이기 때문이다. 밤에 트라이씨클을 타는 것은 좀 위험할 듯...
약간의 해프닝은 있었지만 어쨌든 우리는 목표로 한 물건을 무사히 조달해서 개선장군처럼 돌아왔다.
 

- 저녁식사 -
 

가이드가 식사시간에 늦게 오면 음식이 모자랄 수도 있다고 미리 말을 해 준데다 특별히 할 일도 없어서 식당으로 일찌감치 집결. 그래도 호텔에서 저녁을 먹는다고 생각하니 은근히 기대가 됐다. 아침식사 보다야 훨씬 낫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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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를 들고 차려진 음식을 둘러보며 한바퀴 돌고 나니 급실망... 아침식사보다 별로 나을 것이 없었다. 그래도 배는 고팠고, 우리 호텔뿐만 아니라 이 동네 패키지팀들은 모두 모아놨는지 사람이 바글바글. 해서 일단은 아무 음식이나 갖다 놓고 먹기 시작. 어차피 줄도 길고 하니까 이런 걸로 대충 요기를 하고 나서, 다시 한번 차분하게 돌아야지.
 

그런데 조금 나중에 자리로 돌아온 아내의 말이 “음식이 바닥났다”는 것이었다. 뭥미?? 아니 나는 꼬치 몇 개만을 먹었을 뿐인데.. 밥 먹다 말고 급하게 다시 일어나 접시를 들고 가 보니, 대부분의 음식들은 이미 동이 나 있었다. 이런... 가만히 있다가는 굶어 죽겠다 싶어서 남아 있는 맛없는 음식들도 싹쓸이해서 담아 왔다. 내가 이러는 사이에 다른 손님들도 모두 동요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패닉이지. 껄껄...
 

다시는 채워지지 않을 것 같았던 음식들이 한참 뜸을 들인 후에야 담겨졌다. 일제히 접시를 들고 몰려드는 사람들. 모두들 물량확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급기야 음식이 나온지 5분도 안돼서 다시 뽕빨.. 껄껄.. 당황하는 직원들. 이번에는 추가 공급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또 다시 사람들이 몰려와서 음식을 싹쓸이... 동물의 왕국이 따로 없었다.
 

대부분의 테이블마다 확보해 온 음식들이 그득히 쌓여 있는데, 뭘 먹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하도 이것저것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워서 배는 불렀다. 예를 들어 밥 먹다가 반찬 없어서 파인애플 먹다가 다시 애들이 남긴 쏘세지 쪼가리 먹다가 다시 밥 먹다가... 뭐 이런 식이었다. 사람들이 보여준 이런 모습들은 경제학자들이 연구해 볼만한 주제 같았다. 아니면 진짜로 수업시간에 이런 것을 배우지 않나? 요약하면 이것이다. 공급부족 → 1차 패닉 → 물량공급 → 대량확보 → 고갈 → 2차 패닉 → 물량공급 → 대량확보 → 고갈 → 잉여물품 쓰레기화.
 

사족
 

1) 패키지였기 때문에 아쉬운 점은 한둘이 아니었지만, 그 중 하나는 모든 투어들이 전부 부실하다는 점입니다. <아일랜드 호핑 투어>의 경우 패키지의 옵션 판매 가격은 80불입니다. 그러나 현지 여행사를 통하면 2,000페소 정도에 가능한 모양입니다. 60불이 안되지요. 게다가 현지 여행사 투어는 장소를 옮겨가며 스노클링을 두 번 이상 합니다. 하지만 패키지는 대충 한번만 하고 끝냅니다. 식사도 저렇게 다 식은 음식을 미리 차려놓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오면 해산물을 직접 불에 구워 줍니다. 그나마 우리는 이게 옵션이 아니라 여행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이 위안꺼리입니다.
 

2) 식사에 대해서는 기대를 않는 편이 좋습니다. 저는 이 날 이후로 식사에 관한 모든 기대를 포기합니다. 사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저가 패키지인 탓입니다. 우리가 여행사에 낸 돈은 유류할증료 포함해서 1인당 84만원. 그러나 이 기간 중 대한항공의 왕복 티켓가격은 753,600원입니다. 결국 호텔과 식사, 투어를 86,400원으로 모두 해결해야 합니다. 이렇게 단순하게 계산해 봐도 관광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음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3) 84만원으로 배낭여행이 가능했을까요? 저의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대신 비행기를 대한항공이 아닌 <세부퍼시픽항공>으로 바꿔야 합니다. 여기는 프로모션이 많은 편이어서 미리 예약만 하면 아주 싼 값에 이용이 가능합니다. 물론 저가 항공사이기 때문에 대한항공과 같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그래봐야 4시간인데, 뭐 어떻습니까? 그리고 호텔을 세부시티에 잡고, 현지 여행사 투어를 신청합니다. 그랬다면 이번처럼 밤 시간을 적막하게 보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2 Comments
콩순이 2014.10.05 21:07  
하로동선님  시간이 지나서 리플보실지 모르겠지만
너무 재미있고 웃겨서 눈물까지 흘렸어요 ㅎㅎ
재미난 여행기 올려주셨어 감사인사 드릴려고 리플님겨봅니다
하로동선 2014.11.22 15:59  
저도 너무 늦게 댓글을 달아서 콩순이님이 보실지 모르겠습니다. 태사랑에는 정말 오랜만에 들어왔거든요. 재미있게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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