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cky Lim의 파키스탄 여행기 28편 파수빙하와 이글네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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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ky Lim의 파키스탄 여행기 28편 파수빙하와 이글네스트

Lucky 0 3360

나는 50대 중반으로 같이 여행을 다니던 막내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부득이 혼자 다니게 되었습니다.

일정은 2007년 7월 15일 출발하여 파키스탄의 라호르 - 라왈핀디 - 탁실라 - 칠라스 - 훈자를 거쳐 카라코롬 하이웨이를 타고 7월 27일 중국으로 출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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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을 올립니다. 그러나 여행정보보다 나의 관심사와 감상을 많이 적은 개인적인 기행문입니다. 여행의 목적과 관심사가 나와 다른 분들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내가 직접 체험하고 확인한 것만 썼습니다.

 

 

 

2007년 7월 26일

 

훈자의 비경을 지프로 투어하다. - 파수빙하 이글네스트

 

 

차는 잠시 호수를 따라 난 길을 갔다. 호수와 찻길 사이에 살구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샛노란 살구를 수북하게 달고 있는 모습이 호수와 어울려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고 칭할 만 한 곳 같았다.

 

지프는 호수를 다 지나고서도 계속 산을 향해 오른다. 주변에 있던 밭들도 다 없어지고 다시 험상궂은 바위가 듬성듬성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이 바위의 모습들이 또한 신기하다. 전혀 상관이 없을 듯이 오뚝하니 서 있는 바위는 주변의 흙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있는데, 어떤 것은 여기저기 깨진 것도 있다. 여기 흩어져 있는 바위는 오랜 옛날에 땅속에서 솟아 빙하와 함께 이곳으로 밀려와 자리 잡게 된 것인데 어떤 바위 속에는 수정(水晶)과 같은 보석이 들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보석을 찾기 위해 깨트린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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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자빙하의 매점. 우리의 대피소 역할도 하리라. 앞으로 빙하천이 흐르고 욕심이 없다면 수양삼아 있을 법도.





숨을 헐떡이던 지프는 드디어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황량한 산 중턱에 지프 2-3대를 세울 만한 자리가 있고, 그 옆으로 무엇인가 파는 매점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산 중턱에 집을 짓기가 어려운지 마치 작은 컨테이너박스 같은 모양으로 나무 상자를 짜고 문을 해 달았다. 안쪽 선반에는 음료수 몇 병이 진열되어 있는데 젊은 매점 주인은 차가오니까 그래도 대접해서 잠깐 나와 본다. 매점이 있는 것을 보니, 그래도 이곳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기는 있는가 보다.

 

사실 우리는 차를 타고 왔으니 매점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곳까지 오는 길은 우리가 올라온 찻길 말고도, 아래에서부터 걸어오는 길도 있을 것이니 그들에게는 이 매점이 ‘천국의 집’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지금은 날씨가 좋아서 불편이 없지만 별안간 험상궂은 날씨라도 된다면 이 부근에서 몸을 피할 만한 곳이라고는 여기 밖에는 없을 것 같다.

 

문득 이 매점의 모양을 보고 엊그제 가네시 마을로 갈 때 길가 나무아래 있던 집이 생각났다. ‘혹시 성황당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 그 집이 크기는 약간 더 컸지만 거의 같은 모양인 것을 보면 그것도 가게 같은 용도로 사용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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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빙하 가는 길. 산 중턱에 붙어있는 수로를 따라 하염없이 간다. 멀리 아래 빙하 녹은 물이 모여 있는 빙하호가 보인다.





지프에서 내려 바위에 표시된 화살표를 따라 산길로 접어들었다. 사람들이 다닌 흔적 정도가 아니라 쉽게 갈 수 있도록 돌을 모아 계단을 만든 곳도 있다. 바람은 건조하면서도 차갑고, 해발고도가 높아서 쉽게 숨이 찬다. 길은 산등을 넘어 반대편으로 이어져 있는데, 산등을 넘으면서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바로 거기에는 ‘파수빙하’가 자리 잡고 있다. 빙하는 많이 후퇴하여 아래쪽으로는 작은 빙하호를 만들고 있고, 빙하호의 물은 황량한 경치와 어울려 기괴(奇怪)하게 잔잔하다. 이런 조용한 경치에서는 ‘평화스럽다’라고 표현해야 할 터인데 그렇지가 못하다. 빙하호에 위쪽으로는 빙퇴석이 조금 전개되다가 빙하가 나타난다. 빙하가 발달하는 때에는 빙하호 바로 앞까지 내려오겠지만 지금은 꽤 후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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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빙하 아래의 빙하호. 과거에는 빙하호까지 빙하가 내려 왔는데 지금은 많이 후퇴했다고 한다. 빙하호 바로 위는 빙하위에 빙퇴석이 많이 쌓여있는 모레인지대다.





빙하는 넓은 계곡을 꽉 차게 밀려 내려오고 있는데, 빙하위에 빙퇴석이 지저분하다. 저 위 계곡 어디에선가 산을 깎아서 밀고 내려오는 돌들이다. 태양과 바람에 녹아 울퉁불퉁 삐죽뾰죽 영화에서 보았던 멋진 빙하가 아니라 지저분하고 더럽게 생긴 빙하다. 빙하를 건너가야 할 일이 있다면, 여기서 보이는 이 빙하는 절대 건너갈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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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빙하. 울퉁불퉁한 파수빙하는 도저히 횡단할 수 없게 되어있다.





파수 빙하가 잘 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았지만 사실 빙하 자체는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단지 빙하(氷河)라는 신기한 것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았다는 사실과 막연하게 알고 있던 아름다운 빙하가 허구(虛構)라는 것을 느끼면서 작은 돌탑을 기념으로 만들고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옆에는 역시 빙하 녹은 물이 먼 여행을 준비하며 수로를 흘러가고 있었다.

 

보리스 호수 옆의 호텔에서 산으로 올라가면서 주문해 놓은 점심을 먹었다. 그냥 빵과 쨈, 그리고 계란 정도의 간단한 식사인데 이런 것도 미리 주문해야 한다니, 아마 이 시기에는 호텔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식당의 야외식탁에서 보는 보리스 호수의 모습은 천상의 경치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아름다웠다. 호수면은 특별히 잔잔하여 거울과 같이 주변의 모든 모습을 하나도 빼지 않고 비춰주고있는데, 호수 주변으로는 노랗게 익은 살구나무가 지천으로 깔려있다. ‘살구꽃 핀 장수마을 훈자’라고 실크로드에 소개되었던 것에 비해 지금의 ‘훈자마을’은 많은 상업성에 순결을 잃었다고 할 수 있다. 아마 진정한 살구꽃핀 천국의 마을을 찾는다면 이 보리스 호수가의 마을이라고 생각되었다.

 

멀리 호수 한쪽 끝에, 안쪽마을의 주민인 듯, 몇 명의 사람들이 호수 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정말 우리의 이웃인 듯, 한 줄로 늘어서서 좁은 길을 걸어 나오고 있었다. - 참고로 요즘 사람들은 길을 갈 때 옆으로 늘어서서 도로를 넓게 사용하며 가지만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도로의 한쪽 편으로 일렬로 서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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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빙하와 빙하호





식사를 마치고 지프는 파수마을을 떠나 훈자마을 쪽으로 간다. 어느 곳 길가에는 먼저 칠라스 강가에서 보았던 것 같은 검은색 바위가 굴러있다. 칠라스 강가에서 만난 이런 바위에 암각화가 그려져 있었던 것이 생각나서 혹시나 하는 기대로 잠시 들러보고 싶었지만, 이만한 일정도 피곤한지 다른 사람들이 꾸벅 거리며 조는 바람에 말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프는 조금 더 가서 도로변에 정지한다. 여기에 루비를 캤던 광산이 있다고 한다. 이 루비광산도 관광코스에 들어있어서 잠시 멈춘 것이다.

 

도로변에 한사람 허리를 굽히고 들어갈 만한 크기의 굴이 뚫려있다. 굴벽은 종류는 알 수 없지만 단단한 바위로 되어있어 무너질 걱정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버팀목도 없이 계속 안쪽으로 뻗어져 있다. 더 깊숙이 들어가면 어떤 시설이 있는지, 또 캐다말고 남겨둔 루비가 있는지 알 수 없으나, 굴 입구의 상황만 가지고서는 우리의 흥미를 끌지 못해서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글 네스트

 

다음 장소는 ‘이글네스트’다. 바로 훈자마을 뒷산 봉우리로 훈자마을에서는 걸어서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거리다. 훈자마을에 이글네스트 사무소가 있어 그 간판에 ‘이글네스트 호텔을 예약하면 지프 픽업을 해 준다.’라고 쓰여 있다. 사실 픽업이 없다면 그 먼 거리를 걸어서 호텔에 들어갈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첵크인 시 픽업만 해 주면 무엇 하나 어느 곳을 가던 한번 움직일 때 마다 지프를 불러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프는 훈자마을로 다시 올라가 ‘훈자호텔’옆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언덕을 넘어 내려가더니 다시 가파른 마을 골목길을 굽이굽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좁고, 커브도 심하고, 아이들은 뛰어다니는 길을 가쁘게 헐떡이며 올라간다. 자동차로 가는데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이 거리를 걸어간다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훈자 기행문들에는 이글네스트 코스를 거의 하루일정으로 잡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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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네스트에서, 훈자에서는 사방 어느 쪽을 향하더라도 절경이다. 뒤쪽 산군에 ‘레이디 핑거’봉이 보인다.





지프는 이글네스트 아래 호텔에 멈추고 우리는 호텔 옆으로 난 길을 통해 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거의 나무 한그루 없는 황량한 바위산이건만 이건 또 뭔가. 군데군데 굴러있는 크고 작은 바위들의 모양이 정말 바람에 깎이어 기괴한 모양을 하고 있어 그것 또한 하나의 아름다움 이었다.

 

이글 네스트 정상에 오르니 주변의 경치가 한눈에 들어오는게 압권중의 압권(壓卷)이다. 발티드 성에서 보는 경치도 아름다웠는데 이곳에서는 더 먼 곳까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이글네스트에 가려 훈자마을에서는 보이지 않는 ‘레이디핑거’의 송곳 같은 봉우리가 방향을 바꾸어 조금은 뭉뚝하지만 잘 보인다. 바람이 조금씩 세어지는 것 같아 내려와 이글네스트 호텔로 들어갔다.

 

호텔은 주변의 경치가 잘 보이는 커다란 홀을 가지고 있는데, 식당이나 커피숍으로 사용되는 곳이다. 경치 좋은 창가에 앉아 커피를 주문하고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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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네스트. 아래로 ‘이글네스트 호텔’이 보인다. 멀리 뒷산을 지나가고 있는 한줄기 선(線)은 빙하 물을 끌어가는 수로(水路).





이제는 내려가자는 지프운전수의 말에 자리를 일어났다. 이글네스트 호텔에서 한 2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스카이 캠핑장(sky camping)’의 간판이 보였지만 그 곳에 사무실 같은 건물을 보이지 않았다. 이제 새 건물을 지을 예정인지, 눈에 보이는 것은 폐가 같은 작은 건물과 비닐하우스 같은 것, 그리고 몇 개의 텐트가 쳐저있다. 그러나 커다란 물탱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사람들이 모이기는 하는 장소인 것 같다. 가까이 가서 확인하지 못하고 근처 까지만 가 보았기 때문에 뭐라고 말 할 수가 없다.

 

지프를 타고 훈자마을 와지르 호텔로 왔다. 복마니가 닭백숙을 해 놓고 있다가 우리가 도착하니 큰 그릇에 푸짐하게 퍼 내왔다. 집에서 먹는 맛에 비할 수가 있을까 만은 파키스탄에서 먹는 건데 이정도면 맛있다고 참아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복마니는 한국 사람이라 백숙에 알맞은 닭을 골랐는지 복마니까지 끼어 다섯 명이 닭죽까지 푸짐하게 먹었다. 다만 약간의 알코올이 있다면 그 맛을 더할 수 있었는데 파키스탄은 금주국가니 아예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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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네스트 스카이 캠핑장





복마니로 부터 버스표를 받고 내일의 일정을 설명 받았다. 아침에 훈자마을에서 출발하여 카리마바드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길깃에서 오는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한다. 소스트 국경버스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버스정류장 사무실이 있으니 거기에서 기다리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픽업지프를 대기시켜 놓을 테니 그것을 타고가면 된다고 했다. 이 선생 부녀와 그리고 김 군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복마니에게는 버스에서 먹을 김밥 2인분을 주문하고 짐을 조금 줄이기 위해 참을 수 있을 만큼의 옷만 남기니 바지 한 벌과 티셔츠 한 벌을 뺄 수 있어 복마니에게 주었다. 멀베리호텔에 와서 내일아침 바로 나갈 수 있도록 짐을 모두 싸 놓고 내일 입을 옷만 내 놓고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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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네스트에서 본 훈자마을






* 다음은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가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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