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cky Lim의 파키스탄 여행기 25편 훈자마을과 발티드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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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ky Lim의 파키스탄 여행기 25편 훈자마을과 발티드 성

Lucky 0 4218

나는 50대 중반으로 같이 여행을 다니던 막내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부득이 혼자 다니게 되었습니다.

일정은 2007년 7월 15일 출발하여 파키스탄의 라호르 - 라왈핀디 - 탁실라 - 칠라스 - 훈자를 거쳐 카라코롬 하이웨이를 타고 7월 27일 중국으로 출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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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을 올립니다. 그러나 여행정보보다 나의 관심사와 감상을 많이 적은 개인적인 기행문입니다. 여행의 목적과 관심사가 나와 다른 분들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내가 직접 체험하고 확인한 것만 썼습니다.

 

 

 

2007년 7월 24일

 

훈자에서의 첫째날 - 발티드성과 훈자마을 구경

 

 

어제 까지는 옆방이 비어있었는데 아침에 소란하다. 아마 한밤중에 새 사람이 들어온 것 같다. 문을 열고 나가보니 등산장비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 고도의 등산장비는 아니고 우리네 설악산 가는 정도 - 2층은 식당인데, 이 호텔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장소인 것 같다. 사실 호텔의 모든 업무는 식당카운터와 같이 사용한다. 식당은 호텔에 어울리지 않게 크고, 창가에서 보이는 전망이 아주 좋다. 멀리 카리마바드의 계곡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나무 한 그루 없는 모래 암석의 산이 두 갈래 뻗어 내려간 사이로 넓은 계곡이 긴 녹색의 강 같이 펼쳐져 있다. 왼쪽으로 늘어선 산들을 히말라야 산맥의 줄기이며 중간에 라카포시를 만들고 계속 이어져 낭가파르밧으로 마침표를 찍어 놓은 것 같이 흘러간다. 오른쪽으로 늘어선 산들은 힌두쿠시 산맥으로 건너편 히말라야 산맥과 경쟁하듯이 일어서 있다. 그 사이에 U자 형태의 바닥과도 같은 것이 ‘훈자계곡’인 것이다. 일본 애니매이션 ‘바람의 나라 나오코’의 배경이 바로 여기라고 하는데 그 애니매이션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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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속에 들어있는 훈자마을 뒷산. ‘레이디핑거’는 구름속에 숨어있고, 저 계곡을 들어가면 ‘울트라 빙하’가 있다고 한다.





특히 오른쪽 산허리에는, 훈자마을 뒷산에서서부터 마치 자를 대고 그은 것 같은 선 하나가 끝없이 이어져 있는데 이것이 수로(水路)라고 한다.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고, 하여튼 그 옛날부터 훈자마을 뒷산에서 흘러내리는 빙하 녹은 물을 멀리 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끝이 한 20-30키로는 될 것 같은데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 것인지, 저것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는지, 위대한 파키스타니들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세상에는 불가사의한 것이 많이 있다. 중국의 만리장성이 그렇고, 투르판의 카레즈가 그렇고, 앙코르 유적이니, 보르드부르니 아니면 페루의 나스카 사막화(砂漠畵)등등 도저히 인간의 노력으로만 만들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지금 파키스탄의 저 수로들을 보면 저것도 순전히 인간의 노력으로만 만들었다고 생각하기가 힘들다. 저 높은 산비탈을 아무런 장비도 없이 올라가, 완만한 물 구배를 가진 수로를 시멘트도 없이 무엇을 가지고 저렇게 만들었을까?

 

불루문호텔 앞으로 해서 골목길을 계속 오른다. 골목길-골목길이라고 해도 이 길이 훈자마을의 주도로다.- 한쪽에는 좁은 수로가 이어진다. 뒷동산 빙하 녹은 물을 받아 내리는 것으로 얼핏 보아 훈자마을의 중요한 물줄기인 것 같다. 이 수로 외에 다른 것을 본적이 없다. 또 간혹 몇몇 사람들이 수로에서 물을 깃거나 하는 것을 보았는데 당연하겠지만 빨래하는 사람은 없다. 하여튼 물은 훈자마을의 경사도를 생각해서 꽤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는데, 그 물이 굉장히 탁하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물에는 많은 양의 흙모래가 섞여있음을 알 수 있다. 간간히 수로 변에 수로에서 퍼내놓은 아주 고운 흙모래가 있는 것을 보면 틀림이 없다. 그런데 훈자의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 물을 떠서 입으로 가져간다. 물론 이 물의 수원은 저 높은 산의 빙하니 깨끗한 것에 대해서는 이견을 달려고 하지 않겠다. 그러나 지금 눈에 보이는 모습은 식수로서는 부적합한 모습이다. 아마도 오랜 세월동안 이곳에서 살아온 이들에게는 단련이라고 하기보다는 변화된 소화기관의 기능 때문일 것이다. 또 훈자는 지구상에서 이름난 장수촌 아닌가? 이들이 장수하는 비결중의 하나로 훈자의 이 식수를 생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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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자마을 골목길. 저 아래로 올라가면 발티드성과 울타르빙하로 길이 나뉘어진다.





골목길을 따라 조금 오르다 보면 길은 Y자 형으로 갈라진다. 왼쪽으로 난 길은 경사가 없이 계속 이어지는 길이며, 오른쪽으로 난 길은 초입부터 오르막으로 시작된다. 그 삼거리 길에 안내판이 있다. 오른쪽 길을 향하여 ‘발티드포트’라고 아주 작은 안내판이다. 훈자마을을 굽어보고 있는 발티드성으로 오르는 길이다.

 

발티드성은 훈자마을을 다스리던 임금 - 라쟈 - 이 살던 곳이다. 과거에는 이 근처가 하나의 왕국으로 한사람의 왕에 의해서 다스려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세상이 변하고 그래서 무굴제국의 휘하에도 들어가고 영국의 식민지가 되기도 하고 하는 정치적 변화를 겪었지만 아마도 이 깊은 산속 마을, 아무런 재화가치도 생산되지 않는 이곳을 구태여 자기 영토로 편입시키기 보다는 슬쩍 모른 척 해 두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했던가보다. 아무도 이곳을 시비 거는 사람 없이 한 사람의 왕이 이 성에 살면서 주변을 다스렸다고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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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자의 건축방법. 나무를 우물정자형을로 쌓아 기둥을 삼고 건물을 지었다.





발티드성은 티벳의 공주가 시집오게 되면서 티벳의 양식을 따라서 지은 왕궁이라고 한다. 훈자마을 약간 뒤쪽 높은 위치에 몇 층인가 헤아리기가 어려운 모습으로 높이 솟아있다. 회벽으로 마감한 성은 어디에서 보아도 높직하게 당장 눈에 띄었다. 반대로 훈자의 왕은 한눈에 자기 영토를 굽어보면서 백성들을 다스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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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화려하지 않게 훈자마을을 굽어보고 있는 발티드성





골목길을 이리 저리 돌아가면 왕궁 발티드성의 정문이 나타난다. 사실 왕궁의 정문이 아니라 매표소다. 성의 입장료는 200루피, 이런 궁벽한 곳에 무엇이 볼 것이 있을까? 200루피라는 금액은 얼토당토지 않은 비싼 금액이다. 그러나 매표하는 사람은 상관이 없다. 아마 이 금액은 파키스탄정부에서 유적에 책정한 금액인 것 같다. 왜냐면 그들은 9시가 되어야지 업무를 시작한다. 매표소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고 성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입장권의 조사는 왕궁 입구에서 하는지 성문을 들어가는 것은 아무런 제재가 없다.

 

성의 중심인 왕궁은 2층으로 되어있고, 지금은 훈자왕국의 마지막 유물이 몇 점 전시되고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나는 왕궁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왕궁의 백미는 이곳에서 조망(眺望)되는 주변의 경치이지 남은 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의 앞에서 보는 훈자계곡의 모습이 좀 더 감동적이다. 저 아랫마을 호텔에서의 조망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성에서 보이는 모습은 일단 시야를 막는 장애물이 하나도 없어 좋다. 앞집의 안테나, 이리저리 옮기는 전깃줄 같은 것이 말끔히 사라지고 대자연의 웅장함만이 남아있는 모습이다. 성 한쪽 모퉁이에는 대포가 한 문(們) 있는데, 저 아래 훈자계곡을 올라오는 적들을 향해 언제라도 천둥을 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훈자왕국에 무슨 대포가 필요했을까? 그러나 명색이 왕궁인데 이나마 없다면 또 허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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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 것 하나도 없는 듯 늦으막히 나타나는 발티드성의 관리인. 이런 좋은 직장 구하기 힘들지.





성의 왼쪽으로는 멀리 사라져가는 KKH의 꼬리가 살짝 보인다. 그러며 그 앞에 또 하나의 마을이 옹기종기 펼쳐져 있고, 그 마을들 중간쯤 되는 곳에는 이 발티드성의 동생뻘쯤 되어 보이는 ‘알티드’라는 성이 서 있다. 이 성은 근처 마을을 다스리던 또 하나의 성이었던 모양인데, 훈자왕국과의 관계는 들은바가 없다. 내가 동생벌 쯤 이라고 표현한 것은 일단 알티드성도 주변마을보다는 높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지만은 훈자의 발티드성에 비해서는 아래쪽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모습이 서로 비슷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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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알티드 성’





발티드성의 뒤쪽으로는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부터 거의 수직으로 올라가고 있는 험한 산계곡이 병풍과 같이 둘러처져있다. 그 절벽 위에 ‘이글네스트’라고 하는 호텔이 있다고 하고, 그 사이 계곡으로 들어가면 무슨 빙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위 봉우리 옆으로 고개를 아주 조금 살짝 내밀고 있는 괴이한 봉우리가 보인다.

 

봉우리의 이름은 ‘레이디 핑거’라고 하는데 진짜 지도상의 이름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아가씨가 손가락하나를 까딱까딱한다고 할 만하다. 짙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손가락 같이 뾰족한 봉우리가 솟아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당시의 건축에는 철근을 쓰지 않았는지, 아니면 쓸 수 없었는지, 성을 쌓은 모습은 매우 이국적이다. 통나무를 가로세로 마치 귀틀집 같이 역어 올리고, 그 사이사이에는 돌을 쌓아 마감을 했다. 성의 꼭대기에 왕궁을 짓기 위해서는 가로세로 굵은 나무를 깔았던 모양인데 그 한쪽 끝이 삐쭉하고 나와 있다. 과연 안전할까? 그러나 걱정할 것은 없다. 안전하니까 지금까지 몇 백 년을 버텨오지 않았겠는가?

 

성을 관리하는 사람은 나름대로 특이한 복장을 하고 있다. 저 복장이 당시 훈자왕국 군사들의 옷차림인지 아니면 성을 관리하는 집사들의 옷차림인지 어디에 물어볼 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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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티드 성에서 보는 훈자계곡의 전경. 멀리 흰눈을 이고있는 ‘라카포시산군’이 보인다.




발티드성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마지막 갈림길이 있다. 오른쪽으로 가면 성이 되지만, 왼쪽으로 가면 훈자마을의 뒷산 계곡으로 가는 길이다. 빙하까지는 약 2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가장 가까이 빙하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마을과 가깝고, 멀지 않다고 얕봤다가는 큰코다친다고 주의를 준다. 계곡 사이라 기온이 훈자마을보다 낮고, 길이 무척 험해서 웬만한 신발로는 아주 고생을 한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훈자마을로 내려오는 수로를 따라 걸으면 편한 길이 된다고도 하는데, 수로 옆 뚝이 그렇게 만만하게 걸을 수 있을 만큼 넓지 않은데, 때에 따라서는 산 옆구리에 걸린 수로길은 간이 작은 사람들이 다니기에는 부담스럽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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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자계곡을 내려다 보고있는 발티드성의 대포





마을 갈림길에서 좀 더 만만한 듯이 보이는 왼쪽 길을 택해 가면 정말 쉬엄쉬엄 갈 수 있는 만만한 길이 나타난다. 마을만 벗어나면 길은 훨씬 넓어진다. 훈자계곡 오른쪽으로 힌두쿠시산맥의 옆구리를 끼고 도는 길은 경사도 별로 없이 우리의 시골길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다. 또한 수로가 가까이 있어 풍부한 물 때문에 모든 것이 풍요롭다. 경사가 덜 심한 곳에는 약간의 축대를 쌓아 밭을 만들어 농작물을 심고, 그러지 못할 곳은 모두 살구나무다. 나무 사이로 수로를 따라 펑펑 흐르는 물 때문에 살구는 말 그대로 지천으로 널려있다.

 

때마침 살구가 잘 익은 수확철이라 군데군데서 살구를 따고 있다. 장난꾸러기 남자아이가 나무에 올라가 가지를 잡아 냅다 흔들면 후둑후둑 땅바닥이 노랗게 변할 때 까지 살구가 떨어진다. 그러면 조금 떨어져 있던 여자아이들이 달려들어 살구를 줍는다. 아니 흔들 것도 없이 보통 살구나무 아래에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양은 떨어져 있다. 세상이 모두 살구나무요, 지천으로 깔린 것이 살구다 보니 살구 인심도 후하다.

 

처음 살구나무를 만났을 때는 조금은 눈치를 보며 몇 개의 살구를 집어 들었는데, 하던 도둑질 솜씨가 늘었는지 조금 지나니 이제는 눈치 볼 것도 없이 크고 맛있게 생긴 놈으로 골라 집는다. 그러다 지금은 아무런 느낌도 없다. 트림 속에서도 살구냄새가 배어 나온다.

 

나무그늘에서 쉬다보니 목적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심심해서인지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몰려온다. 나는 심심했던 차에 잘 걸린 먹잇감이었으리라. 그들도 내 주위에 자연스럽게 둘러앉아서 쉬어간다. 사실 이 녀석들은 쉬어갈 필요가 없었다. 매일 다니던 곳이 뭐 힘들 리가 있겠는가? 그리고 애초에 힘들 정도로 다닐만한 길도 없다. 가지고 있던 사탕을 하나씩 나누어 먹었더니 이 녀석들 답례인지 근처 나무에서 살구를 따다준다. ‘야 살구는 이제 물렸다. 그만 먹을래’ 하고 사양을 하니 몇 놈이 어디론가 갔다 오더니 이번에는 호두를 내민다. 아직 파란 호두로 속알마져 딱딱하게 들지 않았는데 억지로 깨어서 풋내 나는 속을 꺼내 준다. 저도 먹고 나도 먹고 한바탕 웃었다.

 

간간히 마련된 밭에서는 밀을 추수하고 있었다. 밭 자체가 그렇게 넓은 면적이 아니므로 대대적으로 추수를 한다고 할 수는 없고, 밭 한 뙤기 한 뙤기 밀을 베에 널고 있다.

 

이 길은 산 중턱으로 난 길로 카리마바드에서 가는 KKH는 저 아래 있다. 2시간 가까이 걸어가면 왼쪽 아래쪽으로 마을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여기가 카리마바드다. 제법 큰 건물도 있기도 하지만 거의 모두가 산중턱에 자리를 잡고 있는 돌로 만든 집들이다. 아마 이 형태가 훈자마을의 기본적인 주택형태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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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티드 마을에서 알티드 마을로 가는 길. 높이를 알 수 없는 계곡위에 다리가 걸려있다.





적당한 위치에서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니 KKH와 만나게 되고, 거기가 카리마바드 마을이다. ‘하미과’를 하나 사 가지고 훈자마을 가는 스즈키를 탔다. 마을 사람과 뒤엉켜 탔는데, 훈자마을 사람들은 여자들을 따로 태우기는 하지만 다른 동네와 같이 완전히 격리시키지는 않았다. 스즈키 앞자리에는 당연히 여자가 타지만, 여자가 그보다 많을 때는 스즈키 뒷자리에도 와서 탄다.

 

훈자마을로 가는 스즈키는 오늘도 만원사례, 외국인이라고 그런지 좁고 어두운 스즈키 안이지만 그래도 안에 자리를 마련해 주고, 자기들은 밖에 매달려 간다. 그런데 밖에 매달려 가는 훈자마을 사람들이 나보다 나이가 많다. 아마 칠십은 되 보이는데, 외지인이 매달려 가는 것보다 자기들이 매달려 가는 것이 더 안심이 되는가 보다. 굳이 나를 안쪽에 앉으라고 하며, 밖에 즐겁게 매달려 간다.

 

작달막한 체구에 마른 몸매이지만 왠지 모를 건강함이 묻어 나오는 웃음소리를 보아서 확실히 훈자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마을인 것 같다. 그런데 지금 훈자의 모습은 관광객에 의해 하나 둘 잠식(蠶食)되어가서인지, 또는 오래 살고 싶은 관광객이 훈자마을을 다 차지해서인지, 그렇게 “여기가 장수촌이야.”하는 느낌이 없다. 오래전 일본 NHK에서 촬영한 다큐멘터리 실크로드에서 ‘긴 언덕을 넘어 내려가면 그곳은 훈자마을이다.’라고 하는 나래이션과함께 살구꽃 핀 마을에 북을 치며 흥겹게 잔치를 벌이던 그러한 모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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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하여 돌담위에 널어놓은 보리.





복마니한테 가니 ‘린’양이 바삐 돌아다닌다. 왜 그런고 하니 ‘훈자 인’에 묵고 있는 젊은이 몇 명과, 새로 온 젊은이들이 내일 아침 낭가파르밧을 간다고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러며 같이 가자고 한다. 여러 명이 간다면 그래도 가볼만 하다. 물론 젊은이들한테는 짐만 되겠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낭가파르밧을 갈 수 있게 된다면 빈대가 된다고 해도 그게 어디냐?

 

그런데 린양의 말에 의하면 약 5-6명이 되는 젊은이들은 모두 짚차를 타지 않고 ‘라이온 브릿지’에서부터 걸어간다고 한다. 하기야 짚차의 비용이 젊은이들한테는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걸어 올라가는 길은 약 3-4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가고자 한다면 갈 수 있겠지만 젊은이들에게 너무 짐이 될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포기하고 잘 다녀오라고만 해 주었다. 아마도 린양이 돌아왔을 때는 나는 훈자를 떠날 것 같아서 아주 작별인사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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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하여 씨를 빼고 말리고 있는 살구.






“선생님 다른 선생님이 오셔서 한참 기다렸어요.”

 

하며 복마니가 다른 젊은 여자애를 소개시켜 주었다. 조금 아까 도착을 했다고 하는데, 아버지와 여행을 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아버지는 영월 종합야고등하교 교사로 과목도 마침 국어과목이라고 한다. 라호르 코리아나에서 묵었다고 한다. 코리아나 사장으로부터 내 소식을 듣고 훈자에서는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왔다고 한다. 그러나 왜 그런지 아버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기다리다가 먼저 들어갔다고 한다. 여자애는 서울대학교 일학년 생으로 그 나이 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얼굴 이었다. 내가 선생이라서 그런지 공부 잘하는 애는 일정 점수 따고 들어가다 보니 나름대로 귀엽게 생겼다.

 

라호르에서 내가 묵었던 방에 묵었다고 하며, 라호르 식구들의 이야기를 했다. 다른 곳을 들르지 않고 바로 훈자로 왔다고 한다. 길깃 오는 도중 길이 끊어져서 두 시간 정도 걸어서 다시 버스를 탔다고 한다.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낭가파르밧 캠프입구를 조금 지나서 인더스강이 넘쳐 차가 다니지 못한 모양이었다. 돌이 널려있고, 물이 흐르는 도로를 걸어오느라고 아버지가 더 힘들어한다고 했다.

 

일단 헤어져 각자 호텔로 돌아가 쉬었다가 저녁 먹을 때 만나기로 하고 헤어져 멀베리 호텔로 돌아왔다. 미지근한 물에 샤워를 하고 잠시 쉬다보니 저녁때가 되었다.

 

훈자만 해도 2500미터가 넘는 곳이다 보니 쉽게 지친다. 이곳에서는 무엇이든 평소에 할 수 있는 양의 1/2-2/3 정도 밖에 할 수가 없다. 낮에 살구를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설사가 났다. 복마니한테 가니 여학생만 와있고, 아버지는 오지 않았다. 몸 상태가 나빠서 저녁을 먹지 않고 그냥 잠을 자겠다고 한단다.

 

아버지의 증상을 물어보니 피로감, 두통, 식욕부진 등을 말한다. 훈자마을에는 약국이 없고 - 이런 건강 장수촌에 약국을 운운 하는 것조차 불경스럽지 않은가? - 아마 카리마바드에나 가야 있을까? 아니면 길깃에나 가야 병원 비스무리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내 경험대로 고소증상 같아서 일단 내가 먹는 약을 몇 알 주기로 했다. 아닐 수도 있으니까 일단 먹어보고 필요하면 더 주겠다고 했다. 저녁을 먹고 호텔까지 바래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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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자 어디에나 지천으로 있는 열매를 잔득 달고있는 살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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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한 살구





복마니네 집에는 복마니한테 기생(寄生)하고 있는 학생이 하나 있었다. 배낭여행을 와서 파키스탄 청년과 어울려 라왈핀디에서 버스를 탔다. 그런데 버스 정거장에 짐을 가져다 놓는 곳이 있어, ‘버스에 실을 짐을 가져다 놓는가 보다’하고 자기의 배낭을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곳은 짐을 맡아 주는 곳, 길깃까지 와서 배낭을 찾으니 있을 리가 없다. 아니 파키스탄녀석은 무엇을 했는고? 그 녀석도 몰랐다나? 그래서 복마니한테 빌붙어 라왈핀디에서 짐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싹싹한 성격에 붙임성이 있어 싫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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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옆구리에 매달려 ‘울타르 빙하’까지 이어져 있는 훈자마을의 생명줄 수로.




 

*다음은 라카포시 뷰 포인트와 가네쉬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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