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cky Lim의 파키스탄 여행기 23편 길깃으로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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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ky Lim의 파키스탄 여행기 23편 길깃으로 가는길

Lucky 0 2702

나는 50대 중반으로 같이 여행을 다니던 막내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부득이 혼자 다니게 되었습니다.

일정은 2007년 7월 15일 출발하여 파키스탄의 라호르 - 라왈핀디 - 탁실라 - 칠라스 - 훈자를 거쳐 카라코롬 하이웨이를 타고 7월 27일 중국으로 출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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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을 올립니다. 그러나 여행정보보다 나의 관심사와 감상을 많이 적은 개인적인 기행문입니다. 여행의 목적과 관심사가 나와 다른 분들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내가 직접 체험하고 확인한 것만 썼습니다.

 

 

 

2007년 7월 23일

 

칠라스에서의 둘째날 - 칠라스 암각화와 칠라스를 떠나 길깃으로

 

충분히 잠을 잤기 때문에 눈이 떠졌다. 그런데도 몸의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누군가 양쪽 어깨를 누르고 있는 것 같이 몸이 무거웠다. 아침이 되었는데 식욕도 없다. 생각해 보니 이게 고산증인 것 같았다. 서울을 출발할 때 약을 준비해 온 것이 있는데, 칠라스 정도의 높이에서 고산증이 오겠는가 하고 먹지 않았다. 아니 고산증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미 고산증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면 약을 먹지 말라고 의사가 말했다. 어제 먹다 남겨둔 밥을 고추장에 비벼서 대강 때웠다. 마당으로 내려가니 지배인이 맞아준다.

 

“잘 잤니? 오늘은 몸이 좀 어떠니?”

“어제 덕분에 구경 잘했다. 그런데 칠라스에 암각화가 더 있냐?”

“물론 있다. 요기 가까운 곳에도 있고, 여기서 차를 타고 한 세 시간 정도 간 곳에도 있는데 거기에는 그림이 크다. 네가 하루 더 있으면서 보고가면 좋겠다. 그것은 또 다른 모양이다.”

“물론 그러면 좋겠는데 지금 컨디션이 좋지 않다. 칠라스를 떠나는 버스표를 구해 달라. 될 수 있으면 빨리 떠나는 것으로.”

“그런데 차편은 오후나 돼야 있다. 아니 오후 늦게나 있다.”

“아니 왜 그러냐? 여기에서는 차가 없냐?”

“없다.”

 

할 수없이 가장 빠른 버스표를 구하라고 부탁하고 가까운 곳에 있다는 암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오늘도 차량을 구해가지고 와서 가이드해 주는 것을 500루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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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각화 찾아가는 길. 칠라스 강변 자갈과 바위가 굴러다니는 곳에 암각화를 가지고 있는 바위가 있다. 오늘은 운전사도 같이 나섰다.





이번에는, 어제 버스를 타고 오다가 외국인 등록을 한 검문소 쪽으로 간다. 검문소를 지나가는데 군인들이 보고 그냥 있다. 검문소를 지나 조금 더 가서 오른쪽으로 인더스강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한다. 한참 가더니 또 차가 빠진다고 걸어가자고 한다. 이번에는 어제보다는 조금 먼 거리를 걸어 내려가니 인더스 강물이 바로 아래 보이는 곳에 어제 본 붉은색의 바위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여기도 약 1키로 정도 넓이의 흩어진 바위들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 무엇인가 알아보는 것 보다 일단 사진을 찍었다. 하늘이 흐려지며 빗방울이 조금씩 흩날렸다. 검은 바위에 빗방울이 떨어지니 점점이 찍혀서 사진이 이상해진다. 하지만 안 찍으면 그것도 헛일이라 일단 윤곽은 알아보고 그림을 파악할 수는 있으니까 모두 사진을 찍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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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모르지만 파키스탄에서 가장 만이 맡아본 냄새의 풀





돌아오는 길에 아주 아무것도 아닌 듯이 모래위에 군데군데 자생하는 풀을 뜯어 냄새를 맡아 보라고 한다. 칠라스쪽으로 와서 흔히 보던 떨기풀이다. 모래위에 한 무더기씩 자생하는데 보라색의 조그만 꽃이 달려있다. 손으로 들어보니 의외로 줄기가 빧빧했다. 거치른 땅에서 거친 바람을 맞으며 자라려니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냄새를 맡으니 그제야 모든 비밀이 풀렸다.

 

파키스탄에는 파키스탄 특유의 냄새가 있다. 어느 곳에 가더라도 나는 냄새로 파키스탄의 거의 모든 음식에 이 향료가 들어가는 것 같다. 공기에도 반드시 있는 냄새가 바로 이 풀의 냄새다.

 

“맛살라, 파키스탄 맛살라.”

“오! 맛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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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바위에 한가득 암각화가 있다. 오늘 답사한 것중 가장 큰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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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라스강 상류쪽 오늘 답사한 암각화는 어제 본것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뽀족한 집은 탑인 것으로 추측되는데 아주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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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짐승이 그려져 있다. 사람은 칼을 차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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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도형적인 그림이 많이 그려져 있는데 그 의미를 파악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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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라스 암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하류에 있는 두곳의 암각화는 불교신앙과 관계된 것이 많고 시기적으로도 후대에 그려졌고, 상류에 있는 암각화는 불교신앙적인 것이 없이 삶의 모습을 기록한 것 같다. 시기적으로도 앞선 것 같다. 물론 잠깐 본 것으로 정확성은 자신 없다.




 

나도 맞장구를 쳤다. 돌아오는 길에 호텔 조금 못 미쳐 건너편으로 주차장이 있는 음식점이 있다. 제법 큰 음식점이고, 말 그대로 음식점이다. 노선버스가 한 대 서 있고,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 것 같다. 내가 탄 버스는 정말 노점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이들은 그래도 식당 같은 곳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있는 것 같다.

 

“저기 버스가 있다. 어디 가는 버슨가 알아보고 내가 탈 자리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

 

그를 끌고 내려서 식당으로 들여보냈다. 잠시 후 나온 그의 대답은 길깃 가는 것인데 자리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며 오후 늦게 밖에는 차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차가 선다는 것을 안 이상 호텔에서 기다릴 수는 없다. 어차피 기다리는 것이라면 호텔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길거리에서 기다리는 것이 낳겠다 싶었다. 그러며 지나가는 차를 모두 잡아보면 혹시 한 대 걸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밖에 나가 차를 잡아 보겠다. 만약 오후까지 못 잡으면 네가 말해주는 버스를 타겠다 괜찮겠냐?”

“그래라”

 

체크아웃을 하고, 나오니 아까 그 식당에 버스가 아직도 그냥 서있다. 식당 앞으로가니 사람들이 버스로 오르고 있다. 식당 종업원을 찾았다.

 

“버스 운전사 어디 있냐?”

“왜 그러는데!”

“이 버스를 타야겠다.”

“자리가 없을 텐데… 하여튼 운전사는 저기 있다.”

 

역시 운전사 복장을 한 사람과, 평상복을 입은 두 사람이 있다. 가장 불쌍하고 처량한 표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지어 보였다.

 

“나는 어제 칠라스에 왔는데, 칠라스에서 나가는 버스가 오후에나 있다. 그런데 지금 나가고 싶다. 당신 버스에 태워주면 고맙겠다.”

“우리 버스에는 더 이상 자리가 없다. 안 된다.”

“자리는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냐. 좌석이 없다면 서서가도 되고, 아니면 내 배낭을 깔고 가겠다. 버스에 태워만 달라.”

 

둘은 잠깐 눈짓 같은 것을 교환하더니, 불편해도 괜찮다면 타라고 한다. 버스에 올라가보니 정말 버스 안은 꽉 차 있었고, 내심 보조좌석이라도 한 개 있겠지 했는데, 보조좌석 마저 모두 앉아있다. 운전수는 본넷트 위에 방석을 깔아주며 여기 앉으라고 했다. 본네트 위에는 보조운전사가 앉아 가는데, 그곳에 둘이 앉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자리가 좁은 것은 아니다. 단지 기대지도 못하고, 팔걸이도 없어 잡을 것도 없고, 자꾸 미끄러진다. 그러나 이거라도 일단 칠라스를 벗어나 길깃까지 가게된 것도 어딘가. 칠라스에서 길깃까지는 백 몇 십 키로밖에 안 된다. - 이것은 정말 잘못이다. 백 몇 십 킬로면 우리나라에서나 잠간이지, 파키스탄에서는 하루 종일이다.

 

이윽고 버스는 출발하였다. 차안은 그야말로 만원사례, 그러나 서있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이 모두 자리는 하나씩 차지하고 있다. 자리가 없는 손님은 달랑 나 하나뿐, 어떻게 생각하면 쪽팔리기도 하겠지만 칠라스를 벗어난다는 것만으로도 아무런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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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가다 보면 이렇게 산언덕에 글자를 새겨 놓은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어떤 때는 마을 이름일 수도 또는 구호일수도 있다.





도로는 분명 포장된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상태는 비포장 상태다. ‘울퉁불퉁’이라고도 표현할 수 없는 흔들림에, 또 어떤 때는 정말 포장도로를 달리기도 한다. 본넷트위는 비닐-레자-로 예쁘게 포장되어있고, 또 그 위에 올려놓은 물건이 미끄러져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약 10센티 정도의 높이로 난간도 있다. 이것이 본네트위의 궁둥이가 미끄러져 떨어지는 것을 방지해 주지만 넓적다리 부근에 끝없는 압박을 가한다. 아예 달랑 본넷트위에 올라앉으면 편하겠지만, 보조운전사와 둘이 앉아 가려니 그럴 수가 없다. 사실 나만이 아니라 옆에 있는 친구도 몹시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불편한 자세로 한 시간 정도를 달렸을까? 아침도 대강 먹었는데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조금 참아보려고 노력을 해도 결국 터져 나올 것 같은 느낌에 운전수에게 차를 세워달라고 부탁을 했다. 급히 차에서 내려 길옆에 쭈그리고 앉아 구역질을 해 보았지만 넘어오는 것 없이 쓴물만 나온다. 한참을 그렇게 애쓰다가 일어나니 머리가 어찔하며 핑 돈다. 느낌은 체한 것 같지만 사실 체한 것이 아니고 고산증세 중의 하나다. 억지로 차에 올라타니 주위의 사람들이 한마디씩 거들어 준다. 버스 안에 외국인은 하나밖에 없었으니 이러한 증세를 보이는 것은 오직 혼자다. 다행히도 더 이상 넘어오지는 않았다.

 

길은 계속 왼쪽으로 인더스강을 끼고, 오른쪽으로는 계속 이어지는 모래 산이다. 단지 어느 부분에서는 강이나 산이 멀찍이 물러나기도 하지만, 어느 곳에 와서는 강과 산이 붙어있는 곳에 아슬아슬하게 벼랑길이 나 있는 곳도 있다. 이런 곳에서 사고가 잘 나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이 터졌다. 산사태가 나서 길이 막힌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곳의 산은 우리가 생각하는 산이 아니라 모래를 쌓아 놓은 것이다. 그것도 몇 백 미터 아니 몇 천 미터인데 - 지금 달리고 있는 길이 해발 약 2000미터이니 일단 한라산과 맞먹는 높이인데, 거기에서 야트막하다 해도 백두산과 호형호제(呼兄呼弟)하는 사이가 된다.- 나무 한그루 없이 모래에 바위가 섞여있는 형상이니 이들을 결속(結束)해 주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조그마한 물리적인 힘만 가해져도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온다. 어제 칠라스에서는 아주 약간의 빗방울만 스쳤는데, 여기는 도로가 젖어있는 것을 보니 꽤 많은 비가 왔을지도 모르고, 무엇보다도 기온이 올라가면 산 위쪽의 얼음이 녹고, 얼었던 땅도 녹고 해서 산사태가 더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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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로 길이 끊어진 현장. 왼쪽으로 인더스강이 도도히 흐르고 있다. 사람들이 서 있는 곳부터 건너편 트럭이 서 있는 곳까지 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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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주 불도져가 나타나 사태로 쓸려온 흙을 강으로 밀어넣고 있다.




 

산사태가 일어난 시간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지 우리 버스 앞에 대기하고 있는 차들이 서너 대 밖에 되지 않는다. 버스에서 내려 보니 도로 밖은 바로 인더스강인데 높이는 약 50미터는 될 것 같다. 깊이를 알려주지 않는 회색의 물이 무섭게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 산사태로 무너진 흙이 쌓인 곳은 약 100미터 정도 되는 구간이고, 양쪽으로 한 100미터씩이 자갈돌 등으로 반쯤 덥혀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어제 새벽 험난한 고갯길을 넘을 때도 잘 넘었는데, 그런 고개에 비하면 평지와도 같은 곳에서 산사태를 만난 것이다. -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이 KKH는 언제 어디서 길이 끊길지 모르는 곳이다. 모든 곳이 도로 폐쇄의 위험을 안고 있는 곳이어서 한곳도 안전한 곳이 없다. - 그러나 버스안의 승객들은 의외로 동요가 없다. 이것이 일상사이고,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곳에서 얼마의 시간을 보내게 될지 그냥 주어지는 상황대로 살아가는 것이 이들이 발견한 지혜인지도 모른다.

 

일단 버스에서 내려 바람도 쐬며 몸을 좀 움직이니, 조금 덜 거북한 것 같기도 하다. 아마 그간 칠라스보다 해발고도가 조금 낮아졌는지, 몸이 적응해가고 있는지 그런가보다.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열 서너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 셋이서 커다란 다라이에 머루를 - 머루인지 포도인지 분간이 가지는 않으나 이것이 재배한 것이 아니라 야생의 것임을 틀림이 없다. - 가져다 놓고 팔고 있다. 얼마에 팔려는지 모르나 무더기를 몇 개 만들어 놓고 있다. 그러나 누구하나 그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왼지 그것을 보니 먹고 싶다는 욕구가 강렬하게 치솟아 오른다. 그러나 주머니 속에 돈이 없다. 아니 잔돈이 없다 전부 100루피짜리다. 아까 버스 운전사한테 버스비를 냈는데(150루피) 잔돈이 없어 200루피를 주었다. 운전사도 거스름돈은 길깃에서 주겠다고 하니 누군가가 저것을 사 먹어야 내가 사 먹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할 수 없이 아이들에게 맛보기 식으로 조금만 달라고 하니, 이 녀석들은 인심도 좋게 세 송이를 준다. 물론 포도같이 알이 크지는 않지만 송이만은 큼직하다. 호호탕탕하게 흐르는 인더스 강을 내려다보며 머루알을 따 물으니 생각보다 맛있다. 우리나라의 머루보다 덜 시고, 더 달다. 속도 불편했었는데 세 송이를 맛있게 먹었다. 애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가지고 다니던 볼펜 한 자루를 주니, 이 녀석 좋다고 머루를 더 집어준다. 너무 많아서 도로 내려놓고 한두 송이만 집었다.

 

그러는 사이에 산사태 난 곳의 반대편에서 시커먼 연기가 일었다. 거대한 등치의 블도져 한대가 어디에선가 나타나 도로를 덥고 있는 흙을 모두 강으로 밀어 넣는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어떤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쟝가’와 같은 블도져다. 완벽하게 도로를 원상태로 복구한다기 보다, 차 한대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을 확보하는 정도로 빠른 속도로 길을 만들어 온다. 블도져도 크고, 운전하는 솜씨도 익숙하다 보니 블도져가 나타난지 한 시간이 채 안된 듯한 시간에 엉성하지만 차는 다닐 수 있는 길이 만들어 진다. 아마 이곳은 산사태가 일상의 일이다 보니, 산사태 위험지역 부근에 이렇게 도로를 정비할 수 있는 물자와 인력이 항상 대기하고 있는 것 같다.

 

임시로 길이 트이자 우리가 탄 버스가 가장 앞에 가서 선다. 앞에 있던 다른 차의 사람들은 이것이 당연한 듯이 생각하는 눈치다. 아예 자리를 펴고 나와 앉았던 어떤 가족은 버스가 출발하는 것을 보며 천천히 자리를 걷는다. 이렇게 해서 또 위기를 모면하고 버스는 계속 달렸다.

 

한곳을 가니 길이는 길지 않지만 꽤 웅장한 철다리가 나타난다. 다리 아래는 바윗돌이 궁글고 있는 빠른 물살이 흐른다. 여기가 론니에 나와있는 ‘라이온 브릿지’며 낭가파르밧으로 올라가는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곳이다. 산속의 선경(仙境) 같다는 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여기에서 짚차를 타야한다. 다리를 건너니 돌을 모아 만든 집이 서너 채 있다. 모두 여행자들과 관계된 일을 하는 집들이다. 일반인들은 여기에서 살 필요가 없다. 출발 전 계획에는 나도 여기에서 내려 잠깐 짚차를 타고 올라가려고 하기도 했는데, 지금 몸을 상태로서는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낭가파르밧 캠프로 가고 싶은 사람은 길깃 가는 버스를 타고 여기에서 내리면 될 것 같다. 칠라스를 출발한지 네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는데 굳이 안내를 받지 않아도 창밖을 보고 있다면 누구든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통과하면서 보니, 봉고차에서 커다란 배낭을 내리는 서양여행자들이 보였다. 보통은 길깃까지 갔다가 길깃에서 다시 승합차를 타고 오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출발지가 라왈핀디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내가 탔던 오후 출발의 버스라면 다음날 오전에 이곳을 통과하게 될 것이니, 그렇게 한다면 당일 오후에 짚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이제부터 버스는 북쪽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한다. 강이 오른쪽으로 흐르며 시야에 사라졌다 나타났다 한다. 강을 건너는 다리는 아주 가끔씩 있어서 아마 없다고 해도 될 정도다. 강물이 워낙 거세게 흐르기 때문에 교각을 세우기가 어려운 것 같았다. 아마 그림에서 보았던, 쇠줄하나에 몸을 의지하고 강을 건너는 사람들이 있을 법한 풍경들이었다. 약 한 시간여를 달려 카라코룸 산맥과 힌두쿠시 산맥이 만나는 곳을 지났다. 휴게소 같은 건물이 도로 위쪽에 있는데 잠시 쉬었다 갔으면 하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버스는 그냥 통과를 했다. 그리고 첩첩산중으로 난 길을 따라 길깃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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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브릿지 근처 낭가파르밧 올라가는 캠프. 한쪽은 투박한 돌집이 있는데, 길 건너편에는 새로 건물을 짓고 있다. 곧 이곳도 활성화 될 것이고 그때는 낭가파르밧 가는 길이 좀더 편안해 질 것이다.





낭가파르밧 캠프에서 길깃까지는 그렇게 험하다고 생각되는 길은 없었다. 도로도 앞서에 비해서는 양반이라고 할 정도로 포장된 곳이 많았다. 그러나 강물이 범람하여 도로 위를 넘쳐흐르고 있는 곳을 여러 번 지났고, 그럴 때 마다 도로에는 크고 작은 돌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교통량이 적어서 지체되거나 정체되는 구간은 없었다. 또 파키스탄 직행버스의 장점은 목적지까지 특별한 생리적 욕구만 없다면 그냥 무식하게 달리는 것이다.

 

 

 

 


*다음은 장수마을 훈자에 도착하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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