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cky Lim의 파키스탄 여행기 20편 칠라스로 가는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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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ky Lim의 파키스탄 여행기 20편 칠라스로 가는길 1

Lucky 0 2300

나는 50대 중반으로 같이 여행을 다니던 막내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부득이 혼자 다니게 되었습니다.

일정은 2007년 7월 15일 출발하여 파키스탄의 라호르 - 라왈핀디 - 탁실라 - 칠라스 - 훈자를 거쳐 카라코롬 하이웨이를 타고 7월 27일 중국으로 출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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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을 올립니다. 그러나 여행정보보다 나의 관심사와 감상을 많이 적은 개인적인 기행문입니다. 여행의 목적과 관심사가 나와 다른 분들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내가 직접 체험하고 확인한 것만 썼습니다.

 

 

 

2007년 7월 21일

 

라왈핀디에서의 세째날 - KKH(Karakoram Highway)를 따라 칠라스로 가는 길 1

 

어제 조급한 마음에 라왈핀디를 빨리 벗어나려고 칠라스가는 버스표를 사두었기 때문에 시간을 맞춰 가야한다. 그런데 속으로 머리를 굴려보니 시간에 늦지는 않을 것 같았다. 발을 동동 구르며 파퓰러 인으로 돌아왔다. 사장이 반겨 맞아주며 구경 잘 했냐고 한다. 제대로 대꾸도 못하고 바로 체크아웃 했다. 사람 좋은 사장은 나머지 여행도 잘 하라고 덕담을 해 주었다.

 

시계를 보니 그렇게 여유가 많지는 않아도 시간을 놓치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파퓰러 인 앞에서 택시를 잡았다. 그런데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는 속담과 같이 그 흔하던 택시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겨우 겨우 택시를 잡아 ‘시외버스터미널’을 물어보면 모른다는 놈들뿐이다. 그중 한 사람이 타라고 한다. 커다란 배낭을 질질 끌어 겨우 택시를 타고 보니 도대체 오늘 무엇을 먹었는지 생각이 가물가물 배가고프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택시가 좀 엉뚱한 데로 가는 것 같다. 어제 갔던 길이 아니다. 택시왈라에게 길이 잘못됐다고 하니 여기가 맞는다고 한다. 버스표를 보여주며 여기를 가자고 했더니 버스표를 받아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본다. 고개를 흔드는 모양이 모른다거나 아니라거나 하는 것 같다. - 인도인들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 안다는 뜻이다. - 다른 택시 운전수한테 물어본다. 또 다른 택시를 잡는다. 야! 이거 정신이 없구나!

 

가방을 끌고 택시에서 내렸다. 버스표를 달래서 빼앗고 야단을 쳐 보냈다. 그리고 다시 택시를 잡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시간은 흘러 아까는 그래도 여유 있던 시간이 이제는 자칫 잘못하면 버스를 놓치게 되었다. 발이 동동 굴러진다. 다행이 한 택시를 탔다. 시외버스터미널을 안다는 것이다. 시간이 없어 버스표를 보여주면서 빨리 가자고 했더니 갈 수 있다고 한다. 정말 택시비를 더 주고 싶은 순간이었다. - 우리나라에서는 따블도 잘 주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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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퓰러 인’ 앞 도로 정말 필요할 때는 넘쳐나던 택시도 한대 안 보인다.





버스터미널은 못 들어간다는 택시왈라를 다그쳐 터미널로 들어가 바로 매표소 앞에서 내렸다. 정말 커다란 짐보퉁이가 힘에 버거웠다. 체력은 떨어지고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헐레벌떡 매표소로 가서 표를 내밀며 어느 버스를 타냐고 했더니 건너편 주차장에 대기 중인 버스를 가리킨다.

 

“조기- 조 버스가 칠라스 가는 거다 빨리 가라”

“아니 저 버스는 작은 것 아니냐? 칠라스가는 거는 빅-버스 아니냐? 잘못 가리켜준 것 아니냐?”

“아니 저게 빅 버스다.”

 

우리나라의 중형- 22인승 -버스만 한 것을 대형버스라고 한다. 이거 미친놈 아니야? 내가 사기당한건가? 그러나 파키스탄인들은 그것을 빅-버스라고 한다. 어쩌랴. 정말 큰 버스는 뭐라고 하는지… 어찌 되었던 칠라스는 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버스가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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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왈핀디 버스 터미널, 라왈핀디 올 때 내린 곳과는 다른 데로, 과거에는 대우버스도 이 터미널을 이용했던것 같다.





여기서 잠깐 여행을 마친 시점에서 오늘의 버스 타는 것을 정리해 봤다. 칠라스는 작은 곳이다. 파키스탄은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가는 사람들로 버스를 구성한다. 중간에 내리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라왈핀디에서 칠라스가는 버스는 아마 이만한 중형버스로 하루에 한대 아니면 두 대인 것 같다. 사실 커다란 버스는 큰 도시인 ‘길기트’가는 버스 중 일부다. 길기트행도 작은 버스가 가기도 한다.

 

게다가 칠라스에서 길기트나 라왈핀디로 가는 것도 문제가 된다. 하루에 한두 대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앞으로 많은 버스가 지나가더라도 빈자리가 없다면 탈 수 없고, 또 파키스탄 버스는 출발지에서 빈자리가 있다면 그 자리가 찰 때까지 출발하지 않으니까 불가능이다.

 

따라서 라왈핀디에서 꼭 칠라스를 경유해서 길기트로 갈 일이 없다면, 바로 길기트로 가는 것이 정답이다. 또 칠라스를 갈 때 좀 더 많은 버스 편을 확보하는 길은 길기트를 가는 것이다. 당연히 버스는 칠라스를 지나가는데 이때 운전수에게 내려달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칠라스에서 길기트로 가는 방법이 수월하지 않지만…….

 

매표소 사람이 허름한 옷의 남자를 부르더니 내 배낭을 버스에 실으라고 명령한다. 나는 작은 가방에 중요한 물건을 챙기고 매점에 가서 물과 빵 등 요깃거리를 사서 버스에 탔다. 매표소에서는 나를 위해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려고 그랬는지 버스 안이 가득차도 사람들에게 덜 부대낄 만한 창가 자리를 주었다. 덕분에 주변의 풍광을 잘 구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차피 칠라스까지 16시간을 가야하니 중형버스가 편할 수는 없었다.

 

새벽부터 설쳐서 탁실라를 구경하고 뛰다시피 달려서 칠라스 가는 버스를 타고, 정말 정신없는 하루였다. 이렇게 여행하는 것이 맞는지? 집에서 계획을 세울 때는 이번에는 여유를 갖고 천천히 하지만, 꼭 여행지에 오게 되면 헐레벌떡 바쁘게 된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바쁘게 살까. 파키스탄제 빵 쪼가리를 씹으며 생각해 보니 참 어이없다. 그러나 ‘파퓰라 인’은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정말 많은 여행자들이 왜 ‘파퓰라 인’에 묵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장은 사람 좋고 정보도 정확하지만 잠자리 환경은 너무 열악했다.

 

또 돌아가는 형세가 불안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삶과 죽음에 초월한 것 같이 흰수작을 해도, 사실 그 형세가 내 발등에 떨어지니 그렇지 못하다. 오늘 탁실라에 관광객이 싹 빠진 것을 보면 뭔가 수상한 움직임이 있기는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언어를 몰라 그 상황을 알 수 없을 때 더 불안한 것이 아닌가?

 

버스는 주차장을 빠져 나가 빠른 속도로 달린다. 거리가 눈에 익은 것을 보니 엊그제 라호르에서 올 때 통과한 거리다.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같은 곳을 다시 통과한다. 이번에는 아침에 갔던 탁실라 가는 도로를 달린다.

 

그래도 거리를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는 얼마가지 못했다. 곧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가로등이나 상가의 불빛이 형편없는 파키스탄의 도로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잘 달리던 버스가 어디인지 주차장도 정거장도 아닌 곳에 선다. 운전수는 한 골목을 가리키며 뭐라고 이야기를 한다. 순간 버스안의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 그 골목으로 들어간다. 뭐야? 여기가 어디지? 화장실을 가는 것인가? 아니면 식당으로 가라고 하는 것인가? 내려야 할지 망설이며 버스 안을 둘러보니 그래도 대여섯 명의 사람들은 내리지 않고 자기들끼리 뭐 수다를 떨고 있다. 엉거주춤 하고 있으려니 보조운전사가

 

‘코리안 그냥 앉아있어’

“왜 저리로 가는 거냐?”

“아잔 아잔”

 

내가 이해하지 못할까봐 절하는 시늉을 해 보인다. 물론 말만 들었다면 이해하지 못했을 것인데 절하는 시늉을 보고 알아차렸다. 무슬림의 기도시간이 된 것이다. 뭐 비행기에서도 기도시간을 지킨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이렇게 까지 철저한가? 너무 심하지 않은가? 인도에서 만난 무슬림은 기차 안에서 기도시간을 그냥 지내지 않았던가?

 

무슬림은 교리에 철저하지만 융통성도 많이 두고 있다고 한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모르고 먹었을 때에는 용서된다. 뿐만 아니라, 임산부, 군인, 노인, 환자가 영양섭취를 위해 부득이한 때는 먹더라도 용서가 된다. 금식기간 또한 그렇다. 예배 또한 나라와 종파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어디에서는 하루에 여섯 번, 또는 다섯 번, 또는 네 번이다. 또한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는 하루에 한번 만으로도 용서된다고 한다. 하여튼 누가 말했는지 버스는 기도시간에 맞춰 가까운 교당 앞에 서서 예배를 드리도록 편의를 봐 주었다.

 

잠시 후 나온 사람들을 태운 버스는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창밖으로는 어둠이 점령해 버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제법 전등불이 있는 도시 - 라고 해 봐야 도시 전체가 그런지 내가 아는 의정부시 보다 어두운 - 를 통과하기도 하고, 어느 곳에서는 교통이 막혀 서행 내지는 잠시 기다리기도 했지만 우리가 말하는 신호등이 있는 네거리는 통과한 기억이 없을 정도다. 이젠 차 안의 사람들도 점점 침묵해 가고, 저녁 먹으라고 세워 주는 법도 없이, 오직 운전수 한 사람만 차 안의 사람들을 책임지고 어둠속을 뚫고 달려간다.

 

나도 깜빡 잠이 들었는가 하는데 문득 차창 밖에서 느껴지는 공기가 심상치 않다. 주위는 어둠에 쌓여 있는데 버스에서 비치는 불빛에 의지해 보니, 버스 트럭 들이 길가에 주차해 있다. 여기가 어디쯤일까? 가지고 있는 지도를 가지고 짐작을 해 봐도 도무지 알 수 없다.

 

“진니- 진니- ”

“진니? -- ”

 

도대체 뭐라고 하는 소릴까? 내 귀에 들리기로는 ‘진니’뭐 어쩌고 하는 소리 같은데 창문 밖에서 들여온 소리에 버스 안이 술렁이더니 버스 문이 열린다. 잠시 파키스탄 군인인 듯한 사내 둘이 차에 올라타더니 나에게로 온다. 내 자리는 매표소 직원이 생각해서 준 듯한 운전사 뒤 세 번째 창가 자리다. 소위 창밖을 구경하기 좋은 자리다. 그러니 문을 열면 바로 나를 볼 수 있는 자리다.

 

“진니? 진니- 어쩌고저쩌고- ”

 

파키스탄 군인은 항상 총기를 휴대한다. 서구인적인 체격을 가지고 있는 파키스타니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체격이 대등하다. 어쩌면 큰 키가 더 많을지 모른다. 내가 무슨 소린지 몰라 할 틈도 없이 누군가가 영어로 통역을 해 준다.

 

“너 중국인 아니니? 중국인을 찾는다!”

“나는 한국인이야. 한국사람.”

 

중국인 테러 사건을 이미 들은 바 있다. - 며칠 전 페샤와르에서 한밤중에 중국인 세 명을 무자비하게 총으로 난사하여 죽인 사건이 있었으며, 요즈음 중국인에 대한 크고 작은 테러가 일어나고 있어 주의를 주었다. 당시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 중국과 파키스탄은 마치 형제라도 되는 듯이 매우 가까운 선린관계를 맺고 있다. 그것은 중국이 파키스탄을 지원하여 인도와 대치하려는 의도에서 라고 한다.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KKH를 개통해 준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페샤와르가 있는 ‘서북변경주’는 파키스탄 연방정부의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크고 작은 분쟁이 일어나며 얼마 전 있었던 붉은 사원테러도 그 한 예다. 그래서 서북변경주에서는 중국인에 위협을 가하여 중국의 신경을 날카롭게 하려고 하는 의도라고 한다. - 될 수 있으면 중국인으로 오해받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행동했다. 그런데 오늘 아닌 밤중에 군인이 나를 찾는다. 군인은 내가 한국인임을 확인하고 내려간다.

 

“아! 너 한국인이었구나! 나는 중국인인줄 알았어.”

“나는 일본인 인줄 알았는데…”

 

그들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심 나에 대해서 관찰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중국인에 대한 테러 때문에 급히 돌아가는 중국인이 많데, 그래서 군인들이 그러한 중국인을 따로 모아서 데려가려고 찾는 중이야.”

“너는 한국인이니까 상관이 없다. 나는 한국 좋아한다.”

“내 친구도 지금 한국에 가서 돈 벌고 있다.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하는데,”

 

정말 창밖에는 기관총을 달아놓은 지프차가 서 있고, 그 뒤에 짖은 색의 이스타나 같은 모양의 승합차가 한대 서있다. 어두워 승합차안의 모양을 볼 수는 없었지만, 내 눈에는 불안한 모습의 중국인들이 초초히 앉아있는 모양이 보이는 듯 했다.

 

버스는 다시 출발하여 달려갔다. 어디쯤에선가 그래도 산을 의지해서 마련된 꽤 커다란 도시를 지났다. 불빛이 꽤 화려할 뿐 아니라 마치 쇼핑센터 같은 커다란 - 높은 건물이 아니다. - 건물도 눈에 뜨였다. 이쯤에서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시 멈추었다. 버스 안에서는 사람의 열기 때문에 알지 못했는데 밤공기가 꽤 쌀쌀했다.

 

불이 켜져 환한 도심은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는데 불이 켜져 있는 그 넓이는 그렇게 넓지는 않았다. 추위에 소스라치게 놀라 화장실만 갔다가 바로 차로 돌아왔다. 먼데 산허리에 가끔 씩 불빛이 보였다. 다시 잠을 청해보려고 눈을 감았지만 놀란 가슴은 쉽게 진정되지 않아 잠은 오지 않았다.

 

 

고생의 시작 - 버스 고장나다

 

깜깜한 시골 마을을 가는데 별안간 앞바퀴 근처에서 ‘툭’하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마치 바퀴에 돌멩이가 튀겨져 나가는 소리 같았다. ‘무슨 소릴까?’ 했지만 걱정할 만한 소리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운전사는 슬슬 차를 멈춘다. 또 다른 운전사가 내려가 보고, 여기저기에 호기심이 많은 파키스타니 몇 명이 내려가 보고 자기들 끼리 떠든다. 몇 백 미터 더 내려가 - 당시 내리막길이었다. - 한곳에 차를 멈추는데 우리의 ‘밭데리 집’ 같은 경정비를 하는 곳이다. 리프트는 없고, 마당에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 차를 세워놓고 하체를 점검하는 꽤 오래된 방식이다.

 

드디어 운전사도 내리고, 너도 내리고 ,나도 내리고 우르르 내려서 자동차 아래도 들어가 보고, 기지개도 켜 보고 한다. 나는 내려봤자 할 일이 없을 것 같아 그냥 버스에 앉아 ‘어서 출발하기나 해라.’하고 기다리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따라 내려가 앞바퀴를 보니 파키스타니들이 그렇게 시끄럽게 떠들었던 이유가 있다. 앞바퀴가 약 20도 정도 비딱하게 기울어 있는 것이다.

 

자 이걸 어떻게 고친다? 앞바퀴가 고정되있는 볼 조인트 뭉치가 하체에서 빠졌다면, 볼트 너트를 찾아 조여주면 되는데… 두 명의 운전사와 또 버스관계자쯤 되는 것 같은 사람 등이 이리 저리 바삐 움직이며 어디를 찾아다니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알아낸 것은 ‘지금 이 마을에서는 버스의 고장을 수리할 기계인지 부속인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 소리를 크게 버스 주위에 서있던 사람들에게 알리니 여기저기서 실망과 허탈의 소리가 나온다. 약삭빠른 몇 사람은 벌써부터 지나가던 버스가 서면 - 그 시간에 그 길을 지나가는 버스는 모두 비슷한 곳으로 가는 장거리 노선버스들인지, 한 번씩 서서 참견을 하고, 걱정을 해 주고 지나간다. - 달려가 태워 달라고 사정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애초에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파키스탄 버스는 출발지에서부터 자리가 가득 차야 출발하기 때문이다. 빈자리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나는 말도 통하지 않아 포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차는 언제쯤 갈 수 있는가?”

“기계와 부속만 있으면 금세 고칠 수 있다. 한 시간이면 된다. 그러나 그것을 라왈핀디에서 가져오는데 내일 오전이나 돼야 온다.”

 

라왈핀디에 연락을 해서 이쪽으로 오는 첫 버스에 실어 보내면 그 버스가 내일 오전 어느 시간에 이곳을 통과하면서 부속을 주고 간다. 그것으로 차를 고치겠다는 것이다. 파키스타니들은 간단하게 포기한다. 나도 익히 이런 상황을 각오했었나 보다. 그냥 간단하게 포기가 된다. 들어가 잠이나 청해 봐야 겠다. 따로 잠자러 갈 곳도 없는 상황이니 버스에서나마 편안해야 되겠지.

짐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몸을 비틀어 최대한 편안한 자세를 잡고, 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어둠에 휩싸인 마을은 개 짖는 소리마저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아주 이따금 차들이 어둠속을 질주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때쯤 건너편에 버스가 한 대 서고, 아까부터 차를 잡으려고 뛰어다니던 몇 사람이 달려간다. 분위기상 그 차에는 한두 자리가 비었는 것 같다. 짐을 들고 뛰어가는 사람이 보인다. 나는 속으로 ‘그나마 빨리 가니 좋겠구나!’하고 배 아파했을 뿐인데, 운전수가 나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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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칠라스행 버스. 어둠 속에서 정말  모든게 깜깜했다.





“코리안 코리안”

“왜”

“빨리 나와라 저 차에 자리가 있다. 이 차는 내일 너무 늦게 출발한다. 그러니 빨리 저 차를 타고가라.”

“하지만 내 짐이 지붕에 있는데…”

“걱정마라 내가 찾아줄게.”

 

파키스탄 버스는 사람을 최대한 태우기 위해 짐을 지붕에 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출발 전에 지붕에 올려 밧줄로 묶어놓고, 이번과 같은 장거리 버스에는 포장을 씌운다. 나는 재빨리 들고 탄 배낭을 챙기고 - 그 와중에서도 빠트리는 물건이 없나 두세 번 자리를 확인했다 - 그 버스로 뛰어갔고, 운전수는 내 배낭을 내려 뛰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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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등록 초소에 잠깐 섰을 때 낭떠러지 아래 계곡을 강물. 어둠 속에서도 물줄기가 흰색으로 뚜렷이 보이는 것은 그 흐름이 매우 빠르다는 증거다.





그 버스는 내가 타고 온 것 보다는 조금 큰 버스인데, 가운데 보조좌석을 펴고 갈 수 있는 게 세 자리 정도 비어있었다. 그러나 보조좌석이란 것은 정말 비상시에나 잠시 사용하는 것이지 이렇게 장거리를 갈 수는 없는 것이다. 쿠션이란 전혀 없고, 등받이도 기댈 수가 없고, 팔걸이가 없어 옆으로도 기댈 수 없는 직립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인데, 바닥에는 짐을 내려 놨으니 발마저도 뻗을 수 가 없다. 그래도 운전수는 외국인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베풀어주어 자리를 마련해준 것인데…

 

버스가 고장 난 것이 밤 11시쯤인가 하였는데, 버스를 얻어 탄 것은 새벽 한시가 지나서였다. 긴장이 풀렸는지, 피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는지, 잠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어느 곳에도 기댈 수 없는 몸이라 삼십초 간격으로 잠에서 깬다. 게다가 옆에 앉은 파키스타니는 우리나라로 치면 고삐리 정도 된 녀석들인데 내가 기대는 것이 싫은지 고개만 꺾어지면 밀쳐낸다. 정말 비몽사몽이라 이런 때 사용하는 말인 것 같다. 내가 지금 지도상에 어디쯤 가고 있는지를 생각할 겨를 도 없이 악몽(惡夢)의 시간을 보냈다.

 

 

 

* 다음은 칠라스 가는 길 2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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