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cky Lim의 파키스탄 여행기 11편 빨리 라왈핀디를 떠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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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ky Lim의 파키스탄 여행기 11편 빨리 라왈핀디를 떠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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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50대 중반으로 같이 여행을 다니던 막내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부득이 혼자 다니게 되었습니다.

일정은 2007년 7월 15일 출발하여 파키스탄의 라호르 - 라왈핀디 - 탁실라 - 칠라스 - 훈자를 거쳐 카라코롬 하이웨이를 타고 7월 27일 중국으로 출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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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을 올립니다. 그러나 여행정보보다 나의 관심사와 감상을 많이 적은 개인적인 기행문입니다. 여행의 목적과 관심사가 나와 다른 분들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내가 직접 체험하고 확인한 것만 썼습니다.

 

 

 

2007년 7월 19일

 

라왈핀디에서의 첫째날 - 빨리 ‘라왈핀디’를 떠나세요!

- 청천벽력끝에 계획의 수정

 

숙소에 들어와 할 일없이 이것저것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누가 찾아왔다. 반갑게도 귀에 익은 우리 목소리였다. 반가워서 문을 여니 한 청년이 서 있다.

 

“반갑습니다. 한국인이시군요. 지금 들어오셨습니까?”

“아닙니다. 나는 다른 곳에 묵고 있어요. 그냥 게스트하우스를 돌며 한국인을 찾아 정보를 교환하려고 왔습니다.”

“나는 조금 전에 도착해서 정보라고는 통 없습니다. 뭐 좋은 정보 있으면 좀 알려 주십시오.”

“아니 그러면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단 말 입니까?”

“뭔 소리 말입니까? 아무 소식도 못 들었는데……. ”

“허 이분 정말 큰일 날 분이네, 아니 내가 시시각각 정보를 인터넷에 올렸는데 하나도 보지 못하셨단 말이에요?”

“무슨 정보를 올리셨는지 좀 알려주세요.”

“아니 그러면 뉴스도 안 들으셨어요? CNN 등에서 난리가 났는데.”

“나는 영어를 몰라요, 그래서 CNN을 들을 수가 없어요.”

“아니 영어도 못하면서 파키스탄을 어떻게 오셨어요?”

 

여기까지 대화가 연결되니 왠지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처음에 나타난 청년의 말투가 약간 어눌해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은 금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장애를 가지고서도 이런 외국을 여행하고 있다니 얼마나 장한 일인가? 더구나 여행자를 위해 인터넷에 정보를 올리고 있다니 정말 대단했다. 파키스탄을 여행하며 자기를 모를 수는 없다는 눈치를 주는 것으로 보아 파키스탄 마니아들은 거의 가 알만한 사람인 듯 했다.

 

그러나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사람은 자기 정보의 값을 너무 높게 부르고 있었다. 이제 적당한 선에서 ‘지금 현재 이렇다.’는 정보를 주었어야 할 텐데, 그는 계속해서 인터넷에 올린 자기의 정보를 찾아보라고 한다.

 

“그러면 라왈핀디에 있는 한국인들은 지금 어디 있나요? 지금 묵고 있는데 같이 있나요?”

“아니 한국인은 모두 떠났습니다. 여기 파퓰러 인에도 아침에 두 명이 떠나고 없습니다.”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더 이상 대화를 하기 싫었다. 정말 정보가 필요하다면 이 사람이 아닌 다른 루트를 통해서 알아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는 돌아서며 한마디를 했다.

 

“빨리 라왈핀디를 떠나세요. 큰일 납니다. 라왈핀디에 외국인들 다 떠났습니다. 파퓰러 인에도 외국인은 선생님한분과 중국인 세 명밖에 없습니다.”

 

이런 것을 청천벽력(靑天霹靂)이라고 하는가! 날벼락이라고 하는가? 정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격이다. 하기야 아침에 라호르 코리아나 사장이 나의 여행 코스를 듣고 만류하며 나섰다.

 

“지난번 이슬라마바드 폭탄테러와, 붉은 사원 사건으로 탈레반 사상자가 발표된 것 보다 많다고 합니다. 이렇게 뒤숭숭할 때 ‘서북변경주’는 파키스탄의 공권력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니 그쪽으로는 안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꼭 가시겠다면 라왈핀디 까지는 그래도 괜찮을 것 같지만 페샤와르는 절대로 가지 마세요. 그리고 스왓계곡을 가는 것도 절대로 안 됩니다. 스왓쪽은 파키스탄에서도 내 놓은 지역이니까요.”

 

<?xml:namespace prefix = v ns = "urn:schemas-microsoft-com:vml" /><?xml:namespace prefix = w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word" />아침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면서 라왈핀디에서 바로 길기트로 가는 버스를 예약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웬 사나이가 나타나 용기를 주어도 부족한 마당에 겁을 잔뜩 주고 사라졌으니 기분은 영 찝찝했다. 차라리 찾아오지나 않았으면 위험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 채 계획을 진행할 것을. 어떻게 해 보기는 해야 할 것 같아 머리를 짜냈다.

 

준비해간 정보집에 이슬라마바드의 ‘서울클럽’이 있다. 한국식의 식사를 하고 있어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대사관이나 상사직원들이 잘 이용하는 곳이라고 한다. 물론 배낭 여행자를 위해 저렴한 식사나 GH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단지 앞서 다녀온 여행자들의 정보에 의하면 그래도 배낭여행자가 가기에는 부담이 된다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 서울클럽만큼 확실한 정보통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서울클럽의 신세를 지기로 했다.

 

“서울클럽이지요. 한국에서 온 배낭여행자입니다. 지금 파퓰러 인에 묵고 있는데 웬 청년이 와서 라왈핀디는 위험하니까 빨리 떠나라고 경고를 하고 갔는데, 어찌된 연유인지 정보를 알고 싶어서 전화했습니다.”

“네 고생하셨습니다. ○○○의 이야기를 들으신 모양인데 좋지 않기는 좋지 않습니다. 지난번 붉은 사원에 농성중인 탈레반을 공격한 사건이 크게 확대되어서, 지금 탈레반의 자살특공대 여덟 명이 이슬라마바드에 들어와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슬라마바드 지역에는 군대가 진입하여 경비가 삼엄합니다. 소문이 사실이건 아니건 관광을 하기에는 부적절한 시기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게다가 탈레반이 중국인 세 명을 살해한 것을 가지고 외교적 마찰도 일어날 조짐이 있는데……. 더 큰일은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대사관에 전화를 해 보십시오.”

 

아닌게 아니라 정보를 듣고 나니 정말로 큰일이 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겁이 덜컥 난다. 이럴때 나 혼자 여기 떨어져 있는 것보다. 그래도 말도 알아듣는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해서 얼른

 

“그렇게 위험하다면 내가 지금 숙소를 서울클럽으로 옮길까요? 어떻겠습니까?”

“글쎄 그것은 선생님께서 선택하실 일이지요. 제가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곤란합니다.”

“하여튼 고맙습니다. 생각해서 행동하겠습니다. 그런데 대사관에서 이 시간에도 전화를 받습니까?”

 

많은 네티즌들이 한국 대사관을 성토(聲討)한다. ‘정말 쓸데없는 단체다. 왜 나와 있는지 모르겠다. 다른 나라 대사관 하는 것을 보지도 못하나.’이런 소리들로… 그러니 근무시간이 훨씬 지났을 듯한 이 시간에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보라니? 그런데 대답이 ‘그 사람들 한사람도 퇴근 못하고 비상근무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는 것이 아닌가.

 

“한국대사관이지요. 이런 늦은 시간에도 전화를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배낭여행자인데 어쩌고저쩌고”

“아 선생님 참 좋지 않은 시기에 오셨습니다. 서울클럽의 정보는 사실입니다.”

“그러면 내가 행동의 범위를 어디까지 하면 되겠습니까? 훈령을 내려주어야 그 안에서 행동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가장 바람직한 것은 바로 라왈핀디를 떠나는 것입니다. 그럴 수 없다면 페샤와르나 스왓을 포함한 그 서쪽은 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선생님께서 무슨 일을 당하시더라도, 대사관에서 도와드릴 수 있는 인력이 지금은 없습니다.”

“아니 대사관에 인력이 없다니 무슨 소리입니까? 자세히 말해 주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아직 모르시나 본데, 조금 전에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에 의해 우리나라 선교단 일행이 납치되었습니다. 백방으로 수소문하느라고 대사관 전 인력이 거기에 매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인력이 부족합니다. 제발 대사관 도와주시는 셈 치고 안전한 지역으로 가셔서 여행을 계속해 주십시오.”

“그렇게 위험하다면 지금 숙소를 서울클럽으로 옮기는 것이 안전하겠습니까?”

“아니 그러지 마십시오. 이슬라마바드는 파키스탄군 몇 개 연대가 진입하여 검문검색을 하고 있습니다. 그냥 파퓰러 인에 계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한 우리가 알았으니 수시로 확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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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교회 아프칸 선교단 출국 기념사진. 다음카페 ‘차분한 20대…’에서










이제야 정보의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많은 수(數)의 외국인이 사라진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일단 라왈핀디까지는 비교적 외국인도 안전하다고 하니 - 이슬라마바드에 진입한 군대는 탈레반을 겨냥해 진입한 것이므로 외국인들에게는 오히려 걱정이 되지 않았다. 다만 중국인 살해사건 복수전에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 구별을 할 수 없어 그것이 불안했다. - 처음의 계획대로 내일은 ‘로터스 요새’를 구경 가고, 모레는 탁실라를 구경한 다음 길기트로 떠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덕분에 이번 여행의 중심축의 하나인 페샤와르와 ‘스왓 벨리’에 흩어져 있는 간다라예술을 찾아보는 목표가 날아가 버렸다. 조금만 뱃장을 부리면 못 갈 것도 없는데, 혼자서 행동한다는 것이 이런 점에서 불리한 것 같았다. 솔직하게 겁이 많이 났다. 작은 사건이라도 혼자 해결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작은 실수도 큰 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것은 나중에 중국 타쉬쿠르간에서 아주 호되게 겪게 된다.

 

*다음은 유네스코 문화유산 ‘로터스 요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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