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cky Lim의 파키스탄 여행기 10편 라호르를 떠나 라왈핀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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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ky Lim의 파키스탄 여행기 10편 라호르를 떠나 라왈핀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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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19일

 

라호르에서의 네째날 - 라호르를 떠나 라왈핀디의 ‘파퓰러 인’ 으로, 수난의 시작

 

 

7월 15일 밤, 공항에서부터 바가지요금의 환영을 받으며, 게다가, 숙소근처를 빙빙 도는 겹바가지의 위협에서 겨우 벗어나 오늘까지 잘 버티었다. 이제 여행자로서 파키스탄이란 나라와 그 국민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 것인지 조금 감(感)이 잡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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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호르 뮤지엄의 ‘힌두교신상 두르가’ 파르바티의 아바타인 두르가는 ‘황색의 여전사’로 불리며 그의 전투력은 파괴의 신인 ‘쉬바’를 능가한다.





파키스탄은 아직 관광객을(tourist) 받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 같다. 관광인프라는 낙제점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 아주 낙제다. 도무지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그러면서도 관람요금은 높게 책정되어있다. 일부이겠지만 유네스코문화유산 등으로 등록된 것들의 외국인 입장료는 200루피이다. 그러나 내국인은 10루피를 받고 있다. 물론 박물관 같은 곳은 내외국인 요금에 차이가 없이 30루피인가 했다. 그러나 라호르박물관만 보아도 특별히 귀중한 유물들이 줄줄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 박물관의 특징이라 할 한 두 가지 밖에는 없다. 물론 박물관을 폄훼(貶毁)하려고 이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차등요금을 받기에는 아직 준비가 덜되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또한 관광지를 찾아가는 루트가 준비되어있지 않다. 도대체 지도가 없다. 지도가 있더라도 대부분 지도를 보지 못한 파키스탄사람들은 지도를 보고 길을 알려 줄 수 없다. ‘친절한 파키스탄인’이란 감격스런 대목들이 기행문에 나오지만 그 반대를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그들을 뺀 나머지들은 ‘불친절한 파키스탄인’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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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호르 뮤지엄의 탁실라에서 가져온 유물. 탁실라 ‘잔디안 템플’의 정면에 있던 도리아식 기둥의 머리장식의 일부로 추정되는 유물인데, 말썽많은 ‘잔디알 템플’의 성격을 규정해 줄 수 있는 유물이다. 이 사진은 흐리게 찍혀서 처음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나중에 발견했다. 잔디알의 성격규정에 많은 것을 잘못 해석했다.





많은 파키스탄 사람들이 ‘무슬림 율법’에 의해 나그네에게 친절하다. 그러나 그 나그네들을 대상으로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 - 장사를 한다거나, 안내를 한다거나, 또는 교통편을 제공하는 - 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관광객을 모른다. 단지 자기네 물정을 모르고 지리도 모르는, 우리와는 관계없는 외국인일 뿐이고, 따라서 내가 오늘 외국인을 만난 것은 ‘알라신이 나에게 내릴 행운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기회가 왔을 때 너의 수익을 최대한 확보하라.’라는 알라신의 계시인 것으로 안다. - 이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탁실라에서 만난 릭샤 운전수에서 진하게 느끼게 된다.

 

여행자가 파키스탄에서 열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게 된다면, 무슬림 율법을 따르는 파키스탄의 대부분의 친절한 사람일 확률이 많을까, 아니면 알라신이 내려준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이것은 물음 자체가 싱겁다. 당연히 여행자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상인들일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파키스탄인들이 친절하다 할지라도, 여행자는 친절하지 못한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친절 때문에 많은 여행자들이 불쾌감을 갖고 파키스탄에서 발길을 돌릴 때, 그리하여 파키스탄 관광업이 찬 서리를 맞는, 그런 경험을 해봐야 깨달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파키스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께 그 계획을 잠시 접어두라고 말하고 싶다. 한 5년 정도만… 그러면 지금 보다 대접받는, 그리고 볼 것이 정비된 파키스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라호르 코리아나 식구들의 환송을 받으며 ‘라왈핀디’로 떠났다. 어제 코리아나 사장이 라왈핀디행 대우버스를 예약해 주었고, 아침에는 디펜스지역에서는 귀한 LNG릭샤도 불러다 주었다. 디펜스지역에서 대우버스터미널 까지는 그리 먼 거리는 아니어서 바로 도착할 수 있었다. 단지 릭샤 운전수는 터미널 건너편에 차를 세우고 나보고 건너가라고 했다. 내가 돌아서 세워달라고 하니 ‘건너편으로 갈려면 먼 거리를 돌아야 한다.’며 내 짐은 자기가 들어다 주겠다고 했다. 참 민박집에서 나오는 와중에 어디에서 떨어뜨렸는지 모자를 잃어 버렸다. 내가 일어버린 첫 번째 아이콘인데 매우 쓸모가 많은 것이어서 자꾸 뒤돌아 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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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의자에 TV가 있고, 편안하게 버스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 우리나라 버스대합실의 풍경과 다르지 않다.





버스 터미널의 표 사는 방법은 조금 특이했다. 창구가 왼쪽과 오른쪽 두 군데에 있다. 오른쪽 창구는 표를 사기위한 예약을 하는 창구로 이곳으로 가서 ‘어디 가는 표를 사겠다.’고 말하고 예약증을 받는다. 그리고 왼쪽 창구에서 표를 팔기 시작하면 그 예약증을 내주고 표를 사는 형식이다. 쓸데없이 복잡한 구조로 내가 여행한 나라 중에서 처음 보는 형식이다. 쓸데없이 복잡하고 필요 없는 것 같지만, 창구가 하나 늘어나니 그만큼 일자리 창출의 효과는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결정적인 것은 예약했다는 이름을 말해도 창구에서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틀림없이 예약이 되었으니 검색해 보라고 여러 번 스펠까지 말해주어도 컴퓨터상에 없다고 한다. 할 수없이 그냥 표를 달라고 하니 위의 순서를 거치라고 한다. 왔다 갔다 하며 표를 샀는데 출발 시간은 같았다. 사람이 없는가 보다 했는데 버스를 타 보니 만석(滿席)으로 가득 차 있었다.

 

대우버스 터미널은 우리나라의 시외버스 터미널이나 고속버스 터미널과 비슷한 구조다.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대우그룹에서 ‘파키스탄의 교통체계를 잡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시작한 사업이라 많은 것이 우리나라 식이다. 그래서 낯설지 않다. 그러나 어찌어찌되는 정치적 논리로 대우그룹은 공중분해 되고, 그래서 망하고, 그리고 덩달아 우리나라의 신뢰도(信賴度)도 떨어지고 했다.

 

파키스탄의 교통사업은 계속해서 한국 업체 ‘삼미’에서 하게 된 듯하다. 그래서 버스회사가 ‘삼미’로 바뀌었지만 삼미는 ‘대우’라는 명칭을 버리지 않고 그냥 ‘대우버스’로 쓰고 있다. 왜냐면, 한국식 방식과 한국식 서비스가 파키스탄 사람들에게도 좋았기 때문이다. 다른 버스들과는 차별되는 요금을 지불하고서도 그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버스에 실을 짐은 줄지어 세워놓으면 회사직원이 알아서 짐칸에 넣고 ‘물표’를 떼어준다. 지정된 좌석에 앉으면 고속버스 안내양이 인사를 하고, 신문 등 소일거리를 가져다준다. 회사직원이 올라와 캠코더로 탑승자의 모습을 한번 찍어두고, 기사가 출발하겠다고 인사를 한다. 뭐 우리에게는 사진 찍는 부분만 제외하고는 이상할 것도 특이할 것도 없는 보통의 서비스다. 그러나 파키스탄인 에게는 한번 받아보고 싶은 열광의 서비스가 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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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대우버스-요란스런 장식 없고, 앞유리에 ‘라호르에서 라왈핀디’라고 쓴 것,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던 스타일이다. 먼 파키스탄에서 이렇게 눈에 익은 모습을 보다니 정말 자랑스럽다.





버스에서는 신문 등 읽을거리 서비스 외에 물과 음료수를 계속 제공하였고, 영화 DVD를 틀어 주었다. 그리고 사이사이에 상품광고를 집어넣고, 나중에는 샘플상품을 제공하였는데, 이날 받은 것은 비듬용 샴푸였다. 하여튼 파키스탄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선진광고 시스템을 사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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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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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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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 즉석에서 햄버거를 만들어 팔고 있는데 인기가 많다.





들은 이야기이지만 이러한 서비스를 정착시키기 위해 처음에는 어려운 일도 많았다고 한다. 여성인력의 활동이 전혀 없는 파키스탄에서 고속버스 여자 안내원을 구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회사 버스가 안내원의 집을 일일이 다니며 출퇴근을 시켰다고 한다. 또한 얼굴에 가린 천을 벗고 여러 사람 앞에 나서게 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었으나 지금은 많은 여성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라왈핀디까지는 4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시멘트로 포장된 고속도로는 한적했으며 달리기에 쾌적한 상태였다. 한차례 휴게소에서 쉬었는데 주차장은 넓은데 주차되어있는 차량은 몇 대 되지 않았다. 파키스탄의 자동차 사업이 얼마나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대우가 한수 앞을 내다보고 사업을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라왈핀디의 대우버스 터미널은 인터넷에서 받은 정보와는 다른 것 같았다. 우선 터미널의 위치가 시의 외곽지역인 듯하였다. 커다란 개천이 앞으로 흐르고 있었고, 부근에는 이슬라마바드, 페샤와르로 가는 고속도로의 입구가 표시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라호르의 출발 터미널은 작아도 무엇인가 질서가 잡혀 있었는데, 라왈핀디의 터미널은 작기도 할 뿐 아니라 질서가 없었다.

 

일단 터미널을 빠져나와 일반 도로로 나와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몇 번 버스를 타고 어디로 가라.’ 또는 ‘길을 건너 대우미니버스를 타라’ 이런 정보가 맞지 않았다. 그러한 곳이 있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택시를 흥정하였다. 그중 ‘파퓰러 인’을 안다는 사람을 따라 택시를 탔는데 이게 삐끼였다. 화가 났지만 참고 택시를 타지 않았다. 그랬더니 왜 그러느냐고 떼로 달려들어서 물어온다.

 

“나는 라왈핀디에 처음이다. ‘파퓰러 인’을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너는 그곳을 모른다. 그러니 이 택시를 타지 않겠다.”

“아니 주소를 달라 그러면 그곳을 찾아갈 수 있다. 자신 있다.”

“그러면 나는 네가 찾을 때 까지 있겠다. 네가 파퓰러 인을 찾지 못하면 요금도 주지 않겠다.”

 

몇 번 다짐을 하고, 인터넷에서 내려 받은 주소와 약도를 주고 출발했다. 택시요금은 만만치 않지만 당시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택시는 한참을 달려 역시 허접한 동네에서 뱅뱅 돌고 있다. 약도에는, 큰 도로변에 ‘파퓰러 인’이 있는 것 같은데 웬 복잡한 골목길 같은 곳만 돌아다닌다. ‘너 못 찾는 거지, 나 내리겠다.’하고 겁을 주니 ‘이 근처 같은데 어느 집인지 내려서 찾아보면 쉬울 것 같다.’ ‘응 그래, 약속대로 네가 못 찾았으니 요금은 없다.’하고 내리려고 하니까 정색을 한다.

 

“잠깐만 기다려봐, 뭐 다른 정보는 없냐?”

 

문득 ‘파퓰러 인’의 건물 사진을 프린트한 것이 있어서 보여주었더니 ‘저기 저 집’ 이라며 앞에 세워준다 그리고서는 생색을 있는 대로 다 낸다.

 

“봐라 찾았지, 나는 라왈핀디에서 모르는 곳이 없다. 확인해 봐라 네가 찾은 집이 맞는지….”

“그래 너 베스트 드라이버다 참 잘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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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쉼터 ‘파퓰러 인’





 

장단 맞춰 추어주고 약간의 팁을 더 주었다. 그런데 ‘파퓰러 인’을 보는 순간 입장을 바꿔 내가 라왈핀디에 사는 택시운전수라도 참 찾기가 어렵게 생각되었다. 인터넷에 떠오르는 명성은 참 ‘헛것’ 같았다. 왕복2차선 복개도로에 다른 건물들 틈새에 차렷 자세로 끼어있는 건물을 초행(初行)의 사람이 무슨 수로 단번에 찾아온단 말인가? 그리고 변변한 노선버스 한 대 다니지 않는 도로에 어떻게 배낭여행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겠는가?

 

일단 한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폭 좁은 유리문을 열어젖히니 바로 가파른 계단이 나타난다. 무거운 배낭을 들고 한단한단 겨우 2층으로 올라가니 좁은 공간에 소파를 한 개 놓고, 그 앞에 체크인 카운터가 있다. 소파에 앉아 땀을 닦으니 열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 중학교 1학년 정도 - 한 소년이 말을 걸어온다.

 

“숙박하시게요?”

“그래 ”

“어떤 방을 원하세요?”

“화장실과 샤워를 할 수 있으면 되 ”

 

일단 에어컨은 빼기로 했다. 에어컨 룸이 있는지 모르지만 에어컨이 포함되면 값이 무척 올라가기 때문에 참고 지내기로 했다. 경비를 아끼는 데 더위쯤이야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상대가 어린 녀석이니 조금 만만해 보여 슬쩍 얼마냐? 난 돈이 없으니 좀 싸게 잘 수 없겠냐? 떠 보았다. 그랬더니 이 녀석 열쇠를 내 주면서

 

“원래는 아버지가 하시는데 잠시 어디에 나갔어요. 250루피만 주세요.”

 

한다. 하지만 외국인이 하룻밤 잠자기가 그렇게 쉬운가? 더군다나 파키스탄 같은 나라에서! 그대로 앉아 땀을 식히고 있으려니 아이의 아버지인 듯한 중년의 남자가 올라온다. 아이가 얼른 맞으며 우루드어로 이야기를 하는데 별 관심 없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어느 나라에서 왔습니까?”

“한국인 이예요.”

“한국인! 반갑습니다. 자 이방은 200루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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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퓰러 인 3층 베란다에서 내려다본 거리.





하! 기가 막혀 요 어린놈이 50루피를 삥땅치려고 수작을 벌렸던 것이다. 하여튼 ‘파키스타니들은 어른이나 아이나 입만 벌리면 거짓말을 한다.’는 정보가 이렇게 정확할 수가 없었다.

 

“ 파퓰러 인에 묵고 있는 한국인이 있습니까?”

“ 세 사람이 있었는데 어제와 오늘 아침에 떠나고 지금은 한명도 없습니다.”

“ 아 그래요. 그러면 일본인은요?”

“ 일본인도 없네요.”

 

일본인뿐만 아니라 미국인 영국인 소련인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왠지 게스트하우스 전체에 괴괴한 정적이 감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 어떠랴 나는 방을 구했으니 잠시 쉬어야 겠다.

 

내 방은 한층 더 올라가서 였다. 복도는 좁고 어둠침침했으며, 방은 창문이 없어 전등을 켜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모든 방들은 문이 닫혀 있었다. 일단 짐을 풀고, 샤워를 했다. 다행이 천장의 팬은 고장 나지 않고 돌아갔다.

 

화장실은 변기 하나에 세면대와 샤워꼭지 한 개인데 미관(美觀) 이런 것은 전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그저 필수사항으로 있는 것들이었다. 다행인 것은 화장실 전등도 어두워 얼마나 깨끗한지 아니면 녹물이 나오는지 분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잠시 쉬었다가 식사를 하러 나갔다. 파퓰러 인 부근에 식당이 있다는 정보가 있는데 실제로 내려가 보니 거리가 낯설고 식당 찾기가 어려웠다. 파퓰러인은 그래도 형식상으로는 사거리 근처에 있는데, 이 사거리가 동네 시장골목 같은 사거리다. 음식점과는 거리가 멀다. 아니 식당이 없는 것은 아니다. 파키스타니들도 많은 사람이 외식을 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어 식당은 있다. 그러나 소위 현지인들이 들락거리는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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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를 해결하던 신장식당





할 수 없이 근처에서는 가장 커 보이는, 그리고 사람들도 많이 들락거리는 신장식당인가 하는 간판을 따라 들어갔다. 문 밖에는 간단하나마 손 씻는 곳도 마련되어 있고, 점잖은 경비도 한사람 서 있다. - 그런데 경비가 경찰 같은 제복을 입고, 금속 탐지기를 들고 있다. - 가만히 돌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주문하는 대중적인 메뉴가 있다. 볶음밥위에 야채 조금 그리고 다진 고깃덩어리 같은 것을 한두 개 올린 메뉴다. 생각 같아서 그것이 가장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결과는 참패였다. 볶음밥은 ‘덜 익은 쌀에 식용유를 들어부은 것’이라고 표현해야 하겠다. 그 위에 올려져 있던 것은 특이한 양념에 이상한 맛이 나서 주재료가 고기다진 것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세상에 내 입이 이렇게까지 음식을 마다할 줄이야! 정말 최소한의 몇 숟갈만 음료수와 함께 떠넘기고 나왔다. 정보에는 파퓰러 인 바로 건너편에 야간에 통닭집이 문을 연다고 했기에 그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계란을 사서 삶아 먹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물 끓일 도구를 가져오지 않았다. 골목을 몇 번 다니다 쥬스집에서 망고쥬스를 주문해 먹었다.

 

망고쥬스 후기 - 파키스탄의 쥬스는 쥬스라기보다 과일을 믹서에 갈아 주는 것이다. 그런데 라호르에서 망고쥬스를 아주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 라왈핀디에서도 망고쥬스를 주문했다. 돈을 건네주고 돌아오는데 가게 카운터 너머가 잠깐 보였다. 새까만 손이 망고를 까다가 돈을 받는데, 그 망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다 시들고 말라비틀어진 망고를 까고 있다고 할 수 없고, 시들은 껍질을 조심스럽게 벗겨내고 있었다. 아무리 파키스탄이라고 하지만 저런 망고를 시장에 팔수는 없을 것이다. 틀림없이 시장에서도 버리는 물건 같았다. 다음에는 절대로 망고쥬스를 먹지 않았다.

 

 

 

* 다음은 ‘빨리 라왈핀디를 떠나세요.’와 계획수정입니다.

1 Comments
시골길 2012.01.19 03:39  
흠..재미나네요..어린 파키가 한탕을... ㅋㅋ
쥬스는 좀 충격이네요.. 위생이 거시기 한 것과 재료자체를
턱없는 등급외품을 사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내용인뎅..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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