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의 우프 생활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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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의 우프 생활 (2탄)

Kenny 0 2951
WWOOFER는 어디까지나 농촌일을 보조만 해주는 자원봉사자의 개념이 강합니다. 따라서 그렇게 힘들게 일을 부려먹지는 않습니다. 보통 서너시간에서 길어야 6시간 정도로만 일을 해주는 편이죠.

본인이 농장을 가는 목적이 돈이 아니라, 세컨비자에 필요한 날수를 채우기 위함이며, 기냥 경험만 해보겠다, 혹은 호주농장이 어떤지 한번 맛을 보고 싶다 하시는분들은 WWOOF를 가실것을 강력히 권합니다.

호주 농장은 더 이상 대박의 꿈을 꿀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좀 돈이 된다, 유명하다 싶은 곳들은 너무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최소 2주, 3주에서 길게는 2달까지 웨이킹 하는게 보통이구요. 농장일 자체가 워낙 기후의 영향, 경기 흐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일이다 보니, 안정적이지 못합니다.

더 이상 누가 어디가서 포도를 잘따서, 딸기를 잘따서 3개월만에 만불을 찍었다, 어쨌다 하는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카더라 통신. 절대 신봉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대박을 치는 사람들보다, 백팩이나 카라반에서 웨이팅 하면서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고, 쪽박을 차는 사람들이 대부분 입니다. 대박을 치는 사람들은 극소수라는걸 명심하십시오.

세컨비자때문에 농장을 가시더라도, 웨이팅을 길게 하거나 일을 꾸준히 주지 않으면, 과감히 그런곳을 뜨시고, 차라리 우프를 가십시오. 그게 더빨리 날짜를 채울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우프를 가게되면, 돈받고 하는 농장일들 보다 더 편하고 쉬운 일들만 시킵니다. 빨리 하라고, 빡세게 하라고 푸시하지도 않구요. 정말 릴렉스하게 즐기면서 농장일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집에 머물면서 WWOOFER로서 주로 했던 일들은요.

텃밭에서 채소 따기(주로 동양무를 땄습니다. 우리가 깍두기나 김치담글때 쓰는 무죠. 그거랑 Turnuip이나 콜라비, 비트루트, 시금치, 토마토들도 이따금씩 따곤했습니다.). 딴 채소들을 물에 씼기, 씼은 것들을 봉지등에 포장하기 등을 했습니다.

보통 이런 일들은 다른 농장가면 주로 여자들이나 현지 주민들한테나 시키는 아주 쉬운일들이죠.

그리고, 집안 청소(진공청소기 돌리기, 대걸레질 하기...), 쓰레기통 비우기등...


매주 토요일 밤에는 일요일 시장에 내다팔 것들을 준비및 점검하구요. 매주 일요일에는 새벽 3시, 4시에 기상. 아침 6시부터 시작하는 시장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번다버그로 이동. 한 주간 따고, 씼고, 포장하고 준비한 모든 것들을 좌판을 벌여놓고 내다 팝니다.



텃밭에서 채소를 따면(주로 주인 아주머니 Crolyn 여사께서 주로 따시지만 저도 가끔 땁니다.)

제가 직접 물에 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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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날 시장에다 내다팔 수 있도록 비닐봉지에 담아 포장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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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포장을 하면 이것들을 다시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서 싱싱하게 저장 되도록 쉐드옆에 있는 채소 전용 냉장고에 넣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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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이렇게 주인 아저씨가 가든 가꾸는 것을 도와주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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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아주머니가 음식만드실때 보조를 하기도 합니다. 이날의 메뉴는 감자부침 이었습니다.
감자를 채썰어서 올리브 오일에 부침을 만들어주셨는데여 한국식은 아니지만,  정말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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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음식들을 먹기전에 기도를 드리는 주인 아저씨와 우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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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앞에서 사진 한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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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으면서, 무료 숙식을 제공받기에 돈들어갈일이 거의 없어서 체류및 생활비용을 아낄 수 있었고, 워홀비자를 1년더 연장하는데 필요한 날짜도 너끈히 채웠으며, 유기농 채소와 과일로 대부분의 식사를 하다보니, 몸도 건강해지고, 새로운 식습관을 몸에 익히는등

정말 호주에서의 우프 생활이 제게는 일거 다득의 효과를 제게 주었습니다.

위에 열거된것 말고도, 매주 토요일마다, 근교의 바닷가로 온 가족이 피크닉을 가서, 그것또한 돈이 안들었기 때문에 공짜로 여행하는 효과가 있었고, 귀국직전 그간 공들여 배운 영어실력을 제대로 갈무리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 였습니다.

본인은 호주에 들어가기전뉴질랜드에서 1년간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체류하면서 6개월간 영어학교에서 일반 영어코스, IELTS 과정을 공부하엿으며 영어공부를 하는 6개월중 5개월을 현지인 홈스테이에서 생활하면서 일상생활에서도 영어만 쓰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또한 남섬북부지역으로 vineyard 관리일을 하러 가서도 워킹 호스텔에 머물면서 유럽인들하고 어울려 놀려고 노력하여 실질적인 일상생활에서의 영어 사용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꾸준히 시도했습니다. 그렇게 자신감을 가지고 호주에 와서도 워킹 홀리데이로 7개월간 체류하면서 뉴질랜드에서 영어배우느라 들인 돈을 다뽑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호주는 뉴질랜드보다 경제규모가 크기 때문에 일자리도 더 많고, 급여도 더 많으니까여. 하지만 이는 제작년까지 호주 경제가 호황일때의 얘기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극도의 경기침체때문에 일자리가 급감. 가는 곳마다 제대로된 일자리를 구하는데 실패, (현지인들은 물론 영국이나 아일랜드에서 온 워홀러들도 일자리를 못구해 워킹호스텔에서 노는 애들이 대부분 이니까여) 농장에서 비자연장에 필요한 날짜를 채우는데도 실패하여 뉴질랜드에서 얻은 자신감과 사기가 땅에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정말 자포자기 그 자체였습니다.제 계획대로 돈을 벌기는 커녕 한국자본을 들여서 호주 경제만 살려 놓는데 일조한 셈이라고나 할까요?


설상가상으로 호주에 오니까 뉴질랜드와는 비교가 안될정도로 한국인 워홀러와 어학연수생들이 많아, 한국인들과 접촉하고 한국어를 쓰는 시간이 영어쓰는 것보다 더 많아지기 일쑤였습니다.때문에
영어회화 실력이 다시 천천히 저하되는 느낌이 오는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뉴질랜드에 살았을때는 어학교에서도 같은 한국인끼리도 영어만 쓰고, 어쩌다가 친구들끼리 만나도 영어로 대화하곤했음. 그리고 친하게 지내는 한국 학생이 거의 없어서, 주로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중국에서 온 학생들과 어울려 놀았음. 홈스테이에 생활하던 시절에 한 2주정도는 집에 전화도 안하고, 한인 유학원도 안 찾아갔더니, 한국어를 한 마디도 못하고 영어만 쓰고 산 적도 있었다. 계속 그렇게 살다보니, 한국어가 어느 순간 어눌해지는 말도 안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죠.


하지만 호주는 뉴질랜드와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호주는 뉴질랜드와 달리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한국인에게 무제한으로 발급해주고, 학생비자도 많이 발급해줍니다. 게다가 농장에서 88일만 일하면워홀비자는 1년더 연장해 주기 까지 하니까요.
(뉴질랜드는 한국인에게 1500명까지만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해주고, 호주처럼 1년더 연장해주는 제도도 없음)  브리즈번, 시드니, 멜번, 퍼스등의 대도시는 중심가만 나가면 한국어가 영어보다 더 많이 들린답니다. 현지 백인들보다 중국이나, 일본, 한국에서온 동양인들이 더 많이 보인다고도 하구요. 거기뿐 아니라, 케언즈, 타운즈빌등 퀸즐랜드 지역의 소규모 관광도시도 요즘은 한국인들이 엄청 나게 늘었구요. 조그만 농장지역, 읍내를 가도 한국인들 없는 곳이 없습니다. 호주에서는 제가 뉴질랜드에서 했던 것 처럼 행동하면 한국인 학생들, 워홀러들사이에서 왕따당하기 쉽다는 말도 들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6주동안 계속 영어만 쓰면서 호주인 노부부와 살다보니, 제가 집에 전화를 하지 않는 이상 한국말 쓸 기회가 없더군요. 그건 제게 귀국직전에 영어실력을 제대로 다시 한번 갈고 닦을 수 있었던 더 없이 좋은 기회였습니다. 또한 도서지역에 사는 호주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생활방식과 문화를 경험할 수도 있었구요.


돈을 벌겠다는 욕심과 강박관념을 버리니까, 전혀 생각치 않았던 다른 것들이 부수적으로 줄줄이 따라오더군요.


저의 호주생활 7개월은 야구경기로 치면 거의 10점차로 7회 콜드게임패를 당할 뻔했지만, 막판에 우프생활로 마무리를 잘해 비록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점수차를 3점이하로 좁히고 끝까지 쫓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양호한 내용으로 패한 경기라고 할까 싶습니다.

굳이 경기내용을 풀이 하자면,(제가 골수 야구팬. 20년 두산베어스 팬입니다. 얼마전 귀국직후 진짜 오랜만에 야구장가서 한국시리즈 구경하니까 정말 잼있었습니다.비록 두산대신 기아를 응원했지만...)

1회초에 운좋게 뽑은 선취점을 지키지 못하고, 곧바로 역전을  허용.. 선발이 강판되고 바뀌는 투수들마다 줄줄이 난타당하면서 매회 실점. 타선은 상대 에이스급 선발투수의 역투에 눌려, 완벽히 침묵. 완전히 호주팀에 철저히 발리다 시피...
콜드게임 패배를 눈앞에 둔 7회초 무심타법으로 편하게 휘두르는 타자들이 갑자기 폭발하여, 타자일순. 완투를 바라보고 역투하던 상대 선발투수를 강판시키고, 뒤이어 나오는 필승카드조의 중간계투들을 다 줄줄이 두들기고  특급 마무리 투수까지 끌어냈습니다.

그렇게 해서 상대팀 투수진을 소모시키고, 점수차이를 좁히면서 막판에 박빙의 승부가 전개되었음.

중반까지 점수차가 너무 커서 결국 뒤집지는 못했지만, 패자부활전을 치룰 수 있게 되었고(세컨비자획득에 성공), 다음 경기에서의 희망적인 전망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시 호주에 가서 패자부활전에서 승리. 제가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되면, 이집 식구들을 정말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때는 다시 이분들을 찾아뵙고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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