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의 우프 생활 (1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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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의 우프 생활 (1탄)

Kenny 1 6388

호주에서 7개월간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머물다가 한달전에 제 여동생의 결혼식을 보기 위해 잠시 귀국했습니다. 귀국직전 6주동안 WWOOF(Willing Workers On Organic Farm)를 체험, 청정환경의 호주농장을 지대로 경험했습니다.

WWOOF는 현지인 농가에서 하루 4시간에서 6시간정도 일을 도와주고, 무료 숙식을 제공받는 일종의 자원봉사및 농촌 체험 프로그램과 같은 것입니다. 전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호주를 관광목적으로 방문하는데(관광비자이던, 워킹홀리데이던..) 호주에서의 농장체험은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로 갔다면 꼭 해볼만한 경험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하지만, 농장에서 기계처럼 돈만벌려고 농장만 전전하는 것은 그다지 장려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함. 영어실력 향상에 전혀 도움안됨)

사실 저의 경우는 세컨드 워킹홀리데이비자(호주는 시드니, 브리즈번, 멜번, 퍼스, 캔버라등 대도시 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 농장일을 비롯한 1차산업 업종에서 3개월간 일을 하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1년 더 연장해줌) 를 받기 위해 여러 농장지역을 전전했는데, 넘쳐나는 백패커들때문에 가는 곳마다 웨이팅을 해야만 했고, 어쩌다가 일거리를 받아도 오래가지 못해, 비자연장에 필요한 날짜도 채우지 못해 고전했습니다. 그래서 동생의 결혼식때문에 귀국하기로 약속한 날짜가 다가오자 점점 초조했습니다.

하지만, WWOOF등 자원봉사로 농장일을 해도 비자연장에 필요한 날수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조항을 저는 간과했었습니다. 결국 고육지책으로 WWOOF를 택했습니다. 귀국할 날짜가 두달도 채 안남은 상황에서 돈을벌기 위해 먼가를 하기엔 애매한 시간이었습니다.
세컨비자를 받기위해 제게 필요한 날짜는 38일.

결국 번다버그의 어느 백패커 호스텔에서 50불을 주고 Australian WWOOF 책을 샀습니다.

호주 우프 가이드북을 사면, 호주의 전 지역별로 우퍼를 받는 농가들의 주소들이 쫘르륵 나와 있습니다.

저는 그 때 번다버그에 머물고 있었는데, 번다버그에는 제가 세컨을 받을 수 있는 농가들이 다 꽉찼거나 없었습니다. 그래서 번다버그에서 그나마 가까운 타운이 칠더스 였는데, 그 곳에 있는 농가를 컨택했습니다.(PP 표시가 되어 있는)


세컨비자를 받기 위해 우프를 하실려는 분은 우프 책에서 농가 목록에 PP 라는 이니셜이 붙어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PP는 농가주인이 ABN(Australian Business Number) 를 가지고 있기때문에 비자연장폼에 싸인을 해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지 않은 곳은 세컨비자를 받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튼 우여곡절끝에 찾아간 Childers 지역에 있는 조그만 산골 농가.


이 집은 조그만 텃밭 두개에 파파야 나무, 파인애플, 바나나 나무, 아보카도등의 과일나무들을 키우는 곳이엇습니다.

매일 텃밭에서 나는 채소(beetroot, Asian raddish, red raddish, English spinach, colaby, turnip, brocolli, carrot 등등...)들과 나무에서 열리는 파파야, 아보카도등의 과일을 매주 일요일 번다버그에서 열리는 동네 장터에 내다팔아 먹고 사는 소규모 농가 였습니다.

규모가 작다보니, 돈주고 일꾼을 쓸 여유가 되지 않아 저를 필두로 우퍼를받아들이기 시작했답니다. (호주에는 이곳처럼 조그만 농장들도 상당히 많음. 아마 이런 곳들의 일손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WWOOF도 비자연장을 가능하게 법을 바꾸었나 보다.)


이곳이 제가 귀국직전 6주동안 머물렀던 Childers 타운에서 차로 약 5분간 떨어진 산골에 위치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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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작은 영세농들도 한국에 비해 평균이상의 삶의 질은 누릴 수 있습니다.
시골에 있는 작은 농가이지만, 깔끔하고 쾌적한 목조 하우스 입니다. 생활하는데 아무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아니, 제가 호주에 살면서 주로 8명이상 한방에 같이 머무는 백패커 호스텔의 도미토리 룸에만 지내버릇하다 보니, 독방에서 편히 생활했던 이곳이 제게는 호주에서의 최고의 숙소였습니다.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인터넷사용 또한 가능합니다. 여기서, 제가 원하는 정보들을 마음껏 뒤져볼 수 있었고, 제 싸이 월드에도 호주에서 찍은 사진들을 여한없이 올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 메일을 열어볼수 없었습니다. 그게좀 답답하긴 했습니다.
무선이 아니라, 유선 케이블을 꼽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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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팜 호스트들(주인 아저씨 Neil과 아주머니 Carol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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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가 정성껏 유기농 채소(이 집앞 텃밭에서 직접 딴 것들...)로 음식을 만들어 주시는 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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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펌프로 물탱크를 돌려서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를 공급시키고, 비상시를 위해 물탱크에 빗물을 받아놓고 씁니다. 때문에 물을 아껴쓰는 습관이 정말 중요합니다. 샤워도 15분이상 길게 하지 말고, 설겆이도 한국식으로 물 콸콸 틀어놓고 하면 안됩니다.

물을 싱크대에 조금만 받아놓고, 사용한 식기류들을 수세미로 물뭍혀서 닦아주고, 그것들을 전부 식기세척기(LG산)에 놓고 돌려줍니다.  한꺼번에 모아서 식기세척기를 돌려주는 것이 이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물을 쓰고, 아끼는 방법이랍니다.

호주인들이 물을 아껴쓰는 방식의 설겆이 법. 우리가 배워야 할 점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참고로 호주는 세계 2위의 물부족 국가 입니다.)
역시 실용적인 호주인들입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유기농 채소와 스파게티(소스는 직접 텃밭에서 딴 토마토를 믹서기에 아주머니가 직접 갈으신 것), vege burger(페트가 콩으로 만든 고기와 햄)등으로 점심을 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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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안 사람들은 모두 독실한 기독교 신자(아마 제 7일 안식교였던듯...매주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6일을 일하고, 토요일을 쉼) 인데다, 정통 채식주의자들이었기 때문에 제가 이곳에 머무는 6주동안 저는 고기와 해산물, 그리고 어떤 종류의 인스턴트 식품들을 입에 댈 수 없었습니다.

전 이집에 머무는 동안 텃밭에서 나는 유기농 채소들과 과일들위주로 배를 채우다 시피 했습니다.

이곳에서 WWOOF생활을 하기 전만 해도 저는 채식보다는 육식을 선호하는 편이었구요. 인스턴트 식품으로 식단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호주에서 자연식품으로 일일이 요리 다해 먹으면 가난한 워홀러인 저는 식비가 감당안됐을 것입니다. 게다가 할줄아는 요리들도 그다지 많지 않았구요. 일일이 다 해먹으려면 솔직히 귀찮기도 했구요. 그래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것들만 대충해서 먹곤 했죠.(주로 샌드위치나 볶음밥을 해먹었음. 정 귀찮으면 토스트 한 두쪽 구워 먹거나, 밥에다가 간장이나 고추장만 대충 뿌려 먹는 날도 부지기수 였음)



암튼 여기에 있으면서 자연 유기농 식품만 먹다보니, 몸안의 숙변이 많이 빠져, 귀국후 체중을 재어 보았는데 뉴질랜드에 머물때보다 2킬로 정도가 감량되었습니다.

사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큰것을 해결하러 화장실을 하루 평균 6번, 7번씩 가곤했습니다.(절대 설사가 아님). 아마 그것은 그동안 쌓여있던 제 몸안의 온갖 노폐물들이 숙변과 함께 배출되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채소를 생으로 먹는 습관도 들게된 것 같아여.   귀국하니까 엄마께서, 살도 빠지고, 좋은 식습관을 들여서 왔다고 좋아하십니다. 저는 출국전에 모두가 공인하는 육식남이었답니다. 게다가 허구한날 술에 쩔어 살고, 인스턴트 식품만 먹고 살던 대책이 안스는 놈이었다고...



가는 곳마다 일자리를 제대로 구하지 못해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고, 쫓겨가며 유랑생활을 했기 때문에 주로 백패커 호스텔에서 살았던 제게 모처럼 1인실이 주어졌습니다.

제 방은 하우스가 아닌, 쉐드에 딸린 조그만 방이었지만, 나름 지낼만 했습니다.
일단 저 혼자 방을 쓰니까 너무 편했습니다.

비록 침대하나와, 장롱하나, 책상 하나, 선풍기 하나가 전부였지만요.
하지만, 제가 호주에 있는 동안 최고의 숙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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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옆에 딸린 공간에서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교회에 가지 않고 자체적으로 예배를 드리는 호스트들...

아주머니 Carolyn이 직접 전자 오르간으로 찬송가를 연주하며, 예배를 드리고 있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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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재간둥이 qute doggy Rick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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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그늘에서 편안히 씨에스타를 즐기는 Ricky 군.


이 친구는 정말 프렌들리한 개에여.  항상 쫄랑쫄랑 따라오면서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여. 낮선 사람을 봐도 절대 짖지 않아여. 전 여기에 머무는 동안 이 친구가 공격적으로 짖어대는 모습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어여.

또 아주머니가 캐내온 채소들을 씼기 위해, 물호스를 쓰고 있으면 어김없이 쫓아와서 물달라고 핵핵거리다가, 물뿌리면 또 도망가고.. 또 다가와서 핵해거리면서 뛰고,점프하고...

이 친구랑 물장난 치는것도 정말 잼있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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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디카를 들이대니까 몸을 부르르 떨고 있어여 ^^


이 친구 정말 못잊겠네여. 자신이 정말 개를 좋아한다면, 굳이 세컨을 원하지 않더라도 꼭 이 집으로 가보시길...


일을 많이 안하고, 개하고 잘 놀아주기만 해도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가 좋아하실거에여.

 

1 Comments
맘가는대로 2009.11.21 20:53  
케니님 덕에 우프에 대해 알게 되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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