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수구리 보라카이 여행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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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수구리 보라카이 여행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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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출발한 여행이었다.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급하게 같이 갈 동료들을 모으고, 이렇게 급조해서 중년 떨거지 2명과 환갑 넘으신 선배 한분 세 명이서 길을 떠나게 되었다. 구할 수 있는 항공권에 여행 일정을 맞췄더니, 3/2 부산 출발해서 3/8 일 돌아오는 일정이 잡혔다. 출발.현지 시각으로 11시 쯤 마닐라에 도착, 마중 나온 선배와 함께 마카티 피불고스 숙소에 짐을 풀고, 숙소 근처에 있는 바다횟집에 가서 소주 한잔. 라푸라푸 회를 먹었는데 이게 일명 다금바리 라네,,, . 맛은 괜찮은데 그 지명도에 비해서는 좀,,, 제주도나, 베트남하고 물이 달라서 그런가? 그런 후 마카티 맛 뵈기라고 일명 몽키바(비키니 바) 에 갔다. 바바에들이 바글바글 몰려 들면서 영어로, 따갈로그어로 머라머라 주절거린다. 얼굴에 철판을 깔자. 깔자 하며 한명만 초이스해서 선배 옆에 앉혔다. 그 분 그 때 부터 바바에의 육탄 공세에 어쩔 줄을 모른다.
짧은 영어로 호구조사하며 놀다가 , 다음날 일정을 생각해서 철수. 이렇게 첫날은 지나갔다.
  마닐라에서 보라카이로 가는 비행기편은 두 가지가 있었다(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 첫째가 Asian Spirit에서 운항하는 마닐라에서 까티클란으로 가는 경비행기. 가격은 싸지만 소형 프로펠러 비행기로 운행. 둘째가 Cebu Pacific에서 깔리보까지 운항하는 제트비행기. 아시안 스프릿이 만원이라 우리는 세부퍼시픽으로 깔리보로 가게 되었다. 마닐라에서 대략 1시간 정도 거리. 깔리보에 내리니 에어컨 나오는 봉고차를 세워놓고 까띠끌란까지 뱃삯 포함해서 1인 당 250p 정도에 손님을 모으고 있다. 일본 애 처럼 보이는 남자애 여행객 1명과
필리피나 3명, 우리 3명 해서 7명을 태우고 출발. 까띠끌란까지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단다. boat station에서 도착해서 배표라며 종이 쪼가리 주고는 기사는 가버린다. 짐 검사 하고 배 타러 들어가려니 , 보라카이 들어가는 어드미션 피, 또 무슨 피 해서 1인 당 거의
200p 정도를 더 내야 한단다. 뱃삯 포함이란 말은 말 그대로 배 타는 삯만을 말하는데 그건 겨우 20p 정도 였다. 이게 현지인들이 관광객들 데리고 장난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랴, 낯선 곳인걸...
방카라는 배에 한 40명쯤 태우고 보라카이로 출발. 굉장히 거창한 느낌을 가지고 출발한다면 실망하리라. 우리나라 한적한 어촌에서 조그만 고깃배 타고 섬 한바퀴 돈다는 정도의 느낌이라면 즐거워 하리라. 통상 말하는 정거강 station이 세군 데 있다. 제일 처음 대는 곳이 3station인데 제일 많이 내리더라. 그래서 반쯤 따라 내릴까 하다가 꾹 참고 2station에 내렸다. 내리자 마자 바로 삐끼가 따라 붙는다. 숙소는 잡았냐, 호핑 할거냐, 수상 레포츠는 어떠냐, 맛사지는 ? 등등 반 쯤 정신 없게 만든다. 숙소를 미리 잡아 놓은 게 아니라서
선배분 더러 짐 지키며 길가에 좀 계시라고 하고는 친구 장이랑 숙소 구하기에 나섰다. 삐끼가 소개하는 곳 10군데 정도를 둘러보고 1박 1800p 에 에어컨, 더블베드 2 개 있는 깨끗한 방을 구했다. 해변 바로 근처에. 대략 만족. 짐 풀자 마자 선배의 성화에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 숙소 바로 옆에 시푸드 하우스가 있어서(가게 이름은 잊었슴) , 거기서 청새치와 새우를 각각 kg에 얼마씩 해서 구워서 먹었다. 마늘 밥에 산미구엘 맥주와 고추장. 배가 고파서 였는지, 보라카이에서 첫 음식이라 그랬는지 거의 환상적이었다. 연신 감탄사를 뱉어내며 식사를 끝내고 나니 정말 아무 생각 없어지더만.(1인 당 6천원 정도 든 거 같네) 잠시 바다 보며 넋을 놓고 앉아 소화 좀 시키다가 장은 인터넷 한다며 인터넷 카페를 찾아 가고, 선배랑 나랑은 해변 노천에 있는 아줌마 맛사지 말고, 전문 맛사지 샵이라고 써있는 곳에서 맛사지를 받았다. 1인 당 500p.
아줌마들은 부르는 게 값인데 200 - 500 정도 부른다네. 안마 받는 내내 나는 이게 안마를 받는 건지 치료를 받는 건지 경황이 없었다. 누르는 곳마다 저절로 으 - ㄱ 하는 신음 소리가 나더만. 1시간 30분 정도 받고 나니 정말 가뿐하다. 기분도 좋고
숙소 근처에서 장을 만나 셋이서 다음날 호핑투어와 모레 아침 배 출발 시간 등을 알아보기로 했다. 한국인 가게에 가니 1일 호핑투어에 1인 당 1500p 달란다. 같이 갈 다른 사람들은 아마도 한국에서 온 단체 관광객인 듯 한데 우리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니 디스카운트는 안된 다고 한다. 해변가를 어슬렁거리다 필리핀 현지 호핑 모집하는데 가 있어 물어보니 1인 당 500p 라네. 스노클링, 점심 바비큐, 음료수 일체, 라우렐섬, 푸카 비치 둘러서 아침 10시30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일정이란다. 당근 오케이. 일행은 다국적 30명 정도. 이것도 오케이다. 그러고 나니 그 유명한 보라카이의 일몰이 시작된다. 허겁지겁 카메라 챙기고 포인트 잡고. 아! 자연 앞에서 사람들은 희망을 느끼는 걸까 절망을 느끼는 걸까? 감탄사로 밖에는 묘사할 방법이 없는 저 일몰 앞에서 그 장엄한 추락에 슬퍼해야 할까? 모든 것을 제 색깔로 담담히 물들이는 저 친화력 앞에 같이 기뻐해야 할까? 한동안 사진을 찍다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다가 하면서 해를 보냈다. 아, 여기는 보라카이.
Sea Love 에서 이름도 모를 현지식으로 저녁을 먹고 거기서 얼음 달래서 가지고 간 죠니워커를 반 병쯤 마셨다. 촛불 켜진 해변에서 먹는 음식이라 맛있고, 해변에서 마시는 술이라 취하지도 않는다. 하긴 술은 내가 마시고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더니 만,,,,, 그러면서 보라카이의 밤을 어디서부터 공략할 것인지 궁리를 했다. 섬머플래이스는 숙소 근처에 있으니 우선 트라이스클을 타고 station one 에 있는 코코망가스로 가기로 했다. 1인 당 10p 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 자식들 1인 당 30p 내란다. No! 세 명이서 30p에 코코망가스로 갔다. 큰 야자 나무 아래 비치 의자 놓여있거나 푹신한 방석들이 놓여 있는 게 이국적이긴 하지만 , 사람들이 별로 없어 좀 헐빈해 보이기도 하더만, 그 시간은 거기로 치면 초저녁 이른바 happy hour 였다. 산미구엘 3병 시키면 3병이 서비스로 나오는… 9시쯤 넘어가니 슬슬 뭔가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여러 가지 토속 타악기를 들고 한 8-10명정도 되는 젊은 애들이 나오더니 자기들은 artist 라고 하며 민속공연을 시작한다. 터빈을 머리에 감은 인도애가 우리나라 쥐불놀이 하는 것 같은 불 깡통 두개를 돌리며 불춤을 춘다. 아마도 춤의 주제는 선진문명이 보라카이라는 전통문명을 침해하였으나 자기들은 자기들의 것에 더 만족하며 행복하다는 그런 내용인 듯 했다. 위스키와 산미구엘이 가져오는 취기에, 눈 앞을 어른거리는 불, 단조로운 듯 하면서도 혹은 거세게 혹은 약하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북소리 등등에,, 마침내 현실감이 사라진다. 같은 느낌이었을까? 금발의 젊은 여자 애 하나가 흐느적 거리며 걔들이랑 같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무엇인가 나른한 듯 하며 몽환적인 그림 하나가 그려진다. 아! 행복하다는 생각이 뜬금없이 떠오른다. 보라카이에서의 첫날 밤은 이렇게 꿈처럼 지나갔다.
4 Comments
박종언 2006.04.29 09:18  
  님의 멋진글..보라카이가 내눈앞에 으른 거리는 환상이...몇년전 IMF전에 한번 가려했던 보라카이 ..끝내는 가보지 못했군요,,가끔출장으로 다른 동남아 국가는 방문한적이 있지만  필리핀은 아직 한번도 가본적이 없네요,,마눌과 함께 가려해도,,시간을 낼수 있으야지...바쁘게 사는게 좋은지..가족여행이라도 즐길수 있는 여유가 있으야 할텐데..후기 계속 기다리겠습니다...
lvcosmos 2006.07.10 15:35  
  화이트비치에서 밤마다 산미구엘 맥주마시며.. 수영했던... 기억이 ^^
zzz 2006.09.12 09:23  
  보라...모든거 제색깔로 물들이는 일몰이 가장 멋지다고 해야하나,아니면 화이트비치의 흰색과 블루의 바다색의 조화가 멋질까? 여튼 자연의 원색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해변이죠.
족가지마 2009.01.24 20:41  
혼자 가따 오늘 돌아왔는데 정말 글 잘쓰시네요 ^^;
아 몇일만 더 있을껄 하는 생각이 간절하지만 시간이 허락되지않아 안타깝습니다ㅠ
흐리다가 오기 전날 정말 환상적인 날씨를 만나 하루죙일 비치에서 라이트 하나 가꼬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봐도 좋더라구요! 일출 정오 일몰 각기 다른 가면을 바꿔쓰는 보라카이의 태양을 언제고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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