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뇽이의 태국-라오스 여행기(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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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뇽이의 태국-라오스 여행기(16)

하로동선 6 535

- 루앙프라방의 아침 -

 

2018년 1월26일(금). 오늘은 루앙프라방을 떠나서 방비엔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침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아침을 먹겠다고 밖으로 나왔다. 아침을 얼른 해결하고 버스를 타러 가야 하므로 멀리 가는 것은 어려웠기에 그냥 가까운 데로 갔다. 여기는 어제 새벽에 딱밧 나가면서 꼭두새벽에도 장사를 한다는 것을 알아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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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도 어김없는 금연 표시. 이젠 하다못해 이런 로컬식당에도 금연 표시가 붙어 있다. 평소에는 안 피우다가 술 마시면 담배를 피우는 나는 여기 와서는 내 세상을 만난 듯이 하루 한갑씩 피우고 산다. 하지만 이젠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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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카오삐약센. 라오스식 쌀국수인데 맛이 좋았다. 면발도 쫄깃쫄깃하고, 무엇보다 채소를 한 그릇 함께 내는데 채소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런 모습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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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에 마시는 라오커피는 중독성이 있다. 시럽을 얼마나 많이 넣었는지 바닥에 깔린 것은 죄다 시럽인데, 만일 시럽이 없었다면 이건 커피가 아니라 사약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맛은 엄청 쓰면서 엄청 달다. 한마디로 희한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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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 탓 홈스테이 -

 

숙소로 돌아와서 짐을 챙겼다. 왓 탓 홈스테이.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렇게 좁은 마당이 나타난다. 세발 자전거는 이 집 꼬마 아이의 것이고, 자전거 옆 평상에서 주인 남자가 잔다. 나이는 마흔여덟. 얼굴은 연식이 꽤 되어 보였는데, 나보다 한 살이 적다. 그나저나 내가 어제 오늘 꼭두새벽에 돌아다녀서 주인장의 아침잠을 다 깨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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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 이렇게 급경사의 계단을 올라가야 있다. 가방을 들어주거나 하는 서비스는 없기 때문에 트렁크 가지고 다니면 오르내릴 때는 고생이 자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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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 깨끗하다. 겨울이라 날씨가 덥지 않아 선풍기 방을 달라고 했더니 에어컨의 리모콘을 안줬다. 방값은 하룻밤에 10만낍. 나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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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가지고 밖에 나와서 픽업 차량을 기다렸다. 어제 오후에 여행사에서 방비엥 가는 버스표를 구입했더니 픽업이 포함되어 있었다. 대신 가격은 3만낍이 더 비싸서 VIP 버스가 16만낍이다. 한 가지 이해가 안되는 점은 방비엥하고 비엔티안이 같은 가격인 거다. 방비엥이 비엔티안 가는 길에 있어서 그렇다는데, 그게 말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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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비엥 가는 길 -

 

픽업 차량을 타고 루앙프라방 남부터미널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방비엥과 비엔티안 등 남쪽으로 가는 버스들이 출발한다. 터미널의 전경... 루앙프라방이 라오스 제2의 도시임을 생각한다면 터미널의 시설은 정말 너무 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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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승강장 뒤편의 화장실에 오면 더욱 열악하다. 이런 화장실을 놓고도 돈을 받는다는 것이 더 대단하지만 꼬마 녀석 하나가 야무지게 2천낍의 요금을 징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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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다른 동네에서 루앙프라방으로 버스를 타고 왔다면 이런 뚝뚝을 타고 시내로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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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8시38분에 출발이다. 주변에 보이는 풍경은 기본적으로 산이다. 루앙프라방에서 방비엥까지의 거리는 230km. 도로만 좋다면 두 시간에도 주파할 수 있는 거리지만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라오스에서는 8시간이 걸린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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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2차선인 도로를 따라서 민가들이 있다. 그리고 그 중에는 가게들도 있다. 버스 손님말고 다른데서 올 손님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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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2시간이 지나니까 휴게소에 차를 댄다. 아침을 먹은 사람들이 화장실에 가고 싶을 시간이다. 이 정도 시설이면 변소라고 하는 게 맞지 않나? 사용료는 2천낍.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싫으면 뒤로 돌아가서 노상방뇨를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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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양인 노부부와 함께 변소 뒤에서 노상방뇨.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고, 그들 부부를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비워낸 사람들은 여기서 또 채워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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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의 흔한 가정집. 대체 여기서 이렇게 살면, 무엇을 해서 먹고 사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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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오른지 5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평지로 내려온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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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점심시간. 버스는 휴게소에 정차했고, 차 안의 모든 승객이 내렸다. 오른쪽에 보이는 2층 버스가 우리가 타고 온 VIP 버스이다. 버스표에 붙어 있는 작은 조각이 바로 점심 쿠폰이다. 점심메뉴는 밥과 쌀국수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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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조금 쉬었다가 다시 출발. 이제는 주변 풍경을 보아도 방비엥에 다 왔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5시가 넘어서 방비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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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비엥 -

 

버스기사가 방비엥이라고 하는 소리에 쫒기듯 버스에서 내렸다. 내려 보니 버스터미널도 아니었다. 이 바람에 아침에 루앙프라방 픽업뚝뚝부터 함께 타고 온 한국인 부부하고도 급하게 헤어졌다. 처음에는 차창으로 손만 열심히 흔들었는데, 잠시 후에 아저씨가 차에서 내려서 내게 악수를 청했다. 짧은 만남인데도 참 서운했다. 비엔티안 가는 사람들은 그냥 버스 안에 있다가 타고 가면 되었다. 시내로 들어가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뚝뚝에 그냥 올라타면 되었다. 이것도 10명되면 출발. 가격은 2만낍이다. 예약된 숙소가 없는 나는 루앙프라방에서 그랬던 것처럼 끝까지 앉아 있었다. 결국 [미스터 폰 트래블] 앞에서 다 내리라고 한다. 그리고 숙소도 아무데나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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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빨리 [블루라군]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와서 블루라군을 못 보면 앙꼬없는 찐빵을 먹은 셈이 된다. 그런데 어떻게 일이 되려고 그러는지 방비엥에 먼저 와 있던 일행을 길에서 만났다. 그들은 오토바이를 빌려서 돌아다니는 중이었으니 나는 블루라군까지 편하게 갈 수 있게 되었다. 나무다리를 건너면서 본 쏭강(Nam Song)의 모습에서 여기가 과연 방비엥임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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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라군 가는 길에 본 경치. 이게 바로 학교다닐 때 지리와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 카르스트 지형이다. 산호나 조개껍질 같은 것들이 얕은 바다에 퇴적되어 암석이 되면 그게 석회암인데, 이게 물에 잘 녹는다. 지하에 있는 석회암이 녹으면 동굴이 생기는 것이고, 지상에서 녹으면 지금과 같은 지형을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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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소가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도 작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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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가는 스님의 모습. 저 분들은 스님이 아니고 novice 라고 부르는 일종의 견습생이라고도 하는데 어느 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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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이렇게 도로에 나와있는 모습까지도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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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라군 -

 

드디어 방비엥 최고의 볼거리 블루라군에 도착했다. 일반적으로 Lagoon(석호)은 우리나라 동해안처럼 조석간만의 차가 적은 곳이나 열대지방의 산호초 지역에 만들어지는 호수인데, 지금 블루라군은 민물이면서 예쁜 푸른색인 점이 보통의 석호들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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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색깔은 태양의 고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는데, 광선이 물에 부딪치면 난반사하므로 어느 위치에서 보더라도 기본적으로는 푸른색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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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남들처럼 물놀이를 하고 싶지만 지금은 시간도 늦었고, 가족이랑 같이 오지도 않아 신도 나지 않았다. 그래도 인증샷은 필요하기에 물에 들어가서 시늉만 했다. 주변에 관광객들은 이렇게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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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시간 -

 

방비엥의 거리에 어둠이 내렸다. 하지만 생각만큼 거리가 어둡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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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에 방비엥이 소개되면서 해마다 한국인들이 물밀듯이 들어온다고 한다. 벌써 루앙프라방만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있는지 모른다. 사람들을 보아하니 패키지 팀도 들어온 것 같았다. 지금 여기도 예외가 아니다. 이 조그만 동네에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이런 모습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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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에도 야시장이 있었다. 하지만 규모도 작고 사람도 없는데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뭔가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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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으러 미타팝BBQ(Mittapharp BBQ)로 갔다. 원래는 피핑쏨(Peeping Som)으로 가려고 했는데, 여기가 거긴줄 알고 들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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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광고인지 드라마인지를 찍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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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배우가 먹고 있는 것이 내가 먹으려는 [씬닷 까올리]이다. 이름하여 한국식 불고기. 육수를 붓고 고기를 굽는 방식이 한국과 같다. 맛도 당연히 괜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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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1) 라오스 사람들이 돈만 밝힌다는 생각은 루앙프라방 숙소에서도 했다. 방 있느냐고 물었을 때 주인장이 하나 남았다고 하길래 내가 방 한번 보고 오케이 하니까 바로 이틀치 방값을 내라고 했다. 방값은 나갈 때 내는 것 아닌가? 하지만 어차피 줘야할 돈이니 상관은 없다. 대신 영수증을 받아 뒀다. 불현듯 나중에 딴소리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 근데 주인장이 돈을 받을 줄만 알았지, 영수증을 써줄 줄은 모르는 것 같았다. 영수증 달라니까 당황하는 모습에 내가 더 황당했다.

 

2) 전날은 커피를 한잔 주문해서 마셨다. 5천낍. 사약에 설탕 잔뜩 넣은 라오커피인데, 난 커피를 받자마자 주인장에게 돈을 냈다. 그가 돈을 좋아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 마시고 들어가려는데 주인여자가 또 돈을 달래네. 내가 인상을 쓰면서 아까 네 남편한테 줬다고 했다. 음식팔고 돈 받아가는 것을 탓할 일은 아니지만 너무 철저하다는 생각을 했다. 방콕의 많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커피 정도는 그냥 무료로 주기도 하는데...

6 Comments
niraya 2018.03.03 22:17  
지난 11월 방비엥 갔었는데....
한국인들이 방비엥 퇴폐업소를 장악하고 있는 느낌...
특히 가이드들이 패키지 손님들을 성매매 하도록 부축이더라구요.......그것도 거리에서...ㅠㅠㅠㅠ 이 문장을 누가 가르켰을까???

업소 여성이 "오빠 한번 박고 가"라며 손짓하는데....기가 차서....ㅠㅠㅠㅠㅠ
하로동선 2018.03.04 07:30  
아이고.. 정말 대박이네요. 라오스는 아직까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보여지는 모습은 극단적인 천민자본주의의 그것이고요, 그 중심에 방비엥이 있었습니다.
RamRebel 2018.03.19 08:19  
아.. 친구 추천으로 올해 한번 가보려 했는데 이런이야기 들으니 씁쓸하네요 ㅠㅠ 다른데를 가야하나..
하로동선 2018.03.19 14:02  
꼭 그렇지는 않을겁니다. 이건 어차피 저의 느낌일 뿐인거든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라오스를 찾고 있는 것이 현실이구요...
leaderk 2018.03.29 08:14  
정말 상세하고 좋은 후기네요. 저도 이번에 치앙마이 거쳐서 라오스 가는데 글쓴님처럼 행복한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라오스는 처음인데 태국과 비교해서 어떨까요? 숙소는 미리 예약하신건가요?
하로동선 2018.04.01 09:39  
라오스에 가셔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렸겠습니다만 지금 생각하면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너무 돈만 밝힌다는 생각에 불쾌하기도 했습니다만. 숙소는 발품 팔았습니다. 그런데 제 직장동료의 말을 들으니까 요즘은 게스트하우스도 다 예약이 된다고 하네요. 제가 너무 구식이라 잘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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