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다신 없을 상전들과의 11박 13일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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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다신 없을 상전들과의 11박 13일 - 1

딸기맛환타 22 1123

 










그렇게(뭐가) 시작된 거의 2주의 여행...

작년에는 가기 전에 문제가 생겼었지만, 이번에는 별 문제 없이 착착 진행되었다.

9월 항공권 구입 > 11월 기차 예약 > 12월 국내선, 숙소 예약 > 1월 투어 예약 

이 순서로 하나씩 차근차근, 생각보다 긴 시간을 준비하게 되었다.

출국 4일 전에 일을 끝마치는 것으로 계약을 했던 나는 잠깐의 집순이 생활을 뒤로 하고 앞으로 다가올 고통의 시간을 마냥 행복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드디어 태국에 가는 날, 15분 거리에 사는 이모네가 우리를 태우러 온다고 하여 공항까지는 순조롭게 이동했다.

이모네는 각자 사이즈 별로 캐리어 하나씩, 다이소에서 커버까지 맞춰서 왔다 ㅋㅋㅋㅋㅋ

나는 여행 다니는 동안 가지고 다닐 55리터의 배낭과 부탁받은 물건을 넣은 20인치 캐리어, 그리고 또 부탁받은 음식을 넣은 캐리어만한 박스까지.

타이항공은 무게만 넘지 않으면 갯수는 여러 개도 가능하다고 해서 이렇게 가져가는 것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28인치 짜리 캐리어를 가져가거나 기내에까지 물건을 가지고 들어갈 뻔 했다.

자리 배치까지 신경써서 해놓은 터라 동생들이 좋아할까 기대하면서 석양이 지는 방향으로 달려가니 공항이 나왔다.

날이 너무 추워 이모부와는 인사만 하고 바로 공항 안으로 쏙 들어간다.

체크인 카운터는 저 멀리에... 양 옆에 호위무사(ㅋㅋㅋ)를 데리고 열심히 카트를 끌고 걸어간다.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역시나... 사람이 너무 많다.

때는 마침 방학기간, 또 골프여행의 적기.

수많은 골프백과 미성년자들... 만석임이 분명해졌다.

줄이 얼마나 길었는지 화장실 앞까지 늘어진 줄이 한 번 더 꺾여 있을 정도였다.

기다리며 차라리 웹체크인을 하고 백드롭으로 갈까 고민도 했지만, 이것 또한 여행의 일부이므로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수는 없다! 다같이 기다리자!

한시간 반이 흐르고,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총 다섯명 중에 가족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짐을 올리는데, 직원분이 한 말씀하신다.

"성이랑 이름을 바꿔 쓰셨네요."

Aㅏ..................................................

분명히 타이항공에 전화했을 때 물어봐야지 해놓고 까먹고 있던 것.................

정신을 가다듬고 예약부에 연락을 했었다고 슬쩍 말해보는데, 기록에는 없다고 말씀하시는.................

수수료 낼까봐 잔뜩 쫄아있는데 그냥 티켓에 무슨 표시를 하시더니 제일 끝 카운터에서 도장을 받으라고 한다.

후..................... 다행................

첫 단추부터 꼬일 뻔했다. 

왜 나는 surname과 given name을 헷갈리는가............

아무리 외워봐도 어느 곳에서는 family name과 first name이라고 써버리니 이게 참 못 할 짓이다.....

다행히 수속을 마치고 성인 세 명은 자동출입국으로, 동생들은 알아서 도장 찍고 오라고 하고 면세구역으로 입성!

이제 비행기만 제 시간에 타면 된다는 안도의 한숨, 잊을 뻔했던 담배 심부름까지 마치고 트레인을 탄다.

다들 면세 구경에 정신이 없고 나는 게이트 옆 까페에서 잠깐 커피 한 잔하며 보딩 시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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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바보같음을 증명하는 티켓...

심지어 보딩 타임이 거의 다 됐다 싶어 게이트를 슬쩍 봤는데 뭔 파이널 콜..?

다들 전화해서 빨리 오라고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만약 '어텐션 플리즈~'라는 방송이 나왔으면 아마 난 쪽팔려서 죽었을지도...

하... 비행기만 타면 된다 했던 것을 결국 마지막까지 험난하게 ㅠㅠ

다들 주변에 있었던 덕에 5분 안에 탑승을 완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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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리 지정한 좌석은 56열과 57열이었다.

장거리는 아니어도 창가도 좋아하고 복도도 좋아하며 특히 화장실에 가기 용이한 자리를 선호하는 나는 비즈니스나 타야겠지만, 금전적인 제약으로 나름 찾은 최상의 선택이 옆에 아무도 없이 가는 것이었다.

고민을 거듭하다 싯구루 (https://www.seatguru.com)를 통해 기재를 알아보니 해결책을 발견!

우리가 타게 된 보잉 773은 57열은 좌석이 두 줄로 줄어들기 시작하는 곳이어서 세명-두명이 앞뒤로 타기 최적이었다.

한국 출발 비행기는 ABC로 지정하고, 태국 출발은 나를 제외한 네 명만 타기 때문에 57과 58열의 JK로 두 자리씩 지정해놓았다.

나중에 와서 얘기를 들어보니 엄마는 이모와, 큰애는 작은애와 자매끼리 앉아서 왔다는 아름다운 이야기.

다들 인증샷만 한 장 찍고 알아서 목베개를 장착하고 기내식 냄새를 맡으며 몸이 붕 뜨는 느낌을 즐겼다.

밤 비행기임에도 불구하고 잠이 도무지 오지 않아서 테트리스만 다섯시간 하다가 내렸다.

다른 좌석에 앉은 사람과 점수를 계속 갱신하면서, 좋은 대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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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얘가 들어가야 될 것 같은 느낌...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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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오빠(인지는 모르겠으나)가 열심히 외치며 설명해준 '탁꼬기 팝~ 쌔우 팝~' 중의 '쌔우 팝'

빵은 따뜻할 때 먹어야 되는데 쌀을 먼저 먹고 싶다보니 결국 딱딱해짐...

출입국 신고 서류는 받자마자 내가 먼저 작성해 이렇게 쓰는거라고 돌렸다. 

잘 간직하라고 했는데 한국에 올 때는 뭐가 없다며 멘붕했다고 한다. 

(알고보니 가방 속에 있었다며...)





착륙을 한 시간 남겨놓고 잠이 들었다가 비몽사몽하는 도중 드디어 도착.

길고 긴 출입국 심사와 또 길고 긴 짐 찾기...

두시가 조금 안 된 시간에 도착했으나 밖으로 나가니 어느덧 세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미리 예약한 차를 타기 위해 지정된 게이트로 가니 반가운 나의 이름이... ㅠㅠ

차를 가지고 오는 동안 5분을 기다리면서 나의 음식 수하물이 터지거나 하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떡볶이소스가 흘러내리지 않는 걸 봐서는 문제 없는 것 같다.

바깥으로 나와 거의 반 년 만에 태국 밤냄새를 한껏 맡으며 차에 올랐다.

삼십 분쯤 가는 동안 요금제를 새로 신청하고 카톡을 보내주는 것도 일이다.

어느 덧 숙소에 도착, 거의 네시쯤에 도착했는데도 밝은 표정으로 맞아주는 직원들.

트리플룸과 트윈룸을 배정받고 낑낑대며 짐을 올린다. (들어주지는 않았음)

조식 시간이 열시까지니까 아홉시에 만나서 밥을 먹자고 약속만 하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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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 나콘 발코니의 트윈룸

개인적으로 휘황찬란한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싫어하는 나의 취향에 맞았다.

소박하고, 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그렇다고 너무 호텔이거나 게스트하우스는 아닌 느낌. (어렵다)

특히 사촌동생들은 셋이서 한 방에 자는데 침대가 주루룩 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다음 날, 아니 같은 날 아침

오늘부터가 진짜 여행의 시작이다. 그것은 나의 고통의 시작이기도 했다.

일단 약속한 아홉시에 조식을 먹으러 가는 다섯 명

(나는 아니지만) 여행의 참맛은 조식이 아닌가!

에그스테이션은 따로 없지만 전체적으로 만족했다! 

난 사실 파인애플이랑 수박만 나오면 되니까...

태어나서 처음 '조식'이라는 걸 먹어보는 사촌동생들은 빵순이들 답게 빵을 많이 먹더라 ㅋㅋㅋㅋㅋ

엄마와 이모는 '남이 차려주는 밥'이라는 것에 기뻐하며 조금씩 맛보면서 커피로 턴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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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조식

전날 술을 적당히까지 먹으면 조식이 잘 들어가는데, 많이 먹은 날에는 조식을 먹는 것 자체가 힘겹다.

다행히 방콕에서까지는 돈값을 할 만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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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숙소의 동물들

고양이와 비단잉어인지 하는 물고기 떼

회색 야옹이는 사진이 저렇게 나와서 그렇지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정원에서 나무와 노는 고양이는 부르면 휙 피해버린다.

그래도 고양이는 사랑입니다.





방에 들어가서 두시간 정도 쉬는 동안 오늘은 왕궁에 갈 예정이니 옷을 잘 챙겨입으라고 전달했다.

나는 여러번 갔던 곳이라 솔직히 이제는 감동도 없고 돈만 아깝다고 생각되어 그 사이에 다른 일을 보기로 하고 네 명만 들어가기로 했다.

숙소를 일부러 카오산에 잡지 않고 왕궁에서 10분 거리에 잡았던 터라 땡볕에 걷기 시작한다.

아, 이 날씨. 적당히 시원하고 또 적당히 더운, 걷다가 마주치는 바람에 기분이 상쾌해지는 그 날씨였다.

하지만 이것은 더위를 잘 타지 않는 나만의 생각이었고 다들 벌써 더워하고 있었다...ㅋㅋㅋㅋㅋㅋ

일단 편의점에 먼저 들르기로 한다. 

돈도 뽑아야 하고, 유심도 사야했기 때문이다.

내 기억 속의 싸남 루앙 근처의 세븐일레븐으로 갔는데 왜? 여기에 까씨껀이 없지?

분명히... 있었는데...

그럼 일단 유심을 사야겠다.

세븐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보여주며 이 유심을 사고싶다고 했다.

돌아오는 말은 안 된다는 것...

왜 그런지 물었더니 밧쁘라차촌(태국 신분증)이 있어야 한단다.

나는 외국인인데, 그게 있을리가? 하고 되묻자 그럼 안 된다고 한다.

멘 붕 

아... 뭐지... 유심을 사는 일이 이렇게 힘들었던가?

그 사이 엄마와 이모는 동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있었다.

나는 태사랑을 뒤져 다른 유심 사진을 찾아 냈지만 전부 다 안 된다는 말뿐...

기분 좋게 나왔는데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이..?

심지어 지금 가진 돈은 지난 번에 쓰다 남은 천밧뿐

게다가 아이스크림을 산 영수증에 뭔가가 두 번 찍혀있었다.

왜, 첫 날부터, 나에게, 이런 일이.

뭔가에 쫓긴 것처럼 안절부절하는 나,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걸 동시에 처리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결국 짜증섞인 말투로 말해버린다.

"이거 그냥 넘어가주면 안 돼? 태국은 가끔 이래. 그리고 나 지금 유심 때문에 멘붕이야. 부탁인데 그냥 내가 아이스크림 하나 더 먹은 셈 쳐줘."

내가 코너에 몰린 걸 느꼈는지, 엄마랑 이모도 알았다고 해준다.

난... 글러먹었다 ㅠㅠ 

즐거운 여행을 하자고 약속했는데 내가 먼저 그 약속을 깬 셈이 되었다.

일단 유심과 출금을 해결하기 위해서 카오산에 갔다 오겠다고 했다.

다행히 다들 편의점 근처 어딘가에서 알아서 잘 기다리겠다고 해줘서, 민주기념탑 방향에 까씨껀이 있는 걸 구글맵으로 확인하고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먼 거리인듯 해 가던 길에 카오산 버거킹 방향으로 들어갔다.

어쨌든 내가 잘 아는 동네니까, 해결이 될거란 믿음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카오산에 진입하자마자 바로 눈 앞에 까씨껀이 보여 출금 먼저 이만밧 성공!

이제는 세븐을 뒤져서 유심을 사내야 한다.

첫 번째 가게, 299밧 짜리만 있다고 한다.

두 번째 가게, 똑같았다.

세 번째, 네 번째, 그 이후로도 계속...

79밧 짜리가 기본 심이 있는 가게가 있었지만, 왠지 좀 더 가면 문제의 49밧 짜리가 있을 것 같아 일단 보류.

하지만 결국 49밧 짜리 심은 나타나지 않았고, 난 경찰서 쪽의 입구로 나와 좌회전, 다시 싸남루앙 방향으로 간다.

아까 그 세븐 앞에 다들 옹기종기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아... 이 미안함...

재밌게 해준다더니 땡볕에 기다리게 하는 못난 나 ㅜㅜㅜㅜㅜㅜㅜㅜㅜ

어느 새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얼굴은 시뻘개진 나를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으로 알았나보다.

이상하게 여기에 유심을 안 팔고, 돈은 뽑았다고 하며 반을 나눠서 두 명의 총무에게 전달.

어제 공항에서는 분명히 시내 가면 있다고, 그렇게 말 해놓고 지금 와서 이런 상황이...

하... 이 딸이, 조카가, 언니가 미안하다아아아아아악!!!!!!!!

이 시간 이후로 나 혼자 더 알아보고, 만약에 안 되면 다른 데 이동해서도 알아볼테니 일단 불편해도 좀만 참아 달라고 부탁했다.

거의 한 시간 가량을 기다려서 다들 좀 지쳐보였지만, 그 동안 걷거나 하지 않아서 덥지는 않았다고 한다.

혹시나 더워질까봐 천천히 걸어 드디어 최종 목적지 왕궁 정문에 도착!

횡단보도에서 이따 네시에 여기서 만나는 걸로 약속하고 나는 다시 숙소로 간다.

생각해보니 엄마와 이모는 옛날에 분명 이렇게 살았을텐데, 그리고 나도 그렇게 살던 시절(초딩 때)이 있었다.

그러면서 엄마가 아빠랑 연애할 시절에 만나지 못 할 때는 편지를 주고 받고, 서로의 관사에 조심스럽게 전화 걸던, 만나는 시간과 장소를 정해놓고 하염없이 상대방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요즘에는 연애를 하면 카톡에 1이 없어지는지 째려보고, 전화기만 바라보다 잠깐 한눈 팔면 그 사이에 전화가 와 있는, 그런 시대인데도 마음의 거리는 예전 같지 않은 것 같은 느낌도 들면서.

아무튼, 다시 이 기분좋은 날씨 타령을 하며 숙소로 가 부탁받은 옷과 음식을 가져다 카오산에다 맡기고, 타이항공 사무실에 들러 티켓을 바꾼 후 커피 한 잔 하면 얼추 시간이 맞을 것이다.

뭐, 내가 없는 여행도 그들의 여행이니까, 하는 낭창한 생각으로 혼자만의 여유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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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남 루앙에 설치된 푸미폰 국왕의 장례식장이 아직 남아있었다.

영상으로만 보던 곳인데 직접 보니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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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도, 구질구질해도 나에게 제일 편하고 좋은 동네.

스타벅스에 오랜만에 가서 그런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또 5밧이 올라있었다.





타이항공 사무실까지 갔다가 다시 왕궁 앞으로 랍짱을 타고 가는 길.

(또 다시) 이 바람, 이 날씨 타령 ㅋㅋㅋㅋㅋ

정문 앞 풀밭에 왕궁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앉아있길래 나도 잠시 앉았다.

앉자마자 저 쪽에서 반가운 얼굴들이 보여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 맞이했다.

하지만 서로 사진을 찍어주느라 나는 안중에도 없길래 내가 직접 찍어주겠다고 하고 집중을 돌렸다 ㅋㅋㅋㅋㅋ

첫 관광지가 어땠냐고 물으니 엄마는 재작년에 못 봐서 아쉬웠던 부분도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고, 이모는 우리나라에 있는 궁이랑 느낌이 너무 달랐다고, 동생들은 신발 벗고 들어가는 게 최악이었다는 평을 했다.

마치 코끼리가 장님을, 아니 장님이 코끼리를 만진 듯한 느낌은 뭘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물 마신 걸 제외하고는 아침 이후에 아무것도 안 먹어서, 다음 코스인 쿤댕 국수에 바로 가기로 했다.

때마침 앞에 뚝뚝이 보여 애들이 있어서 다섯명이 한꺼번에 타도 되냐고 물었더니 오께- 해서 쿤댕국수 아시냐, 하니 어 거기 맛있지 하며 또 오께- 우리도 오께-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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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한테 양해를 구하고 사진 하나만 찍자고 했다.

다들 유심은 잊고 밥 먹을 생각 뿐인지 표정이 좋다 ㅋㅋㅋㅋㅋㅋㅋ (휴)





쿤댕 국수 바로 앞에 내려 100밧에 20밧을 더 드리고 안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작은애는 사실 쌀국수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미리 듣긴 했는데 여기선 어쩔 수 없었다.

성인은 피셋, 애들은 탐마다로 하고 전부 달걀까지 추가했다. 

혹시! 양이 부족할까 싶어 여태껏 여기 오면서 시켜본 적이 없던 스프링롤도 시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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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있었지만 버섯과 그... 이름은 까먹었는데 팍치말고 냄새나는 풀, 그걸 싫어하는 내 취향은 아니었다 ㅜㅜ

나 빼고는 다들 좋아하면서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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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카오산 3대 국수집'이라고 불리던데 나이쏘이와 찌라어묵국수보단 여기가 제일 좋다.

고춧가루 크게 한 숟갈 넣고 콜라에 얼음잔까지 해서 먹으면 맥주 먹고 난 다음날, 해장 제대로다 ㅋㅋㅋㅋ

다들 배가 고팠는지 다행히 맛있다며 잘 먹었고, 중간에 콜라까지 시켜서 같이 먹으니까 꿀맛!!!!!!!

한국사람이 왜 이렇게 많냐며 신기해했다는 건 안 비밀...

작은애는 역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의 음식이라 그런지 좀 남겼길래 결국 이모가 좀 먹어준다.

밥도 먹었겠다, 후식을 먹을 겸 카오산으로 이동!

람부뜨리로 들어가 이리저리 기념품 구경을 하며 과일도 사먹고, 일단 태국에 왔다면 마사지를 받아봐야 하니 시와 마사지로 목적지를 틀었다.

난 분명 다들 마사지 받을래? 물었고 아무도 싫다고 하지 않아서 다섯명 자리를 잡아달라고 하는데, 아, 애들은 싫었던거였다.

아니 근데, 싫으면 '난 안 하고 싶어'하고 얘기를 해주면 되는데 그냥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는 게 싫은거였다니,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결국 자리를 같이 봐주던 마사지사분께는 미안하다 얘기하고 작은 길을 통해서 카오산으로 들어간다.

그래도 실을 엮어서 머리 땋는 거랑 헤나는 좋아하겠지, 싶어서 일단 헤나 가게로 간다.

다행히 마음에 들었는지 자리 잡고 디자인을 고르길래 그럼 우리엄마랑 너네엄마랑 나는 저기서 마사지 받고 있을게 끝나면 와, 했더니 그것도 싫은 모양이었다.

하... 이 엄마 껌딱지들...

이모는 마사지를 받고 싶어하는 눈치였으나, 딸들의 강력한 눈빛에 못 이겨 김에 같이 헤나를 하기로 했고 먼저 끝나면 서로가 있는 가게에서 만나는 걸로 약속을 하고 엄마와 나는 찰리 마사지로 갔다.

재작년에 엄마가 처음 태국에 왔을 때는 발마사지를 받았었는데 남이 발을 만진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좀 있었는지 이번에는 타이마사지를 받아보기로 했다.

선불로 마사지비를 내고 위층에서 옷을 갈아입은 후 엄마의 첫 타이마사지 시작!

나는 여태껏 풀리지 않던 피로를 푸는 느낌, 엄마는 거의 인생의 짐을 내려놓는 느낌...ㅋㅋㅋㅋㅋㅋ

엄마가 느끼기에 발마사지는 받는 사람과 해주는 사람의 차이가 확실한 데에 비해 타이마사지는 받는 사람도 어느 정도 잘 움직여줘야 더 좋은 마사지가 되기 때문에 뭔가 '상호작용'한다는 기분이 들어서 인지 거부감이 적은 듯했다.

타이마사지의 마지막에 해당되는 '코브라 트위스트' 같은 뚜두둑 시간까지 지나고 나니 벌써 한 시간이 다 되었다.

팁으로 쓰려고 챙겨놓은 50밧을 드리고 밖으로 나왔더니 벌써 저녁이 되어 날이 선선한데다 몸도 가뿐하고, 이게 태국이지! 하며 이모네를 찾으러 갔다.

엥, 근데 헤나 가게에는 없고 찰리 마사지로도 안 왔는데 도대체 어디있나 싶다가 길가의 노점에서 그들을 발견,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구경했다.

귀엽게 코끼리떼도 그리고, 형이상학적인 무늬도 그린 걸 보니 뭐 알아서 잘 했네 ㅋㅋㅋㅋㅋ

이제 또 슬슬 배가 고플 시간인지 주변에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 엄마가 피자컴퍼니를 보고 피자 먹을래? 했더니 기쁨의 표정이...

초딩이랑 중딩은 어쩔 수 없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가 맛있는 거 사먹으라며 주셨던 용돈으로 쏘기로 하고, 이거 먹고 잘 해보자며 힘을 불어넣는다.
  
가게에 들어갔더니 다행히 우리가 앉을만한 자리가 있어 바로 메뉴를 보며 고민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오랜만에 (하루) 한국사람을 만난 게 반가웠는지 뒤에 앉은 가족과 인사를...ㅋㅋㅋㅋㅋ

같은 지역에 산다는 것까지 공유하고서는 나에게 맛집을 알려달라 하는 엄마...

난 우리집 가이드지 다른 집 가이드가 아니라며 어금니를 앙물고 얘기하고선 종이에 쪽포차나를 써서 드렸다.

다른 메뉴보다는 국물이 있는 국수가 맛있다는 것까지 써가면서...ㅋㅋㅋㅋㅋㅋ (나도 참)

그 가족들은 다음 장소로 떠나고 엄마한테 진지하게 얘기했다.

이번 여행은 신경 쓸 게 많은 것 같으니 다른 사람한테 뭐 좀 알려줘라 하는 건 '지양'해 달라고,

어차피 다들 나름의 계획을 짜고 왔기 때문에 괜히 얘기하면 오지랖이라며 기분 나빠한다고.

엄마는 그 쪽에서 먼저 물어봤으니까 알려준거지, 이제는 그냥 인사만 할게! 하면서 밝은 표정...

네, 꼭 인사만요... 맛집은 지나가다 한국사람 많은 데가 한국사람의 맛집입니다...ㅋㅋㅋㅋ

얘기하는 도중에 피자가 나왔는데 이건... M사이즈가 무색할만큼 작은 사이즈의 무언가...

다들 당황하면서 M사이즈를 두 개 시켰다고 하길래 이모가 그럼 치킨 같은 걸로 사이드를 하자고 제안해 치킨도 두 종류를 주문했다.

크기는 작아도 일단 시킨 건 맛있게 먹자! 하며 달려들어 오분만에 클리어 ㅋㅋㅋㅋ

바로 다음 피자가 나와서 또 클리어, 애꿎은 콜라와 맥주만 줄어가고 이모는 피자 가장자리의 빵이 옛날 피자헛 스타일의 바삭한 느낌이라며 맥주에 먹으면 맛있다는 조언을 해 주었다. 

그리고나서 나온 치킨, 실망이었다.

코리안 스타일 바베큐 치킨이었는데 이건 뭐... 그냥 태국 스타일이다 ㅋㅋㅋ 여긴 태국이다!!!!!!

일단은 배가 안 차니 올 클리어, 계산서에는 1200밧 정도가 찍혀있었다.

아마 한국이었으면 십만원은 나왔을 법한 음식들... 새삼 물가 차이를 느낀다.

카오산은 이제 웬만큼 구경했고, 배도 부르고 바람도 선선해 산책 겸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하지만 우리는 또 금방 멈춰서버렸다. 

은공예하는 집을 발견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작은 팬던트?가 들어있는 실팔찌가 100밧씩인 걸 엄마가 하나씩 사준다고 하길래 넙죽 골라잡았다.

가게 안에는 꼭지가 하얗고 크기가 짜른 딸기가 담겨있길래 이건 치앙마이 쪽에서 나는 태국 딸기라고 설명해주고, 한국 딸기랑 비교하면 맛이 별로라는 것도 알려주었다.

이모 말에 의하면 옛날 '노지 딸기' 처럼 재배되는 것 같다고 한다.

삼십분 동안 열심히 고르고 골라 각자 팔찌 하나씩 손목에 걸고 나오는 길.

이제는 쭉- 직진만 15분 정도 하면 숙소에 도착이다.

소박한 동네와 노점들을 지나 숙소로 간다.

내일은 아침 일찍 출발하는 투어를 예약해뒀기 때문에 자야한다.
 
아, 오늘 하루가 참 길었다.


















22 Comments
수박우유 2018.02.28 16:12  
글은 재미나게 읽었는데 저만 사진이 안뜨는건가요?!?!
딸기맛환타 2018.02.28 16:15  
헐! 저도 지인이 방금 얘기해줘서 알았어요!
이제 다시 보이실거에요!!! ㅠㅠ
물에깃든달 2018.02.28 17:14  
한편의 시트콤을 보는 기분입니다 ㅎㅎㅎㅎ
딸기맛환타 2018.02.28 18:03  
꼭 시트콤처럼 하루에 몇번씩이나 사건이 생기더라구요 ㅋㅋㅋ
그게 여행의 참맛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요!
타미엄마 2018.03.01 05:15  
환타님 글은 항상 재밌어요
다음편도 기대됩니다
딸기맛환타 2018.03.01 13:06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써볼게요 ㅎㅎ
serendipity22 2018.03.01 09:05  
우여곡절이 많은 여행이었네요 ㅎㅎㅎ
한편으로는 그런 재미로 또 여행한다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딸기맛환타 2018.03.01 13:08  
한 번도 그냥 흘러가는 여행인 적이 없었어요 ㅋㅋ 그게 여행인가 싶기도 하구요
엘리여행 2018.03.01 14:32  
일행이 많다보면 요구도 그만큼 다양한데 다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죠? 다음 편 기대합니다,
딸기맛환타 2018.03.01 22:54  
일행이 많을 때는, 그냥 저를 버려야 되더라구요 ㅋㅋㅋ
열심히 쓰겠습니당!
망구121 2018.03.01 15:39  
출발부터 너무 잼있는데요~ 다양한 경험을 해서 여행이 더 잼있는거 가타요~
딸기맛환타 2018.03.01 22:57  
몸으로 때우는 게 결국 기억에 많이 남더라구여 ㅋㅋ
띠로린 2018.03.01 17:46  
와 고생하셨어요ㅠㅠ 전 친구 한명하고만 가도 기운이 쏙 빠지던데 네명을!
딸기맛환타 2018.03.01 22:58  
점점 모시고 가는 인원이 늘어요 ㅋㅋㅋ
역시 모든 건 혼자가 편하네요 ㅋㅋㅋ
전아미 2018.03.01 17:55  
위에 분 말씀대로 뭔가 시트콤 같네요^^7 글을 맛깔나게 잘 적어주신 덕이겠지요~ 여행기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딸기맛환타 2018.03.01 22:59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네요 ㅋㅋㅋ
별겨울 2018.03.02 11:06  
저도 함께  떠나는 태국 여행 같았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딸기맛환타 2018.03.02 16:35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하츠리 2018.03.02 23:00  
와 정말 고생하셨네요! 저는 가족 여행으로 제주도만 가도 진빠지고 왜 왔나 생각이 들던데...ㅎㅎㅎ 재밋게 읽었습니다^^
딸기맛환타 2018.03.03 12:46  
아직 첫날이어서... 이정도였어요 ㅋㅋㅋ
더 힘든 일들은 이제 다가와요 ㅋㅋ
맹고엄마 2018.03.05 22:55  
제목부터 너무 매력있어요ㅋㅋㅋ글 잘보고 갑니당
나는나요 2018.04.16 14:30  
영상이 지나가는 느낌이에요~
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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